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가 안되네요.

......2004.08.24
조회47

아이들 때문에 참고 사신다고요?

죄송하지만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지금 님의 아이들이 어떤 맘상태인지 아십니까???

어머니가 되서 아느냐고요.

님 자신이 고통스러운 것만 아시죠.

님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실테죠.

 

저 역시 어릴때 매우 다혈질인 아버지때문에 정말이지 단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습니다.

동네에는 싸우는 집안이라고 소문이 다 나있고, 술취한 아버지가 하도 물건을 던져 대는 통에 멀쩡한 물건이 없었죠.

장농이며 문갑이며 피아노며 나무로 된 가구란 가구는 죄다 흠집으로 엉망이 되있고 그 튼튼하다는 보루네오 가구조차 문짝이 떨어져있었습니다.

리모콘은 하루가 멀다하고 부서져서 아예 고치지도 않았습니다.

 

술에 취해 불질러 다 죽여버리겠다는 소릴 저희앞에서 곧잘 지르곤 했죠.

어느날은 엄마는 집을 나가 어딜가셨는지 안돌아오시고, 술에 잔뜩 취한 아버지는 욕에 욕을 해대며 유리창을 손으로 깨어 팔에서 피가 질질 흘러내렸습니다.

그러면서 다 죽여버린다고 소리지르시더군요.

 

그런 아버지를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겨우 아홉살이었던 저는 방구석에서 어린 동생을 끌어안고 벌벌 떨었습니다.

다 죽여버린다는 말이 무서워 저는 아버지 어머니가 싸우는 소리만 들리면 방문부터 잠그고 방에서 조용히 숨죽이곤 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심하게 싸운날이면 학교도 가기 싫었습니다.

학교 간다고 나와서는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서 책가방을 베고 누워 자기도 했습니다.

 

저에겐 정말로 고통의 시간이었고 끔찍한 기억들입니다.

이제 8살 된 제가 저보다 어린 6살짜리 동생을 뒤에 숨기고 무서워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어서 빨리 이 전쟁같은 상황이 끝나기만을 하나님께 얼마나 열심히 빌고 또 빌었는지 모릅니다.

덕분에 저는 9살인 꼬맹이시절부터 자살을 꿈꿨습니다.

이 지옥같은 집안에서 벗어나려면 죽는수밖에 없겠따고 생각한적도 있습니다. 불과 9살짜리 꼬마가요.

13층 아파트에서 밖을 내려다보며 뛰어내리면 어떻게 될까 수도없이 상상하고 고민해봤습니다.

그 어렸던 초등학교 시절부터 세상은 전혀 행복하지도 않았고, 기쁜일이란 전혀 없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항상 웃고 즐거운 모습인것이 이해가 안되더군요.

저는 모든 사람들이 저처럼 가슴속에 슬픔들을 가득 담은채 사는줄 알았습니다.

저는 보통 아이들처럼 자연스럽게 웃는 법을 몰랐고, 남들이 웃을때는 왜 웃는지를 그 이유를 몰랐습니다.

 

글쓴님의 아이들이 이제 겨우 10살정도라고 하셨죠.

그 나이면 충분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애들이라서 아무것도 모를꺼라고 생각하시나요??

애들이기 때문에 괴로운 상황이 지나가버리면 곧 잊어버린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런 기억은 가슴속에 새겨져 세월이 흘러도 문득문득 떠오를 것이고, 또한 지금의 현재는 님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몹쓸 상처와 후유증으로 남게 됩니다.

 

저는 나이가 들면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그래서 지금은 성격이 많이 고쳐졌지만, 어렸을적엔 정말 웃지 못하는 그런아이였습니다. 염세적이고, 항상 비관적이며 우울했습니다. 지금도 역시 조금은 그렇습니다만..

환경이 사람을 만듭니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자란 제동생, 절대로 자기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하던 제동생도 지금은 그런 증세를 많이 보입니다.

술만 안먹는다 뿐이지 성질나면 물건 던지고 부숩니다. 어렸을때 아버지처럼...

 

솔직히 말하자면, 전 님 글을 읽으면서 화가났습니다. 애들을 위해서 이혼해야 하나요? 라는 질문에서 화가나더군요.

 

지금의 아버지는 젊었을때의 혈기와 난폭함 그런것들이 많이 사라져 훨씬 아버지답고 인자한 분이 되었지만, 같이 살진 않습니다.

저보고 택하라고 한다면, 같이 살지 않는 지금을 택할 것입니다. 그편이 훨씬 아버지로서 존경할 수 있고 저 역시 조금 더 행복하니까요.

 

쓰다보니 울컥울컥 눈물이 나네요.

님의 자녀들에게 저같은 상처를 남기지 않으시려면, 현명하게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님만 힘든게 아니랍니다.

님의 자녀들이 입고 있는 마음의 상처도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