醜面游龍 (45)

솔아200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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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욕망에 다짜고짜 선아의 입술을 빼앗아버렸다. 한동안 서로의 입술을 탐하는 그들의 모습이 그리 선정적이지는 않았다. 아직 순수함이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선아가 연아를 살며시 밀어내었다. 어색한 표정으로 밀려난 연아가 얼굴을 붉히며 외면하려하는데 선아가 “정말 나를 좋아해요?”

“어... 그래. 정말 좋아해.”

“나도 오빠를 사랑하고 있어요.”하며 결국은 빨갛게 물들어 고개를 숙이고 만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 이들 둘의 사이에는 더 이상의 거리감이나 어색함이 사라지고 누가 봐도 어울리는 한쌍의 원앙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한동안 다시 선아의 수련이 계속되는데 정원 밖에서 귀에익은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이 고생인데 이 친구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군.” 연아가 몸을 날려 취개의 면전에 바로 떨어지며 “노형님, 사람 안 보인다고 말씀 막하지 마세요.”

“어! 언제 ... 내가 하는 말을 다 들었나? 하하하하하하.”

“그래 잘 쉬었나?”

“네 신의님 되돌아오시느라 더 힘드셨겠네요.”

“우리가 힘들거야 뭐 있나. 다른 사람들이 힘들었지. 취개와 나는 매일 먹고 마시기만 했을 뿐이네.”

“그런데 취개 형님은 고생이 심했다고 나를 공박하시잖습니까?”

“허, 이거야 원...  하하하하하하하하” 웃고 떠드는 사이에 선아가 다가와 인사를 하였다.

“음, 이거 웬 항아가 하강하셨나?” 놀라는 시늉을 하며 취개가 말을 하자 전부들 배를 잡고웃기 시작했다.

“왜들 놀리고 그러세요?” 울상을 지으며 선아가 말을 하자

“아냐. 아냐. 그렇다고 울면 안 되지...” 팔을 막 내저으며 취개가 하는 행동에 더 웃음소리가 커졌다.

“어서들 오세요.” 만홍루주가 뒤늦게 나와서 이들을 맞이하였다.

전부를 안으로 이끌며 마차에 실려 있던 물건을 내실로 운반시켰다. 그리고는 이들의 노고를 위로한다는 의미에서 상을 차리고 아주 귀한 술과 궁중요리로 이들을 극진하게 대접하였다.

“신의께서는 소첩의 의견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모르겠군요?”

“우선은 반대를 했었소. 하지만 이내 그 뜻을 알았기에 이리로 온 것이외다.”

“진천장이 외부의 침입에 대처하기는 쉬우나 우선은 거리에서 불리하고 또 각대문파의 장문을 초청하는 데는 유리하나 이들을 각기 설득하는 것에는 불리한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본 결과 이곳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지요.”

“제 소견으로는 이곳에서 신의의 명호로 초청을 하게 되면 각 대문파의 장문들도 거절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늙어 죽지 못한 귀신이름을 ...”

“신의께서 너무 겸양하시는군요.”

“음.. 그럼 루주의 의견대로 명첩을 작성해 보내기로 하십시다. 단, 은밀하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명첩이 작성되면 제게 주십시오. 개방에서 은밀하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운반은 개방에서 하고 그들이 올 때까지 대략 어느 정도가 걸릴 것 같습니까?”

“아무래도 보름쯤은 걸리겠지요. 시차를 두고 도착하도록 일정을 정하여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신의께서 수결만 하여 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리 하도록 하지요.”

“그럼 그때까지 제가 진천장에 좀 다녀와도 될까요?”

“왜? 벌써 처갓집 걱정인가?”

“에!... 아 무슨 말씀을 하시는거예욧? 처갓집이라니요?” 앙칼진 목소리로 선아가 나선다.

“어어, 그럼 연아에게 시집 안가겠다는 건가? 모두들 들었지 선아가 시집 안 간다고 하는 거.”

“누..누가 안 간다고 했어요?” 웃음이 마구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대 지금은 시기가 아닌 것 같으니 잠시 기다려서 이일을 끝내고 나서 가도록 하는 게 좋겠네.”

“알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이곳의 경비를 좀 강화해야 하니까 모두들 신경을 좀 써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눈에 띄는 경비는 안하는 게 좋겠소.”

“당연하지요. 은밀하게 경계를 하고 밖으로 들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야지요. 그리고 내실의 지하에 보관하니까 이점은 유념해주시면 합니다. 앞으로 내실에는 연아와 선아만 기거토록 합니다.”

“그게 좋겠군요.” 자연스럽게 연아와 선아가 내실을 사용하도록 안배를 하여주었다.

명첩을 작성하고 나서 취개가 이를 받아들고 나가자 모두들 각자의 배정받은 숙소를 향하였다.

만홍루주는 연아와 선아를 이끌고 내실로 가서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자리를 보아주고 연아에게 슬며시 눈짓을 보내며 내실에서 나간다.

연아는 얼른 따라나서려 하는데 만홍루주가 “어딜 나오려그러시나. 이곳은 이제 가장 중요한 곳이네.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안 되니 이점 명심하여 절대로 이탈하지 말도록. 그리고 이제부터는 공표된 사실이니 부부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게나.”

“음... 루주께서는 그럼 어디에 숙소를 ...”

“내 걱정은 말고 여기나 잘 지키게.” 이제는 루주의 어투가 완전히 아들을 대하는 어머니의 말과 같이 느껴진다.

“그럼 편안히 쉬게나.” 하며 정원으로 나선다.

모두들 사라지자 잠시 둘 사이에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하지만 선아의 말소리가 이 어색한 기운을 깨뜨려 버렸다.

“이제 좀 조용하네요.”

“그렇지?”

“재미없게 그런 대답이 어딨어요?”

“그럼 뭐라 대답해야 하는데....” 선아가 의자에 앉으며 찻잔에 차를 한잔 따른다.

“차 마시며 이야기해요.”

“음.....”

“나 고생 안 시킬 건가요?”

“무슨 고생?”

“난 무지 많이 먹는데 먹는 거 입는 거 뭐든 다 해줄 수 있냐고 묻는 거예요.”

“그럼, 뭐든 다 해줄 수 있어. 내가 이래뵈두 좀 부자가 됐거든..” 연아가 슬며시 손을 뻗어 선아의 손을 잡았다. 선아도 별 거부 없이 손을 맡기고 있다.

“우리 결혼 할 때까지는 서로 지켜 주어야 해요.”

“글쎄, 자신이 없지만 지켜주어야겠지..” 시무룩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는 연아를 보고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괜히 겁주고 있어.”

“알았어.”하고 대답을 하는데 선아가 일어서 옆으로 와서 무릎위에 살며시 앉았다. “그냥 안아주는 거는 좋아요.” 귓속에 조그맣게 말하며 얼굴을 붉혔다. 연아는 유선의 이런 점이 너무 좋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신을 배려해주는 세심함. 아직 연아가 누려보지 못했던 것이기에 너무 좋았다. 살며시 안아보니 뼈 없는 연체동물처럼 온몸에 휘감기는 느낌.... 선아가 연아의 손을 이끌어 자신의 가슴속으로 밀어 넣었다. “아!” 아무런 말이 필요 없었다. 그냥 그대로 시간이 멈추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뿐..... 한동안 쓰다듬고 만져보던 연아가 손을 빼내고 “안 되겠다. 우리 수련을 해야지.” 한다. 뭔가 아쉬운 표정의 유선이 “그래요.” 밝은 소리로 대답하며 일어섰다. 하지만 이미 흔들려버린 마음을 다잡고 무공을 수련한다는 게 어디 그리 쉬울까?

한참동안 기다려서야 겨우 격탕되었던 마음이 진정되었다. 연아가 먼저 유선에게 초식을 시전하며 설명을 시작하자 선아도 이내 동화되어 열심히 따라하기 시작했다. 대단한 억제력이다.

겨우겨우 참아가며 서로를 확인한 이들에게도 아침은 여지없이 찾아오고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아침이 오자 연아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유선의 눈은 충혈이 되고 비몽사몽 잠들었던 시간이어서인지 얼굴에도 피곤함이 묻어났다. 하긴 선남선녀가 한방에서 하루를 지냈으니 어찌 아무 일이 없겠는가?

둘 다 잠을 설치고 거의 뜬눈으로 하루를 보낸 것이다.

밖에서 시비가 물을 들여와 부지런히 씻고 얼른 나서려는데 “어때? 잘 지냈나?” 만홍루주가 먼저 말을 붙여온다. “웬걸요, 밤새 한잠도 못 잤습니다.”

“어찌 .....”

“선아가 계속 무공에 매달려있으니 옆에서 잘 수가 있어야지요.”

“너무 몰두하면 안 되지.”

“어머, 아니예요. 자꾸 오빠가 못 자게 부스럭대서 그랬던 거예요.” 얼굴이 가리워져 보이진 않지만 만홍루주가 웃음을 참으려는 몸짓이 눈에 띄게 보였다. 이때 사람들이 문밖에서 우르르 밀려들었다.

“신방에 막 들어가도 되는 건가?”

“어머, 또 놀리시는 거예요? 우리가 벌써 결혼하기라도 했나요? 신방을 찾으시게.”

“그럼 루주께서 잘못하셨네. 결혼도 안한 처녀 총각을 한방에서 지내게 했으니.”

“그러네요. 둘이 갈라놔야 할 것 같네요.”

“아니예요. 같이 있는 게 좋아요.” 유선이 펄쩍뛰며 대답을 한다.

또다시 웃음이 터져 나오고................ 밖에서는 음식을 차려 들여오고 있었다.

항취개가 연아에게 사영충이 고생 좀 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무슨 일로 고생을 하고 있다 합니까?”

“흠.... 듣기로는 유혼교의 추살령대에 쫒기고 있다더군.”

“그럼 어서 제가 가봐야겠네요.”

“아닐쎄, 그냥 이리로 오라고 했으니 금명간에 이리 올 것이네.”

“위험하지는 않을까요?”

“거지들이 뒤를 봐주고 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네.”

“또 신세를 지게 되었군요.”

“자네가 술만 사면 얼마든지 ...허허.”

“에휴, 그냥 매일 술에 절어있으니 누가 말이나 들을까?”

“어! 술에 절어있다니? 선아낭자는 나한데 절어 있을 만큼 술 사준 적 있나? 없으면 아무 말 말고.”

“저런다니까요? 이러니 누가 술을 사기나 한대요?”

“허, 그래도 우리 동생은 내가 매일 먹는 술값은 자기가 낸다고 했는데. 아! 미리 바가지 긁는 건 아니지?”

“오빠, 좀 말려요.” 어리둥절한 표정의 연아가 “뭘 말려?” 또다시 웃는 사람들 결국 선아만 얼굴을 붉혀야했다.

어제까지 유선을 보고 아무런 말이 없었던 신의가 유선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어려서 기침을 많이 한 적이 있는가?”

“어떻게 아셨어요?”

“흠... 네 팔을 좀 내밀어 보거라.” 갑자기 긴장한 유선이 신의에게 소매를 걷고 팔을 내밀며 “뭐 안 좋은 거라도...”

“그래서 그러는 게 아니라 네 근골을 확인 하려는 게야.” 맥문을 가볍게 쥐고 진기를 흘려보내던 신의가 고개를 연신 끄떡이며 “흠, 역시 그랬군.”

“이 아이가 순음지체야. 잘 다스려야 되네. 잘 못 다스리면 위험해질 수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