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를 꿈꾸며-21부-

까미유2004.08.03
조회5,246

제 21 부



바에 나란히 앉아 있는 태희와 진우. 태희가 담배를 꺼내 피워 물며

건들거리듯 허공에다 동그라미를 만들고 앉아 있다. 진우가 술 잔을

기울이다 앞을 보며 입을 뗀다.


-결혼할거냐?


진우의 말에 태희가 피식 웃으며 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 낸다.


-무슨 상관인데?


태희의 말에 진우가 굳은 표정으로 돌아 본다. 태희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지만 참는다.


-그냥 적당히 연애하다가 그만둘 거라면 애시당초 시작 하지마.


태희의 표정이 굳어지고 담배를 비벼 끄며 진우를 돌아본다.


-그건 너 아냐? 난 니가 아냐.


태희의 말에 진우는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참고 고개를 돌린다.


-불쌍한 애야, 상처 같은 거 주지 마라.

-그것도 니가 상관할 일은 아니구.

-수정일 사랑했던 내 맘은 진심이었다. 그것까지 배신한 건 아니었어.

너한테 내가 미안해야 할 일이나, 비난을 받아야 할 일은 없어.

-그래? 그럼 내가 너한테 이런 소릴 들을 이유 또한 없다는 것도 알겠네.

성진우, 내 말 똑바로 들어. 난, 너처럼 수정이하고 아주 끝날 때까진

한 눈 안 팔아. 수정이가 날 떠나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내가 먼저 그 앨 보내는 일은 없을 거니까, 너나 니 마음 단속 잘하고 살어.

괜히 맘 못 정하고 사람 헷갈리게 해서 수정이까지 피 보는 일 없게 하란 말야.


태희는 윤미를 두고 한 말이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진우를 내려다 보다

돌아서는데 진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무겁게 말을 꺼낸다.


-그렇게 자신 있냐?


진우의 말에 태희가 돌아본다.


-언제까지 그렇게 자신할 수 있는지 보겠다. 니 말대로 수정이한테

상처 주는 일 따위 정말 없길 바란다.


진우가 태희를 지나쳐 먼저 나가버리자 태희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





****************



어깨동무를 하며 비틀대는 수정과 현숙. 긴 골목길을 노래를 부르며 둘은

올라간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현숙이 먼저 노래를 시작한다. 수정이 실실 웃으며 같이 따라 부른다.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그러다 수정이 킬킬대며 웃자 현숙이 따라 웃어댄다.


-야, 계모가 신데렐라한테 구박하지 않고 잘해줬으면 아마두 왕자는 못 만났

을거야 그치?

-그랬을까?

-백설공주가 왕비한테 쫓겨 나지만 않았어두 일곱난쟁이들이 그런 고생 안했을

거구, 왕자도 못 만났어. 그리구, 잠자는 숲속의 공주 역시 조금만 부지런한

년이었음 그케 잠만 자다 왕자를 만났겠냐?


현숙이 킬킬대며 말하자 수정이 고개를 끄덕인다.


-맞어.

-그러니까 넌, 진우한테 평생 고마워해야 돼. 진우가 바람만 안폈어두

니가 왕자를 만났겠냐? 어림두 없지.


진우의 말이 나오자 수정이 시무룩해진다.


-왜? 진우 얘기 하니까 맘이 그러냐? 허긴.....사실, 진우랑 너 한참

만날 때 추억이 좀 많았냐? 왜, 지난 겨울에 진우가 군고구마 사온다구

나가서는 한 시간 넘게 동네를 쏘다니다 들어왔잖냐. 그때 그 고구마가

정말 맛있었는데. 참, 기억나? 너 새어머니한테 홀라당 옷 벗겨서는

내쫓겼을 때, 진우가 내 옷 훔쳐다가 너한테 갖다 주고서는 데리고

왔었잖아. 그래서 너, 감기 걸려 가지구 진우가 밤새도록 이불 덮어주고

우유 데워주고 그랬잖아. 가진 게 없어서 그렇지, 그래도 진우가 너한테

참 잘했어.

-그만해. 그런 얘길 뭐하러 하냐?


수정이 눈물을 글썽이며 걸어 올라가자 현숙이 비틀대며 뒤따라 걸어

올라간다.


-같이 가.




*****************



약수터를 다녀온 강회장과 태경이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선다.


-태희는?


강회장이 들어오며 묻자 주방에서 나오던 모친이 이층을 올려다 보다 말한다.


-피곤한가봐요.

-지가 뭔 일을 했다고 피곤해? 깨워.


욕실로 들어가는 강회장을 힐끔 보다 입을 삐죽 내밀고는 태경을 본다.


-니가 올라가서 좀 깨워봐.

-네.


태경이 올라가려자 모친이 다시 태경을 부른다.


-얘, 태경아.

-네?

-태희 말이다. 접때 말한 여자 애랑 정말 교제한대니?

-모르겠어요.

-어떤 애니?

-그냥 뭐, 평범해요.

-좋아하는 거 같애?

-장난은 아닌 것 같구요.


태경의 말에 모친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돌아서 주방으로 들어간다.

태경이 이층으로 올라가 태희 방문을 열면 태희는 여전히 침대 속에

누워 있다. 태경이 이불을 젖히자 태희가 실눈을 뜬다.


-일어나.

-나 좀 그냥 둬.


태희가 몸을 돌리며 짜증스럽게 내뱉자 태경이 태희의 엉덩이를 툭

치며 말한다.


-기어이 아버지 올라오시게 만들래?

-아이씨...


태희가 짜증난 듯 벌떡 일어나 앉으며 잠에서 덜 깬 얼굴을 두 손으로

쓸어 내린다.


-정신 차리고 내려와.


돌아서 나가려다 태경이 다시 돌아본다.


-아버지한테 말씀 안 드릴거냐?

-뭘?

-수정이란 애 말야. 제주도에 기어이 데리고 갈 생각이라며?

-내가 알아서 해.


자리에서 일어나며 태희가 툭 내뱉자 태경이 그런 태희를 물끄러미 보다

돌아서 나간다. 욕실로 들어가 씻고 나온 태희가 아래층으로 내려와 주방에

들어섰을 땐 이미 아침 식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게으른 것도 병이야, 낼 모레면 내려갈 녀석이 여태 잠이야?


강회장의 말에 태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는다.


-짐들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

-오늘 미리 항공편으로 보낼 겁니다.


강회장의 물음에 그제서야 퉁한 목소리로 태희가 말하고 수저를 든다.


-주말 저녁에 식사나 같이 하지. 내려가면 언제 볼지도 모르는데.

-외식요?


강회장의 말에 모친이 묻자 무뚝뚝하게 강회장이 말한다.


-알아서 해. 밖에서 하든, 안에서 준비를 하든. 인원은 몇이나 내려 가?


태경을 보며 묻자 태희가 국을 뜨다 힐끔 태경의 눈치를 본다.


-총지배인을 비롯해서 다섯입니다.


아마도 수정이 그 인원 안에 포함이 되어 있을 것이다. 태희는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밥을 먹는다.




*****************


눈을 뜬 현숙은 간 밤에 마신 술 때문인지 머리가 아프고 속이 쓰리다.

방바닥을 기어서 나가면 수정이 아침 준비를 하고 있다.


-언제 일어났냐?

-조금 전에, 아침 준비하고 나서 깨우려고 했는데.

-너는 원더우먼도 아니고, 어떻게 그렇게 생생하냐? 아유, 내 눈 앞엔

지옥이 왔다갔다 하누만. 물 좀 줘.


수정이 냉장고에서 찬 물을 꺼내 건네주자 현숙이 시원하게 들이킨다.


-아이고, 머리야.


다시 기어서 방으로 들어가 눕는 현숙. 수정이 차린 밥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오자 현숙이 기운 없이 일어난다.


-먹을 때는 비싼 술이 좋은지 모르겠지만, 먹고 나면 그게 다 소용없는 거야.

골 빠개지는 거나 속에서 불나는 건 똑같잖냐.


현숙이 수저를 들고 북어국을 떠서 먹으며 궁시렁대자 수정이 힐끔 보며

웃는다. 그때 휴대폰이 울리고 가방에서 꺼내 보면 액정화면에 태희의 번호가

찍혀 있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아침 먹었냐?

-지금 먹고 있는 중이야.

-나중에 나 좀 보자.

-무슨 일인데?

-보면 알어, 나중에 데리러 갈게.


항상 그렇듯이 제 할 말만 하고 끊어지는 전화가 새삼스러울리 없다.


-분명히 해둘 게 있다.


전화를 끊자 현숙이 수정을 보며 못 박듯 말한다.


-무조건 나도 간다.

-장담 못 해.

-그러니까 오늘 만나면 꼭 약속 받아 오란 말야. 만약에 못 받아 오면

죽어도 내가 너 안 놓는다. 그럼 너두 제주도 못 가.

-협박이냐?

-그래, 협박이다. 나는 오늘부터 니 친구, 남현숙이 아니라 물귀신이다

이거야. 그러니까 나, 따돌릴 생각 하지 마.


현숙의 말에 수정은 긴장한 듯 수저를 들고 빤히 쳐다본다. 이 귀신을

어찌해야 할까. 그때 다시 수정의 휴대폰이 울린다. 이번엔 새어머니다.


-네.

-제주도 간다며?

-네.

-인사도 없이 가려고 했니?

-아니요, 내일쯤에 한 번 가려고 했어요.

-거지 동냥하는 것도 아니고, 돈 봉투만 덜렁 던져주는 짓거리는

어디서 배운 거래니?


수정이 아무말도 못하고 있자 현숙이 누군지 알 것 같단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흔든다.


-내일 저녁에 와 그럼.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자 수정이 한숨을 길게 내쉰다.


-왜?

-그냥, 좀 보재.

-이번에도 돈이냐?

-아니.

-도대체 그 인간들은 언제나 인간이 된다니? 내가 물귀신이 아니라

그 인간들이 아주 물귀신이다.





****************



윤미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서 있는 진우. 대문을 열고 윤미가 나오자

피우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 발로 비벼 끈다.


-아침부터 어쩐 일이야, 여기까지?

-타.


진우가 차 문을 열자 윤미가 차에 오른다. 진우의 차가 출발하고 한참을

그렇게 달린다. 윤미는 아무 것도 묻지 않는다. 진우의 차가 도착한 곳은

서울 근교에 있는 묘지이다. 진우의 부모님이 묻힌 산소 앞에 선 두 사람.


-인사 드려, 우리 부모님이셔.


진우의 말에 윤미는 놀란 눈으로 진우를 돌아보다 어색하게 절을 올린다.


-내가 널 여기로 데리고 온 건, 말 안 해도 무슨 뜻인지 알지?


절을 끝낸 윤미가 진우의 말에 고개를 돌려 본다.


-내가 너한테 해줄 건 아무 것도 없어, 니 곁에 있는 것 말고는.


물끄러미 보던 윤미가 다가와 진우를 껴안는다.


-그거면 돼, 다른 건 필요 없어.

-노력은 해볼게.

-믿어도 되는 거지? 다시 맘이 바뀌는 건 아니지?


윤미가 진우에게서 떨어져 나와 올려다 보며 묻자 진우가 가만히 윤미를

내려다 본다.


-니가 흔들리지 않는다면 나도 흔들리지 않아.

-하나만 묻자, 왜 맘을 바꾼거니?


윤미의 물음에 진우는 말을 못하고 바라만 본다.


-수정이 때문이니?

-.......

-그렇더라도 상관없어. 그거 아니? 내가 성진우란 앨 장난으로 만났는데

사랑하게 되어버렸단 말이지. 그래서 성진우란 애한테는 자존심까지도 다

버렸단 말야, 천하의 이윤미가.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겠니 이젠?

-알아.


진우의 말에 윤미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리고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



기다리고 있는 태희의 차에 오른 수정. 태희가 수정일 돌아본다.

안전벨트를 매고 수정이 태희를 마주 본다.


-왜?


빤히 보는 태희를 보고 수정이 민망한 듯 묻는다.


-오늘 보니까 너 참, 못생겼다.


웃으며 태희가 시동을 걸자 수정이 기 막히듯 보다 입을 삐죽거린다.


-나두 알어. 못생긴 날 왜 보자구 한 거냐?

-널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어서.

-날?

-가보면 알어.


차는 태희의 집쪽으로 향한다. 태희는 모친에게 수정일 소개할 생각이었다.




**************


설거지를 막 끝내고 돌아서 식탁 앞에 앉는 새어머니. 주방으로 들어오는

모친을 보고 자리에서 다시 일어난다.


-뭐,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내일 저녁은 일찍 들어가셔도 되겠어요. 밖에서 저녁 먹을 거니까,

오늘은 장 안 봐도 될 것 같네요.

-네에. 가족끼리 외식 하나봐요?

-네, 막내놈이 모레 제주도 가거든요.

-어머, 그래요? 우리집 애도 제주도 가거든요. 워낙에 역마살이 낀 애라서

한 곳에 붙어 있질 못해요. 제주도에 있는 호텔에 취직을 했다네요.

-호텔요?

-네.

-무슨 호텔이래요?

-글쎄요, 호텔 이름을 안 물어봐서.....


우연치곤 좀 이상한 기분이 든 모친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방에서 나간다.




***************



태희 집 앞에 도착한 두 사람. 차에서 태희가 내려 수정이 앉은 차문을

열자 수정이 차에서 내린다.


-여기가 어디야?

-우리집.

-뭐?

-소개할 사람이 우리 엄마야.

-너, 미쳤어? 진작에 말을 좀 해주지, 이런 꼴로 어떻게 보냐?


수정이 당황하며 말하자 태희가 수정일 위아래로 훑어 보며 말한다.


-괜찮아, 어차피 차려 입는다고 달라질 거 있냐?

-미쳐 증말.


수정이 태희를 보며 흘기자 태희가 수정의 손을 덥썩 잡고는 대문 앞으로

끌고 간다. 수정이 태희의 손을 뿌리친다.


-아니, 잠깐만. 너무 갑작스럽잖아.

-오늘 당장 본다고 내가 너하구 결혼이라도 한대? 그냥 보는 거야.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냐?

-이건 좀 아니다.

-뭐가?

-아니, 그렇잖아. 내가 너하구 뭐, 결혼을 약속한 것두 아니고....

-거, 참 말 많네.


태희가 막무가내로 벨을 누르고 수정의 손을 잡고는 놔주지 않는다.

수정인 당황하기만 하고, 긴장되는 가슴을 쓸어 내린다.


-태희니?

-네.


인터폰에서 들려오는 모친의 목소리 뒤에 대문이 열리자 태희가 수정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선 수정의 눈은 휘둥그레지고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넓은 정원을 보며 마치 궁전에 들어선 신데렐라가

된 기분에 휩싸인다.

 

 

****컴이 고장이 나서 오후에 못 올렸습니다.

이제서야 친척집에 와서 잠깐 들어와 올립니다.

많이 기다리셨져? 당분간은 늦은 밤이 되어서야

글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내 컴이 무지 오래된

거라서...이참에 새로 바꿔야 할 것 같네요^^

지금은 새벽 두시 반입니다. 한시간 반동안 21부

작업 하느라 컴 앞에 앉아 있었더니 지금은

무지 졸립니다. 아유, 언능 자야겠어요.

태풍이 그냥 또 지나갔답니다. 비라도 좀 와줫으면

했는데.....더운데 건강 조심하시구요, 다들 행복한

하루 시작되시길 바랍니다.

이제서야 백조라는 사실이 실감 나는군요^^

아유 좋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