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의 로맨스](33)여우와의 싸움

瓚禧2004.08.20
조회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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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너무 글을 쓰지 않아서... 죄송한 마음 감출길이 없습니다.


나름대로 권태기면 권태기라 할수도 있겠고...좀 사정이 있었거든요!


간만에 올리지만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주세요! 당분간은 글쓰기에 전념할 생각입니다. 미친 듯 쓸려구요! 잘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 마무리 잘 하시구요!....


이상 허접한 작가 찬희였습니다.

 

 

 

 


(33)여우와의 싸움





피해 보다 피해보다 더 이상 갈곳이 없으면 쥐도 고양이를 문다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 내가 그 꼴이였다.


어찌 됐든 어떻게든 세현과의 만남은 피해보려 요리 조리 피해 다니던 나에게 이제 슬슬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연우씨의 집에 간건 그 후로도 몇 번 더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냉대일 뿐.... 그 집안에서 내가 발 붙일 곳이라고는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난 어머님과 최대한 친해지려 어울리지도 않은 여우짓을 해가며 어머님의 비위를 맞추고 있었고, 여전히 요리학원을 다니며 손가락 가득 대일밴드로 도배를 할만큼 열심히 그를 위해 노력해 가고 있었다.


물론 이런 노력을 그가 알아주지 않았다면 힘든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을 테지만, 손가락 가득 붙여지는 대일밴드위에 쪽 소리나게 입맞춤 해주며 한껏 미안해 하는 그의 표정을 보는것도 꽤나 즐거운 일이였다.


어찌됐든 더 이상 참아보려해도 내가 안되겠었다.


꼭 폭풍 전야같은 표정의 아버님을 압도하기 위해서 일단 그녀먼저 제거하는 것이 순서였다. 제거라는 표현이 좀 거칠긴 했지만, 내 나름대로의 결의를 다지는 단어였다. 난 손을 꽈악 쥐고 나름대로 당당하게 세현과의 약속장소로 향했다.


테라스는 말 그대로 하얀 테라스 위에 예쁜 탁자를 올려놓은 커피숍이였다. 이국적인 분위기가 한껏 나는 그 곳에서 사방 통유리로 된 그 공간에서 그녀와 나는 마주쳤다.


그녀는 햇빛이 최대로 잘 들어오는 명당자리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나는 애써 어깨를 피고는 그녀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꾹꾹 눌러가며 다가서고 있었다.



내가 오자 그녀는 아찔하게도 올라온 치마가 더 올라가도록 다리를 꼬고 앉았고, 다가온 나에게는 관심조차 없는 듯 했다.



내가 앉자 그제서야 그녀는 나에게 눈길을 주었다. 탁 소리와 함께 빨간색 지포 라이터가 켜지고 얇은 에쎄 담배를 손가락에 끼운채 그녀는 힘껏 한모금을 빨고선 내쪽을 향해 천천히 뱉었다. 도전이였다. 밀려오는 담배연기를 고스란히 받으면서 나는 화를 꾹꾹 참아내였다.



-그래...참자...참아야 해... 이런일 가지고 내 감정을 그르쳐서는 안돼....




주먹을 꽉 쥐고 내 인내심을 도발하는 그녀를 향해 안올라가는 입꼬리를 올리고선 그녀를 향해 어설픈 미소를 지었다. 그제서야 그녀는 담배를 투명한 재떨이에 슬며시 비벼 끄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정말 낯설게 느껴졌다. 항상 그녀를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어떤 것이 진짜 그녀의 모습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아버님을 대할때의 그 여우짓이 진짜일지?! 나를 향해서 그를 뺏겠다고 선언한 당당한 모습이 진짜인지, 아니면 도전적인 자세로 앉아있는 지금인 진짜인지...알다가도 모를일이였다. 주문 받으러 온 아르바이트 생에게 ‘커피’라고 간단히 읊조리고는 앞에 놓여진 물잔을 들어 물을 한모금 축였다. 그리곤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는 말했다.




“갑작스레 전화해서 미안해요!”


“미안할거 없어요! 언제 전화올지 은근히 기다리던 찰나였으니깐요!”


“날 기다렸다는건가요?!”


“강혜진씨 그렇게 안봤는데 나름대로 대단하더라구요! 그거 인정해요! 난 사실 연우씨가 혜진씨 가지고 놀다 버릴줄 알았거든?! 그래서 그냥 어물쩡 하게 넘어갔던거고...근데 이젠 안되겠네?! 연우씨네 집까지 처들어 올줄은 몰랐는걸요?!”


“연우씨 집에 불청객은 당신이예요!”


“그 집안 실세가 연우씨 아버지인걸 아직도 파악 못한거예요?! 은근히 둔하네??!”


“..............”





그녀는 슬슬 나를 약올리고 있었다. 마치 내가 화내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난 조금더 절제를 해야 했다. 하지만... 참지 못하고 목소리톤은 점점 올라만 갔다.



커피를 가져온 아르바이트 생이 가길 기다렸다 나는 입을 열었다.




“그렇게 나오시면 나도 더 이상은 인간적으로 대하기 싫어요! 좋아요! 제가 그 집 불청객이라고 칩시다! 그 집에서 결혼할 사람은 아버님이 아니라 연우씨예요! 연우씨가 싫다는데 왜 자꾸 그러는거예요?!”


“연우씨는 나한테 오기로 되어있어! 그러니깐 힘 그만 빼는게 좋을껄?! 니가 아무리 어머님 한테 알랑방귀를 뀌어대며 그렇게 해도... 대세는 벌써 나한테 기울었다고!!”





반말이였다. 나와 무려 4살차이가 나는 기집애 한테 반말을 들었다.




내 나이 29살...이제 한계절만 지나면 30이 다가오는 이 나이에 새파란 기집애 한테 반말 지껄이를 듣다니...돌기 안성마춤이였다. 나 다른건 몰라도 한번 돌면 이성을 잃는다. 나는 대뜸 내 앞쪽에 놓인 물잔을 들어 세현의 얼굴을 향해 들이 부었다.





“너 내가 만만해?! 내가 우스워?!”


“지금 이게 무슨 짓거리야?!!!!”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그건 분명 나를 두고 하는 말이였다. 옆쪽으로 고개를 돌렸을때는 기다렸다는 듯 등장 한 사람...바로 연우씨의 아버지였다.




“아....아버님....”


“흑흑흑흑.....”





어설프게 아버님을 읖조리던 내 목소리를 덥는 울음소리...세현의 것이였다. 아버님은 나를 잔뜩 노려보시더니 세현에게로 다가가 어깨를 토닥이며 말씀하셨다.





“아가 ...괜찮니?! ”


“아...아버님.....”




연극이 따로 없었다. 지금 내 눈앞에 빤히 보이고 있는 저 행동이며 추태들이 연극이였다. 꿈이였음 바란적이..... 오늘이 처음이다. 세현은 기다렸다는 듯 아버님의 품에 안겨 대성 통곡을 하고 있었고, 카페에 몇 안되는 사람들의 시선은 우리에게 고정된지 오래였다.




아버님은 세현을 애써 일으키고는 나가자며 그녀의 팔을 끌어 당겼다. 세현은 마지못한 표정으로 일어나 출구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고, 그녀가 조금씩 멀어지는걸 확인하신 아버님은 나를 한껏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제 보니 아주 고약한 처녀군!!! 우리 아들 넘보지도, 꿈꾸지도 말게! 그나마 내가 못마땅 해도 지금껏 봐줬더니 아주 이게 무슨짓인가?!! 게다가 담배까지?! 허허..... 내가 세상을 너무 오래 살았어! 오래!!!”




이게 또 무슨말인가??! 세현의 앞에 놓여있던 재떨이는 어느새 내 앞으로 밀어져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세현에게 보기좋게 당한 것을 알게 되었다. 변명을 하려고 했을때에는 이미 늦어버렸다.



나에게 오해로 가득차신 아버님의 머릿속에 나는 담배나 피고, 버르장 머리없고, 게다가 사납기 까지한 신경질 적인 노처녀로밖에 비춰지지 않았을 테니깐.....




난 멍하니 출구쪽을 바라보다가 덜컥 주저앉았다. 누가 보던지 그런건 벌써 관심 밖의 일이였다. 그냥 멍하니 통유리 너머로 그녀를 데리고 가는 아버님이 보였고, 나를 향해 멀리서 나마 살며시 웃는.... 그녀가 보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