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묻고 싶은 것은, 마지막이라고 해도, 더 이상 만날 수 없다고 해도 가장 확인하고 싶은 것은 '날 진심으로 사랑하느냐...'일 것이다.
그 말만 들으면 앞으로 어떻게 되든 마음 편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만약 그게 진심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다음부터 일어날 현실적인 문제들이 버거워 보였다.
현수의 이혼, 그리고 부인의 뱃속에 있다는 아기, 그리고 부모님께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 것인가...만만치 않은 일들이 줄줄히 기다리고 있다. 사랑한다면 다 극복해야할 문제인 것인가?
"민아야, 네가 화를 내는 거 이해해."
정훈은 내가 단순히 화를 내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무언가에 화가 나서 내가 헤어지자고 말했고 화해를 하러 오늘 온 것일까?
정훈의 결혼과 부인의 연락...그런 문제들이 우리가 헤어져야 하는 이유가 아니라 단순히 싸워야할 이유 정도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나 화난 거 아냐. 우리 관계를 정리하자는 거지."
모든 게 좀 분명했으면 좋겠다. 그냥 이대로 정훈에게 끌려가다가는 내 인생 전체가 안개 속에 잠길 것만 같았다.
"나 한테 시간을 좀 주면 안되겠니?"
시간이라...시간은 지금까지 충분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헤어지고 3년이 지난 지금 더 이상 무슨 시간이 필요한 걸까?
그러나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왠지 의지가 된다. 사랑에 대한 희망이 보이는 느낌이다.
왜 이렇게 나는 갈팡질팡하고 있는 걸까, 그의 말 한마디에 굳은 결심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느낌이 드는 걸까.
우리가 어떤 것도 확정짓지 않고 그냥 만다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무언가에 쫓기듯이 결정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내가 정훈과 결혼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냥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그가 말한대로 그의 결정을 기다리면서..그러다 내가 정훈에게서 마음이 떠나 떠나 보낼 일도 생기지 않을까...그 때 헤어져도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은 단순할 수 없다. 정말 많은 변수들이 있다. 나는 정훈을 통해 그런 것을 깨닫고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의 만나과 헤어짐의 반복...이러다 보면 정말 둘은 어떻게 될까?
"이거 받아줄래?"
정훈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며 말했다. 식탁위에 올려진 것은 작은 케이스였다. 얼핏 보기에도 여자의 악세서리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뭔데?"
"열어봐...미안하다. 3년 전에 줬어야 하는데..."
열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열어보지 않고 받지 않겠다고 말해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여기서 이걸 열어본다면?
내가 아무 반응이 없자 정훈이 케이스를 열었다. 예상대로 반지가 들어 있었다.
이런 게 청혼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선 더더욱 안된다.
정훈은 케이스에서 반지를 꺼내고는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손을 빼려고 움찔거렸지만 정훈은 이미 내 손에 반지를 껴버렸다.
"결혼해 줄래?"
듣지 않아야 할 말이었다. 정훈도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그런데 눈물이 흐른다.
내 마음 속에서의 혼란만 없다면 얼마나 로맨틱한 상황인가? 그리고 감동적인 상황일 수도 있다. 나만 예스라고 대답하면 그 이후엔 폭죽이라도 터지고 축하 음악이 흘러나올 것만 같은 상황이었다.
왜 나는 이런 상황에서 프로포즈같지 않은 프로포즈를 받고 있는 걸까?
나는 울먹거리며 다시 손에서 반지를 뺐다.
"이걸 받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닌 것 같아."
가슴이 아프더라도 해야할 말은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불행해질 뿐이다.
이건 사랑의 정답이 아니다. 오해만 반복될 것 같았다.
"네가 손에 안껴도 받아주면 안돼?"
"아니..."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내 마음 속의 동요와 아픔은 내 것일뿐이다. 정훈과 공감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사랑은 헤어진 후에 진짜 사랑인지 알 수 있다고 하잖아. 너와 헤어지고 정말 사랑한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돌아가기엔 너무 멀다고 생각했었어. 이미 끝난 사랑이라고...그런데 그건 오히려 혼자일 때 결정한 거고, 내 옆에 누군가 생기니까 그때부터 네가 그리워지는 거야. 그 사람의 행동 말투가 하나하나 널 떠올리게 되고 널 이렇게 그리워하는데 이 사람하고 살 자신이 없어지더라고...그래서 너를 다시 만나야겠다 생각한 거야. 불안했지. 네가 결혼을 했을지도 모르니까, 아니 결혼했다고 하더라도 꼭 한번은 만나고 싶었어. 막상 너를 만나고 나니까 나마저 3년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어. 내가 결혼한 사실을 다 잊어버리겠더라고...스스로 최면에 걸린 것처럼 내가 결혼 생활했던 3년의 세월들이 다 잊혀지더라고...날 이해할 수 없더라도 그냥 받아주면 안되겠니? 앞으로 너만 사랑할게...내가 널 기다려줄게..."
정훈의 그 말은 정훈이 유부남이란 사실을 잊게 만들었다. 그의 부인도 없고 오로지 나를 사랑하고 있는 정훈만 보일 뿐이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대단한 이별의 결심을 하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던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진정 사랑한다면 조금 더 정훈을 지켜봐야하는 거 아닐까? 그런데 정말 이것이 사랑이긴 한 걸까?
그냥 눈물이 흐를 뿐이었다. 그냥 조금 더 편안한 사랑을 하면 안되는 걸까?
약속 시간 늦었다고 툭탁툭탁 싸우거나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잘못 골라줬다고 투덜대가가 같이 영화보다가 슬쩍 잡은 손에 가슴이 설레이고 그렇게 세월을 보내다 결혼이란 얘기가 나오면 집은 어디에 구할까? 날짜는 언제로 할까? 그런 것들을 상의하는 그냥 남들이 하는 연애과정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훈은 내 옆자리로 옮겨 앉았다.
"울지마...나도 울고 싶어져..."
정훈은 내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나를 꼭 끌어 안았다.
"날 사랑해? 정말 사랑하냐고?"
나는 그렇게 물었다. 평범한 사랑이 아니더라도 진실한 사랑이라면 평생을 걸고 싶다. 인생은 의미는 본인이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럼..."
정훈이 대답했다. 그의 대답이 날 또 주저앉게 만들었다.
사랑이라면? 아직도 나는 좀 더 그를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오래 동안 키스를 나누었다. 언제나처럼 달콤했다. 그리고 모든 걱정을 잊게 해주었다.
정훈과 헤어지고 난 후에 현수에게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이미 11시가 넘어 있었지만...
"미안해요. 많이 기다렸죠?"
"아니에요."
현수의 목소리는 냉랭했다.
"미안해요. 갑자기 누군가를 만나야 해서..."
모든 걸 목격한 현수에게 너무나 뻔한 말로 사과를 했다.
"네..지금 너무 늦었네요."
현수의 말대로 지금 약속을 정해서 만나기엔 너무 늦었다.
"그냥 전화로 얘기하면 안될까요?"
나는 그래도 맡은바 임무를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현수가 고민하는 이유를 듣고 우리 회사에 다닐 것인지 말것인지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했다.
"괜찮아요. 저 출근할게요. 내일부터...결심했어요."
현수는 간단명료하게 얘기했다.
"네..그럼 축하드려요."
현수와 통화는 그렇게 간단히 끝났다. 왜 현수가 고민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한 결정이 잘된 것이기를 바랬다.
시기적절한 남자(31)
정훈과 나는 또 어딘가의 레스토랑에서 마주 앉았다.
왠지 어제가 그대로 재현되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어떤 대화를 이어갈 것인가...
내가 묻고 싶은 것은, 마지막이라고 해도, 더 이상 만날 수 없다고 해도 가장 확인하고 싶은 것은 '날 진심으로 사랑하느냐...'일 것이다.
그 말만 들으면 앞으로 어떻게 되든 마음 편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만약 그게 진심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다음부터 일어날 현실적인 문제들이 버거워 보였다.
현수의 이혼, 그리고 부인의 뱃속에 있다는 아기, 그리고 부모님께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 것인가...만만치 않은 일들이 줄줄히 기다리고 있다. 사랑한다면 다 극복해야할 문제인 것인가?
"민아야, 네가 화를 내는 거 이해해."
정훈은 내가 단순히 화를 내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무언가에 화가 나서 내가 헤어지자고 말했고 화해를 하러 오늘 온 것일까?
정훈의 결혼과 부인의 연락...그런 문제들이 우리가 헤어져야 하는 이유가 아니라 단순히 싸워야할 이유 정도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나 화난 거 아냐. 우리 관계를 정리하자는 거지."
모든 게 좀 분명했으면 좋겠다. 그냥 이대로 정훈에게 끌려가다가는 내 인생 전체가 안개 속에 잠길 것만 같았다.
"나 한테 시간을 좀 주면 안되겠니?"
시간이라...시간은 지금까지 충분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헤어지고 3년이 지난 지금 더 이상 무슨 시간이 필요한 걸까?
그러나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왠지 의지가 된다. 사랑에 대한 희망이 보이는 느낌이다.
왜 이렇게 나는 갈팡질팡하고 있는 걸까, 그의 말 한마디에 굳은 결심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느낌이 드는 걸까.
우리가 어떤 것도 확정짓지 않고 그냥 만다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무언가에 쫓기듯이 결정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내가 정훈과 결혼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냥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그가 말한대로 그의 결정을 기다리면서..그러다 내가 정훈에게서 마음이 떠나 떠나 보낼 일도 생기지 않을까...그 때 헤어져도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은 단순할 수 없다. 정말 많은 변수들이 있다. 나는 정훈을 통해 그런 것을 깨닫고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의 만나과 헤어짐의 반복...이러다 보면 정말 둘은 어떻게 될까?
"이거 받아줄래?"
정훈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며 말했다. 식탁위에 올려진 것은 작은 케이스였다. 얼핏 보기에도 여자의 악세서리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뭔데?"
"열어봐...미안하다. 3년 전에 줬어야 하는데..."
열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열어보지 않고 받지 않겠다고 말해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여기서 이걸 열어본다면?
내가 아무 반응이 없자 정훈이 케이스를 열었다. 예상대로 반지가 들어 있었다.
이런 게 청혼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선 더더욱 안된다.
정훈은 케이스에서 반지를 꺼내고는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손을 빼려고 움찔거렸지만 정훈은 이미 내 손에 반지를 껴버렸다.
"결혼해 줄래?"
듣지 않아야 할 말이었다. 정훈도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그런데 눈물이 흐른다.
내 마음 속에서의 혼란만 없다면 얼마나 로맨틱한 상황인가? 그리고 감동적인 상황일 수도 있다. 나만 예스라고 대답하면 그 이후엔 폭죽이라도 터지고 축하 음악이 흘러나올 것만 같은 상황이었다.
왜 나는 이런 상황에서 프로포즈같지 않은 프로포즈를 받고 있는 걸까?
나는 울먹거리며 다시 손에서 반지를 뺐다.
"이걸 받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닌 것 같아."
가슴이 아프더라도 해야할 말은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불행해질 뿐이다.
이건 사랑의 정답이 아니다. 오해만 반복될 것 같았다.
"네가 손에 안껴도 받아주면 안돼?"
"아니..."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내 마음 속의 동요와 아픔은 내 것일뿐이다. 정훈과 공감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사랑은 헤어진 후에 진짜 사랑인지 알 수 있다고 하잖아. 너와 헤어지고 정말 사랑한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돌아가기엔 너무 멀다고 생각했었어. 이미 끝난 사랑이라고...그런데 그건 오히려 혼자일 때 결정한 거고, 내 옆에 누군가 생기니까 그때부터 네가 그리워지는 거야. 그 사람의 행동 말투가 하나하나 널 떠올리게 되고 널 이렇게 그리워하는데 이 사람하고 살 자신이 없어지더라고...그래서 너를 다시 만나야겠다 생각한 거야. 불안했지. 네가 결혼을 했을지도 모르니까, 아니 결혼했다고 하더라도 꼭 한번은 만나고 싶었어. 막상 너를 만나고 나니까 나마저 3년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어. 내가 결혼한 사실을 다 잊어버리겠더라고...스스로 최면에 걸린 것처럼 내가 결혼 생활했던 3년의 세월들이 다 잊혀지더라고...날 이해할 수 없더라도 그냥 받아주면 안되겠니? 앞으로 너만 사랑할게...내가 널 기다려줄게..."
정훈의 그 말은 정훈이 유부남이란 사실을 잊게 만들었다. 그의 부인도 없고 오로지 나를 사랑하고 있는 정훈만 보일 뿐이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대단한 이별의 결심을 하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던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진정 사랑한다면 조금 더 정훈을 지켜봐야하는 거 아닐까? 그런데 정말 이것이 사랑이긴 한 걸까?
그냥 눈물이 흐를 뿐이었다. 그냥 조금 더 편안한 사랑을 하면 안되는 걸까?
약속 시간 늦었다고 툭탁툭탁 싸우거나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잘못 골라줬다고 투덜대가가 같이 영화보다가 슬쩍 잡은 손에 가슴이 설레이고 그렇게 세월을 보내다 결혼이란 얘기가 나오면 집은 어디에 구할까? 날짜는 언제로 할까? 그런 것들을 상의하는 그냥 남들이 하는 연애과정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훈은 내 옆자리로 옮겨 앉았다.
"울지마...나도 울고 싶어져..."
정훈은 내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나를 꼭 끌어 안았다.
"날 사랑해? 정말 사랑하냐고?"
나는 그렇게 물었다. 평범한 사랑이 아니더라도 진실한 사랑이라면 평생을 걸고 싶다. 인생은 의미는 본인이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럼..."
정훈이 대답했다. 그의 대답이 날 또 주저앉게 만들었다.
사랑이라면? 아직도 나는 좀 더 그를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오래 동안 키스를 나누었다. 언제나처럼 달콤했다. 그리고 모든 걱정을 잊게 해주었다.
정훈과 헤어지고 난 후에 현수에게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이미 11시가 넘어 있었지만...
"미안해요. 많이 기다렸죠?"
"아니에요."
현수의 목소리는 냉랭했다.
"미안해요. 갑자기 누군가를 만나야 해서..."
모든 걸 목격한 현수에게 너무나 뻔한 말로 사과를 했다.
"네..지금 너무 늦었네요."
현수의 말대로 지금 약속을 정해서 만나기엔 너무 늦었다.
"그냥 전화로 얘기하면 안될까요?"
나는 그래도 맡은바 임무를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현수가 고민하는 이유를 듣고 우리 회사에 다닐 것인지 말것인지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했다.
"괜찮아요. 저 출근할게요. 내일부터...결심했어요."
현수는 간단명료하게 얘기했다.
"네..그럼 축하드려요."
현수와 통화는 그렇게 간단히 끝났다. 왜 현수가 고민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한 결정이 잘된 것이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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