[로맨스 소설] << 흡혈귀 마녀와 동침을 -13 >>

연지바른 마녀2004.07.28
조회1,276

퀴즈 정답이요....?

단 한 분도 오답조차 하나 내지 않으시는데...

재미없어서 안알려드릴랍니다.

날씨가 꽤 덥네요.

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구요~

 

이야기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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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 흡혈귀 마녀와 동침을 -13 >>

 

쓰는 이 : 연지바른 마녀(mskim0920@nate.com)

 


#
행인지 불행인지...
다른 하나는 그래도 작품성이 있는 코믹 영화였다.

나란히 앉아
군것질 하며
키득키득 거리면서
함께...
영화를 보는 기분이란...

아, 나한테 이런 날이 있긴 있구나.

마녀가 슬그머니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온다.


[선우 : ^__^]


그런데... 느낌이 이상하다.


[선우 : 왜요? 또 머리 아파요?]

 

[마녀 : (끄떡끄떡) 조금...]


급히 비디오를 껐다.


[선우 : 방에 가서 누울래요?]

 

[마녀 : (도리도리) 답답해요..]

 

[선우 : 그럼 여기?]


방에 가서 이불을 꺼내 와, 거실에 폈다.


[마녀 : 짝짝짝- ^^ 선우씨 진짜 착하다.]

 

[선우 : 얼른 누워봐요...]


마녀는 억지로 웃고 있지만,
얼굴색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바닥에 깔은 이불 위에 눕히고,
다른 얇은 이불을 덮어줬다.


[마녀 : 비디오 마저 봐요, 결론이 무지 궁금해.]

 

[선우 : 이따가 봐요.]


중국서 같이 있을 때...
언젠가 편두통때문에 힘들어 하던 모습이 생각났다.
작은 소음, 단순한 화면 움직임에도,
자극받아 아파하던....

지금은... 나 안심시키려고, 계속 보자는 걸거다.


[마녀 : 그럼 여기 옆에 같이 누울래요?]

 

[선우 : ^___^ 넵!]


지금 날 유혹하는 거 맞지?
와...^0^ 이거, 이거... 마치 첫날밤 맞는 신랑신부같잖아...

긴장되서 흠- 헛기침하구,
슬쩍 마녀의 머리에 팔베개를 해줬다.
근데 자꾸 내 팔을 뺀다.


[선우 : 왜요?]

 

[마녀 : 팔 저리잖아요.]


그래도 이건 남자의 특권인데...
남자가 이런 폼도 잡는 보람이 있어야지.


[선우 : 괜찮아요,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거니까.]

 

[마녀 : 베개가 편해요.]


기어이 내 팔 밑에 베개놓고 거기에 머리를 묻는다.

아, 진짜 이 여잔... 무드도 모르나...


[선우 : 근데 궁금한 거 있는데요.]

 

[마녀 : 뭐요?]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팔꿈치 세워 마녀를 내려다봤다.


[선우 : 서양식 키스하고 동양식 키스하고
대체 뭐가 다른거에요?]

 

[마녀 : 풋-^^ 그게 아직도 궁금했어요?]

 

[선우 : 당연히 궁금하죠~그거 모른다고, 내가 희영이하고
키스씬 하는 거 죄다 뺐잖아요.
초고에는 뜨문뜨문 있더만...수정본에서는...]

 

[마녀 : 그게 그렇게 억울했어요?^^ 그럼 연구 좀 해보지.]

 

[선우 : 연구해도 모르겠든데...-_- 뭐에요? 뭐가 다른거에요?]

 

[마녀 : 훗...중국에 있을 때 춘화 같은 거 좀 구해 보지.]


춘화(春畵)면... 플레이보이 잡지보다 한발 진보된 -_-;;;
소녀경같은 거.


[선우 : -_-''' 그거야, 김작가님하구 같이 지내니까...]

 

[마녀 : 바보~ ㅋㅋ 거기에 키스 그림이 있을 거 같아요?]

 

[선우 : -_-;;;;]

 

[마녀 : 문화 차이에요,
서양은 키스를 길거리에서 해도 되는 문화구,
동양은 은밀하게 숨어서 하는 문화잖아요.
사람들 감정하고 본능은 서양이나 동양이나 뭐 다르겠어요?
비슷하지.]

 

[선우 : -_-;;;]

 

[마녀 : 주미공주하곤 공적인 얘기밖에 못하는데,
언제 키스씬을 넣어요?]

 

[선우 : 그럼, 세자빈하군...-_-]

 

[마녀 : 밤이나 낮이나 자나깨나
나라 걱정하는 인간의 키스씬 베드씬 넣으면
캐릭터 잘도 살아나겠다~]


속았다, 속았다....-_-;


[선우 : 솔직히 말해봐요,
내가 희영이랑 키스씬 찍는 거 싫었죠?
그래서 뺏죠?]

 

[마녀 : ㅎㅎ 맘대로 생각해요.]

 

[선우 : 나 언제부터 좋아했어요?]

 

[마녀 : 누가 선우씨 좋아한대요?]

 

[선우 : -_-;;; 그럼 내가 김작가님 좋아하는 거
언제부터 알았어요?]

 

[마녀 : ...]

 

[선우 : 어? 몰랐어요?]

 

[마녀 : ...느낌만 긴가민가 하다가,
내가 J기자 차에 치었을 때 무섭게 화냈잖아요.
많이 친해도 대부분 걱정만 하게 되는데...
선우씨는 달랐잖아요.]

 

[선우 : 음... 못됐다, 그러면서 모른척 했어요?^^]

 

[마녀 : 그럼 나도 선우씨 좋아해야 됐어요?]

 

[선우 : ....-_-;;;]


할말없다, 할말없다.


[선우 : 그래서 나만 맨날 모른척 했죠?
우리 돌아왔을 때 감독님이랑 현민이랑 태석형하곤
포옹도 하구, 나만 쏙 빼고.]

 

[마녀 : 우하하하- 그걸 다 기억해요?]

 

[선우 : 무지 섭섭했으니까 그쵸.]

 

[마녀 :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크게 두가지 행동으로 분류되서 나타나요.
첫째, 좋아한다는 티를 낸다.
흔히 계속 그 사람을 쳐다보거나
주변을 뱅뱅 도는 짓같은 거요.
둘째, 아예 그 반대 행동을 한다.
요즘 애들은 티내는 유형이 많아졌지만...
우리때만해두 어린 남자애들,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애를
일부러 골탕먹였어요.
고무줄 끊고 도망가고, 공깃돌 들고 튀고,
치마 들춰서 울리고...]

 

[선우 : 아하하하....^^]


그럼... 날 좋아해서
일부러 쳐다도 안봤다는 거 아냐 -_-;;;


[마녀 : 지금이래두 포옹해줄까요?^^]

 

[선우 : 조, 좋죠 ^_^ ]


야- ^^ 기분좋다...
결국 몸집 작은 마녀를 내가 안아주는 격이 됐지만....


[선우 : 기왕이면 동양식 키스 시범두...]

 

[마녀 : -_-;;;]


벨레레- 벨레레- <--전화벨 소리

 

누, 누가 이 분위기를 깨는 것이냐!!!!


[마녀 : 전화 받아요.]

 

[선우 : 안받아두 되요.-_-;]

 

[마녀 : 계속 울리잖아요.]


싫다....-_-
그래도 할 수 없이 엉금엉금 기어가
수화기를 들었다.


[선우 : 여보세요.]

 

[현민E : 형 뭐야!!! 차가 왜 이래!!!
대체 어디다 차를 처박았다 온거야?!!]

 

[선우 : -_-; 좋게 얘기할 때 끊어라아-?]

 

[현민E : 얼마나 밟아댔으면 얘가 계속 그르렁 대냐구!!!
수리비 청구할거야!!!]


수화기를 내려놓고, 코드를 뽑았다.

 

...이젠 아무것도 방해하지 말아라...제발.
흘러가는 시간도, 마녀의 몸에 있는 병도,
우리가 함께 있는 동안만큼은
어디 구석에 처박혀 끽 소리도 하지말고 있어주라...

 

돌아보니 마녀가 일어나 앉아있다.


[선우 : ^^ 현민이가 안부 전화했네요.(엉금엉금 기어가는)]


...뭐, 뭐냐, 이 분위기가 묘해지는...기분은...-_-;;;;

 

천천히 마녀의 얼굴이 다가와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자연스럽게... 마녀를 눕히면서
키스가 계속 됐다.

본능적으로 손이
마녀의 웃웃 안으로 들어갔다.
...거절당하고 뺨 맞을지도 몰랐다.


[마녀 : 당신... 그거 모르지?
나한테... 남자는 당신이 처음인 거.]

 

[선우 : !!]


하도 그동안 하는 말들이나 행동이 개방적이다가
어떨 땐 그도 아닌 것 같기도 해서... 한참 헷갈렸었다.


[마녀 : 평생 신뢰하고 함께 살 사람한테
내 몸을 길들이고 싶었어.
미리 알게 된 쾌락때문에
딴 남자한테 가는 배신같은 거 하기 싫어서.]


이상하게... 목이 콱-메어왔다.
간신히 딱 한마디 했다.


[선우 : ....나랑 살자.]

 

[마녀 : ...]


마녀는 스스로 웃웃을 끌어올려 벗었다.

 

그 날 밤, 나는 마녀의 첫남자로
그녀를 안았다.

 


#
목이 말랐다.
옆에서 잠든 마녀가 깨지않게
조심조심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벽시계를 보니, 곧 해가 뜨겠다.

 

물을 마시고 냉장고에 넣으려다, 생각나는 게 있어
머그컵에 물 한 잔을 채워, 마녀 옆에 놓고
방에 있는 마녀의 쌕에서 약봉지를 꺼내 갖고 왔다.
깨어났을 때 즉시 약을 삼킬 수 있도록.

 

...마녀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자꾸 마음이 무거워져왔다.

무심히 지나친다면,
지나치게 말라가는 것만 모른다면,
누가 이 여자가 곧 죽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차라리 죽기 싫다고, 무섭다고, 살려달라고 매달린다면...
나도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을 거 같은데.
기적이란 걸 바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그 많은 역사와 많은 사람들이 가진 시간들 중에
왜 우리는 남들만큼 가지는 짧은 시간조차 허락이 안되는 걸까.
100년도 안되는 우리 인생 중에서
마녀는 겨우 1/3도 살지 못했다.
그런데 왜....?

 

마녀의 잠에서 깬 듯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아직 눈도 뜨지 못하고....


[마녀 : (웅얼웅얼) ....선우씨..약 좀...]


준비해 둔 알약과 물컵을 입에 갖다대줬다.
약을 먹고도 다시 베개에 머리를 묻고 있다가
잠시 후에 겨우 눈 뜨며 나를 봤다.
마녀의 방긋 미소가 천진해 보인다.


[선우 : 잘잤수? ^^]

 

[마녀 : (까딱까딱) *^^*]

 

[선우 : 오늘은 뭐하지?
음, 맞다. 
아침은 뭘로 먹을까?]

 

[마녀 : 선우씨 되게 할 일 없나보다.]

 

[선우 : 뭐...프리랜서가 다 그렇죠, 뭐.
일 있을 땐 화장실 갈 새도 없이 바쁘다가
일 없을 땐 완전 백수건달 ^^]

 

[마녀 : 난 오늘 약속이 두군데나 있는데.]


아픈 사람이 뭐 그렇게 바쁘냐?


[선우 : 내가 운전기사할까요?]

 

[마녀 : 선우씨 차 없잖아요.
맨날 매니저 오빠가 태워다니던데.
어젠 누구 차였어요?]

 

[선우 : 현민이 차.^^
매니저 형이 늘 운전해서 그렇지,
나두 운전 잘 해요.]


음... 그 자식 차 수리비 청구한댔는데,
그러고보니 그 차 꽤 비싼거 같던데 -_-;;;
술 사주고 얼렁뚱땅 넘어가야겠다.


[마녀 : 쿡-^^  현민이 열 좀 받겠는데요.
선우씨 운전 스타일이 꽤 터프하던데,
아마 몇 군데 조만간 고장날 거 같았어.]


귀신이다.-_-;;;
조만간이 아니고, 벌써지만...

 


#
마녀가 비쩍 말라가는 데는
식사를 거의 못하는 것이 주 원인이었다.

음식 냄새에도 민감해하는 바람에
요리하는 건 포기하고
대충 토스트와 쥬스로 때우는데
그나마 쥬스 몇 모금을 마시다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문을 안에서 잠궈서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밖으로 들리는 구토 소리에, 안절부절 못했다.


[선우 : 괜찮아요? 문 좀 열어봐요!]


한참 지난 후에야 문이 열렸다.


[마녀 : 저리 가요, 토냄새 나요.(떠미는)]

 

[선우 : 그렇게 못먹어서 어떻게 유지가 되요?
병원가서 영양제라도 맞아요.]


마녀가 희미하게 웃었다.


[마녀 : 벌써 애 밴 것도 아닐건데, 아~ 챙피해.^^]


참, 내...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오냐.


[마녀 : 선우씨 마저 먹어요,
나 가면 다른 것도 해먹구.]


방에 가더니 옷을 챙겨입기 시작한다.


[선우 : 어딜 가요?]

 

[마녀 : 집에 가야죠.]


집...집...옥탑방...?


[선우 : 필요한 거 있음 내가 가져올께요, 가지마요.]


마녀가 황당하고 어이없이 나를 쳐다본다.


[마녀 :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에요?]

 

[선우 : 여기 있으라구요.]

 

[마녀 : 내 방 있구, 거기서 사는게 맞지.
내가 왜 여기서 살 것처럼 말해요?]


....어제 나랑 한 말들은 어디로 갔나?
까마귀가 후라이로 튀겨 먹고 날랐나?

 

마녀는 쌕을 맸다.


[선우 : (애원) ...나랑... 살기로 했잖아요..]

 

[마녀 : 말 되는 소릴 해요,
내가 여기서 왜 살아요?]

 

[선우 : 안될건 뭐 있어요?]

 

[마녀 : 선우씨 나중에 장가 못가기 힘들게 되죠 ^^
동네에서 소문나면~]

 

[선우 : -_-;;; 어, 어제... 그럼 뭐였어요?
나랑 결혼하는 걸로, ...그래서 나랑...그러니까 그게...]

 

[마녀 : 하아...^^ 설마 겨우 하룻밤 같이 잤다구
날 책임지겠다- 지금 그런 구닥다리 같은 말하는 거에요?]


마녀는... 나랑 입씨름하는 동안 현관으로 나와
어느새 신발을 신고, 현관 문을 열고 있었다.


[선우 : (버럭) 그래요! 나 구닥다리고 고리타분해요!!!
그러니까 나랑 결혼해요!!!  (문을 쾅 닫고) 이대론 못 가!!]

 

[마녀 : (침착) 약속있어요.]


참, 환장하고 팔짝 뛸 일이었다.

무엇보다 이대로 보내면, 또 불안해질 것이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어디선가 쓰러져 신음하고 있지 않을까,
아니면 정말 3류 멜러처럼 어디론가 사라지지 않을까.
미친넘 되어 찾아다니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찾았을 때 너무 늦어버린 때라면...

 

마녀는 펄펄 뛰는 나를 그대로 내버려뒀다.


[마녀 : (달래는) ...좋아요, 그럼 우리 연예만 해요, 연예만 ^^
한달만 사귈래요? 계약 연예.]

 

[선우 : ...(굳어있는)]

 

[마녀 : 이것도 약속할게요^^
대전에 내려갈 때 연락할게요.]


...눈을 질끈 감고 싶었다.

달라진 것은 내 마음뿐이었다.
절절해지고 간절해진 내 마음뿐이었다.
마녀는 여전히 계획대로...
내가 그 중간에 끼어있든 아니든
...실행해나가려 하고 있었다.


[선우 : ...나란 놈, 김작가님한텐 첨부터
아무 의미도 없는 거였죠?]

 

[마녀 : ...]


마녀는 문에 등을 기댔다.


[선우 : ....]

 

[마녀 : 선우씨가 아니라 누구래도...
난 죽어도 결혼 못해요.
..의사가 반년도 장담 못한 목숨이에요.
죽고못살던 남자가 있었더래도,
지금같아선 그냥 천리길 만리길 도망치고 싶다구요.]


...어디선가 무엇이 와르르-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를 악물었다, 눈물같은 거 자존심 상해서 안흘린다.


[선우 : 첨부터 그랬으면서,
하나도 변하는 거 없으면서...
날 갖고 노는거 아주 재밌었겠네요.
알았어요, 가요.
아픈 사람만 아니었음, 벌써 당신 내 손에 사단났어.]


마녀는, 조용히 문을 열고 나갔다.
문이 소리없이 닫혔을 때..
나는 털석 주저앉았다....

 

1박2일의 행복,
그 댓가가 이런 건 줄 알았으면...
있는 용기, 없는 용기 다 내서...시작따윈 하지도 않았을거다.

 


#
-라라라~ 너를 사랑하면~ 난 행복한 사람이 될거야~-

 

핸드폰이 울렸다.

 

방구석에 쳐박혀 있으려니,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마녀가 방, 거실, 부엌,...여기저기
남긴 체취때문에 미칠 것 같아서
일단 여길 나가야겠다 싶어서
옷방에서 옷을 고르던 중이었다.

 

전화는 어제 코드 뽑힌 그대로 기절해(?) 있었다.


[선우 : 형, 왜?]

 

[태석E : 너 혹시 김작가랑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야?]

 

[선우 : 그 여자는 왜...]

 

[태석E : 오늘 만나기로 했는데, 벌써 두시간째 행방불명이야.]

 

[선우 : !]


죽지만 않으면, 약속한 것은 기어서라도 나갔을 사람이었다.

 

두 시간이나 허공으로 떴다면...어디로 간 거지?
혹시... 어디선가 쓰러져서...?

잠깐!  ...내가 왜 그 여자 걱정을 하지?


[선우 : 나도 몰라, 형.
나 지금부터 전화 안받을거야.]


수화기 건너 태석형이 뭔가 느낌을 받은 모양이었다.


[태석E : 너 김작가랑 있었지?]

 

[선우 : 다 끝났어, 그 얘기 그만해.]

 

[태석E : 야-, ]


핸드폰 플립을 닫고, 파워를 끄려다가...
문득 생각나는게 있었다.

 

확인만 하자, 확인만....

 

핸드폰 단축키를 눌렀다.


[현민E : 어, 형?]

 

[선우 : 너 오늘 녹음실 간다 그랬지?
여기서 몇 시에 나갔어?]

 

[현민E : 9시 반쯤. 왜?]

 

[선우 : ...]

 

[현민E : 형? 형?]

 

[선우 : 너 혹시 나갈 때 김작가님 못봤니?]

 

[현민E : 아니? 
형...^^ 혹시 김작가님이 형 집에 왔었어?
그런거야? 휘익~^^ <--휘파람 소리]


(...현민인 아직 마녀의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다.)

 

현민이랑 내가 사는 마주보는 아파트 두 개의 건물은
아파트 구역에서도 뒷부분 구석에 있어서
상가까지 나가는 길은 단 하나였다.
현민이가 나갔을 그 시간과 마녀가 나갔던 시간이 거의 비슷했으니
분명 두 사람은 부딪쳤어야 했다.

그럼...?


[선우 : -_-;;;  지나가면서 비슷한 사람도 못봤어?]

 

[현민E : 에이, 작가 누나야 한 눈에 알아보지.]


핸드폰을 끊고...
한참을 망설였다.

가장 확실한 확인 방법...안받을 게 뻔했다.
태석형까지 행방을 알 수 없는 거라면,
못받는 걸지도 몰랐다.

그래도, 그래도,...


뚜우우- 뚜우우-

12번 정도의 신호가 넘어갔다.
막 음성 녹음 소개 멘트가 나오기 직전,
신호음이 멈췄다.

받았다!!


[선우 : ....]

 

"..."

 

[선우 : 어디에요? 태석형이 찾던데.]

 

"..."

 

[선우 : 만나기로 했다면서요,
형한테 연락줘요, 걱정하니까.]

 

"..."


...불길한 느낌.


[선우 : ?  ....여보세요? 여보세요?]

 

[마녀E : (울면서) ...선우씨 미안해요,
미안한데... 나 한번만 도와줘요.]

 

[선우 : 또 아파요? 어디에요?]

 

[마녀E : ...옥상요.]

 


#
아파트 옥상문을 열자
커다란 바람개비같은 여러대의 정화기(?)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다...


[선우 : 김작가님! 어디있어요! 김작가님!]


끝내놓고, 웬 미친짓인지...
마녀를 찾아 넓은 옥상을 헤맸다.

 

...하마터면 지나칠 뻔했다.
코너 구석에 마녀가 주저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웅크리고 있었다.
다가가서 쭈그리고 앉아
조심스레 어깨에 손을 얹었다.


[선우 : ...김작가님.]


마녀가 고개를 들었다.
온통 눈물투성이다.

마음인지,
실지 뱃속의 장기인지,
동요하기 시작한다.

왜?
왜?

잠깐만!


[선우 : 여긴 왜 올라왔어요?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는 거 몰라요?]

 

[마녀 : ...선우씨.]


잠긴 목소리로 마녀가...나를 불렀다.

 

여기서 대체 몇 시간을 이러고 있었던거야,
아침에 나가서 저녁때까지....찬바람 다 맞아가면서,
대체 여기서 뭘 했던 거야.


[마녀 : ...미안해요, 사과하고 싶었어.
맘 많이 상했죠...]

 

[선우 : 그 말하려고, 여태 여기 있었어요?]

 

[마녀 : 나요, 지금까지 살면서...
딱 하나 후회안한 거 있었어요.
드라마 쓰는 거.]

 

[선우 : ...]

 

[마녀 : 힘든 무명 시간 동안 건강 해쳐가면서 버텨서
겨우 여기까지 왔지만, 그래서 이제 곧 죽게됐지만...
그래도 후회 안해요.
다른 결정들은 다 후회투성인데, 그건 안해요.]


당신이... 드라마에 미친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서,
자꾸 강조하나...


[마녀 : ...앞으로도 내리는 결정에 다 후회하게 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선우씨한테서 돌아서면 후회할 거 뻔히 알면서도....]

 

[선우 : ...]

 

[마녀 : 드라마 하나 욕심 낸 걸로도 됐다고 생각했어요.
원하는 만큼 얻었으니까, 미련 없어야 된다고...
사람까지 욕심내면 나 천벌받을지도 몰라...
나만 아니라 선우씨도...
그게 겁났어요..
난 상관없어요, 그치만 선우씨는 앞으로 살 시간이 많은 사람인데...]


...헷갈린다, 왜 이렇게 헷갈릴까.


[선우 : ...]

 

[마녀 : 미안해요, 내려가려고 했는데...
너무 현기증이 나서... 날은 어두워지고...]

 

[선우 : 대체 어디까지 진담이에요?
여긴 왜 올라온거에요?]

 

[마녀 : ...]

 

[선우 : 왜 올라왔어요?]

 

[마녀 : 떨어져 죽으려고.]


덜컥!  가슴이 덜컥거린다...
설마, 설마 했는데....


[선우 : 한번이라도 날 생각하면 여기서 죽을 수 있어요?
어떻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요?
당신 정말 잔인하잖아!!! 왜!! 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말았다.

왜 나에게 이런 모진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
내가 무엇을 그리 크게 잘못했길래?


[마녀 : 당신 거절하고... 내 마음 그렇게 죽이고까지,
남은 시간 그 무서운 통증을 견딜 자신이...없어서.
미안해, 미안해요.]

 

[선우 : 하나만...하나만 분명하게 대답해요.]

 

[마녀 : ...]

 

[선우 : 어제... 나하고 보낸 시간, 진심이었어요?]


마녀의 침묵은...내게 너무 길었다.


[마녀 : ...네.]

 

[선우 : 난...굉장히 행복했어요, ...그랬어요?]

 

[마녀 : ...네.]


혹시나...싶은 마음에
미친 놈같은 질문을 이었다.


[선우 : 날... 사랑...하죠?]


...시선이 마주쳤다.
마녀도, 나도, 더이상 서로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마녀 : ...]

 

[선우 : ...]

 

[마녀 : ...네.]

 

 

<계속....>

 

 


뱀발 : 진도 엄청 안나간다...-_-; 이제야 고백을 듣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