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지만 너무도 예쁘게 웃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여자는 동그란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고 조근조근 따지고 있었다.
"그래, 너도알지? 부랄친구, 다시말해 죽마고우라고 부른다고요! 이걸론 3%부족하지? 응? 그렇지? 그럼 너와 내가 절대 결혼할수 없는 이유를 더 말해줄께!"
여자의 비장한 표정이 '오늘은 내가 아주 결판을 내리라! 이자리에서 다신 결혼에 '결'자도 못꺼내게 해주리라!' 라고 말하는듯 해 보였다.
그런 여자를 귀여워 죽겠다는듯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이젠 아예 팔짱까지 끼고 푹신한 쇼파에 몸을 묻고있는 남자의 표정이 그럴수 없이 편안해 보였다.
"너랑 나랑 몸만 않섞었다 뿐이지 알거 다 아는 사이라고. 너 몇달전에 만난 그 여자랑 호텔에서 같이 잘려다가 호랑이 같은 너네 할아버지 한테 딱 걸려서 그 새벽에 내가 호텔까지 쫒아가 생쑈한거 생각나? 어머~ 할아버지, 너무 늦은 시간이라 마땅히 술마실데가 없어서 셋이 이리로 온거에요! 마침 술이 떨어졌길래 제가 잠깐 나갔다 왔는데 호호호- 할아버지 오해 마시고 노여움 푸세요! 저 못믿으세요? 이러면서 내가 얼마나 아양을 떨어 댔는지 그새 잊으건 아니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나는지 미경의 얼굴이 어느새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러면서도 여기서 멈출순 없다는듯 그녀의 입에선 다시한번 준호의 비밀스런 사생활과 비난의 말들이 폭포수처럼 줄줄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스물여덜이라는 노령에 나이트에서 핏덩이 들이랑 쌈질하다 경찰서 끌려간게 엇그제야! 그 사고 처리는 누가했게? 니 눈앞에 앉아있는 내가했어, 이 왠수야! 그것뿐이니? 그것 뿐이야? 술취했으면 곱게 집에 갈것이지 파출소엔 왜 들어가서 나라 지키느라 수고하시는 분들께 딴지를 거는건데? 그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할짓이야? 그건 그렇다 치고 그때도 옆에 누가 있었게? 역시 나야! 술취한 너 데릴러 전국 방방곡곡 않가본 곳이 없는 나다! 그리고, 내가 폭탄 제거 반이니? 툭하면 떨궈낼 여자들 있으면 결혼할 사람이라고 날 불러내게? 그 수많은 여자들 필살눈총에 내가 얼마나 가슴졸이며 살고 있는지 알아? 나 오래살고 싶은 사람이야! 벽에 똥칠 할때까지 살고 싶은 사람이라고! 그러니까 결혼만은 제발 딴사람이랑 해! 너 좋아라 쫒아다니는 그 수많은 여자중에 한명이랑 하시라고요! 것도 싫으면 다 데리고 살던가. 않말리거든요?"
씹자고 들면 이밤이 새도록 질겅질걸 씹을수도 있지만 저도 사람인데 이정도 하면 알아듣지 않았을까 싶어 미경은 이쯤 해두기로 했다.
준호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런거냐고? 흥!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이지! 단지 내 입이 아파서 그런것 뿐이라고! 미경은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준호를 향해 새침한 표정을 지어보이곤 자신의 앞에 송글송글 물방울이 맺히고 있는 아이스티 잔을 집어들었다.
그때 조용히 미경의 얘기를 듣고만 있던 준호가 몸을 일으켜 테이블 가까이로 다가왔다. 뭇 여성들이 숭배해 마지않는 그의 조각같이 잘생긴 얼굴에 미소가 어리자 남자의 주위로 번쩍번쩍 광체가 나는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너랑 결혼하고 싶은거야. 넌 내 모든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날 좋아하잖아. 이런걸 보고 천.생.연.분 이라고 하는거야."
천생연분이라는 웃기지도 않은 준호의 말에 미경의 몸은 스프링이 튕기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 있는곳이 공공장소라는것을 잊어버릴만큼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미경이 준호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박준호! 너 당분간 내 친구명단에서 제외야! 알았어? 너 나한테 전화도 하지말고, 우리집에 쳐들어올 생각도 하지마! 그랬다간 내 손에 아주 골로 가는수가 있어!"
검은빛 오로라를 풀풀 풍기며 바람처럼 사라져 버리는 미경의 뒷통수에 대고 여전히 웃고있는 준호가 소리쳤다.
"전화할께!"
웃음기 가득 묻은 준호의 목소리에 메아리처럼 미경의 목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온다.
"전화기를 아주 부셔버릴 테다!"
.
.
.
노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단정하고 푸근한 인상의 백발의 노인이 자신의 눈앞에 앉아 아까부터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는 젊은 남자를 한심하다는듯 바라보며 혀를찼다.
"쯧쯧! 못난놈 같으니라고."
노인의 질책에 남자의 고개가 한층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의욕상실' 지금 남자의 마음이 딱 그러했다.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늘 완패였다. 그러면서도 뭐가 잘났다고 아직 할말은 남아 있는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고개도 들지 못한채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 당할수가 없다니까요. 할아버지도 잘 아시잖아요. 미경이 걔가 어디 보통애에요? 이 세상에 남자가 딱 저 하나만 남아도 저랑은 결혼 않한대요…. 말할 기회도 않주고 저 할말만 딱하고 뒤도 않돌아 보고 나가버렸다구요!"
남자의 투정섞인 말에 노인의 표정이 한층더 일그러졌다. 그리고 생긴것만 멀쩡한 덜떨어진 손자놈의 머리통을 향해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지팡이로 정말 똑소리가 나도록 매운 한방을 가했다.
"당연하지! 나같아도 니놈이랑은 혼인 않한다! 어디한군데 믿음직한 구석이 있어야지."
"그런데 왜자꾸 미경이한테 결혼승락 받아오라고 하시는 건데요?"
준호는 할아버지의 필살지팡이에 제대로 맞아 욱신대는 머리를 움켜쥐며 자신의 호랑이 할아버지를 향해 건방지게도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니가 하고 다니는 꼴을 봐라. 어디 제대로된 여자를 만나고 다녀야 내가 편히 눈을 감지! 만나고 다니는 것들 이라곤 꼭 어디서 저같은 애들만 만나니… 쯧쯧쯧! 그런 니주제에 미경이같이 참한 아이가 곁에 있어줘서 내 그동안은 안심했다만 너 하는 꼴을 보니 영 않되겠다 싶은게지! 그 아이 정도는 되어야 그래도 이 큰살림 맞길수 있겠다 싶기도 하고, 너 사람만드는데 그아이 만한 사람도 없고! 나 죽기전에 그아이를 꼭 손주며느리로 봐야겠어서 그런다. 그러니 토달지 말고 냉큼 나가서 결혼 승락이나 받아와!"
준호는 할아버지의 대답에 기가 딱 막혔다. 마음 같아서는 '할아버지 손자는 미경이가 아니고 바로 저라구요!'라고 외치고 싶지만 구십의 나이에도 저리도 기운차게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자랑하는 할아버지의 손에 맞아죽고 싶지 않아 일단은 입을 다물기로 했다. 하지만 이대로 당할수만은 없는법! 할아버지의 행동반경에서 벗어난 준호가 버르장머리 없는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할아버지가 그러셔도 피는 못속이는 법이에요. 제가 누굴 닮아 이렇게 천방지축 이겠어요? 다 자업자득 이라구요!"
그리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준호는 살아남기 위해 열씸히 집밖으로 달려나갔다. 슬쩍 돌아본 그의 등뒤로 할아버지의 손에서 번뜩이는 묵직한 크리스털 재털이를 발견했기 때문에! 아직은 살아야 하지 않는가! 너무예쁜 미경을 자신의 색시로 맞으려면 말이다!
그렇게 폭풍이 지나간듯 고요해진 거실에서 노인은 다시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몇번의 신호음이 울리고 듣기만 해도 기분좋은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노인의 귓속으로 들려왔다.
- 할아버지? 미경이에요!
"이녀석 할아버지 귓청떨어 지겠다.
노인의 얼굴엔 환하게 웃음꽃이 피어있었지만 그런 표정관 달리 짐짓 엄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 에이~ 할아버지 그런 목소리 않어울리 세요! 그리고 하나도 않무서워욧! 헤헤~
"허허~ 호랑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나를 뒷방 늙은이로 취급하는 사람은 세상천지에 너 하나 뿐일게다."
[단편] 네버 앤딩 스토리 [上]
"김미경, 우리 결혼하자!"
찌는듯한 더위를 피해 들어온 카페에서 '우리 내일 여행이나 가자'라고 말하듯 굴곡없는 목소리로 결혼을 얘기하고 있는 준호를 바라보던 미경은 하마터면 오드득 오드득 맛있게 씹고있던 얼음을 보기흉하게 뱉어낼뻔 했다.
어이없다는 듯 한참을 말없이 준호의 얼굴을 바라보던 미경이 포옥- 한숨을 내쉬며 설래설래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내 남자의 청혼(?)에 대답했다.
"아휴~ 박준호야!! 몇번을 말해, 이 세상에 남자가 달랑 너 하나밖에 않남아도 너랑은 절대로 결.혼.않.해.!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라! 도대체 몇년째냐?"
그렇게 말하는 미경의 얼굴이 '넌 지치지도 않냐?'라고 한마디 더 하고 싶은걸 억지로 참고 있는것 같아 보였다.
남자의 청혼을 어디서 개가 짓나? 라는 표정으로 똑부러지는 목소리로 거절 하고있는 여자에게 남자또한 지지않고 생글생글 웃으며 끈질기게 결혼을 요구하고 있었다.
"지겹지? 나도 지겨워. 그러니까 그만 튕기고 나랑 결혼해."
"이봐, 친구! 지금 우리나이가 몇인줄 알아? 스물하고도 여덜살이야. 그럼, 너랑나랑 몇살때 만난줄 알아? 열하고도 네살에 만났단 말이지! 그럼 너랑 나랑 사람들이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한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지만 너무도 예쁘게 웃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여자는 동그란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고 조근조근 따지고 있었다.
"그래, 너도알지? 부랄친구, 다시말해 죽마고우라고 부른다고요! 이걸론 3%부족하지? 응? 그렇지? 그럼 너와 내가 절대 결혼할수 없는 이유를 더 말해줄께!"
여자의 비장한 표정이 '오늘은 내가 아주 결판을 내리라! 이자리에서 다신 결혼에 '결'자도 못꺼내게 해주리라!' 라고 말하는듯 해 보였다.
그런 여자를 귀여워 죽겠다는듯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이젠 아예 팔짱까지 끼고 푹신한 쇼파에 몸을 묻고있는 남자의 표정이 그럴수 없이 편안해 보였다.
"너랑 나랑 몸만 않섞었다 뿐이지 알거 다 아는 사이라고. 너 몇달전에 만난 그 여자랑 호텔에서 같이 잘려다가 호랑이 같은 너네 할아버지 한테 딱 걸려서 그 새벽에 내가 호텔까지 쫒아가 생쑈한거 생각나? 어머~ 할아버지, 너무 늦은 시간이라 마땅히 술마실데가 없어서 셋이 이리로 온거에요! 마침 술이 떨어졌길래 제가 잠깐 나갔다 왔는데 호호호- 할아버지 오해 마시고 노여움 푸세요! 저 못믿으세요? 이러면서 내가 얼마나 아양을 떨어 댔는지 그새 잊으건 아니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나는지 미경의 얼굴이 어느새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러면서도 여기서 멈출순 없다는듯 그녀의 입에선 다시한번 준호의 비밀스런 사생활과 비난의 말들이 폭포수처럼 줄줄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스물여덜이라는 노령에 나이트에서 핏덩이 들이랑 쌈질하다 경찰서 끌려간게 엇그제야! 그 사고 처리는 누가했게? 니 눈앞에 앉아있는 내가했어, 이 왠수야! 그것뿐이니? 그것 뿐이야? 술취했으면 곱게 집에 갈것이지 파출소엔 왜 들어가서 나라 지키느라 수고하시는 분들께 딴지를 거는건데? 그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할짓이야? 그건 그렇다 치고 그때도 옆에 누가 있었게? 역시 나야! 술취한 너 데릴러 전국 방방곡곡 않가본 곳이 없는 나다! 그리고, 내가 폭탄 제거 반이니? 툭하면 떨궈낼 여자들 있으면 결혼할 사람이라고 날 불러내게? 그 수많은 여자들 필살눈총에 내가 얼마나 가슴졸이며 살고 있는지 알아? 나 오래살고 싶은 사람이야! 벽에 똥칠 할때까지 살고 싶은 사람이라고! 그러니까 결혼만은 제발 딴사람이랑 해! 너 좋아라 쫒아다니는 그 수많은 여자중에 한명이랑 하시라고요! 것도 싫으면 다 데리고 살던가. 않말리거든요?"
씹자고 들면 이밤이 새도록 질겅질걸 씹을수도 있지만 저도 사람인데 이정도 하면 알아듣지 않았을까 싶어 미경은 이쯤 해두기로 했다.
준호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런거냐고? 흥!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이지! 단지 내 입이 아파서 그런것 뿐이라고! 미경은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준호를 향해 새침한 표정을 지어보이곤 자신의 앞에 송글송글 물방울이 맺히고 있는 아이스티 잔을 집어들었다.
그때 조용히 미경의 얘기를 듣고만 있던 준호가 몸을 일으켜 테이블 가까이로 다가왔다. 뭇 여성들이 숭배해 마지않는 그의 조각같이 잘생긴 얼굴에 미소가 어리자 남자의 주위로 번쩍번쩍 광체가 나는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너랑 결혼하고 싶은거야. 넌 내 모든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날 좋아하잖아. 이런걸 보고 천.생.연.분 이라고 하는거야."
천생연분이라는 웃기지도 않은 준호의 말에 미경의 몸은 스프링이 튕기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 있는곳이 공공장소라는것을 잊어버릴만큼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미경이 준호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박준호! 너 당분간 내 친구명단에서 제외야! 알았어? 너 나한테 전화도 하지말고, 우리집에 쳐들어올 생각도 하지마! 그랬다간 내 손에 아주 골로 가는수가 있어!"
검은빛 오로라를 풀풀 풍기며 바람처럼 사라져 버리는 미경의 뒷통수에 대고 여전히 웃고있는 준호가 소리쳤다.
"전화할께!"
웃음기 가득 묻은 준호의 목소리에 메아리처럼 미경의 목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온다.
"전화기를 아주 부셔버릴 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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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단정하고 푸근한 인상의 백발의 노인이 자신의 눈앞에 앉아 아까부터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는 젊은 남자를 한심하다는듯 바라보며 혀를찼다.
"쯧쯧! 못난놈 같으니라고."
노인의 질책에 남자의 고개가 한층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의욕상실' 지금 남자의 마음이 딱 그러했다.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늘 완패였다. 그러면서도 뭐가 잘났다고 아직 할말은 남아 있는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고개도 들지 못한채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 당할수가 없다니까요. 할아버지도 잘 아시잖아요. 미경이 걔가 어디 보통애에요? 이 세상에 남자가 딱 저 하나만 남아도 저랑은 결혼 않한대요…. 말할 기회도 않주고 저 할말만 딱하고 뒤도 않돌아 보고 나가버렸다구요!"
남자의 투정섞인 말에 노인의 표정이 한층더 일그러졌다. 그리고 생긴것만 멀쩡한 덜떨어진 손자놈의 머리통을 향해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지팡이로 정말 똑소리가 나도록 매운 한방을 가했다.
"당연하지! 나같아도 니놈이랑은 혼인 않한다! 어디한군데 믿음직한 구석이 있어야지."
"그런데 왜자꾸 미경이한테 결혼승락 받아오라고 하시는 건데요?"
준호는 할아버지의 필살지팡이에 제대로 맞아 욱신대는 머리를 움켜쥐며 자신의 호랑이 할아버지를 향해 건방지게도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니가 하고 다니는 꼴을 봐라. 어디 제대로된 여자를 만나고 다녀야 내가 편히 눈을 감지! 만나고 다니는 것들 이라곤 꼭 어디서 저같은 애들만 만나니… 쯧쯧쯧! 그런 니주제에 미경이같이 참한 아이가 곁에 있어줘서 내 그동안은 안심했다만 너 하는 꼴을 보니 영 않되겠다 싶은게지! 그 아이 정도는 되어야 그래도 이 큰살림 맞길수 있겠다 싶기도 하고, 너 사람만드는데 그아이 만한 사람도 없고! 나 죽기전에 그아이를 꼭 손주며느리로 봐야겠어서 그런다. 그러니 토달지 말고 냉큼 나가서 결혼 승락이나 받아와!"
준호는 할아버지의 대답에 기가 딱 막혔다. 마음 같아서는 '할아버지 손자는 미경이가 아니고 바로 저라구요!'라고 외치고 싶지만 구십의 나이에도 저리도 기운차게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자랑하는 할아버지의 손에 맞아죽고 싶지 않아 일단은 입을 다물기로 했다. 하지만 이대로 당할수만은 없는법! 할아버지의 행동반경에서 벗어난 준호가 버르장머리 없는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할아버지가 그러셔도 피는 못속이는 법이에요. 제가 누굴 닮아 이렇게 천방지축 이겠어요? 다 자업자득 이라구요!"
그리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준호는 살아남기 위해 열씸히 집밖으로 달려나갔다. 슬쩍 돌아본 그의 등뒤로 할아버지의 손에서 번뜩이는 묵직한 크리스털 재털이를 발견했기 때문에! 아직은 살아야 하지 않는가! 너무예쁜 미경을 자신의 색시로 맞으려면 말이다!
그렇게 폭풍이 지나간듯 고요해진 거실에서 노인은 다시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몇번의 신호음이 울리고 듣기만 해도 기분좋은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노인의 귓속으로 들려왔다.
- 할아버지? 미경이에요!
"이녀석 할아버지 귓청떨어 지겠다.
노인의 얼굴엔 환하게 웃음꽃이 피어있었지만 그런 표정관 달리 짐짓 엄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 에이~ 할아버지 그런 목소리 않어울리 세요! 그리고 하나도 않무서워욧! 헤헤~
"허허~ 호랑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나를 뒷방 늙은이로 취급하는 사람은 세상천지에 너 하나 뿐일게다."
-어머! 저 그런적 없어요! 흑흑! 할아버지 절 여태 그렇게 버릇없는 애로 생각하셨군요~
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미경의 넉살과 애교에 오랫만에 노인의 집엔 커다랗고 유쾌한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고 있었다.
"고얀것! 그래, 우리집 망나니는 어떻게 할 생각인게야? 정말 혼인할 생각이 없는게냐?
- 할아버지, 제가 준호 좋아하는거 아시잖아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저에게 다 생각이 있답니다.
미경의 똑소리 나는 대답에 노인의 목소리가 은밀해 졌다. 처음부터 미경과 자신이 짜고치는 고스돕 이었지만 불안한 마음은 감출수가 없었다. 이젠 노인도 어쩔수 없이 나이를 먹는것인가 싶어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대체 무슨 생각인게야? 나도 좀 알자꾸나."
- 망나니 길들이기 프로젝트! 호호~ 오늘은 여기까지! 할아버지 절대로 비밀 지키시는 거에요!
얇은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미경의 목소리에 베어있는 장난기가 노인에게 까지 전해져 오는것 같았다. 이녀석! 아무래도 자신의 손자놈은 제대로 걸린것 같았다.
"좋다! 난 항상 니편이야. 명심하거라!"
- 그럼요~ 날이 많이 더워요, 할아버지 건강 조심하시는것 잊지마시구요. 조만간 찾아 뵐께요.
"오냐."
예의 바르게도 미경은 노인이 먼저 전화를 끝을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이런 작은것까지 세심하게 신경써주는 미경이 노인은 마음에 꼭 들었다.
"망나니 길들이기 프로젝트라…. 허허~ 기대 되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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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와 어울리는 밝고 가벼운 얘기를 써보고 싶었어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손이 가는대로 썼는데....
여러분들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 (__*)
너무 무거운 주제의 비애를 잠시 잊어보고자 쓴 글이니...
예...예뻐해 주세요... ㅠ_ㅠ
후다다다다다다 ~~~~~~ 닥! [도망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