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소설] << 흡혈귀 마녀와 동침을 -17 >>

연지바른 마녀2004.08.05
조회1,361

앗, 죄송합니다...

어제는 깜빡하고 못올렸고, 오늘 오전은 내내 다른 자료를 찾느라고 또 깜빡했어요 ㅠㅠ

복제인간에 관한 자료를 찾고 있는데,

혹시 다큐 동영상이나 구체적인 자료들이 있는 곳 아시면 좀 알려주시길...

(뉴스나 신문기사는 거기서 거기라서요...며칠 밤새도록 죽어라고 그 내용만 찾아다녔더니, 머리에서 쥐가 날 지경인데, 별 소득이 없네요. ㅠㅠ)

 

그리고 아직까지 선우 모델인 배우, 맞추신 분 없으시네요.

이야기 곳곳에 힌트가 있건만, 그 배우의 팬은 없으신가봐요.

신해철씨 아니거든요, 저 이거 올리면서 그 분한테 그런 사연있는 거 처음 들었어요.

 

이야기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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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 흡혈귀 마녀와 동침을 -17 >>

 

쓰는 이 : 연지바른 마녀(mskim0920@nate.com)

 


#
도시에서 새 작품마다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지내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나...

 

이런 도시 외곽....
그것도 집 안에서 한 발자욱도 나가기 힘든 생활...
쉽지 않았다.

 

처음엔 미칠 것 같더니...이젠 제법 적응이 됐다.
이제는 조용한 하루하루 속에서
나뭇잎,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조차
살갑게 들려온다.

 

-라라라~ 너를 사랑하면~ 난 행복한 사람이 될거야~-

 

정원에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핸드폰이 간만에 울렸다.^^


[여자E : 저...문 앞에 있는데요.]

 

[선우 : 아, 예...지금 열어드릴께요.]


문을 열었다.

30대는 중반쯤...내 또래 연배 비슷한
여자가 서 있었다.


[선우 : 빨리 오셨네요, 고맙습니다.]


밤새 잠을 못이루고, 고민한 결과
홍소연씨에게... 호스피스를 신청했다.

나와 마녀의 얘기를 함부로 밖에 떠들지 않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내가 피를 두려워한다고,
마녀까지 그 고통을 다 감수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다.
심정이야 참담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마녀도 우리 공간에
다른 이가 들어오는 것을 싫어했지만,
금세 끄떡거렸다.

아픈 걸 워낙 두려워하는 사람인데다,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극도의 동통을 겪었으니...


[선우 : 저... 홍소연씨한테 어디까지 얘기를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여자 : 걱정마세요.]


여자의 단호한 대답은 나를 안심시켰다.


[선우 : 그리고...지난 번 일... 후로 많이 약해졌어요.
심적으로 더요.
그러면 더 쉽게...빨리 진행될 수도 있나요?]

 

[여자 : 삶에 대한 의지를 포기하면, 그런 경우가 많죠.]


내가 망연해 있자...
여자는 위로의 말을 덧붙였다.


[여자 : 그래도 살아있는 동안 즐겁게 살다 가는 것도 복이에요.
최선우씨는 그 분한테 큰 의미가 있잖아요.]

 


#
[마녀 : ...선우씨.^^]


여자와 현관을 들어서자,
습관처럼 나를 불렀다.
그러더니 내 뒤에 따라오는 여자를 보더니
입을 다물었다.


[선우 : 소연씨가 빨리 구해줬어요. 여긴...]


그러고보니 이름도 못물어봤다.


[여자 : 곽은수에요.^^]

 

[선우 : 이 쪽은 김윤아 작가님.^^]


마녀는 마른 손을 내밀었다.


[마녀 : 김윤아에요, 잘 부탁해요. ^^]


은수씨는 마녀의 손을 잡고, 악수했다.

은수씨는... 이런 식으로 떠나보내야 할 사람들과
얼마나 많은 악수를 해봤을까.

 


#
은수씨가 머물 방은 현관 문 옆에 있는
쪽방으로 정했다.


[선우 : 이층에도 방이 있긴한데...
시간 급할 땐... 또 몰라서요.]

 

[은수 : ^^ 네-]

 

[선우 : 그리고... 집사람... 몇 일동안
아무것도 못먹었어요.  우선 영양제라도...
급하게 왔을텐데...미안합니다.]

 

[은수 : 아니에요.^^]


호스피스는 다 그런가?
힘들고 긴장된 간병의 초초함으로 지친 이의
사람 맘을 포근하게 풀어주는 미소가 일등급이다.

 


#
[마녀 : 선우씨, 은수씨하구 밥 좀 해먹어요.^^
난 링겔 맞으니까 됐구...]


영양제를 맞으니 대뜸 화색이 도는 것 같다.


[선우 : 누가 들음 내가 맨날 굶는 줄 알겠어요.
(은수에게) 새 밥 할께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은수 : 네- ^^]

 

[마녀 : 은수란 이름 참 예뻐요...발음도 쉽고.
드라마에도 주인공 이름으로 자주 나오죠?]

 

[은수 : 아, 맞아요... 그러고보니 김작가님
드라마에도 나왔다, 그쵸? ^^]


그 넘의 드라마...얘길 하는 거 보니 -_-;;
이젠 살만한가보다.

괜히 맘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 들어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다행이다.


[마녀 : 앗 ^^ 기억해요?  과부집 식당 딸~
주인공은 아니어도, 명랑한 캐릭터라 인기 많았죠.]

 

[은수 : ^^ 그래도 우리 아버진 불만이 꽤 많았는데요? ^^]


방을 나와 쌀을 씻는데
열린 방문 사이로 소근소근 두 여자의 대화가
드문드문 들린다.


[마녀E : 후후...^^ 은수씨는 이 일 어떻게 하게 됐어요?
가족 중에 혹시...?]

 

[은수E : ...아뇨, 그런 거 없고.. 그냥 하고 싶어서요.
전공도 간호학과였구요.]

 

[마녀E : 하긴 은수씨는 단지 무료봉사차원이 아니고
전문 호스피스니까... 간호학과인 게 장점이겠네요.]

 

[은수E : 잘 아시네요.^^]

 

[마녀E : 그래도 사람 죽는 거 지켜보는 거... 무섭지 않아요?]


저런 걸 어떻게 태연히 물어볼 수 있을까...


[은수E : 가끔은요...무섭게 삶에 집착하는 분들은 눈도 못감으세요.
그런 분은 얼마나 무섭게 노려보다 돌아가시는지...]

 

[마녀E : 나는 아닌데...^^ 나는 안무서워해도 되요~^^]

 

[은수E : 말하는 거 힘에 부치지 않아요?]

 

[마녀E : ...사실은... 많이 힘들어요.^^]

 

[은수E : 그럼 그만 말하세요.]

 

[마녀E : 그나마... 나랑 얘기하지 않음
선우씨까지 벙어리 되니까...^^
앞으로 선우씨 대화 상대 좀 많이 해주세요.^^]

 

[은수E : 네에- ^^ 이젠 그만 쉬세요.]

 

[마녀E : 저기요- 저기 오디오 좀 틀어줄래요? 
CD걸려있을건데.]


후다닥- 방으로 들어갔다.


[선우 : 제가 틀게요. 볼륨이 잘 조정이 안되서.]

 

[은수 : (어리둥절) 아-예-]


은수씨는 링겔 떨어지는 속도를 다시 조정하고 방을 나갔다.

 

나는 CD쪽 버튼을 누르고,
볼륨을 들릴락 말락 아주 작게 조정했다.

음악이 흘러나온다.

 

-라라라~ 너를 사랑하면~ 난 행복한 사람이 될거야~-


[마녀 : ...^^ 자장가...]

 

[선우 : 내 노래가 그렇게 좋아요? ^^]

 

[마녀 : 아뇨.]

 

[선우 : -_-;;;]

 

[마녀 : 당신 목소리를 계속 들을 수 있으니까...]

 

[선우 : ...]

 

[마녀 : 잘래요, 나가서 식사해요.(눈 감는)]


이불을 고쳐 덮어주고
방을 나오면서 약간 열어놨다.

 

링겔 떨어지는 것을
계속 지켜보고 있어야 하지만
안되면 멀리서라도 자주 살펴야하기 때문에...

 


#
은수씨가 마녀 곁에 있어 준 덕에
오랜만에 외출이란 걸 했다.


[태석 : 아주 사람꼴이 아니구나, 쯧쯧.]

 

[선우 : -_-;;;]

 

[현민 : 형이 이러면 작가누나는 어떤거야?]

 

[선우 : ^^;;; 나 잘 있는건데...]

 

[현민 : 형 완존히 스탈 다 베렸어.]

 

[선우 : ^^ 뭐...나중에 재개발하면 되지..]

 

[선영 : 오빠, 밥은 먹고 사는거야?
새언니는 못먹어도, 오빠는 먹구 살아야지.]

 

[선우 : 잘 챙겨 먹는데...
나 밥 안먹음 김작가가 얼마나 화내는데...]

 

[엄마 : 혼자서 잘 챙겨먹어봤자, 그게 살로 가겠냐?
이거 받아라.]

 

[선우 : 이게 다 뭐야?]

 

[엄마 : 이건 밑반찬하구 김치고,
이건 암환자한테 좋다는 것만 넣어서
가루낸 거라드라.
한번 먹여봐라.]

 

[선우 : 김작가 향신료 강한 거, 냄새 맡음 토해.
파김치는 빼요.]

 

[선영 : 그래서 반찬두 제대로 못 챙겨먹는 거 아냐?]


...다들 내 걱정만 하지,
마녀 걱정은 하지 않는 것 같다.
이미 떠난 사람 취급하는 것 같아서,
괜히 화나려고 한다.

 


#
마치 휴가 얻은 기분이다.^^
오랜만에...삼총사가 포차에서 뭉쳤다.


[선우 : (태석형에게) 형은 신혼 생활 어때?]

 

[태석 : 당연히 좋지 ^^
김작가님은 어때?]

 

[선우 : 쉽게 나빠지진 않아.]

 

[현민 : 형두 신혼이잖아.]

 

[선우 : 그, 그렇구나..^^;]

 

[현민 : 그럼 관계는 몇번이나 해?]

 

[선우 : 으응? -_-;;;
어린 것이 별 걸 다 알려고...;;;]

 

[현민 : 우씨... 내가 뭐가 어려!!
알 건 다 안다구!
난 내 여친이랑두...]

 

[태석 : 야야, 강현민, 술이나 마셔라~
(선우에게) 근데 몇 번이나 한다구?^^]

 

[선우 : -_-;;; 우씨... 그래, 그래.
딱 세 번 했다.
결혼 전에 한 번...]


둘... 나를 무섭게 째려본다.


[선우 : 왜, 왜?]

 

[현민 : 열부났네, 열부났어.]

 

[태석 : ...좀 심각타, 이거.  니 문제냐?]

 

[선우 : 둘 다 지금 우리 상황을 모르는거야?
김작간 조금만 기운빠져도 나자빠지는데
나보고 어쩌란 거야?]

 

[태석 : 야- 아무리 그래도-
아깐 나빠지진 않는다고 했잖아.]

 

[선우 : ...원래 기초 체력이 딸리는 사람이야.]


오랜만에 마시는 알콜에 니코틴이...
내 지친 심신을 쉽게 정복해나가고 있다.


[태석 : 너 보니까, 내가 무지 후회되는데...]

 

[선우 : ...]

 

[태석 : 너 모르게 하는게 나을 뻔했다.]

 

[선우 : ...형, 나 괜찮아...
가끔 형이 밉긴 해두 ^^]

 

[태석 : -_-;;;]

 

[선우 : 나두 내가 어떻게 그렇게 쉽고 단순하게
김작가랑 같이 살려고, 미친짓을 할 수 있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는데....
갈등같은 거 없었겠어?
사실은 흔들린 적 수도 없어.]

 

[현민 : 둘이 싸울 때 걍~ 깨지라고 했어야 했는데..쓰바-
윽!!! <--선우가 뒷통수에 한 대 날림]

 

[선우 : 근데 하난 분명해...
그 여자가 나 모르는데서 혼자 죽었다면,
시카코같은 외국서 외롭게 죽어갔다면,
나중에라도 그 소식을 들었다면...
난 아마 뒤늦게 미쳐버렸을거야.]

 

[현민 : 형 지금두 미친넘이야.
억!!! <--태석형이 한 대 날림
왜 나만 미오해 T_T]


ㅎㅎ 그래... 어쩌면 난 미쳐있는지도 모른다.
그 여자...의 마술에 걸려, 불쌍하게...-_-;;


[선우 : 우씨... 둘 다 이러면 담에 안 만날겨~
T_T  진짜...모두 그러지 마... 엉엉~]

 

[현민 : 선우형 주사 나왔다, 또 운다.^^]

 

[선우 : 엉엉~ 나두 힘들단 말야...
어떨 땐 다 때려치고 싶단 말야...
근데 그 여자 불쌍해서. 나까지 없으면
어디도 못가고, 아파도 암 것도 못하는데...
나보고 어떻하란 말야..엉엉-]

 

[태석 : (선우 어깨 다독이며)
그래, 그래... 우리가 넘 함부로 말했다, 미안타-]

 

[선우 : 형, 형... 형은 몰라, 몰라...
그 여자 팔꿈치가 내 한 손에 잡힐 때..
그 여자가 죽어가는 걸 소름끼치게
느끼는 게 어떤 건지 알아?
통증때문에 까무라치는 걸
아무 대책없이 안고 있어 봤냐구...엉엉~
느닷없이 픽-하고 쓰러지는 여잘
안고 울어본 적 있냐구...
엉엉~ 다들 너무하잖아...
나는 매일매일이 그 여자 죽어가는
증인이 되는 거 같아서, 미칠 거 같은데...
다른 사람들은 그 여자를
이미 죽은 사람으로 취급해버리잖아...
형은 이런 심정 알아?
모르잖아?!! 모르잖아!!! 엉엉~
모르면서 왜 다들 잘난척이야!!!
왜 나만 걱정하는 척 해!!
엉엉~ 엉엉~]


대체 내가 어디까지 주정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깼을 때는 태석형 신혼집이었고,
형은 촬영 스케쥴 때문에
아침 일찍 집을 나간 뒤였다.

 

태석형 결혼 후에 이런 엉망인 모습으로
처음 마주친 형수라
새삼 낯설고 쑥스러운 탓에
형수가 타 준 꿀물을 대충 마시고는
허둥지둥 태석형 집을 나섰다.

 


#
[선우 : 은수씨.]

 

[은수 : 네?]

 

[선우 : 나는 왜 피를 두려워할까요?]

 

[은수 : 글쎄요...-.-]


번번히 은수씨를 새벽에 깨워
마녀가 깨기 전에 진통제 링겔을 놓아달라고
하는 것이 미안했다.

 

마녀는 잠에서 깨기전부터도
두통과 동통에 시달리기 때문에
'깨고 싶지 않다, 깨고 싶지 않다...' 는 게
말버릇이 됐다.

 

그럴때마다 내 가슴이 질퍽대는 건
상관없이...

 

은수씨도
따로 환자 방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부부가 자는 침실에 들어오는 게
아무리 호스피스라 해도 가끔 무안해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이 곳에 오기 전에
신경정신과 상담을 받아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선우 : 근데...지난 번엔 기절 안했어요.]


도망은 갔지만 -_-;;;
거기서 가능성을 찾아보려고 애쓰고 있다.
나도 어쩌면 피공포증을 극복할 수도 있다고...


[은수 : ^^ 그럼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되겠네요.]

 

[선우 : 그럴까요? 그럼 좀 도와주실래요? ^^]

 

[은수 : 얼마든지요~ ^^]


나는 개고 있던 마른 수건을 접어서는
은수씨가 정리하고 있던 주사기를 집어
잠시 홍소연씨가 가르쳐 준 대로
주사 놓는 시연을 해보였다.


[은수 : 잘하시네요~ ^^]

 

[선우 : 근데...]

 

[은수 : 진짜 사람 살엔 못 찌르겠다는거죠?]

 

[선우 : 네.]


은수씨는 자기 손등을 내밀었다.


[은수 : 여기 파란 핏줄에 꽃아보세요.]

 

[선우 : ...피, 피..(울렁) 날지도 모르는데요.]

 

[은수 : 정신만 바짝 차려봐요.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잖아요.]

 

[선우 : 그, 그래도...]

 

[은수 : 김작가님 생각을 해봐요.]


이를 악무는 맘으로
내 손등에 바늘을 찔렀다.
찌르는 순간 눈을 감아버린 게 실수였을까.
아프다...어디를 찔렀는지는 몰라도.


[은수E : 눈 뜨세요.]

 

[선우 : ...모, 못해요...]

 

[은수E : 떠요!!!]

 

[선우 : 기절할 거에요.]

 

[마녀E : 바보, 당신 뭐하니?]

 

[선우 : !]


놀라서 눈을 떠버리고 말았다.


[마녀 : (화난) 지금 뭐하는 거에요!]

 

[선우 : ...바늘 꽃는 연습요 -.-]

 

[마녀 : 당장 그만둬요!  선우씨가 이런다고
이겨낼 수 있을 거 같아요?]

 

[선우 : (자존심 상한) 왜 못해요? 해요!]

 

[마녀 :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어느 날 그게 고쳐져요?
(비아냥) 차라리 내가 살아나는 기적을 바래라~]


하여튼 남자 자존심 건드리는데는 1등이야.

 

마녀는 은수씨가 정리하고 있던 주사 상자를
바닥으로 밀어 떨어뜨려 엎어버렸다.


[선우 : 한다구요!!!! 한다구요!!!]

 

[은수 : (어쩔줄 모르고) 저, 저기요 -_-;;;]

 

[마녀 : 선우씨가 이러면서 힘들어하는 거,
될 일도 아니면서, 힘 빼지 말라구요!!!
당장 관둬요!!!]


왜, 왜, ...사내대장부가 칼을 빼든 것을 격려는 못해줄 망정...-_-;;;
안다, 나도 괜히 쓸데없는 아집이란 걸 일부 갖고 있다는 것을.


[선우 : (버럭) 싫어요, 어떻게든 이딴 거 극복할거야!!! 됐어요?
말리지 마요!!!]

 

[마녀 : 싫다니까!!! 하지마!!!]

 

[선우 : 내 맘이에요!!!]


나는 홧김에 싱크대에서 식칼을 꺼내 손가락을 베었다.
금세 피가 스며나와 뚝뚝-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나는...자꾸 혼미해지려는 정신을 붙잡고 버텼다.

 

보란 말야, 보란 말야... 내가 왜 못해...
내가 당신때문에라도 이겨낼 수 있어...

 

지혈시키려고 휴지를 갖다대는 은수씨를 밀어내면서
마녀를 노려봤다.


[은수 : 빨리 지혈시켜야 되요!!!Y-Y]


피가 떨어지는 손가락을 마녀에게 들이댔다.


[선우 : 봐요...]


마녀는 아무말없이 지혈시키는 가루약을
내 손가락에 뿌렸다.


[마녀 : (차분) 함부로 다치지 마요.
선우씨 배우잖아, 몸이 재산인 사람이.]

 

[선우 : ...나 기절 안했어요.]


비록 다리는 후달거렸지만 -_-;;;

 

마녀는 눈물 그렁해서 나를 바라보더니
계속 고개를 주억거렸다.

 


#
그 날 이후로 고질병같던 피 공포증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응된다는 식으로
웬만큼은 참을만해졌다.

 

무엇이 날 그 상황에서 견디게 해줬을까.

마녀가 건드린 자존심이?
은수씨 말대로 내가 마녀를 생각해서?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가 피를 덜 두려워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진해서 내 손으로 피를 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러면서 링겔 바늘이나 주사 바늘을 사용하는데도
능숙해져갔다.


[마녀 : 아야- Y-Y]

 

[선우 : 아파요? 0.0 잘못 들어갔나?]

 

[마녀 : 잘 들어간 거 같은데... 빨리 찌르지 않음 아파요.]

 

[선우 : 아하-]


조심스럽게 링겔바늘 꽃은 위에 반창고를 붙여 고정시켰다.


[마녀 : 선우씨... 정말 괜찮아요?]

 

[선우 : 네~ ^^]


그래도, 지난 번에 내 쫀심 건드린 건 절대 사과 안하지...


[마녀 : 신문... 마저 읽어주세요~ ^^]

 

[선우 : 네에- ^^]


이 곳에 와서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배달되는 경제 신문과 스포츠 신문을
하루도 빠짐없이
마녀에게 읽어준다.

 

처음엔 바깥 세상이 궁금해서 그런가 했는데,
나도 이것저것 읽어주다보니
예전엔 몰랐던 일들을 많이 알게된다.

 

전엔 어쩌다 봐도, 건성건성 관심있는 부분만
대충 보고 넘어갔었는데.

연예 부분은 정말 심각할 정도로
오염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별 것 아닌 걸로 아예 추측성 소설을 쓰지 않나,
아픈 개인사임에도 상관없이,
무조건 흥미성 위주로 써내려 가는 무감각까지.
그러다 언젠간 벌받는다, 벌받아.


[선우 : (읽는) 어? 태석형 기사 났네요 ^^
헤드라인- 영화배우 이태석, 영화사 차렸다.
영화 배우 이태석은
**날 강남의 한 건물 9층에 사무실을 얻어
자신의 이름을 딴 태석영화사를 오픈했다.
첫 작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아는 지인들로부터
자신의 시나리오를 봐달라는 청탁에
난감해하고 있다.]

 

[마녀 : ...태석씨, 드디어 시작하네 ^^]

 

[선우 : 그러게요~]

 

[마녀 : (중얼) 내가 첫 작품할 시나리오 준다고 했었는데...]

 

[선우 : 그거 관뒀잖아요.]


마녀는 옛 생각에 기분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선우 : 형도 이해해요.]

 

[마녀 : ...글쓰고 싶어...요.]

 

[선우 : 안돼욧!!!]


마녀는... 잠깐 희미하게 웃더니,
창백해졌다.


[마녀 : ...안...되겠죠, 그쵸...? ^^;;;]


안쓰럽다.
글 쓰는 거, 그게 저 여자의 인생 전부였는데.
나, 나...란 사람으론 절대 커버되지 않는.

 

이젠... 화재를 돌리는데도
머리 회전이 점점 빨라진다.


[선우 : 사무실로 축하 화분이라도 보내야 되겠다, 그쵸? ^^]

 

[마녀 : 그런 건 많이 들어올거구...
차라리 상품권을 보내요,
대형 마트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걸로.
사업같은 거 시작하면 안보이게 자잘한 걸로
지출이 많이 새요.
아예 아랫사람들이 알아서
사무용품이나 사무실에서 필요한 거
살 수 있는 걸로 챙겨주는 게 낫지.]


그도 그런 거 같다, 흠.
전화로 엄마한테 부탁해서 보내야겠다.


[선우 : 말 난 김에 태석형한테 전화해볼까요? ^^]

 

[마녀 : 그래요~ ^^]


마녀는 직접 수화기 들고 통화가 어려워..
(귀가 울리면서 머릿 속까지 흔들린다고 해서)
스피커 폰 볼륨을 최대한 키우고
태석형의 핸드폰 번호를 눌렀다.


[태석E : 여보세요? 잠깐만요, 통화 좀 하구요.
잠깐 쉬었다 합시다.]


꽤 바쁜가보다...
스피커 폰을 통해 들려오는 태석형의 말은
여기저기로 분산되어 있었다.
문 닫혔다 열렸다 하는 소리, 사람들이 형한테 말 거는 소리,
그러다...주변이 조용해졌다.


[태석E : 선우냐?]

 

[선우 : 어, 형, 나야~ ^^]

 

[태석E : 잘 지내냐? ^^]

 

[선우 : 김작가도 옆에 있어~]

 

[마녀 : (스피커에 대고) 태석씨~ 영화사 개업 축하해요~ ^^]

 

[태석E : 고마워요~^^ 몸은 어때요?]

 

[마녀 : 견딜만해요~]

 

[태석E : 미안해요, 제수씨.
그동안 한 번도 못가보고.]


마녀의 표정이 뻘쭘해졌다.


[현민E : (벌컥-문 여는 소리) 형, 뭐야! 왜 여깄어!!!]

 

[태석E : 선운데 통화할래?]

 

[현민E : 어 정말? ^^ 형이야?]

 

[마녀 : 나두 있어 ^^]

 

[현민E : 어, 누나~ 누나~ 보고 싶어어~]

 

[마녀 : 나두 ^^ 놀러와~]

 

[현민E : 새로 영화 들어가는 거 있어서, 바빠~ ^^]

 

[마녀 : 그래, 잘 나갈 때 열심히 해야지~ ^^]

 

[현민E : 그거 끝나면 놀러 갈게~^^]


...그게 언젠데?
마녀의 지금 모습을 보지 못아서,
시간이 항상 네 기준으로만 펑펑 남아도는 거 같지...?

 

스피커 폰 너머 자꾸 태석형을 찾는
여러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온다.


[선우 : 형 바쁜가보다, 그만 끊자.]

 

[태석E : 어, 그래 미안하다. 담에 또 통화하자.]


딸깍-

 

괜히 전화했나보다.
괜히 마녀와 나는 잠시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마녀 : 맥 빠진다...^^]

 

[선우 : ?]

 

[마녀 : 지위 하락한 거 같애, 김작가님에서 제수씨로.]

 

[선우 : ㅋㅋ 나두 나 없이 두 넘이 잘 지내는 거 같아서 배 아파요~]


풋... 우린 마주보고 푸푸- 웃었다.

 

우리는 조용히 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더 바쁘게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다.

단 몇 개월만에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을까.


[마녀 : 선우씨 배 아파서라도
태석씨랑 현민이 무조건 소집이닷!
선우씨두 올만에 술두 마시고, 놀구~ ^^]

 

[선우 : ^.^;;;; 저, 정말?]

 


#
잠깐 우리집에 머물렀던 은수씨는
내게 돌발 상황에 심리적으로 대처하는
몇 가지 이론을 가르쳐 주고 떠났다.

 

은수씨가 있으면 도움될 일이 많겠지만...

나나 마녀...둘의 공간에 있는 습관과 분위기가
은수씨 때문에 깨져가는 것이 그다지 반갑지 않았기에.

또 무대뽀 식으로...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배짱으로,
버텨보기로 했다.

 


#
이 곳에 와서
신문 읽기 말고
꼬박꼬박 해야 하는 것이
하나 더 있었으니! 운동이었다.


[마녀 : 선우씨 배가 이게 뭐에요?
쫌만 지나면 완전 아저씨 배야~]

 

[선우 : 에이, 이젠 아저씨 맞잖아요~^^]

 

[마녀 : 선우씨 배우잖아요, 배우가 이러면 되요?
자기 관리를 해야지, 말야~]


그거에 대해선 할 말 없다. -_-;;;


[마녀 : 지금부터 당장 마당 10바퀴 돌기!]

 

[선우 : 하핫 ^^;;; 농, 농담하는 거죠?]

 

[마녀 : 윗몸일으키기 30분도 추가할까요?]

 

[선우 : 아, 아뇨, 뛸께요.-_-]


오늘...도 뛴다!
일곱 바퀴째...


[선우 : 헉헉- 저기... 고만 뛰면 안될까요? ^^]

 

[마녀 : 어허... 그 체력갖구 어떻게 재기할라 그래요?
웬만한 빡빡한 드라마는 일주일 강행 촬영에
몇 시간두 못 잘텐데.]

 

[선우 : 헉헉- 그, 그래두...Y-Y]


요령 좀 피우려고, 슬쩍 마녀를 살피는데
베란다에 서 있던 마녀가 스르르 주저앉는다.


[선우 : ....! (다가가려는데) ]

 

[마녀 : (힘없이 웃어보이며) 오지마요,
이젠... 몇 분 서 있기도 힘드네..]


눈물이 불쑥 튀어올라올 것 같다.


[마녀 : 그런 표정으로 보지마요, 맥빠져.]

 

[선우 : ^^;;;; 알았어요.]

 

[마녀 : 난 아픈 거엔 솔직해요,
그러니까 번번히 그런 표정 짓지 마요.]

 

[선우 : ^^ 알았어요.]


-라라라~ 너를 사랑하면~ 난 행복한 사람이 될거야~-

 

마녀 옆에 있는 핸드폰이 울린다.

마녀가 집어, 내게 내밀었다.


[태석E : 문 열어! ^^]


문을 여니 태석형과 현민이 과일 상자를 들고 서 있다.


[현민 : 누나아~~~]


현민인 쪼르르- 마녀에게 달려가고,

태석형은 나를 위에서 아래로 쭈욱 훑는다.


[태석 : 마당서 금두꺼비 캤냐? 꼴이 그게 뭐야?]


추잡스러운 꼴 다 보였군 -_-;;;
온몸이 땀에 절고, 눈물콧물 찔끔찔끔,....


[선우 : 하하하...^^ 우, 운동을 좀 하느라구.]

 

[태석 : (과일 상자 턱 안기며) 무겁다, 받아라;]

 

[선우 : (받으며) 헉! (비틀~)]

 

[태석 : 김작가님~ ^0^]


언제는 제수씨라매?

 


#
[마녀 : 태석씨 아기는 언제 나와요?]

 

[태석 : 곧요~ ^^ 이젠 완전 배불뚝이에요.]


태석형이 배부른 시늉을 해보인다.

 

아예 염장을 질러라, 질러-


[마녀 : ^^  엄마아빠 씨나 터가 좋으니까
이쁜 애기 나오겠지요~]

 

[태석 : 하하...^0^]

 

[선우 : 우리도 둘 다 좋아요, 씨잉-]

 

[모두 : -_-;;;]


뭐냐구- 왜 나만 혼자 과일을 갈고 있냐구...


[마녀 : 선우씨 저렇게 심통부리면 애 같애..훗 ^^]

 

[선우 : -_-;;;]

 

[현민 : 그쵸? 그쵸? ^^]

 

[태석 : (걱정스런) 많이 안좋은거에요?]

 

[마녀 : 급성 진전은 아니니까...괜찮아요.]

 

[현민 : 누나 진짜 많이 말랐어..T_T]

 

[마녀 : 원래 말기엔 거의 못먹구 영양제루 목숨 연장한대.
난 아주 운 좋은 편이야. ^^]

 

[태석 : 전혀 못먹어요?]

 

[마녀 : 조금, 조금은 먹어요.
어머님이 주신 가루도 조금씩 먹어요.]


마녀가 예의상 먹어주지만... 기대같은 거 안하는 거 안다.

 

사람들 오면... 자꾸 우울한 얘기만 하게 된다.
우리 둘만 있으면, 그런 거 잊으려고 애쓰는데.


[마녀 : 태석씨 영화사 첫 작품은 결정했어요?]

 

[태석 : (과일 먹으며) 아직요.]

 

[마녀 : 그 첫작품, 내가 써주기로 했었는데... 미안해요.]

 

[태석 : 괜찮아요 ^^ 시나리오는 잔뜩 쌓여있는 걸요,
그 중에서 대박감을 찾는 게 쉽지 않지만.]

 

[마녀 : 나도... 응모할래요 ^^]


뭐, 뭐...?


[태석/선우 : (놀라서) 김작가님!!]

 

[선우 : 안돼욧!!!]

 

[마녀 : ...쓸래, 쓸래요...
좋은 멜로 소재 있어요. ^^
내 머리에서 터져나갈 거 같아
감당이 안되요.]

 

[선우 : 안돼요, 안돼요!!!]

 

[태석 : 그래요, 김작가님 지금도 힘든데...]

 

[현민 : T-T 누야...]

 

[마녀 : 진통제에 무기력해져서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가
죽을 수 없어요.]


이 여자... 또, 또!!!


[마녀 : 선우씨... 나 답답해,
머리하고 가슴에서 얘기가
터져나오는데 그걸 억지로 막으려니까
답답해, 답답해 미칠 것 같애.]


멀쩡할 때도 밤샘해가며 대본 고치고 쓰고...
대본 보내고 오후되면 완전 초죽음되서
엎어지기 바빴던 사람이...
지금 이 상태로 무슨!!! 글을 쓴다고!!!


[선우 : 아...안되요..T-T]


그러지 마요... 제발...
지금도, 지금도 많이 아프잖아...
거기에 기운 다 소진할 일 따위 하지 말아요...
왜 자꾸 빨리 떠날 짓만 하려 해요...
그러지 마요... 제발...

 

마녀는 처음으로 내게 애원하는 눈빛을 보냈다.


[마녀 : ...선우씨..]

 

[선우 : (버럭) 형! 나가!! 나가라구!!!
왜 괜히 쓸데없는 바람만 넣어!!!]

 

[태석 : (강경하게) 김작가님 거 안받을겁니다.]

 

[마녀 : 상관없어요, 내가 쓰고 싶은 거 쓰는 거 뿐이니까.
레제 시나리오로 남아도 상관없어요.]


레제 시나리오... 영화 제작을 위한 시나리오가 아닌
읽혀지는 용도의 시나리오..

그렇게 남아도 좋다, 좋다....?


[선우 : ...그렇게... 쓰고 싶어요? 왜요?]

 

[마녀 : ^^;;; 글쟁이가 글 쓰고 싶어하는거야
연기자가 연기하고 싶어하는 거랑... 같죠.]

 

[선우 : (힘없이 중얼) ...그래도 안되요.
나도 여기있잖아요, 연기 안하는 나도 있잖아요.]

 

[마녀 : 선우씨...
선우씬... 나중을 기약할 수 있잖아요.]


또... 가슴이 덜컹거린다.


[마녀 : 태석씨 도와줘요.]


태석형이, 현민이, 나를 본다.
마녀도 나를 본다, 간절하게...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선우 : ...그래도.. 안돼요..].


세 사람을 등지고 돌아서서 주방으로 갔다.

평생 원망 듣더라도, ...그 힘든 일을 하게 할 순 없어.


[현민E : (놀란) 누나!!! 누나!!! 안 돼!!!]

 

[태석E : 선우야!!! 김작가님!!! 왜 그래요? 이러지 마요!!!
선우 이 자식!! 빨리 안 와!!!]

 

[선우 : !!!]


거실로 달려갔다.

 

그리곤 한 순간 다리의 맥이 풀려
...그만 주저앉아 버렸다.

 

아.... 마녀는 자신의 손등에 꽃혀있던
진통제 링겔 바늘을 빼버린 것이다.

금세 마녀의 동통이 닥칠텐데...

 

망연히 바라보는 나와
서서히 동통에 신음하기 시작하는 마녀를
번갈아보던 태석형과 현민은
질려가는 표정이었다.

 

진통제 따위로 생명을 유지해봤자-라는 거겠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쓰레기같은 삶은 무의미하다는 거겠지..
...지금 그렇게 나한테 시위하는 거잖아.


[현민 : 누나, 누나...T-T]


태석형은 바늘을 쥔 채 어떻할 줄 몰라
나만 연신 불러댔다.


[태석 : 선우야, 선우야!!!]


마녀한테 가서 바늘을 다시 꽃으려 했다.
역시 내 손도, 바늘도 완강히 거부당했다.

마녀의 이마에 땀이 맺히고,
통증을 견디려 꽉 깨문 입술에서 피가 났다.

 

...당신이란 여자... 정말, 정말... T-T

당장 오늘 저녁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 글이란 게 그렇게 중요해....?
당신 목숨을 걸 정도로?
그 지독한 통증을 견딜 정도로?

 

마녀는 거의 까무러치기 직전이었다.
눈이 뒤집혔다.

 

나는... 나는... 당신한테 뭐야... 어?


[선우 : (버럭) ...알았어요, 써요. T.T 
쓰라구!!! 그러니까 얼른 손 내놔요.]


내 항복을 받고 나서야...
마녀는 진통제 링겔 바늘을 다시 꽃게 내버려뒀다.

나는 거실 바닥에 널부러진 마녀를 일으켜, 꼭 안았다.
마녀의 머리에 뺨을 대고 있는 나는
마녀의 숨이 점점 고르게 돌아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당신... 왜 이렇게 내 맘을 아프게 하니.
이렇게 말라서도, 이렇게 아파하면서도,
아직도 이야기쓰는데 태울 열정이 남아있니.
그럴거면 좀 더 살려고 하면 안되니.
내가 얼마나 당신 옆에서 열심히 기도하는데,
조금만 더, 오늘도 무사히 보낼 수 있게 해달라고..

 

태석형과 현민인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돌렸다.


[선우 : (태석에게) ...형.. 이 사람 어렵게 쓰는 건데,
본전치기 수준만 되도... 만들어 줘.
내가 갖고 있는 거 다 내놓을게.]

 

[태석 : 김작가 스타일을 아는데...
영화랑 드라마는 달라.]

 

[마녀 : (힘들게) 알아요... 예전에 시나리오 몇 개 쓰면서
이론만 아니라 제작한 거랑 비교해서
실전으로 찾아놓은 차이도 알아요...
다 기억날진 모르지만...
그냥, 그냥... 검토만이라도 해줘요...]


내가 쓰다듬는 마녀의 가늘고 적은 머리칼에서
옅은 향기가 났다.
샴푸도 못 쓰는데, 어디서 나는 향기일까....


[마녀 : 선우씨...괜히 무리하지 마요.]

 

[태석 : 좋아요... 대신 다신 이런 짓 하지 마요.
아주- 십년감수했어요. -.-;;;]

 

[현민 : 나두 -.-]


마녀는 희미하게 웃었다.


[태석 : 필요한 거 없어요?]


태석형은 날 보면서, 마녀에게 물었다.

 

태석형... 사업가 다 됐네.
십년감수하고 즉시로 그런 걸 물어볼 머리가 되니.
내가 마녀를 혼자 두고 쉽게 집을 나설 수 없는 걸 알고...


[마녀 : 노트북.]

 

[태석 : 좋아요- 다른 건?]

 

[마녀 : ...(선우 보더니) ..이건 글하곤 상관없고...]

 

[선우 : ...]

 

[마녀 : 휠체어 좀 구해줄래요?
선우씨 나 때문에 사러 나가기 힘들어서...]


눈을 질끈 감고 싶은 심정이었다.


[선우 : ...걷기 힘들어요...?]


하긴 아까 서있기도 힘들다던 사람이었으니...


[마녀 : (끄떡끄떡)]


태석형도 이 정도일 줄은... 하는 표정이었지만,
윗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목록을 적었다.

 


#
[마녀 : 어? 술 사온게 겨우 저거에요?
난 아까 그 상자가 술박스인 줄 알았는데..]


언제 그 소동을 벌였냐는 듯이
마녀는 진통제 링겔을 맞으며
그 약효를 이용해(?)
내내 유쾌하게 행동했다.


[현민 : 선우형 주량 엄청 줄었든데, 저걸로 될 걸요?
우리가 안되는거지~]

 

[선우 : 안돼- 난 취하면 안돼-
김작가 아프면 주사 놔야 돼.]

 

[마녀 : 괜찮아요, 여긴 홈그라운드잖아요 ^^
현민아~ 현민아~ ^^ 우리 놀자아~]

 

[현민 : 좋지 ^^ 뭐하구 놀까?]


음... 현민이랑 꼭끼하고 놀자는 건 아닐테고.


[마녀 : (갸우뚱~) 글쎄....]

 

[현민 : 아! 그래 ^^ 우리 보드게임하자~
나 여친이랑 하려고 사둔 거 있어!!
차에서 갖구 올게~]

 

[마녀 : 그래, 그래 ^^]


현민이가 뛰어나가자
애써 웃어 왔던 태석형과 나는
금세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마녀 : (선우 툭 치며) 뭐에요! 이미지 관리 좀 해요~
태석씨도-]

 

[선우 : (퉁퉁) 내가 뭘요-]


현민인 금세 커다란 상자를 들고 왔다.


[마녀 : 술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술두 마시구 ^^]


태석형이 술과 안주를 늘어놨다.

 

보드 게임은... 그 많고 많은 게임 중에서..-_-;;;
'옛날 옛적에' 였다.

 

이런... 마녀가 꽤 좋아하겠군.

 


#
게임이 시작됐다.
이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게임이다.
우선 카드를 나눠갖고,


[현민 : 내가 먼저 시작할게~ ^^
음.. 옛날옛날에 착하고 이쁜 백설공주가 살고 있었습니다.^0^]


공주카드를 내놓는다.


[현민 : 그런데 어느 날 새 왕비가 궁궐에 들어왔습니다.]


왕비 카드를 내놓으려는데,
마녀가 성 카드를 내놓고 이야기를 가로챈다.


[마녀 : 그런데 사실 왕비는 레즈비언이어서,
백설공주를 짝사랑했기 때문에 사랑고백을 하려고
일부러 왕과 결혼한 거였습니다. (왕 카드 내놓고)]

 

[모두 : 아하하하~ -_-;;;]


이, 이런 황당한 동화가 다 있을 수 있다니...-_-;;;
(음... 옛날 동화가 사실은 무지 잔인하고
동성애도 언급되었다니,
꼭 황당하기만 한 건 아닐 수도 있다만!!!)


[마녀 : 하지만 백설공주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현민이가 왕자 카드를 내놓고, 이야기를 가로채려 했다.


[마녀 : 야- 백설공주가 사랑하는 사람이 어떻게 왕자라고 장담하냐?]

 

[현민 : -_-;; 그, 그럼...]

 

[마녀 : 백설공주도 레즈비언일 수 있잖아!]

 

[모두 : 허걱! 0.0]


태석형은 입에 개거품 물고 쓰러지려 한다.-_-;;;;;


[마녀 : (^.^)V 그 사람은 나뭇꾼이었습니다.(나뭇꾼 카드 내놓고)]


태석형이 산 카드를 내놓고, 가로챘다.

 

음... 나뭇꾼은 산에서 나무를 하는 거니까.. 말 되지.
내가 갖고 있는 카드론 언제 끼어들 수 있을라나.


[태석 : 그런데 사실 그 나뭇꾼은 외계에서 온
스타워즈 제다이 기사였습니다.(기사 카드 내놓고)]


우허허허~ -_-;;

형까지 배신을 때리다니...
무슨 옛날옛적 얘기가 우주로까지 날아가냐?


[태석 : 어느 날 슈퍼맨이 그 제다이 기사를 집으로 찾아 옵니다.(집 카드 내놓고)]


슈, 수퍼맨까지 등장을 -_-;;;


[마녀 : (남자 카드를 내놓고) 마침 제다이 기사 집에 있던 백설공주와
슈퍼맨과 함께 온  슈퍼맨 애인 로이스가 둘이 눈이 맞고,
(여자 카드 내놓고)
제다이 기사와 슈퍼맨이 눈이 맞았습니다. 아싸~ ^^ ]


컥~

현민이는 아예 옆으로 쓰러져, 숨도 못쉬고 웃는다.

 

얘기가 거의 개판으로 흐르고 있지, 아마 ^^;;;

 

나는 내가 가진 비장의 카드를 내밀었다.


[선우 : (엔딩 카드 내밀고)
그래서 모두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끝.^0^]


나의 멋진 마무리에 다들 뒤집어졌다...

 

백설공주의 계모만 불쌍하게 됐군 ㅋㅋ

 


#
병원에선 마녀의 남은 시간을
반년도 장담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내일이면 결혼 1주년을 맞는다.

 

태석형이 보내준 휠체어에 마녀를 태우고
정원을 산책했다.

전자동 휠체어는 전자파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마녀이기에
일부러 수동 휠체어로 부탁했는데...
막상 그 휠체어도 혼자 못 움직인다.


[선우 : 내일 기념일엔 어떻게 파티할까요?^^]

 

[마녀 : ...글쎄요...^^]

 

[선우 : 에이, 무슨 여자가 무드도 없냐? ^^]

 

[마녀 : 내가 없음 선우씨가 챙기면 되죠. ^.^]


하긴... 부부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며
보완해주는 아름다운 관계라고도 하드라...


[선우 : 나한테 좋은 아이디어 있음, 할래요? ^0^]

 

[마녀 : ?]

 


#
다음날 아침 일찍,
마녀와 나는 전화기 앞에 앉아
웬 번호를 눌렀다.

 

뚜루루-


[소연E : 여보세요?]

 

[선우 : 홍소연씨, 축하합니다~ ^0^ 
최선우와 김윤아의 결혼 1주년 기념일을 맞이하여,
홍소연씨와 담당 선생님을 돌팔이 의사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바입니다~ 짝짝짝~ ]

 

[마녀 : 짝짝짝~ ^0^]

 

펑! 펑! <--폭죽 터지는 소리


[소연E : -_-;;;;]

 

[선우/마녀 : 아하하하~ ^0^]


[소연E : 교수님 저것들을 어떻하죠?]

 

[담당의사E : 냅두게나~ 허허 ^_^]

 

[소연E : -_-;;;]

 

[선우/마녀 : ㅎㅎ]


[소연E : 언니 몸은 어때요?]

 

[마녀 : 아주 조아~ ^0^ 조아~]

 

[소연E : 하여튼 조심하세요~]

 

[마녀 : 응 ^^ 응 ^^]


마녀는 전화끊고는 너무 재미있어 했다.


[마녀 : 다른 데 할 데 또 없어요? 디게 재밌다 ^^
이것두 시나리오에 넣어야지~ (생각난 듯) 허걱!]

 

[선우 : 음... 이제야 슬슬 내용이 발각되는군요? ^^]

 

[마녀 : -_-;;;]

 

[선우 : ^_^]


[마녀 : (중얼) 아아...근데 내가 왜 이렇게 오래 살지....?]

 

[선우 : 내 사랑 받구 사니까 그렇죠~]


얼결에 둘러댔지만
저렇게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마녀의 말에
내 가슴은 수시로 철렁철렁 거린다.


[마녀 : 선우씨, 하나두 안 귀여워요-]

 

[선우 : -_-;;; 오래 사는 거 싫어요?]

 

[마녀 : 응...]

 

[선우 : 왜요?]

 

[마녀 : ...힘드니까요... 아프지 않음 너무 무기력하고...
왜 이렇게 쓸데없이 하는 거 하나없이...사나 몰라.]


어쩌면... 시나리오 작업이
마녀의 힘든 시간에... 사는 의미를 실어줄지도...

 

그 날은 드문드문 걸려온
엄마와 선영이,
처갓집 식구,
태석형과 현민이의
축하 전화로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0^

 

 

 

 

<계속..............>

 

뱀발 : 아직두 멀었다...언제 다 쓰나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