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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200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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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더운 저녁에 모여앉아 저마다 군대괴담을 하나씩 꺼내는 것들을 주워들은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군대괴담의 종합세트 같다는 생각이 아마도 들었으리라. 나는 불행히도 군대를 다녀오지 않고 민간인으로서 3년 복무(엄밀히 말하자면 '근무')를 했지만, 그래도 술자리에서 주워들은 것만 해도 초복에서 말복까지 넘길 정도의 분량이다.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것은 이런 것이다. 아무도 없는 낯선 곳에 몇 사람과 동행하게 되었을 때 느끼는 가장 큰 공포는,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할 때이다. 미지의 공간에서 출현할 수도 있는 위험보다 옆사람의 낯설음이 불안감을 최고조로 증폭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엄마로 보이니?" 따위의 것들.

김형경의 소설 <성에>에 보면 이런 부분이 나온다.

'이를테면, 깊은 산속에서 오롯이 어떤 주검과 마주 앉아 있다고 가정해보자. 물론 그가 생전에 일면식도 없던 사람이고, 언제 어떻게 왜 죽었는지조차 알 수 없고, 어떤 부모 미생전의 인연으로 그 주검 앞에 앉게 되었는지조차 이해되지 않는, 그런 우연하고 낯선 죽음을 대했을 때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될까. 더구나 그런 사체가 세 구쯤 눈 앞에 있다면 말이다.'

이것은 소설의 주인공인 연희와 세중이 실제로 맞닥뜨렸던 상황이었다. 두 사람이 극도의 공포에 빠져있을 때, 세중이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연희에게 그 공포를 증폭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조르쥬 바따유가 "에로티즘은 죽음까지 파고드는 삶이다" 라고 했던가. 뭐, 두 사람은 결국 성(性)이라는 것에 기대어 그 위기를 극복하게 되지만, 기본적으로 에로티즘이라는 것이 제한되어 있는 남자들만의 세계, 군대에서는 이 공포를 어떻게 극복할까? 그것이 이 영화의 질문이다.

정답은 하나, "부서진다(또는 자멸하고 만다)"

그러니 우리는 미지의 공간에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 옆의 동료들을 수시로 체크해볼 일이다. 관등성명, 또는 사번, 학번 등을 수시로 물어보자.

* 이 영화 올 여름에, 아니 최근 몇 년간 본 영화중에 가장 무서웠다. 그리고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통할 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