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략 결혼>제13회-조금씩 열리는 그와그녀-

쟈스민200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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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진은 이불을 확 걷어 버렸다.

움츠려 있던 은우는 놀란 토끼눈 마냥 그를 올려다봤다.

딱벌어진 어깨사이로 보이는 탄탄한 그의 가슴이 너무도 선명히 은우 눈에

비쳐졌다.

 

"무..무..슨 짓이죠?"

 

철진은 한쪽입을 자연스럽게 치켜 올리고는 은우의 오히려 이런 행동들을

이해를 못하는듯 이불속으로 들어왔다.


"내가뭘?...잠을 자려고 했던것 뿐인데"

 

은우는 순간 식은땀을 닦으기라도 하듯 손으로 이마를 쓸어내려갔다.

그모습을 본 철진의 입가에 미소가 약간 번진듯 했다.

 

"혼자 이상한 상상을 했나보지?"

 

"내..내가..무슨 ..이상한 상상을요?저두 그냥 잠을 자려고 했던것 뿐이에요

그것 뿐이에요...."

 

말끝을 흐렸다.

그런 그가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은우를 지그시 바라봤다.

은우는 그런 철진의 모습에 심장이 또다시 좀전보다 빨리 작동한다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은우는 눈을 어디다 둘지 몰라 옆으로 누워버렸다.

 

"내가 그렇게 무섭나?"

 

철진의 의외의 말에 은우는 갑자기 일어섰다.

 

"무..무섭긴 ..누가 ...무섭대요?....

무서운게 아니라 당신이 절 살갑게 대하지 않으니...저도 ....."

 

철진은 멈추지 않고 은우를 하나하나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의 다마른 앞 머리는 너무나 부드럽게 그의 눈을 자연스레 덥어주고 있었고,

그의 차가운 눈은 오늘 만큼은 은우를  따뜻하게 바라봐주고 있는듯 했다.

 

"당신이 싫다면  만지지 않아"

 

은우의 굳어버린 표정을 철진은 그렇게밖에 해석을 못한것 같았다.

그렇게까지 은우도 얼굴 표정이 심각하리 만치 그러고 있을 필요까진 없는듯

싶었는데, 은우자신도 싶사리 내면 깊숙히 철진의 대한 마음을 아직까지는 

보이고  싶지 않을뿐이었다.남편이라는 이유의 그런 것도 있었지만 언제부턴지는

몰라도 철진을 바라보면 심장이 쿵쿵 거리는걸 한번씩 느낄수 있었다.

그건 은우 자신도 왜 그러는지를 모르고 있었다.

철진은 등을 보이고 누워 있는 은우를 향해 약간의 거리를 두고는 누워버렸다.

철진의 숨소리가 들린다.

나즈막하게 들리는 그의 숨소리는 은우를 잠못 이루기에 충분했다.

 

은우는 밤새 내내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몇번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누웠다를 반복했는지를 모르겠다.

동이틀때쯤 은우는 스르르 감긴눈을 그때서야 이기지 못했던것 같았다.

 

 

 

철진은  셔츠 단추를 여미고 타이를 맨후,침대로 다가가 깊게 잠들어 있는

은우의 볼을 어루 만지려다 올린 손을 내리고는 그대로 방을 빠져 나왔다.

 

아랫층에서는 이미 아침이 시작됐었고,진경이 거실에서 내려오는 철진을

반갑게 맞이한다.

 

"이게 누구야?더 멋있어 졌네?"


"여긴 어쩐일이야?"


"무슨 말이 그러냐?누나보고 반갑지도 않어?"

 

철진은 진경을 한심한듯 쳐다보고는 안방쪽으로 걸아갔다.

 

"저,싸가지..내동생이라지만 어쩌면 저렇게 인정머리가 없는지.."

 

진경은 안방으로 들어가는 철진을 보고는 조용히 혼자 궁시렁 거린다.

 

 

김여사는 이내 머리에 하얀띠를 두르고는 누워있었다.

옆에있던 강회장은 철진에게 눈짓으로 나가자는 신호를 보내고는 그렇게

안방을 나와버렸다.

부엌쪽으로 걸어가는 부자와 진경의 얼굴은 매우 굳어 있었다.

진경은 은우가 보이지 않자 대뜸 철진에게 쏘아부친다.

 

"너의 처,지금 뭐한대니?시어른들 계시는데말이야 "

 

"어젯밤 늦게 잤어,자게 놔둬"

 

철진은 그녈 이상황에서는 그렇게라도 말해두고 싶었다.

진경은 철진이 은우를 감싸려 들자 더 화가 났다.

 

"아무리 잠을 못잤어도 그렇지 여기가 지 혼자 사는 집이야?아버지랑 나

어제오후에 미국서 왔어,그러고는 그후로 얼굴한번 제대로 비치지도

않고,어쩜 그렇게 자기 맘대로니?"

 

"모르고 있어"

 

"말돼네.."

 

진경은 국물맛을 한번 보더니 느닷없는 아주머니께 핀잔을 주고 있다.

 

"아줌마,국물이 넘짜다.엄마 이런거 싫어 하시니까 엄마껀 다시 끓여요"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철진은 몇숟갈 뜨지 않고 수저를 놓았고,강회장도 철진과 같이  나가버렸다.

 

 

 

진경은 누워 있는 엄마에게로 달려 갔다.

 

"엄마!"

 

 모른척 자고 있는 엄마를 흔들어 깨웠다.

 

"아니..좀 놔둬...왜이래 애가?"

 

"엄마...나 지금 기가막히게 좋은 아이디어 떠올랐거든?"

 

김여사는 늘 호들갑스런 딸인지를 알기에 모른척 계속 누워 있었다.

 

"내가..엄마를 위해서 밤새내 생각해 낸건데..."

 

김여사는 그때까지 꿈적도 하지 않았다.

 

"내생각엔 말이야 여자들이 집에 너무 많다고 생각이 들지 않우?

그래서 말인데..아주머니들을 당분간 오시지 마라고 하면 어떨까 하고"

 

김여사는 그제서야 일어나 진경을 한심한 눈으로 쳐다봤다.

 

"너는 어쩜 생각해낸게 그런것 밖에는 없니?내속 염장 지르려고 할려면

나가!"

 

"엄마!사람말을 끝까지 들어보라니까....

어차피 아빠도 철진이 처를 받아 들일수밖에는 없을것이고, 철진이 녀석 또한

이혼할 생각이 없는것 같고..."

 

"무슨말을 하려는거야?"

 

"그래서 결론은 철진이 처 보고 살림을 도맡아 하라는거지 뭐 겠수?"

 

"그럼 나보고 인정 하려는 거냐?"

 

"음"

 

진경은 회심의 미소를 보이며 머리를 끄덕였다.

 

"나가라,그냥..나가"

 

"엄마..그래야 지풀에 지가 지쳐서 이혼한단말 나올꺼 아냐..

지가 이런 집안일을 해봤겠어?요리를 제대로 해봤겠어?

우리집이 보통 큰집이유?하루종일 청소만 한다해도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릴껀데..아직 까진 그래도  뭐 철진이도 맘이 없다면서?"

 

김여사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뱉었다.

 

"나가..엄마 혼자 있고 싶으니까"

 

진경은 입을 삐죽 거리며 안방을 나와,시계를 쳐다보더니,2층으로 올라간다.

철진이 방문앞에선 진경이 노크를 할까하다 방문을 슬며시 열어본다.

침대쪽에 은우가 누워있는걸 발견하고는 걸어간다.

 

"세상에 어쩜,이렇게 세상 모르고 자냐?

걔눈도 삐었군.....뭐가 이렇게 촌스럽게 생겼냐?
하여간 니 인생도 만만치 않겠구나"

 

그러고는 진경은 방을 빠져 나왔다.

 

 

 

 

은우는 기지개를 펴고 하품을 길게 늘어뜨린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도대체 내가 잠을 얼마나 잔거지?"

 

시계를 쳐다본 은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계는 오후 1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런..어떡하지..."

 

은우는 대충 씻고 아랫층으로 내려 갔다.

아랫층에는 진경이 거실에서 잡지책을 보고 있었다.

 

"어머!누구시더라?"

 

대충 들어서  앉아 있는 여자가 철진의 누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래요.반가워요

하지만 초면에 우리 너무 거북 스러운것 같지 않아요?"


은우는 무슨말이냐는 표정으로 진경을 쳐다보았다.

 

"우린 어제 왔는데...하루가 지나야 어렵디 어려운 올케 얼굴을 볼수있으니,

대통령보다 더만나기 어려운 사람이 여기 있었군요"

 

"아~녜에 죄송해요.."

 

"아니에요..그럴수도 있죠 뭐!"

 

은우는 안절부절 못하는게 예전의 은우는 아닌듯 싶었다.

 

"밥 안먹었죠?아주머니들이 일찍 들어가시는 바램에 올케가 대신 집안일을

해줘야 겠는데..."

 

"아주머니들께서 들어 가셨다구요?무슨일때문에 두분씩이나.."

 

"뭐,급한일이 있으셨겠죠"

 

진경은 집안을 쭈욱 둘러 보더니,세탁실을 손으로 가리켰다.

 

"아주머니께서 올케 내려오면 빨래좀 하시라구 그러드라구요

난,허리가 아파서 못하거든요?

아!그리구 손아래니까 말놔도 될것 같은데...그래도 될까?"

 

은우는 진경의 거침없는 말에 얼떨결에 대답을 해버렸다.

 

"네.그러세요

그런데....빨래는 세탁기가 있잖아요"

 

"누가 몰라서 그래?세탁기로 못빠는 옷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주머니가 따로 빼놨다고 그러드라구"

 

그러고는 진경은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은우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는 밥부터 먹은 다음 할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철진은 그녀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혜린도 혜린이지만 지금 집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 은우가 더 걱정스러웠다.

철진은 전화기를 들어 집으로 돌렸다.

 

'여보세요'

 

뜻밖에 건너편에서 나는 소리는 그녀의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음..음 나야"

 

은우는 쉽게 대답을 하지 않았다.

 

"듣고 있어?"

 

'무슨일이시죠?'

 

그녀의 냉담한 반응에 철진은 느닷없는 진경 얘기를 했다.

 

"누나는 뭐,하나?"

 

'바꿔드릴께요'

 

철진은 그녀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음을 알고 약간의 실망섞인

얼굴을 보였다.

철진은 혼자 피식 거렸다.

쉽게 다가설수 없는 사람들이라는걸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것 같았다.

 

 

 

은우는 산더미 처럼 쌓인 빨래를 쉼없이 하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본 빨래인것 같다.

철진의 전화를 그렇게 받아서 미안했지만  지금 그녀의 기분은 축 늘어져

있었다.

한참을 하고 있던 은우는 너무 힘들어 나머지는 세탁기에 무조건 집어 넣어

버렸다.

그제서야 얼굴에 웃음이 비치는 은우는  거실로 나왔고,때마침 김여사가

거실로 나오고 있었다.

은우는 인사를 했지만 김여사는 그런은우를 모른척 해버리고는 세탁실로

들어갔다.

 

"아!... 아니 이게 뭐야?"

 

은우는 놀란 눈으로 김여사쪽으로 향해 달려 갔다.

 

"어머님,무슨일이신데..."

 

"너,,도대체가 정신이 있는얘니?"

 

은우는 김여사가 들고 있는 빨랫 감들을 아무렇지 않게 쳐다봤다.

 

"너!배웠다는애가 드라이할건지 물빨래 할건지 그런것도 구분 못하니?"

 

"아니 ..저..그게 아니구..아가씨 께서.."

 

그때마침 나온 진경은 시치미를 뗀다.

 

"어머!웬일이니!이게..세상에나..올케..왜이랬어..이거 엄마가 제일 아끼던

옷인데..."

 

"녜?저기..아가씨..."

 

진경은 그자리를 아무렇지 않게  빠져 나와버렸다.

 

"이거 어떻게 할거야 너! 이제는 무식하게 까지하니?너 얼굴 보고 있으면

숨통이 막힐것 같애 .. 그 지긋지긋한 얼굴 내앞에서 치워!! 꼴도 보기 싫으니까!"

 

은우는 김여사의앞에서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김여사는 씩씩거리며 안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은우는  멍하니 서있었고,언제 부터 보고 있었는지 철진이 그녀를 애처롭게

쳐다보고 있었다.

은우는 철진을 쳐다보고는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빨래를 정리하고 있었다.

 

"당신!그런거 매력없어!당신은...당당한게 매력있어"

 

그러고는 철진은 2층으로 올라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