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편을 고발합니다.

이판사판200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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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가 넘어서면서 진통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자기야 나 지금 배가 아파.  빨리 와"

얼큰하게 취한 남편은 "응?  배가 아프다고...  알았어 금방 갈테니까 조금만 참고 있어" 뚝

30분 40분이 1시간이 지나도 남편은 오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통증은 점점 더 심해지고 안되겠기에 차를 몰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다행히 병원은 우리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었지요.

늦은 밤이라 차도 별로 없고 사람도 없었습니다.  난 겨우 주차장에 차를 내동댕이 쳐놓고 배를 웅크린채 천천히 응급실로 걸어갔습니다.

촉진제를 놔주고 진찰를 하던 의사는 양수가 벌써 터진것 같은데 몰랐냐고 묻더군요.  아기가 코앞까지 내려왔다고 앞으로 1-2시간 후면 나올것 같다고 합니다.

늦게 결혼해서 거의 3년만에 갖은 아기라 노산이죠.  아무리 힘을 줘도 배에 힘이 주어지지 않는거예요.  의사는 손으로 배를 힘껏 밀어내고 빨리 힘주라고 외칩니다.  아기 죽는다고...   그러길 6시간.

드디어 아기의 머리가 보이고 전 아들을 낳았죠. 

거의 탈진한 상태로 병실로 옮겨져왔답니다.  남편은 싱글벙글 난리가 났어요.  아들이야!  얼마나 잘생겼는줄 알아?  모두들 날 꼭 닮았데. 하며 좋아서 어쩔줄 몰라합니다.

"자기야 나 지금도 배가 아퍼"

남편 왈 "이제 아기 다 낳았는데 뭐가 아퍼.  엄살좀부리지마"

남편에게 대꾸할 기운도 이것저것 따질 힘도 없었습니다.  그러고 싶지도 않았구요.

그러곤 남편은 "무슨 여자가 소리는 그렇게 큰거야.  병원이 다 떠나가겠어.  다들 조용하게 낳더구만" 이말에 전 화가나기 시작했어요.  말을 하려해도 아래 부분이 땡기고 아파서 크게 숨도 못 쉬겠더군요.  참았지요.  퇴원을 했습니다. 

집에 와서도 붓기가 빠지지 않은 내모습을 본 남편은 얼굴이 괴물같다고 합니다.  젖몸살이 나서 끙끙 앓고 있는데 "왜 이렇게 젖이 돌떵이 같아?" 하며 징그럽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들녀석은 3개월이 되었어요.

남편은 아기는 정말 예뻐합니다.  늦은 밤 술에 취해 들어오면 잠자고 있는 아기 볼에 입에 뽀뽀하고 입맞추느라 정신없고 드디어 아기가 울음을 터뜨리면 나몰라라하고 코곯고 자버립니다.

아기 키워보신분들은 다 아시겠지요?  아기키우며 살림하는거 쉬운게 아니란 것을.

남편은 그것을 이해못해요.  애하나 키우면서 뭐가 힘들다고 팔아프네, 허리아프네 그러냐구 반찬은 왜이렇게 매일 먹던것만 내놓느냐구.....  아기 그렇게 이뻐하면서 10분을 안고있질 못합니다.  팔아프다고 저에게 건네주죠.  휴일엔 낮잠 방해되니까 아기데리고 거실에 나가 있으라하고......  

저번주에는 곰국을 끓이다 아기가 칭얼거리길래 재우다 깜박잠이들었습니다.  아기 재우며 가스불 꺼야지 생각을 하면서 잠든것이지요.  누군가의 문두들기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방안과 거실은 온통 연기로 가득하고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로 맵고 기침이 나왔습니다.  부엌에는 가스렌지 위에 새까맣게 타고 있는 곰국 냄비가 아직도 파란 가스불 위에 있더군요.  얼른 가스 불을 끄고 아기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옆집으로 아기를 옳겨 놓았습니다.  그 시각이 밤 12시.  거의 1시쯤 되자 남편이 오고 집안이 매캐한 냄새로 가득차고 상황판단을 한 남편은 대뜸 여자가 하는일도 없으면서 이게뭐냐?  곰처럼 잠만 잔다 등등 고래고래 소리지르기 시작하더군요. 

가만히 듣고만 있으려니 점점 화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참기가 힘들었답니다.  조용히 부엌으로 가서 숯이 되어버린 사골을 냅다 남편 면상에 집어던졌습니다.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것이 폭발한 것이지요.  표정하나 바뀌지 않은 얼굴로 "너 죽을래?  나 더이상 건드리지 마라"했습니다.  때마침 전 산후우울증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지요

남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술이 확 깨는지 잠깐 멍하게 있더니 길길이 뛰고 난리를 쳤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그려지시나요?

어제는 손님을 모시고 올테니 음식장만 해놓으라고....   아기 왼손으로 안고 오른손으로 음식 볶고 지지고 그러다 아기 잠깐 뉘어놓고 계속 음식하고 아기가 울어대면 안고, 그렇게 이것저것 준비를 나름대로 해놨는데 연락이 없는거예요.

전화기는 꺼져있고 10가 넘어 걸려온 남편의 전화 "어!  난데 솔이녀석은 자나?  녀석좀 깨워봐!  아빠라구 빨리 깨워보라니까"  이런 무책임한 남편의 행동이 3년째.  이럴때 제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전화 끊어"입니다.

남편이 아니라 애물단지 아들키우는 기분입니다.  아기는 그래도 이쁘기나 하죠.  그날 이후 전 생각했습니다.  생각없고 여자 맘 조금도 헤아려줄줄 모르고 무시할줄만 아는 이 철없는 남편을 어떻게 할까?

그래서 고발하기로 했답니다. 

이런 남편, 저처럼 이렇게 사는 주부들 대한민국에 많으리라 생각듭니다.

귀신은 뭐하는지 모르겠어요.

여러분들이 배심원이 되어 판결을 내려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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