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 김혜수 벗긴 벗었는데...

코모도2004.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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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가 '얼굴없는 미녀'에서 과감한 노출을 보여줬다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연기 경력 19년 만에 처음으로 전라 연기를 펼쳤다는 사실 때문인지 시사회장인 서울극장에는 많은 영화관계자들이 몰렸다. 전지현과 이효리가 나오기 전만 해도 '침실을 같이 쓰고 싶은 여자 연예인' 설문조사에서 항상 1위를 지켜온 김혜수가 왜 서른네살이 돼서야 비로소 벗는 연기에 도전하게 됐을까?

 '영화를 위해 옷을 벗을 생각은 없어요' 등 그간의 인터뷰를 보면 김혜수는 몸에 대한 묘한 이중적 태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벗는 연기엔 거부감을 가졌음에도 무슨 시상식 같은 데서는 파격적인 옷차림으로 입방아거리를 제공했다. 아무튼 당시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로 인해 가장 섹시한 여자 배우에게 '글래머 스타'니 '건강미인'이니 하는 격에 맞지 않은 수식어를 붙였던 것이다.

 김혜수는 이번 영화는 노출이 줄거리의 전개상 필요한 부분이어서 개의치 않았다며 자신의 몸에 쏠리는 과도한 호기심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영화가 현란한 시각적 테크닉을 뒷받침할 스토리가 없다 보니 관객들은 김혜수의 몸과 광기어린 연기에 시선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첫 남자에게 버림받은 뒤 '경계성 장애'에 걸린 김혜수와 정신과 의사인 김태우의 위험한 사랑에 대한 묘사는 이미지만 난무했다. 감각적인 영상은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화려했지만 아쉽게도 거기까지다. 차라리 김혜수가 자신의 몸에도 관심을 가지고 예쁘게 봐달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더라면 더 좋았을 뻔했다.

 김혜수가 벗었다는 사실이 홍보사의 보도자료와 언론의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크게 어필 못할 것 같다. 5년만 먼저 벗었어도 상황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해피엔드'에서의 전도연과, '장희빈' 때문에 김혜수가 포기한 '바람난 가족'에서의 문소리의 노출 연기가 더 과감했다. 대중스타들의 누드 붐도 영화 속 김혜수의 정사 신을 특별하게 만들지 못하게 했다.

 김혜수는 TV와 영화를 넘나들며 언제나 건강하고 도도한 이미지의 틀 내에서 포즈와 표정을 약간씩 변주해왔다. 단편 '메모리즈'에서 한맺힌 눈물을 흘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변신을 시도하지 않았다. 이런 그를 입과 몸의 잠재력만을 팔며 좋은 세월 다 보낸 배우라고 한다면 지나칠까? 14편의 영화에 출연한 톱스타면서도 선뜻 대표작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그의 분위기는 항상 화려하지만 내면 연기보다는 오히려 '신라의 달밤'에서의 과장된 코미디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사실을 아는지.

 김혜수는 인터뷰 때마다 '화려하다, 강하다, 도도하다, 잘 놀 것 같다' 등 자신을 둘러싼 오해들이 실제보다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영화가 관객과의 소통에 실패한다면 '나이 들어 상품성이 떨어지니 마지막으로 벗어서 승부를 건다'는 오해 한가지가 추가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번 영화는 이제껏 그가 쌓아온 밝은 이미지를 일거에 무너뜨릴 수도 있는 위험한 도전이다. 그래서 '얼굴없는 미녀'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가 자못 궁금해진다.

서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