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논문표절 징계 ‘이중잣대’

에잇2006.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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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이필상 총장이 표절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최근 이 대학의 한 교수가 논문 표절을 이유로

해임 처분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논문 표절 책임을 물어 해당 교수를 해임한 것은 고려대에서 처음 있는 일로,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총장을 대학 차원에서 감싸고 나선 것과는 대조된다. 학계에서는 교수의 표절이 폭탄처럼 잇따라

터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원칙과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고려대 징계위원회는 지난달 문과대학 ㅈ 교수가 2004년 한림대 아시아문화연구소의 학술지

<아시아문화>에 실은 논문이 1950년대 출판된 일본 학자의 저서를 표절했다는 이유로 해임 결정을 내렸다.

ㅈ 교수와 같은 학과의 한 교수는 “ㅈ 교수가 펴낸 논문과 일본 학자의 저서를 비교해 보니 전체

논문의 86% 가량이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난 5월 윤리위원회에 이 사실이 알려져 징계위의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ㅈ 교수는 “학교 쪽의 해임 결정은 사실상 교수 충원 과정에서 특정 인맥을 끌어들이려는 문제를 줄곧

지적해온 것에 대한 보복성 징계”라며 “소청 심사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논문과 저서 10편 이상에서 표절 의혹이 제기된 이필상 총장의 경우엔 보직교수들이 적극적으로

변호에 나서고 있다. 지난 26일 총장의 표절 의혹 논문들이 공개된 뒤 고려대 쪽은 이날 오후 총무처장,

대외협력처장, 기획예산처장 등이 이 총장의 기자회견에 배석했다. 김동원 총무처장은 “당시는 재무관리

분야가 학문의 발아기여서 논문 게재 자체가 중요했고, 표절·저작권 개념이 별로 없었다”며 “지금의

잣대로 20년 전 논문을 재단하기 힘들다”고 해명했다. 고대 쪽은 총장이 자신의 저서에 출처를 밝히지 않고

외국 저서를 인용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불거졌는데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름을 알리지 말아 달라는 이 대학의 한 교수는 “평교수는 논문 1편 표절했다고 해임시키고

총장은 10여편을 표절해도 괜찮냐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학의 ㅇ 교수는 “최근 다른

단과대학에서도 논문 표절 문제가 불거졌으나 해당 학과 교수들이 내부적으로 무마시켰다”며 “이필상

총장을 비롯해 교수들의 표절 문제가 아직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데도 적당히 문제를 덮고 가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의 표절 논란을 보면 대학과 학과, 해당 교수의 평판 등에 따라 처벌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2일 연세대 공과대학 백아무개 교수와 제자 정아무개 박사는 2편의 논문 내용을 2년 동안 8편의 논문에

중복해서 실은 것이 확인돼 물의를 빚었으나, 연세대는 지난주 백 교수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리는

데 그쳤다.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에 발표한 줄기세포 조작 논문의 공동저자인 이병천 서울대 교수는

지난 7월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뒤 지난달 학교로 복귀했다.

박거용 한국대학교육연구소장(상명대 교수·영어교육학)은 “대학들이 연구윤리위원회뿐 아니라 윤리강령을

서둘러 만들어야 표절 문제를 다루는 원칙과 기준을 제대로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