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정신 차려라

이에티2006.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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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이 끝난 후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 상금을 준다는, 여성부의 연말 회식 이벤트가 2006년 말의 큰 이슈가 되었다. 원래 여성계에서는 이런 사건들을 정기 행사처럼 자주 터뜨려 왔다. 그래서 이제는 다들 논쟁하기도 귀찮아지지 않았을까 싶지만, 여전히 지치지 않으며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우리, 여성부에게 화내기에 앞서 간만에 즐겁게 해준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네자. 그리고 개인적인 고마움을 표현하는 선물로 이 글을 보낸다.


여성계의 코미디 중 가장 재미있었던 군필자 가산점 폐지를 먼저 되새겨 보자. 헌법 재판소에서는 가산점 폐지에 손을 들어주면서도 다른 형태의 혜택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물론 여성부에서 직접 추진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Ministry of Gender equality & family 라는 이름을 걸었으면 여권 신장 뿐만 아니라 여자들의 권리 주장 때문에 남자들의 부당한 희생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여자들에 의한, 여자들을 위한 헌법 소원이었기 때문인지 Gender equality부는 대체 혜택 추진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목적상의 이유에서 군 징집이 신체적인 문제가 없는 ‘건강한 남성’만을 대상으로 행해지므로, 군필자 가산점 부여 제도가 사회를 구성하는 다른 집단에게 기회의 불평등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헌인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헌법에 국방의 의무가 국민의 의무로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남자들과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대접 받는 현실은 과연 적법한가? 성(性) 평등부가 남성들의 불이익을 신경쓰지 않는 것은 정당한가?


이번에는 많은 남자들이 '여성 할당제'라고 바꿔 부르는 양성 평등 할당제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자. 양성 평등 할당제란 5급~9급 공무원 채용시에 적용되는 법률로서 30% 미만을 차지하는 한쪽 성(性)의 응시자 중 합격 커트라인 몇 점 이하까지 전부 합격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지금은 고시 합격자 중 여성 비율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 올라왔지만 당시에는 여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겠다는 의도로 시행되었다. 모순적인 것은 이 제도가 초중등 교사 임용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5급 이상 공무원 자리를 남성들이 과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양성 평등 할당제를 시행한다면, 대부분을 여자가 차지하고 있는 교사를 임용할 때는 왜 이 제도를 적용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쯤 되니, 여성민우회와 교총여성국에서 "교사라는 직업에서 여성이 우수하고 우세해서 그렇게 된 것을 굳이 양보할 수는 없다"라고 말한 것을 비웃지 않을 수 없다.


얼마전까지 생리 휴가가 유급 휴가였다는 것을 아는가? 생리 여부는 태생적으로 결정될 수 밖에 없으므로 이를 유급 휴가 처리하는 것은 군필자 가산점 제도보다도 더욱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어쩌다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법률이 통과되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그야말로 감탄스러운, 여성부와 멍청한 위정자들의 멋진 합작품이라는 것은 대강 짐작이 간다. 덕분에 생리 휴가 급여 미지급으로 소송한 은행 여직원분들은 제대로 한몫 잡았고, 돈이 좀 풀렸으니 혹시 내수 경기 진작에는 도움됐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2006년 경기가 안 좋을 것 같으니 인플레이션이 크지 않을 정도로 국민의 구매력을 높이자는 높으신 분들의 선견지명이었나?


위의 세 가지 말고도 가정폭력 방지법, 여자만 보호받는 성폭행 관련법, 각종 보험법 등등 제도적 관점의 여성 상위의 사례는 상당히 많다. 여기에 아직도 관습적인 차별이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도 거짓이라는 말을 보탠다. 여자니까 청소해라, 여자니까 걸레질 해라, 여자니까 커피 타오라는 것들 물론 차별이 맞다. 그러나 남자니까 힘 좀 써라, 남자니까 참아라, 남자니까 야근해라 등등도 역시 똑같은 성(性) 차별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여자는 열등하므로 남자들과 밥상도 나란히 하지 못한다고 했던 조선시대 식 막무가내 불평등'이 일어나는 것도 아닐진대 그런 점들을 두고 여자만 차별 받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런 불평등은 남녀 모두에게 존재하는 것이지, 결코 여성들만 느끼는 소외감이 아닌 것이다.


2006년 11월 9일 UNDP에서 발표한 여성권한척도(GEM)에서 한국은 75개국 중 53위를 차지했다. 요즘 이 자료를 가지고 역시 한국은 남녀 차별이 심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GEM으로 단정할 일이 아니다. 여성권한척도라는 것은 여성 정치가와 고소득 여성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남녀 차별 유무를 따지기에는 큰 맹점이 있다. 다음과 같은 과정을 생각해 보자. 고위직에 오를 수 있는가는 주로 능력으로 결정되며 그 능력은 교육을 통해 길러진다. 현재 주류 정치, 경제 계층인 40대 이상 세대들은 20여년 전에 교육 받았던 사람들이고 그때의 한국은 경제 정치적으로 후진국이었기 때문에 전통적인 남녀 차별 관습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당시 10대~20대 여자들이 교육을 받지 못했고 지금의 낮은 여성권한척도 순위로 나타난 것이다. 현재의 교육 수준과 남녀 소득, 남녀 수명으로 평가되는 남녀평등지수(GDI)가 177개국 중 27위 이고 OECD 국가들 중 4위라는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남녀 차별이 심하고, 그러니 아직은 계속 여성이 유리한 제도와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실수다.


여성부가 청소년 및 여성의 건전한 복지를 위해 힘써 온 것은 물론 칭찬할 일이다. 그러나 왜곡된 성(性) 관념에 기반하여, 남성을 자신들의 사회에서 제외시키는 - 또는 그런 오해를 살만한 정책을 추진한 것 또한 사실이다. 대다수 남자들 역시 이성을 가진 인간이므로 여자들이 올바른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적극 지지할 것이다. 하지만 남성들이 이뤄낸 현대 한국의 단 열매만을 얻으려는 여자들을 어떤 남자가 반가워할까? 그대들이 남자가 가진 권리를 나누고 싶다면 우리가 가지는 국가적 책임감들도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당연한 논리를 왜 모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