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습니다. 더구나 오늘은 바람 한점 불어오지 않은지 거리의 가로수들은 조그만 움직임도 없이 그저 더위에 지친 모습으로 축 늘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들판의 벼들은 매일 매일 푸르름을 자랑하며 열심히(?) 자라나더니 어느새 조그만 이삭을 매달고 저를 향하여 웃고 있는 듯 보입니다. “벌써 벼 이삭이 나왔구나! 그나저나 이렇게 무더울 때 소나기나 한 줄금 내렸으면 좋을 텐데 소나기가 내린다면 정말 시원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만 그러나 하늘에서는 여전히 강한 햇볕만 쏟아져 내릴 뿐 소나기가 내릴 기미는 전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는 사이 저는 보성읍 용문리에 있는 어느 건설회사의 보성지사 사무실로 우편물을 배달하러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아가씨! 안녕하세요? 등기 편지가 한통 있습니다! 여기에 서명을 해주세요!” 하였더니 사무실의 아가씨가 “우메! 이것이 무지하게 빨리도 와부렇소 잉! 어지께 오후에 보냈다고 연락이 왔드만 우추고 이라고 빨리 와 분다요? 징하게도 빨리도 와부네 잉!” 하는 겁니다.
“아가씨! 원래 요즘은 우편물이 빨리 와요! 우편물이 빨리 온다고 해서 기분이 나쁘다거나 성질이 난다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요?” 하며 빙그레 웃었더니 “아이고! 아저씨 아! 편지가 빨리 온디 뭔 성질이 난다요~오! 얼렁 온께 좋제~에! 그나저나 무지하게 빨리도 와부렇구만이라 잉!” 하면서 우편물 수령증에 서명을 합니다. “여기 이 우편물은 일반 우편물입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하고 막 사무실을 나오려는 순간 “아저씨! 그란디 엊그저께 제가 등기 편지 보내주라고 맡긴 것 영수증은 으따가 둿어요?
으째 영수증이 통 안 와분다요? 영수증이 있어야 쓰거인디!” 하기에 “아니! 등기 접수증이 없다니요? 언제나 등기 우편물 보낼 적마다 접수증을 우편물과 함께 배달했는데 접수증이 없다니 무슨 말씀이신지 혹시 우편물을 확인도 하지 않고 그냥 쓰레기통에 버린 것 아닙니까?”하였더니 “우메! 큰일났네! 나는 대충 편지만 골라내고는 그냥 쓰레기통에다 내부렇는디 그라문 이일을 으째사 쓰까?” 하면서 빙그레 웃습니다. “아니 그럼 우편물을 확인도 하지 않고 그냥 쓰레기통에 버린다는 말씀이세요?” 하고 다시 물었더니
“아저씨~이! 그게요! 사실 필요도 없는 우편물이 너무 많아요! 자기 회사의 정수기를 사라느니 옷을 사라느니 또 어떤 회사는 무슨 농약을 사라는 광고물을 보내는데 아저씨도 아시다 시피 저의 사무실에 농약이 무슨 필요가 있겠어요! 그래서 저의 본사에서 오는 우편물을 빼놓고는 대충 보고는 쓰레기통에 버리거든요! 그런데 그만 등기 편지 영수증이 쓰레기 통으로 들어갈 줄을 어떻게 알았겠어요? 아저씨 미안합니다!” 하면서 겸연쩍게 웃습니다. “아가씨! 그런데 아까는 순 전라도 말을 하더니 갑자기 서울 말씨로 바뀌었네요?”
하고 묻자 아가씨는 다시 빙그레 웃더니 “원래 제가 전라도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전라도 말을 한번 해보려고 했는데 마침 아저씨가 오셔서 전라도 말을 한번 해봤어요! 전라도 말이 재미있지요? 그렇지요? 아저씨!” 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 순간 밖을 내다보니 시커먼 먹구름이 천천히 하늘을 덮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후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소나기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마치 뜨거워진 대지가 식으려는 듯 빗방울이 땅바닥에 닳을 때 마다 풀썩 풀썩 먼지가 나기 시작하더니
먼지는 이내 빗물에 씻겨 떠내려갑니다. 그리고 때마침 소나기와 함께 불어오는 바람이 정말 시원함을 느끼게 해 줍니다. 저는 잠시 소나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면서 사무실의 아가씨에게 전라도 말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가씨의 말에 의하면 지금의 아가씨들은 전라도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실 제가 느끼기에도 요즘의 전라도 말은 나이가 많으신 어른들을 빼고는 거의 사용하지를 않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전라도 말이 없어져버리면 어떻게 하지?”
전라도 아가씨(?)
있습니다. 더구나 오늘은 바람 한점 불어오지 않은지 거리의 가로수들은 조그만 움직임도 없이 그저 더위에 지친 모습으로 축 늘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들판의 벼들은 매일 매일 푸르름을 자랑하며 열심히(?) 자라나더니 어느새 조그만 이삭을 매달고 저를 향하여 웃고 있는 듯 보입니다. “벌써 벼 이삭이 나왔구나! 그나저나 이렇게 무더울 때 소나기나 한 줄금 내렸으면 좋을 텐데 소나기가 내린다면 정말 시원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