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을 다 떨군 우리 마당의 살구 나무는 하늘 향해 쭉쭉 뻗은 가장귀들이 미동도 안한다. 저 나무가 하루도 같은 날이 없이 변화무쌍하던 그 나무일까. 만개했을 때는 온 동네를 바람나게 할 것 처럼 향기롭고 화려하던 꽃. 미풍에도 오묘하게 살랑이던 무성하고 예민한 잎새들. 느릿느릿 물들다 우수수 서글픈 소리를 내며 서둘러지던 낙엽. 그런 것들이 과연 저 나무가 한 짓이었을까. 혹시 저 나무가 꾼 꿈이 아니었을까.< 박완서 산문집 中에서 > 걸어서 다는 갈 수 없는 곳에 바다가 있었습니다 날개로 다는 날 수 없는 곳에 하늘이 있었습니다. 꿈으로 다는 갈 수 없는 곳에 세월이 있었습니다 아, 나의 세월로 다는 갈 수 없는 곳에 내일이 있었습니다 살구나무 옆의 올망졸망 작은 나무들도 흔들림 없긴 마찬가지다. 한때는 제각기 영화로웠던 나무들이다. 한때의 영화는 속절없이 가버렸고, 속절없이 가버린 것은 나의 군더더기일 뿐 전체는 아니라고 주장이라도 하듯 마지막 남은 전체는 한점 흔들림도 없다. 나무를 담고 싶다. 아름다운 밤 되시고...좋은 꿈 꾸시기를 바랍니다. 불. 야. 시
* * * 지금도 그곳에는... * * *
...잎을 다 떨군 우리 마당의 살구 나무는 하늘 향해 쭉쭉 뻗은 가장귀들이 미동도 안한다.
저 나무가 하루도 같은 날이 없이 변화무쌍하던 그 나무일까.
만개했을 때는 온 동네를 바람나게 할 것 처럼 향기롭고 화려하던 꽃.
미풍에도 오묘하게 살랑이던 무성하고 예민한 잎새들.
느릿느릿 물들다 우수수 서글픈 소리를 내며 서둘러지던 낙엽.
그런 것들이 과연 저 나무가 한 짓이었을까.
혹시 저 나무가 꾼 꿈이 아니었을까.< 박완서 산문집 中에서 >
걸어서 다는 갈 수 없는 곳에 바다가 있었습니다 날개로 다는 날 수 없는 곳에 하늘이 있었습니다. 꿈으로 다는 갈 수 없는 곳에 세월이 있었습니다 아, 나의 세월로 다는 갈 수 없는 곳에 내일이 있었습니다 살구나무 옆의 올망졸망 작은 나무들도 흔들림 없긴 마찬가지다. 한때는 제각기 영화로웠던 나무들이다. 한때의 영화는 속절없이 가버렸고, 속절없이 가버린 것은 나의 군더더기일 뿐 전체는 아니라고 주장이라도 하듯 마지막 남은 전체는 한점 흔들림도 없다. 나무를 담고 싶다. 아름다운 밤 되시고...좋은 꿈 꾸시기를 바랍니다. 불. 야.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