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 부 방으로 들어온 태희는 그대로 침대위에 털썩 엎어져 눕는다. 그리곤 생각한다. 삼 년만인가? 찬휘를 다시 만난 것이. 그땐 철이 없었던 자신을 탓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던 여자였다. 태희의 우유부단함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그렇게 찬휘를 보내진 않았을 것이다. 이제와서 그것에 후회는 없다. 없는대도 찬휘를 보는 게, 준호를 보는 게 힘든 건 사실이다. 태희는 가만히 찬휘를 떠올리다 수정을 떠올린다. 언제나 자신 앞에서 환하게 웃던 수정, 처음 수정을 만났던 전철역을 떠올리자 태희는 슬밋 웃음이 난다. 두번째 만나던 날 역시 이유없이 울던 수정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태희는 휴대폰을 꺼내 가만히 들여다 본다. ***************** 현관 밖에 서 있는 새어머니 앞에 수정이 엉거주춤 다가와 선다. 뒤돌아 서 있던 새어머니가 화가 난 듯 홱 돌아본다. -친구도 좀 가려 가면서 사겨. 저것도 친구라고....쯧쯧. 새어머니의 말에 대꾸하기 싫은 수정은 아무말 없이 고개를 돌려 서 있다. -너 내일 제주도 가면 언제 올지도 모르고, 너하고 나 아직 덜 끝난 얘기 있잖니. -무슨 얘기요? -얘 좀 봐, 너 그 집 아들하고 어쩔 셈이야? -무슨 말이에요? -몰라서 묻니 지금? 결혼이라도 할 생각이냐구.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결혼이에요, 그리구 그 집 사람들이 뭐가 아쉬워서 저 같은 애를 며느리 보겠다 하겠어요. -주제는 알고 있네 그래두. 새어머니의 말에 수정이 짧게 한숨은 내쉰다. -그래두 그 애가 너 제주도 데리고 갈 정도면 뭐, 결혼까지도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냔 말이지. 제주도 가면, 넌 어디서 묵니? -숙소 있어요. -너더러 숙소에서 머물래? -그럼 뭐?..... -얘가 이렇게 멍청하다니까, 집 하나 얻어 달라구 해. 사귀는 사람한테 그 정도도 못해 준대니? 그 집에선 그 정도 돈쯤은 아무 것도 아닐 거 아냐. 수정이 그제서야 새어머니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러다 짜증 난 표정으로 새어머니를 본다. -그 정도 사이 아니에요, 무슨 말씀 하시려는지 알겠는데요, 저 돈 없어요. 제가 거지도 아니고, 그 사람한테 왜 돈을 달라고 해요? -얘 좀 봐, 내가 언제 돈 달라구 그랬니? -.....? -니가 그 집 며느리만 되면 다 해결 될 문젠데, 그깟 몇 푼이 무슨 대수라구. 내가 입 다물고 있을게, 나 그 집 사람들한테는 니 엄마 아니다. 니 아버지랑 너하구 둘만 있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모르겠는데요. -젊은 애가 왜 이렇게 꽉 막혔어? 그래, 내가 까놓고 말할게. 너도 어차피 그 집 사람들한테 내가 새어머니란 사실 알려지면 좋을 거 없잖아. 다 된 밥에 재 뿌릴 일도 아니고...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까 내가 빠진다구. 내 입 단속 철저하게 할테니까, 나중에 너 결혼하게 되면, 나 모르는 척은 하지 마라. 나도 뭐, 큰 거 안 바래. 그냥, 반듯한 집 한 채만 있으면 나랑 혜지랑 둘이서 살 수도 있고.... -그러니까 지금... -너한테 나쁠 거 없잖아. 나중에 한 몫만 떼어주면 무덤까지 비밀 가지고 갈게. 그러니까, 너두 앞으로 그 집 아들하고 잘 되도록 좀 해봐. 알았지? 피곤할텐데, 그만 들어가 자. 제주도 가면 연락해. 참, 너 결혼 성사 될 때까진 니 아버지 내가 잘 모실테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구. 그럼, 나 간다. 새어머니가 돌아서 가자 수정이 기가 막히다는 듯 헛웃음을 치다 이마에 손을 얹고 새어머니의 뒷모습을 쳐다 보고 서 있다. 그때 현숙이 현관 문을 열고 수정일 부른다. -전화 받어. 갔냐? 현숙이 휴대폰을 내밀자 수정이 좋지 않은 표정으로 휴대폰을 건네 받는다. -여보세요? -씻고 있었어? 태희의 목소리다. -아니. -목소리가 왜 그래? -목소리가 뭐? -친구가 때렸어? 뭐라 그래? 태희의 말에 수정이 어이없는 웃음을 흘린다. -때렸으면? -나한테 죽는다 그래.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구, 그만 자.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 되잖어. -오늘 기분 망친 거 아니지? -내 기분 걱정되서 전화했어? -아니, 뭐....그냥, 잠도 안오고 해서. 태희가 괜히 말을 돌리자 수정이 입을 삐죽거린다. -눈 감구, 양 백마리만 세어 봐 그럼. 그래도 안 오면, 그 다음엔 별 백개만 세어보구. -밤새 숫자만 세? -지겨워지면 잠이 오게 되어 있어. -그거 아냐? -뭐? -너 한 번도 나한테 니 감정 말한 적 없었다. 태희의 말에 수정이 아무런 말을 못하고 섰다. -아직도 그냥 내가 너한테 백마탄 왕자일 뿐이냐? 역시 수정이 아무런 말을 못한다. -내가....그렇게 멋져 보여? 백마탄 왕자처럼? -치이.... -잘 자라, 내일 데리러 갈게. 태희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 수정이 태희를 부른다. -태희야. -왜? -너..... -뭐? -백마탄 왕자 아냐, 왕자가 얼마나 멋있는데....너는 택두 없지. 잘 자라. 수정이 전화를 끊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못한 것에 제 머리를 콕콕 쥐어 박는다. 현숙이 고개를 내밀고 서서 그런 수정일 한심한 듯 쳐다 본다. -밤새 그러고 있을 거냐? -들어가. *************** 책을 보던 윤미는 시계를 힐끔 보고는 책을 덮고 침대 위로 가서 누우려다 생각난 듯 수정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수정의 목소리가 들리자 윤미는 잠깐 망설이다 말한다. -나야, 왕재수. -어쩐 일이야? -내가 왕재수긴 한가 보네. -뭐, 또 싸울 일 있니 우리? -날 좀 그만 세우지 그러니? 나 싸우려구 너한테 전화한 거 아냐. -그럼 왜 했는데? -제주도 간다며? -진우가 그래? -진우가 그런 얘길 나한테 해? 나두 귀 있어. 잘 돼가나 보네, 제주도까지 같이 가는 걸 보면. -미안하다, 니 뜻대로 안되서. -비꼬는 거 니가 먼저 하잖아 지금. 나 싸우려고 전화한 거 아니라고 했어. -알았어, 무슨 일인데? -진우 회사 그만 두고, 내일부터 우리 아빠 회사에 출근해. 오늘 인사 드렸어. -축하 받고 싶어서 전화했니? 잘 됐네. -나 너한테 미운 털 박힌 거 알어. 그리구, 사실 지금도 니가 그렇게 좋은 건 아냐. 하지만, 미운 정도 정이라더라. 그래도 제주도 간다는데 인사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전화했어. -고맙다. -진심이니? -진심이야. -담에 우리 만나게 되면 그땐 서로 흘기면서 보지 말자. 너...진우한테 맘 접은 거 확실하지? 만나도 불편하게 이상한 감정 드러내구 그러지 마라. -어이그,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야, 이윤미. 니 버릇 어디 가니?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을 날 받아 놓은 거랜다, 잘 살어. 그 밥맛 없는 왕싸가지하구 사랑도 많이 하구. -야, 걔가 왜 왕싸가지냐? 솔직히 싸가지는 진우지. 그 자식이 더 밥맛 없다. -야, 진우는 왜 끄집어 들여? 진우가 뭘 어쨌게? 내 남자다, 욕하지마. -너두 하지마 그럼. 나두 기분 나뻐, 왜 이래? 서로 티격태격 하다 웃음이 나는지 윤미와 수정인 서로 웃음을 터뜨린다. -나...그래도 너하고 아직 친구지? 윤미의 말에 수정이 잠시 말이 없다가 나지막히 꺼낸다. -하는 거 봐서. -잘났어. 개뿔도 잘난 거 하나 없으면서....다음에, 진우랑 제주도에 놀러 갈게. -그래. -이만 끊는다. -어, 잘 자. 전화를 끊고 윤미는 그동안 수정에 대한 미움이 조금은 가시는 것처럼 느껴졌다. 기분 좋게 불을 끄고 자리에 눕는다. **************** 이른 새벽에 눈을 뜬 태희는 추리닝 차림으로 갈아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온다. 강회장이 그런 태희를 놀란 눈으로 본다. -어쩐 일이냐? -일찍 눈이 떠지네요. 강회장의 손에 있던 물통을 빼앗아 들고 태희가 먼저 현관으로 나가자 강회장이 싫지 않은 표정으로 헛기침을 하며 뒤따라 나간다. -형은요? -니 형, 어제 늦게 들어왔어. 더 자라고 내버려뒀다. -네에. 강회장과 태희는 푸르스름한 새벽 골목길을 터벅터벅 걸어 올라간다. 오랜만에 두 부자가 나란히 새벽 길을 걷는다. 강회장은 물끄러미 태희를 돌아보다 앞을 본다. ************** 수정인 일찍 눈을 떠 옷가지를 트렁크 가방안에 챙겨 넣는다. 현숙이 잠에서 깨어 눈을 부비며 일어난다. -벌써 준비해? -어, 지금 해야지. -정말 가는 거냐? -서운하지? 그래두 곁에 있을 때가 좋았지? -웃기고 있네, 내 속이 다 시원하다. 아유, 나도 이제 이 좁은 방구석에서 웅크리고 안 자도 되네요. 너 가고 나면 대자로 뻗어서 자야지. 수정이 눈물을 글썽이며 현숙을 본다. -왜 그렇게 봐? 수정이 가만히 현숙일 안는다. 현숙은 알면서도 괜히 툴툴 댄다. -얘가 징그럽게 왜 이래? -고마워, 내가 너한테 짐이 되었다는 거 알지만...그래도 나 안 내쫓고 데리고 살아줘서 고마워. 내가 힘들 때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니 도움이 정말 컸다. 알지? 잊지 않을게. 내가 성공하면 꼭 너 먼저 찾을게. -지랄하네. 현숙이 눈물을 참으며 괜히 궁시렁댄다. 수정이 현숙의 몸에서 빠져 나와 씨익 웃어 보인다. -가끔 니가 우리 아버지 한 번쯤은 찾아 봐주라. 무슨 일 생기면, 나한테 꼭 연락하구. -걱정하지마, 너나 잘 살어. 수정이 눈물을 훔치며 다시 옷을 가방 안에 집어 넣는다. 현숙이 그런 수정을 보다 보이지 않게 한숨을 내쉰다. 그때 수정의 휴대폰이 울린다. -여보세요? -나다. 부친의 목소리다. -아버지? -오늘 가는 날이지? 니 엄마한테 들었어. 나 지금 시장에 나와 있다. 건너편에서 오늘 들어온 물건에 경매가 시작 되었는지 시끌벅적하다. -안 힘드세요? -할 만해. 내 걱정은 하지 마라. 가서 잘 지내고, 몸 조심하고. -네. -끼니 거르지 말고. -아버진....제 걱정하지 마세요, 무슨 일 생기면 꼭 연락 주시구요. 그리구, 힘드시면 언제든지 그만두세요. 참지 마시구요. -그래. 멀리서 부친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부친의 목소리가 다급해진다. -도착하면 전화해라. -네, 아버지....사랑해요. -그래. 전화가 끊어지고 수정인 다시 눈물을 글썽인다. 부친을 두고 혼자 가는 것이 내내 맘에 걸린다. ************* 아침 식사를 끝내고 태희가 이층에서 내려오자 강회장과 모친이 기다리고 서 있었다. 태희의 뒤에 태경이 따라 내려 온다. -가서 끼니 잘 챙겨 먹고, 사고 치지 말고. 모친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하자 태희가 시큰둥하게 말한다. -사고는 무슨. -건강하게 잘 있다 와. -알았어. 태희가 작은 가방을 매고 돌아서자 강회장과 태경이 먼저 현관으로 나간다. 대문 밖까지 나온 모친, 차에 오르기 전에 강회장이 돌아보며 태희에게 말한다. -가면 박전무가 마중 나와 있을 게다. -네. -정신 차리고 제대로 해. -네. 강회장이 헛기침을 하고 차에 오르자 태경이 태희를 본다. -공항까지 데려다 줄게 타. -아냐, 내 차로 갈거야. -그래, 몸 조심해라. -어. 태경이 차에 오르자 차는 출발하고 모친은 차가 떠나는 걸 보고 태희에게 말한다. -호텔에 가서 대놓고 연애질 하지 말고 조심 좀 해, 니 아버지 성질 긁지 말고. -우리 엄만 갈 때까지 잔소리야. 그냥, 몸 조심하게 잘 있다 오너라 그러면 안 돼? 알았어, 걱정하지마. 태희가 돌아서려다 다시 모친을 보고는 와락 껴안는다. -문여사님, 걱정하지 마시고 절대로 바람 피지 마. 태희의 장난에 모친은 눈을 흘기며 태희의 어깨를 한대 쥐어 박는다. -자주 연락할게. -제발 좀. 태희가 차에 오르고 손을 흔들며 사라지자 모친이 멀찌기 보고 서 있다. -불안해서 내가 못 살겠다 증말. 혀를 차며 모친이 사라진 태희를 보다 돌아서 들어간다. 달리는 차 안에서 태희는 수정에게 전화를 건다. -준비 다 했어? -어. -지금 가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전화를 끊고 태희는 속도를 높인다. ***************** 첫 출근한 진우는 상사에게 인사하고, 동료들에게 인사 하느라 정신 없다. 그러다 힐끔 시계를 본다. -십분 뒤에 현장으로 함께 가 보지. 팀장의 말에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시계를 자꾸 힐끔 거리는데 마음이 조급해진다. -현장이 공항 근처죠? -어. -그럼, 죄송합니다만 공항에 잠시 들렀다가 현장에서 바로 만나면 안되겠습니까? -왜? -공항에 꼭 좀 들러야 할 일이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첫날부터. 팀장은 시계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럼 그렇게 하지, 급한 일인가 본데. 대신, 시간에 늦지 않도록 해. -네, 감사합니다. 진우는 서둘러 사무실을 뛰어 나간다. ***************** 공항에 도착한 태희와 수정은 차에서 내려 대합실로 들어간다. 수정은 자꾸만 뒤돌아 보다 태희를 올려다 본다. -뭐 두고 온 거 있어? -어? -왜 자꾸 뒤는 돌아봐? -아니....그냥. 수정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하는데 먼저 와서 기다리던 총지배인이 태희를 부른다. -강태희. -안녕하세요. 총지배인을 보고 수정이 인사를 건네자 총지배인이 웃으며 수정일 본다. -오랜만이야, 더 이뻐진 것 같다? 총지배인의 말에 수정이 피식 웃자 태희가 건들 거리며 말한다. -얘한테 뭐 잘 보일 일 있어? 안하던 짓하구 그래? -아침으로 쥐약 먹었다 왜? -다 모인 거야? -니들이 제일 늦었어, 임마. 셋이 국내선 출구쪽으로 걸어가는데 진우가 허겁지겁 뒤에서 뛰어온다. -수정아. 진우의 목소리에 수정이 돌아본다. 태희가 진우를 보고 표정이 일그러진다. -저 자식은 왜 왔대? 수정이 걸어가 진우 앞에 서자 진우가 거친 숨을 고르며 본다. -늦었는 줄 알았다. -왜 왔어? -가는 거 보려구. 수정이 씨익 웃으며 진우를 올려다 보자 진우가 땀을 훔치며 태희를 힐끔 본다. -오래 잡아 두면 저 자식이 나, 한대 칠 거 같다. 진우의 말에 수정이 피식 웃는다. -넌 어딜 가든 잘 할거야. 항상 그랬잖아. -고마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어. 신데렐라도 왕자는 사랑했다. 사랑하는 마음 없이 조건만 보고 신데렐라가 된 건 절대로 아니었어. 사랑하는 마음이 진실해서 신데렐라가 된 거야. 그 마음을 왕자가 알았기 때문이야. 첨부터 의도적인 것이었다면 아마도 신데렐라는 애시당초 없었을 거야. 진우의 말에 수정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저 자식, 다른 건 몰라도 너 많이 사랑해줄 것 같아서 내가 맘이 놓여. -야, 안 갈거야? 태희가 짜증 섞인 말투로 소리 지르자 수정이 힐끔 돌아본다. 진우가 손을 내밀자 수정이 진우의 손을 잡는다. -너두 행복했으면 좋겠어. 수정이 말하자 진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너 없이도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이제 보이기 시작했어. 잘가, 가서 꿋꿋하게 잘 버텨내. 다음에 윤미랑 함께 만나러 갈게. -어. 진우의 손에서 수정의 손이 천천히 빠져 나가고 수정이 망설이다 돌아서면 진우는 마음 아픈 듯 서서 수정의 뒷모습을 착찹하게 바라보고 서 있다. 수정이 걸어가 태희 옆에 서자 태희가 수정의 손을 덥썩 잡고는 뒤돌아 본다. 일부러 진우 보란 듯이 수정의 손을 꽉 움켜 잡고는 수정에게 나지막히 묻는다. -너 한 번만 더 딴 놈한테 덥썩 손 내주면 나한테 죽는다. 태희의 말에 수정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돌아보다 피식 웃는다. 태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조금 전 진우가 잡았을 수정의 손을 자신의 옷에 닦듯 쓰윽 문지른다. 그런 두 사람을 뒤에서 바라보고 서 있는 진우의 표정은 어둡지만 이내 씨익 웃어 보이고는 천천히 돌아선다. -수정아, 니가 행복해 보여서 나도 행복하다. *****잠이 와서 도저히 이제 못 쓰겠습니다. 이제 정말 자야겠습니다. 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거든요. 그동안 못 올린 거 이정도면 용서 받겠습니까? 편안한 밤 보내시구요, 다음에 다시 뵐게요^^ 행복하세요!
신데렐라를 꿈꾸며-제25부-
제 25 부
방으로 들어온 태희는 그대로 침대위에 털썩 엎어져 눕는다.
그리곤 생각한다. 삼 년만인가? 찬휘를 다시 만난 것이.
그땐 철이 없었던 자신을 탓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던 여자였다. 태희의 우유부단함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그렇게
찬휘를 보내진 않았을 것이다. 이제와서 그것에 후회는 없다. 없는대도
찬휘를 보는 게, 준호를 보는 게 힘든 건 사실이다. 태희는 가만히 찬휘를
떠올리다 수정을 떠올린다. 언제나 자신 앞에서 환하게 웃던 수정,
처음 수정을 만났던 전철역을 떠올리자 태희는 슬밋 웃음이 난다.
두번째 만나던 날 역시 이유없이 울던 수정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태희는 휴대폰을 꺼내 가만히 들여다 본다.
*****************
현관 밖에 서 있는 새어머니 앞에 수정이 엉거주춤 다가와 선다.
뒤돌아 서 있던 새어머니가 화가 난 듯 홱 돌아본다.
-친구도 좀 가려 가면서 사겨. 저것도 친구라고....쯧쯧.
새어머니의 말에 대꾸하기 싫은 수정은 아무말 없이 고개를 돌려 서 있다.
-너 내일 제주도 가면 언제 올지도 모르고, 너하고 나 아직 덜 끝난 얘기 있잖니.
-무슨 얘기요?
-얘 좀 봐, 너 그 집 아들하고 어쩔 셈이야?
-무슨 말이에요?
-몰라서 묻니 지금? 결혼이라도 할 생각이냐구.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결혼이에요, 그리구 그 집 사람들이 뭐가 아쉬워서
저 같은 애를 며느리 보겠다 하겠어요.
-주제는 알고 있네 그래두.
새어머니의 말에 수정이 짧게 한숨은 내쉰다.
-그래두 그 애가 너 제주도 데리고 갈 정도면 뭐, 결혼까지도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냔 말이지. 제주도 가면, 넌 어디서 묵니?
-숙소 있어요.
-너더러 숙소에서 머물래?
-그럼 뭐?.....
-얘가 이렇게 멍청하다니까, 집 하나 얻어 달라구 해. 사귀는 사람한테 그 정도도
못해 준대니? 그 집에선 그 정도 돈쯤은 아무 것도 아닐 거 아냐.
수정이 그제서야 새어머니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러다 짜증 난 표정으로 새어머니를 본다.
-그 정도 사이 아니에요, 무슨 말씀 하시려는지 알겠는데요, 저 돈 없어요.
제가 거지도 아니고, 그 사람한테 왜 돈을 달라고 해요?
-얘 좀 봐, 내가 언제 돈 달라구 그랬니?
-.....?
-니가 그 집 며느리만 되면 다 해결 될 문젠데, 그깟 몇 푼이 무슨 대수라구.
내가 입 다물고 있을게, 나 그 집 사람들한테는 니 엄마 아니다. 니 아버지랑
너하구 둘만 있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모르겠는데요.
-젊은 애가 왜 이렇게 꽉 막혔어? 그래, 내가 까놓고 말할게. 너도 어차피 그 집 사람들한테
내가 새어머니란 사실 알려지면 좋을 거 없잖아. 다 된 밥에 재 뿌릴 일도 아니고...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까 내가 빠진다구. 내 입 단속 철저하게 할테니까, 나중에
너 결혼하게 되면, 나 모르는 척은 하지 마라. 나도 뭐, 큰 거 안 바래. 그냥, 반듯한
집 한 채만 있으면 나랑 혜지랑 둘이서 살 수도 있고....
-그러니까 지금...
-너한테 나쁠 거 없잖아. 나중에 한 몫만 떼어주면 무덤까지 비밀 가지고 갈게.
그러니까, 너두 앞으로 그 집 아들하고 잘 되도록 좀 해봐. 알았지?
피곤할텐데, 그만 들어가 자. 제주도 가면 연락해. 참, 너 결혼 성사 될 때까진
니 아버지 내가 잘 모실테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구. 그럼, 나 간다.
새어머니가 돌아서 가자 수정이 기가 막히다는 듯 헛웃음을 치다 이마에
손을 얹고 새어머니의 뒷모습을 쳐다 보고 서 있다.
그때 현숙이 현관 문을 열고 수정일 부른다.
-전화 받어. 갔냐?
현숙이 휴대폰을 내밀자 수정이 좋지 않은 표정으로 휴대폰을 건네 받는다.
-여보세요?
-씻고 있었어?
태희의 목소리다.
-아니.
-목소리가 왜 그래?
-목소리가 뭐?
-친구가 때렸어? 뭐라 그래?
태희의 말에 수정이 어이없는 웃음을 흘린다.
-때렸으면?
-나한테 죽는다 그래.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구, 그만 자.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 되잖어.
-오늘 기분 망친 거 아니지?
-내 기분 걱정되서 전화했어?
-아니, 뭐....그냥, 잠도 안오고 해서.
태희가 괜히 말을 돌리자 수정이 입을 삐죽거린다.
-눈 감구, 양 백마리만 세어 봐 그럼. 그래도 안 오면, 그 다음엔 별 백개만 세어보구.
-밤새 숫자만 세?
-지겨워지면 잠이 오게 되어 있어.
-그거 아냐?
-뭐?
-너 한 번도 나한테 니 감정 말한 적 없었다.
태희의 말에 수정이 아무런 말을 못하고 섰다.
-아직도 그냥 내가 너한테 백마탄 왕자일 뿐이냐?
역시 수정이 아무런 말을 못한다.
-내가....그렇게 멋져 보여? 백마탄 왕자처럼?
-치이....
-잘 자라, 내일 데리러 갈게.
태희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 수정이 태희를 부른다.
-태희야.
-왜?
-너.....
-뭐?
-백마탄 왕자 아냐, 왕자가 얼마나 멋있는데....너는 택두 없지. 잘 자라.
수정이 전화를 끊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못한 것에 제 머리를 콕콕
쥐어 박는다. 현숙이 고개를 내밀고 서서 그런 수정일 한심한 듯 쳐다 본다.
-밤새 그러고 있을 거냐?
-들어가.
***************
책을 보던 윤미는 시계를 힐끔 보고는 책을 덮고 침대 위로 가서 누우려다
생각난 듯 수정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수정의 목소리가 들리자 윤미는 잠깐 망설이다 말한다.
-나야, 왕재수.
-어쩐 일이야?
-내가 왕재수긴 한가 보네.
-뭐, 또 싸울 일 있니 우리?
-날 좀 그만 세우지 그러니? 나 싸우려구 너한테 전화한 거 아냐.
-그럼 왜 했는데?
-제주도 간다며?
-진우가 그래?
-진우가 그런 얘길 나한테 해? 나두 귀 있어. 잘 돼가나 보네, 제주도까지
같이 가는 걸 보면.
-미안하다, 니 뜻대로 안되서.
-비꼬는 거 니가 먼저 하잖아 지금. 나 싸우려고 전화한 거 아니라고 했어.
-알았어, 무슨 일인데?
-진우 회사 그만 두고, 내일부터 우리 아빠 회사에 출근해. 오늘 인사 드렸어.
-축하 받고 싶어서 전화했니? 잘 됐네.
-나 너한테 미운 털 박힌 거 알어. 그리구, 사실 지금도 니가 그렇게 좋은 건 아냐.
하지만, 미운 정도 정이라더라. 그래도 제주도 간다는데 인사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전화했어.
-고맙다.
-진심이니?
-진심이야.
-담에 우리 만나게 되면 그땐 서로 흘기면서 보지 말자. 너...진우한테 맘 접은 거
확실하지? 만나도 불편하게 이상한 감정 드러내구 그러지 마라.
-어이그,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야, 이윤미. 니 버릇 어디 가니?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을 날 받아 놓은 거랜다, 잘 살어. 그 밥맛 없는
왕싸가지하구 사랑도 많이 하구.
-야, 걔가 왜 왕싸가지냐? 솔직히 싸가지는 진우지. 그 자식이 더 밥맛 없다.
-야, 진우는 왜 끄집어 들여? 진우가 뭘 어쨌게? 내 남자다, 욕하지마.
-너두 하지마 그럼. 나두 기분 나뻐, 왜 이래?
서로 티격태격 하다 웃음이 나는지 윤미와 수정인 서로 웃음을 터뜨린다.
-나...그래도 너하고 아직 친구지?
윤미의 말에 수정이 잠시 말이 없다가 나지막히 꺼낸다.
-하는 거 봐서.
-잘났어. 개뿔도 잘난 거 하나 없으면서....다음에, 진우랑 제주도에 놀러 갈게.
-그래.
-이만 끊는다.
-어, 잘 자.
전화를 끊고 윤미는 그동안 수정에 대한 미움이 조금은 가시는 것처럼 느껴졌다.
기분 좋게 불을 끄고 자리에 눕는다.
****************
이른 새벽에 눈을 뜬 태희는 추리닝 차림으로 갈아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온다.
강회장이 그런 태희를 놀란 눈으로 본다.
-어쩐 일이냐?
-일찍 눈이 떠지네요.
강회장의 손에 있던 물통을 빼앗아 들고 태희가 먼저 현관으로 나가자 강회장이
싫지 않은 표정으로 헛기침을 하며 뒤따라 나간다.
-형은요?
-니 형, 어제 늦게 들어왔어. 더 자라고 내버려뒀다.
-네에.
강회장과 태희는 푸르스름한 새벽 골목길을 터벅터벅 걸어 올라간다.
오랜만에 두 부자가 나란히 새벽 길을 걷는다. 강회장은 물끄러미 태희를
돌아보다 앞을 본다.
**************
수정인 일찍 눈을 떠 옷가지를 트렁크 가방안에 챙겨 넣는다. 현숙이 잠에서
깨어 눈을 부비며 일어난다.
-벌써 준비해?
-어, 지금 해야지.
-정말 가는 거냐?
-서운하지? 그래두 곁에 있을 때가 좋았지?
-웃기고 있네, 내 속이 다 시원하다. 아유, 나도 이제 이 좁은 방구석에서
웅크리고 안 자도 되네요. 너 가고 나면 대자로 뻗어서 자야지.
수정이 눈물을 글썽이며 현숙을 본다.
-왜 그렇게 봐?
수정이 가만히 현숙일 안는다. 현숙은 알면서도 괜히 툴툴 댄다.
-얘가 징그럽게 왜 이래?
-고마워, 내가 너한테 짐이 되었다는 거 알지만...그래도 나 안 내쫓고
데리고 살아줘서 고마워. 내가 힘들 때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니 도움이
정말 컸다. 알지? 잊지 않을게. 내가 성공하면 꼭 너 먼저 찾을게.
-지랄하네.
현숙이 눈물을 참으며 괜히 궁시렁댄다. 수정이 현숙의 몸에서 빠져 나와
씨익 웃어 보인다.
-가끔 니가 우리 아버지 한 번쯤은 찾아 봐주라. 무슨 일 생기면, 나한테
꼭 연락하구.
-걱정하지마, 너나 잘 살어.
수정이 눈물을 훔치며 다시 옷을 가방 안에 집어 넣는다. 현숙이 그런 수정을
보다 보이지 않게 한숨을 내쉰다. 그때 수정의 휴대폰이 울린다.
-여보세요?
-나다.
부친의 목소리다.
-아버지?
-오늘 가는 날이지? 니 엄마한테 들었어. 나 지금 시장에 나와 있다.
건너편에서 오늘 들어온 물건에 경매가 시작 되었는지 시끌벅적하다.
-안 힘드세요?
-할 만해. 내 걱정은 하지 마라. 가서 잘 지내고, 몸 조심하고.
-네.
-끼니 거르지 말고.
-아버진....제 걱정하지 마세요, 무슨 일 생기면 꼭 연락 주시구요. 그리구,
힘드시면 언제든지 그만두세요. 참지 마시구요.
-그래.
멀리서 부친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부친의 목소리가 다급해진다.
-도착하면 전화해라.
-네, 아버지....사랑해요.
-그래.
전화가 끊어지고 수정인 다시 눈물을 글썽인다. 부친을 두고 혼자 가는 것이
내내 맘에 걸린다.
*************
아침 식사를 끝내고 태희가 이층에서 내려오자 강회장과 모친이
기다리고 서 있었다. 태희의 뒤에 태경이 따라 내려 온다.
-가서 끼니 잘 챙겨 먹고, 사고 치지 말고.
모친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하자 태희가 시큰둥하게 말한다.
-사고는 무슨.
-건강하게 잘 있다 와.
-알았어.
태희가 작은 가방을 매고 돌아서자 강회장과 태경이 먼저 현관으로 나간다.
대문 밖까지 나온 모친, 차에 오르기 전에 강회장이 돌아보며 태희에게 말한다.
-가면 박전무가 마중 나와 있을 게다.
-네.
-정신 차리고 제대로 해.
-네.
강회장이 헛기침을 하고 차에 오르자 태경이 태희를 본다.
-공항까지 데려다 줄게 타.
-아냐, 내 차로 갈거야.
-그래, 몸 조심해라.
-어.
태경이 차에 오르자 차는 출발하고 모친은 차가 떠나는 걸 보고 태희에게 말한다.
-호텔에 가서 대놓고 연애질 하지 말고 조심 좀 해, 니 아버지 성질 긁지 말고.
-우리 엄만 갈 때까지 잔소리야. 그냥, 몸 조심하게 잘 있다 오너라 그러면
안 돼? 알았어, 걱정하지마.
태희가 돌아서려다 다시 모친을 보고는 와락 껴안는다.
-문여사님, 걱정하지 마시고 절대로 바람 피지 마.
태희의 장난에 모친은 눈을 흘기며 태희의 어깨를 한대 쥐어 박는다.
-자주 연락할게.
-제발 좀.
태희가 차에 오르고 손을 흔들며 사라지자 모친이 멀찌기 보고 서 있다.
-불안해서 내가 못 살겠다 증말.
혀를 차며 모친이 사라진 태희를 보다 돌아서 들어간다.
달리는 차 안에서 태희는 수정에게 전화를 건다.
-준비 다 했어?
-어.
-지금 가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전화를 끊고 태희는 속도를 높인다.
*****************
첫 출근한 진우는 상사에게 인사하고, 동료들에게 인사 하느라 정신 없다.
그러다 힐끔 시계를 본다.
-십분 뒤에 현장으로 함께 가 보지.
팀장의 말에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시계를 자꾸 힐끔 거리는데 마음이
조급해진다.
-현장이 공항 근처죠?
-어.
-그럼, 죄송합니다만 공항에 잠시 들렀다가 현장에서 바로 만나면 안되겠습니까?
-왜?
-공항에 꼭 좀 들러야 할 일이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첫날부터.
팀장은 시계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럼 그렇게 하지, 급한 일인가 본데. 대신, 시간에 늦지 않도록 해.
-네, 감사합니다.
진우는 서둘러 사무실을 뛰어 나간다.
*****************
공항에 도착한 태희와 수정은 차에서 내려 대합실로 들어간다.
수정은 자꾸만 뒤돌아 보다 태희를 올려다 본다.
-뭐 두고 온 거 있어?
-어?
-왜 자꾸 뒤는 돌아봐?
-아니....그냥.
수정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하는데 먼저 와서 기다리던 총지배인이 태희를
부른다.
-강태희.
-안녕하세요.
총지배인을 보고 수정이 인사를 건네자 총지배인이 웃으며 수정일 본다.
-오랜만이야, 더 이뻐진 것 같다?
총지배인의 말에 수정이 피식 웃자 태희가 건들 거리며 말한다.
-얘한테 뭐 잘 보일 일 있어? 안하던 짓하구 그래?
-아침으로 쥐약 먹었다 왜?
-다 모인 거야?
-니들이 제일 늦었어, 임마.
셋이 국내선 출구쪽으로 걸어가는데 진우가 허겁지겁 뒤에서 뛰어온다.
-수정아.
진우의 목소리에 수정이 돌아본다. 태희가 진우를 보고 표정이 일그러진다.
-저 자식은 왜 왔대?
수정이 걸어가 진우 앞에 서자 진우가 거친 숨을 고르며 본다.
-늦었는 줄 알았다.
-왜 왔어?
-가는 거 보려구.
수정이 씨익 웃으며 진우를 올려다 보자 진우가 땀을 훔치며 태희를 힐끔 본다.
-오래 잡아 두면 저 자식이 나, 한대 칠 거 같다.
진우의 말에 수정이 피식 웃는다.
-넌 어딜 가든 잘 할거야. 항상 그랬잖아.
-고마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어. 신데렐라도 왕자는 사랑했다. 사랑하는 마음 없이
조건만 보고 신데렐라가 된 건 절대로 아니었어. 사랑하는 마음이 진실해서
신데렐라가 된 거야. 그 마음을 왕자가 알았기 때문이야. 첨부터 의도적인 것이었다면
아마도 신데렐라는 애시당초 없었을 거야.
진우의 말에 수정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저 자식, 다른 건 몰라도 너 많이 사랑해줄 것 같아서 내가 맘이 놓여.
-야, 안 갈거야?
태희가 짜증 섞인 말투로 소리 지르자 수정이 힐끔 돌아본다.
진우가 손을 내밀자 수정이 진우의 손을 잡는다.
-너두 행복했으면 좋겠어.
수정이 말하자 진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너 없이도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이제 보이기 시작했어. 잘가, 가서 꿋꿋하게
잘 버텨내. 다음에 윤미랑 함께 만나러 갈게.
-어.
진우의 손에서 수정의 손이 천천히 빠져 나가고 수정이 망설이다 돌아서면
진우는 마음 아픈 듯 서서 수정의 뒷모습을 착찹하게 바라보고 서 있다.
수정이 걸어가 태희 옆에 서자 태희가 수정의 손을 덥썩 잡고는 뒤돌아 본다.
일부러 진우 보란 듯이 수정의 손을 꽉 움켜 잡고는 수정에게 나지막히 묻는다.
-너 한 번만 더 딴 놈한테 덥썩 손 내주면 나한테 죽는다.
태희의 말에 수정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돌아보다 피식 웃는다.
태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조금 전 진우가 잡았을 수정의 손을 자신의 옷에
닦듯 쓰윽 문지른다. 그런 두 사람을 뒤에서 바라보고 서 있는 진우의 표정은
어둡지만 이내 씨익 웃어 보이고는 천천히 돌아선다.
-수정아, 니가 행복해 보여서 나도 행복하다.
*****잠이 와서 도저히 이제 못 쓰겠습니다.
이제 정말 자야겠습니다. 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거든요.
그동안 못 올린 거 이정도면 용서 받겠습니까?
편안한 밤 보내시구요, 다음에 다시 뵐게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