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전... 퇴근하는 남편의 빈손 살어? 말어?

전망200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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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전... 퇴근하는 남편의 빈손 살어? 말어?

 

오늘 남편은 집에 있는 날.. 오전에 꼬맹이들이랑 수영장을 다녀왔더니 오잉~ 냉장고에 밀감 바나나 자두 등 과일이랑 음료수가 가득하고 김치냉장고에는 고기 생선 그리고

밖에 아이들 과자 빵으로 먹을 것이 잔득 있었다.

 

남편이 할인마트에서 장을 봐온 모양이다.

가스렌지 위에는 맛난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수영하고 오면 배가 고프다며 우리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점심을 준비해 놓은 것이었다.

 

맛나게 점심을 먹었는데 남편은 아이들에게 약을 먹으란다.

어린이 정장발육을 위한 특수 영양식품으로 키가 자라는데 도움이 된다며..

나는 문득 지난해 쓴 글이 생각났다.

 

내일 모레면 벌써 결혼 11년..

우리는 신접살림을 남편의 고향마을 시부모님이 사셨던 집에서 시작했다.

그곳은 도심이지만 자연마을로 곧 철거 예정지역이었으며 이웃은 한집 두집 다른

동내에 집을 지어 이사를 나가기도 하고..

 

그래서 동내에는 식당을 비롯해 내가 군것질을 할만한 빵집이나 통닭집 등이 없었다.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은 차를 타고 나가야 살수 있었어 남편의 도움이 필요했다.  나는

남편에게 퇴근하는 길에 시내에 들려 맛있는 것 좀 사 왔으면 얘기를 했더니 남편은

"퇴근하면 집으로 와야지 길에 차를 세우고 어떻게 사오냐" 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남편이 퇴근하면 손에 봉지라도 하나 있나 없나 확인 했으며 한번도 먹을

것을 사오지 않아 나를 실망 시켰으며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결혼 전 싸이즈 55는 유지 됐지만...

 

실망하는 마음의 연속은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고 두번 세번 얘기 하기엔 자존심도 상해 이렇게 잔정이 없는 사람과 살어? 말어? 고민까지 했다.

그때는 이미 직장도 그만 뒀고 내가 마땅히 갈 곳도 없었다.

 

그럭저럭 살다 보니 애도 두명 생기고.. 

남편에게 실망한 나는 원래 성격이 내성적이고 자존심이 강해 말수가 적어 지고 마음이 멀어져만 갔다.  그것 외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도 강하고 성격도 다정다감하지만 참

외로운 결혼 생활이었다.

 

그런데 몇년전부터 남편은 달라진 것 같다.

어제도 비닐 봉지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한봉지 사 와서 냉동실에 넣어

두며 내 눈치를 슬쩍 봤다. 아내의 마음을 읽는데 10년이란 시간이 필요했을까?

 

결혼 11년 남편은 많이 변한것 같다. 좀더 다정다감하게...

오늘 남편은 내가 쌀을 씻어 점심을 준비할때 옆에서 생선을 굽고 된장찌개를 끓이고..

빈손외엔 옛날에도 잘 했지만 또다른 모습을 봤다.

 

위에 글을 쓴지 벌써 1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남편이 먹을 것을 자주 사오는 요즘 나는 자꾸 뚱이 되어간다. 이젠 나의 몸을 위해 남편의 퇴근길 복고풍으로 돌아가

빈손을 주문해야 하나? 심히 고민스런 밤이다..!!

 

11년전... 퇴근하는 남편의 빈손 살어? 말어? 

 

Romeo - Donna Sum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