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건국기 1부-5편: 그롬웰의 검무

Alone200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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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건국기 1부-5편: 그롬웰의 검무

 


(이미지는 워크래프트3 팬아트 섹션에서 퍼왔습니다. 삭제하시길 원하시면 연락주셈)

 

동카스가 직접 성문으로 나가 왕궁 기사단을 영접하였다.


성문이 열리고 기사단이 들어오자 동카스는 뭔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졌다.
특히나 단장이라는 작자의 음습한 얼굴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아이리스의 얘기를 듣고는 왜소한 몸집에 바짝 마른 몰골을 한 소인배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지로 만나보니 그롬웰이란 작자에게서는 깊고 깊은 어둠의 그늘과 가슴속의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독기가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기사단원들이란 녀석들도  모두가 무표정에 어딘지 모르게 음침하고 침울해보였다.

동카스가 예의를 갖추어 읍을 올렸으나 괘씸하게도 그롬웰은 말에서 내리지도 않고 고개만 까닥하여 인사를 대신한다. 무엄한 그의 행동에 동카스의 수족들은 모두 속으로 분개했다.

그롬웰이 거만한 시선을 내리꽂으며 말꼬리를 치켜올려 귀찮은 듯 묻는다.


"성...주의 이름이..?"

동카스가 대답했다.

"동카스라 하옵니다."


"베란두르에서 온 반역자 부녀가 이곳에 숨어들었다는 제보가 있었다. 그들이 어디있는지 아는가?"

동카스가 단장을 위해 준비한 코끼리 가마를 가리키며 다시 대답했다.

"반역자들에 대한 보고는 받지 못했습니다만 지금 즉시 제 부하들을 풀어 성안을 샅샅히 뒤지도록 하겠습니다. 그러하오니 단장님은 부디 걱정하지 마시고 어서 말에서 내리셔서 가마에 올라타시어 저희들의 환대를 받으십시오."

동카스의 우대하는 소리에 그롬웰은 '씨~익' 기분나쁜 웃음을 짓더니만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나더러 저 괴상망칙한 동물등에 올라타고 가라는 겐가? 니가 정녕 죽고 싶은 게로구나~!"

비록 빈정대는 말투에 소리는 그리 크지않았으나 사람들은  섬뜩하게 머릿속을 파고들며 동시에 날카롭게 폐부를  찌르는 그롬웰의 기분나쁜 목소리에 모두 움찔하였다. 아직도 귓가의 그의 음성이 왕왕대는 듯하다.

"아... 아니옵니다. 단장. 저 가마는 귀한 손님들만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옵니다. 그 무...무슨 섭섭한 말씀을..."

말도 채 끝마치지 못하고 '퍽'하는 소리와 함께 동카스는 눈을 감았다.
창졸간의 일이라 동카스는 뭐가 날아온 것인지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앞뒤 생각한 겨를도 없었지만 만약 그렇다 해도 차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기에 동카스는 차라리 눈을 감아 버렸다.
검집채 던져진 것이라 베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그롬웰의 검이 날아와 동카스의 이마를 때린 것이다.

"주워라~!"

그롬웰이 동카스에게 소리쳤다.
동카스의 부하들은 모두 가슴이 뜨끔거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저 거무튀튀한 얼굴의 재수없는 녀석을 박살내어 버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동카스가 한마디 명령만 내리면 모두 달려들 태세이다.

동카스가 눈을 떴다.
불똥이 튀어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태워 버릴  듯한 눈을 다시금 내리깔고 무릎을 꼿꼿히 편채 허리를 숙이어 검을 집었다.

"무릎을 꿇어 주워라~!"

그롬웰이 소리쳤다.
동카스는 기가 막혔지만 잠깐 호흡을 가다듬고 깊은 숨을 조용히 몰아쉬었다.
되려 동카스의 부하들이 분통이 터져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머리끝까지 김이 모락모락 솟아올라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모두 다 같이 힘을 합쳐 저 재수없는 단장이란 녀석의 대갈통을 날려 버릴려는 찰나 동카스가 무릎을 꿇었다.
어금니를 꽉 깨문 것이 보였다. 검을 집어 일어선 그는 그롬웰에게 검자루를 돌리어 대었다.

"크크크 나를 찌르지 않을 터이냐?"

"어...어찌 그런 불온한 생각을 하겠습니까......" 분노와 치욕에 목이 멘 그의 떨리는 음성이 들려왔다.

그롬웰은 흡족한 듯 검을 받아들며 말했다.

"흐흐흐. 내 잠시무례하게 군 것을 용서하오. 잠깐동안 그대를 의심했지만 아마도 내가 잘못 생각했는가 보오. 앞장 서서 어서 길을 안내하시오! 기꺼이 그대들의 환대를 받아주겠소. 하하하~!!!"

동카스는 등을 돌려 말에 올랐다. 분에 겨워 눈물이 찔금거릴 지경이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리따운 아이리스를 위해 정성껏 마련되었던 연회가 졸지에 모두 왕궁 기사단을 위한 자리로 바뀌어 버리자 모두들 심정이 착잡한 가운데 이런 분위기를 아는 듯 모르는 듯 동카스는 기사단을 대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특히 변덕이 심한 그롬웰의 비위를 맞추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동카스의 발린 혀에 연신 깔깔거리던 그롬웰이 갑자기 연회장의 중앙으로 나섰다.

"내 소시적에 어깨너머로 검무를 약간 익혀본 적이 있소이다.
오늘 이렇게 동카스 성주 같은 영웅호걸도 만나 기분도 좋고하니 부족하나마 눈요깃거리라도 하시라고 잠깐 보여드리려 하오?
괜찮겠소?"

갑작스런 제안에 잠시 어리벙벙하던 표정에 동카스가 대답한다.

"조..좋소"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검솜씨는 힘이 넘치면서도 절도가 있었다.
웅웅거리는 그의 검사위에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가 흔들거린다.
연회장 내의 사람들은 다들 달갑지 않은 마음에 얼굴이 돌처럼 굳어 있다.

한참 검무를 추던 그롬웰이 검을 곧게 앞으로 쭉 편채 입가에 씨익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모두들 이렇게 시큰둥한 걸 보니 나의 검무가 그리 즐겁지 않은가 보오. 크크크..."

운을 띄운 그롬웰이 잠시 연회장을 둘러보더니 말을 잇는다.

"내 그럴줄 알고 이 검무의 마지막을 장식할 조그마한 여흥을 하나 준비했소이다."

섬짓한 그의 음성에 모두들 머릿털이 쭈뼛하는데 검을 거두며 그롬웰이 턱을 까닥하자 그의 수하중 한명이 잠시 연회석을 나갔다 들어온다.

그롬웰의 수하가 한쌍의 남녀를 데리고 들어오는데 남자는 팔다리가 모두 부러졌는지 흐느적거리고 연신 눈동자를 사방으로 굴려대며 턱을 달달거렸으며 여자는 다행히 상처는 없었으나 얼굴이 온통 새하얗게 질린 채 초점 없는 눈으로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동카스와 그의 부하들은 모두 깜짝 놀라 숨이 멎을 듯 했으나 차마 입밖으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채 침만 삼켰다.

남자는 동카스의 측근 중 한명이었으며 여자는 바로 아이리스였다.

얘기는 이렇다.
동카스는 레오르도와 아이리스가 왕궁기사단의 눈을 피해 달아날 수 있도록 자신의 수하 몇 명과 함께 성의 지하에 숨겨진 비밀 보도를 통해 밖으로 피신하도록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지금 눈앞에 자신의 수하중 한명은 걸레짝이 되어 누워있으며 레오르도는 보이지도 않고 아이리스양은 마냥 정신을 놓아 버린 사람처럼 저러고 있단 말인가?


"이 녀석들은 모두 아스가르드 왕국에 반역한 대역죄인들이오. 필시 이 녀석들 뒤엔 배후가 있으련만 불지 않는 탓에 저 여자와 이 놈 하나만을 남기고 모두 죽여버렸소."

'불지 않는 탓에...모두 죽여 버렸소'라는 말에 동카스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가슴속에 피가 들끓는 듯 했다.
이래놓고 잠시 뜸을 들인 그롬웰이 다시금 계속해서 말을 내뱉는다.

"내 오늘 왕궁 기사단을 위해 마련된 성대한 연회에 대한 보답으로서 약소하나마 배신자의 말로가 어떠한지를 눈요깃거리 삼아 하나 보여드리겠소.
이 녀석을 기둥에 묶어라~!"

그롬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걸레짝이 된 그 병사가 기둥에 매여졌다.
동카스의 부하들은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에 동카스와 그 병사를 반복하여 번갈아 쳐다보았다.
곤두와나 성의 성주 동카스는 어금니를 꽉 깨문채 속에서 불이 날 지경인 것을 참고 있었다.

병사가 기둥에 다 묶이자 그롬웰이 멈추었던 검무를 다시 추기 시작한다.
웅웅거리며 사방을 헤집듯 베어가던 그의 검날이 빠르게 기둥 주위를 맴돌기 시작하자 걸레짝 병사는 두려움에 몸을 떨며 격앙된 고음의 쇳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 비명 소리 사이로 사방에 은은한 촛불빛을 날카롭게 반사하며 궤적을 그리는 그롬웰의 검무는 그 자태가 가히 날아갈 듯 화려하고 아름다운 동시에 공포스러웠다.

"아~우~아우~"

눈물, 콧물에 침까지 범벅이 되어 의미도 알아듣을 수 없는 그의 비명 소리 주위로 이미 수십차례 그롬웰의 검이 '쿵!', '쿵!' 소리를 내며 기둥에 박혔다가 뽑혀졌다.

연회장 안에 분위기는 삽시간에 공포와 두려움으로 휩싸였으며 검이 기둥에 박힐 때마다 동카스의 수하들은 모두 눈을 질끈질끈 감았다.
그롬웰의 검무가 점점 최고조에 다다르자 검이 뿜어내는 엄청난 기류에 천장이 들썩거리고 여기저기 두려움에 질린 하녀들이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으하하하~!"

자신의 신들린 듯한 검무에 혼이라도 빼앗긴 듯 괴상한 웃음을 크게 내지르던 그롬웰이 살기를 품는다.

"죽어랏~!"

그의 검이 기둥에 묶인 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병사의 목으로 곧장 베어들어가자 갑자기 동카스의 눈이 번쩍하고 빛을 발하며 괴성을 내질렀다.

무언가 엄청나게 둔탁한 것이 검에 부딫히고 그롬웰은 그 기세에 밀려 십여발자욱 뒤로 물러나서야 겨우 멈춰설 수 있었다.
아직도 검을 잡은 손목이 시큰거린다.

그롬웰의 검을 쳐냈던 망치는 마치 부메랑처럼 동카스의 손으로 되돌아갔다.
젊은 시절 마법사였던 그의 부인이 다섯 정령의 힘을 불어넣어 제련해준 마법의 망치였다.
얼마나 힘껏 던졌는지 동카스 자신도 숨을 몰아쉬고 있다.

"네 놈이 죽고 싶은 게로구나"

그롬웰이 차갑게 한마디를 내뱉자 동카스가 비분강개한 목소리로 응수한다.

"나 동카스~! 고향을 떠나 정복왕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아스가르드에 정착한지 기십여년, 안타깝게도 불미스러운 일로 정복왕 폴크스겐께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을 때도 이토록 비참하지는 않았다.
감히 혈육과도 같은 나의 수족들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다니..."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도 또박또박 호흡을 이어가던 동카스는 잠시 목이 메이는 듯 말을 멈추었다가 망치를 바닥에 '쿵'하고 짚더니만 산이 무너질 듯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치었다.

"곤두와나 성의 성주 나 동카스는 오늘부터 아스가르드 왕국의 신하가 아님을 밝힌다. 감히 인간으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짓거리들을 일삼는 바이자르의 놈들을 오늘 모두 처단하리라~!"

그롬웰이 코웃음을 친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구만"

"쳐라~!"

동카스가 외치며 달려들었다.
동시에 그의 수하들도 함성을 지르며 재빠르게 검을 뽑아 들고 달려드는 동시에 아이리스와 기둥에 묶인 자신들의 동료를 구해내려 했다.
하녀들은 모두 "꺄악~!"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달아난다.

"그래 좋다. 모두 반역죄다."

정색을 한 그롬웰이 한마디 대차게 내뱉더니 전광석화처럼 대뜸 기둥으로 달려들어 묶여있던 병사의 목을 뎅강 쳐내어 버렸다.
힘없이 툭하고 떨어지는 부하의 머리통을 보고는 동카스의 눈이 뒤집혔다.

연회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