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사랑할 권리는 있다...07

美道-━★200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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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







해빈이 가자 기다렸다는 듯, 유미는 무거운 몸을 억지로 끌고 욕실로 갔다. 허물을 벗듯 벗어놓은 옷가지는 욕실바닥에 아무렇게나 널어놓고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유미가 좋아하는 라벤더 향유를 뿌렸다. 욕실 안에는 금새 뜨거운 수증기와 함께 라벤더 향이 꽉 차들었고 유미는 욕조 안에서 그대로 비스듬히 누워 눈을 감았다.








나른하게 풀어지는 몸과, 욕실에 가득한 라벤더향에 머리가 어지러울 만큼 늘어지는 것 같았다.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그 순간을 즐기며 누워있고 싶었지만,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무의식속에서 밀물처럼 밀려드는 수많은 기억들이 가져다주는 불쾌함에 유미는 벌떡 일어나며 눈을 떳다.


그 순간 욕조 앞의 거울에 비치는 적나라한 유미의 몸.



“아아아악!”


-쨍그랑!






마치 병에 걸린 사람처럼 징그러울 만치 울긋불긋한 자국들로 뒤덮인 자신의 몸을 본 순간 유미는 소리를 지르며 주변의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거울을 향해 집어던졌다. 갈기갈기 찢어지는 유미의 마음처럼 날카로운 비명음과 함께 거울이 깨져버렸다. 그리고 그 아래 바닥에는 유리가 좋아하던 나뭇잎 모양의 유리병에 담긴 녹차향 샤워코롱이 산산히 부서져있었다.





눈을 뜨고 있어도, 감고 있어도.. 더러운 기억들이 온 몸에서 떠나지 않았다. 여태동안 수없이 겪어왔던 모멸감이었건만 항상 일이 끝나면 마음 한 구석에 뭍어지던 불결함이었건만, 어제의 그 기억만큼은 유미의 몸에서 끈적거리며 떨어지지 않았다.


“아흑....흑.....흐윽....”






유미의 눈에선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동안 참고 참았던 눈물샘이 완전히 망가졌는지, 울지 않으려고 눈을 꽉 부여잡아도.. 소리 내리 않으려고 입을 틀어막아도.. 멈추어지지 않았다. 떨고 싶지 않아도 유미의 온 몸은 미친 듯이 떨려오기만 했다. 꾹 참고 있던 그동안의 눈물이.. 유미의 온 몸에서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하아..”





숨도 쉬기 힘들만큼 뜨거웠던 물이 미지근해질 때까지 .. 그렇게 터져나오던 유미의 눈물은..수증기가 되어 함께 날아가버렸는지.. 더 이상은 나오지 않았다. 눈가는 어느새 퉁퉁 부어 따끔거렸고, 유미의 몸은 욕조 안에 떠있는 물에 적어 축 처진 인형처럼 그렇게 쓰러져있었다.



-촤르륵..








문득, 그렇게 욕조에 쓰러져 지칠 때까지 울어버린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 유미는 시릴 만큼 차가운 물을 틀었다. 눈물이 빠져나가 잔뜩 열이 올라있던 유미의 몸은 쏟아지는 차가운 물줄기에 움찔댔지만 유미는 조금의 움직임 없이 그대로 있었다.









“......복수..할까..?”





...문득 떠오른 생각. 우습게도 상운과 만난 이후 온갖 일을 다 겪으면서도 단 한번도 그를 원망하지는 않았었다. 어차피 그 상황에서 이리 엎어지나, 저리 엎어지나 마찬가지라면 차라리 상운에게 운명을 맡기는 편이 훨씬 나았다고 생각했고, 단지 그의 소유물로서 겪어야 했던 수많은 일들도 그 순간은 괴롭고 더러웠지만, 살아가기 위해선 한번쯤 묻혔을 흙탕물이라면 적어도 삶의 기본적 욕구는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낫다고 여겼다. 적어도 상운의 손바닥 안에 있는 이상 유미는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 굶주리지도, 폭력에 시달리거나, 돈 한 푼에 구걸하는 비참한 상황은 겪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더러운 몸.. 한번 굴리나..두번 굴리나.... 다중 추돌 사고를 당하나..그게 그거지..”




이런 생각으로 열에 들뜬 자신의 몸을 가라앉히려는 유미의 의도와는 다르게 머릿속에서는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맴돌고 있었다.





도피, 탈출, 반전, 복수....







평소에는 잊혀지는 듯 했던 소모적인 감정들이 이렇게 한번에 휘몰아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방심했었을 수도 있었다. 요 몇 달 사이 상운은 유미에게 이런 종류의 일을 맡기지 않았었다. 처음에는 그냥 일이 없는가보다 .. 하고 넘겼지만, 그 상황이 한달이 넘도록 지속되자 의아한 한편 마음이 편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유미의 처지에 대해 방심해버린 것 같았다. 그래서 한번에 몰려든 일이 유미에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 같았다. ..





..그는, 이렇게 유미에게 큰 충격이 될 걸 알았을까? 시키는 대로 다 하니까 익숙해진 것 같아 재미없어 일부러 이렇게 일을 벌인 걸까? 그래서 내가 오길 기다렸다는 듯, 그대로 나가버린 걸까? 한번에 크게 몰아칠 때의 파급효과를 노리고서... 그들을 유혹해 나를 팔아 넘긴걸까?




....




그가 그들에게 이런 수를 쓸 만큼.. 나란 여자가 제법 가치가 있는걸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졌다. 유미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지는, 앞뒤가 맞지 않는 그녀만의 생각.





그리고 한참 뒤 그녀의 머릿속은 오직 단 한 가지 단어만으로 정리되었다.



반전.






....자신이 그에게 이용가치가 있는 물건이었다면, 이젠 스스로 나 자신을 이용하겠어. 그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나를 가치있는 물건으로 만들거야.




.....그리고, 유쾌하게 엎어주지. ... 지금의 나와 당신을 말야.












깨진 거울 속에 비치는 유미의 미소는..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아름다웠으며, 슬프고 차가웠다.








*          *          *





해빈은 유미의 집을 나서자마자 빠른 속도로 차를 몰고 그 다지 멀지 않은, 척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주상복합건물로 향했다. 출근시간도 되기 전이라 한산한 도로를 누가 쫒아오기라도 하듯 그렇게 차를 몰고 간 곳은 성운의 집이었다.


-딩동




벨을 누르고 얼마 되지 않아서 문이 열렸다. 출근준비를 하고 있었던 듯 축축하게 젖은 머리를 말리던 모습 그대로 성운이 나왔다.


“...아무리 친구사이라고 하더라도..지금은 좀 이른 시간 같은데..?”





왜 찾아왔을지 뻔히 알면서 무심하기만 한 성운의 말투에 해빈은 순간 울컥해버렸다. 원래 성격이 무심하고, 타인에게 무관심한 놈이라는 건 오랜 시간을 통해서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그의 그런 말투가 도저히 참기 힘들었다.



“얘기가 틀리잖아?”



“...난 천천히 조절해준다고 했지, 당장은 아니었어. 그랬다간 일에도 차질이 생겨.”



“내가, 처음으로 하는 부탁이었어! 다름 아닌 네 친구인 내가 말야.”



“....네가 내 친구라면, 나에게 ‘일’이 어떤 의미인지도 잘 알겠군.”




해빈에게 등을 돌리고, 물을 마시며 냉정하게 대답하는 성운의 모습은 단호했다. 게다가 누구보다도 성운에게 있어서 그의 ‘일’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해빈이기 때문에 그 어떤 말도 그에겐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자신의 불편을 어느 정도 감수하며 자신의 부탁 때문에 유미의 일을 줄여주고 있었다는 것을 해빈도 알고 있었다. 어지간해선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 성운이 해빈의 부탁 때문에 유미를 통해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조금 돌아오는 방향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


“...걱정마라.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이제 강유미에게 그런 쪽의 일은 시키지 않는다. 휴가가 끝나고 나오는 날부터는 정식으로 내 개인비서가 되어 있을 거다.”






냉정한 성운이어도 자신에게만큼은 약하다는 것을 해빈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성운이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자 목적이 되는 것이 일이라면, 해빈은 성운이 정신을 잃을 만큼 취한 자신을 맡길 수 있을 만큼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장소였다.



자신이 그런 존재인 걸 알기 때문에 치사하게도 해빈은 이제 성운이 더 이상 유미를 건드리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 생각은 사실상 확신에 가까웠다.



“......고맙다.”








해빈의 말에도 성운은 등을 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베란다에 서서 밖을 바라보며 그대로 서있을 뿐이었다. 한참을 말없이 서있는 성운의 모습에 해빈은 그냥 그대로 집을 나섰다. 혼자 있고 싶어 하는 듯한 모습에 말없이 문을 닫고 나와 버렸다.


-탕.


문이 닫히는 그 소리에 해빈은 성운의 중얼거림을 들을 수 없었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개인비서가 되어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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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헉;헉;

방금 보구 왔는데..6편이 이상해요! ㅇㅁ ㅇ);

6편만 조회수가 쑥! 하구 자라나있어요..=ㅁ =;; 어쩐 일일까나..

 

처음 몇편올리더니, 금새 본성이 드러나는 미도!! ..

네, 그렇습니다..게을러지고 있습니다..;ㅁ;..용서해주세여...;

 

물론..제가 좀..(많이)게으르기도 하지만..요즘은 글을 쓸 여유가 통 없었네요..

알바하는데서는 항상 한가하다가 갑자기 바빠져서, 글쓰기가 눈치보이고..

거기다 나름대로 잡히는 스켸쥴(?)에..=ㅅ =;

집에오면 저녁이라 피곤해서 골아떨어지고..

 

요 며칠이 계속 이런 상황의 연속이었거든요..

낼은 좀 한가하려나요.. 시간만 허락된다면, 몇편이고 후딱! 써버릴텐데..

 

 

그나저나, 어설픈 제 글! 보기 불편하진 않으신지요..;ㅅ;

뭔가 어설프고, 어중짠한 소설일지라도,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의 사랑을 먹구 무럭무럭 이쁘게 자라날게요..>ㅂ <);

 

그럼, 우산 꼭 지참하시고, 흰바지는 가급적 피하시고..

내일부터 더 쏟아진다는 비, 잘 피해다니세요..=ㅂ =..

(전, 깜박하고 흰바지 입었다가 피봤어요..;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