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동지방이 친정과 시댁이다 보니 어릴 적엔 7월 7석은 별다른 의미 없이 베 짜는 처녀와 소 기르는 총각의 사랑 얘기를 듣고 밀밥을 먹으면서 보내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다 보니 올해엔 비가 올 건가? 정도의 통과의례로 칠석을 보내곤 했다.
그러던 칠석날의 오작교가 웬수가 돼 버린 건 몇 해 전부터이다. 시댁에 칠석 무렵 제사가 있어 온 가족이 모이게 되는데 큰일을 치를 때면 늘 그렇듯이 남자들은 고스톱이나 술판을 벌리고 여자들만 고생하기 마련인데 그날은 약주가 얼큰해지신 시아버지께서 남자들을 고스톱 판에서 다 쫓아내고 며느리 셋을 앉혔다.
남자들은 안방에서 술판이 시작되었고 시아버지는 두툼한 지폐뭉치를 꺼내놓고 공언하셨다. 별도로 차비를 안 줄 테니 알아서 따가라는 것이다.
부유하진 않아도 평생 교직에서 검소하게 살아오신 시부모님은 자식들이 내놓은 용돈봉투에 얼마라도 더 보태 손자들 손에 쥐어 보내시곤 하셨다. 괜스레 봉투를 내미는 게 어색해 언제부턴가 물건으로만 내밀지만. . .
시간이 지나자 고스톱 판은 활기를 띄기 시작했고 애교덩어리 막내동서의 '아버님! 똥 쳐드세요' '아이고 아버님, 싸셨네 요'로 웃음판이 벌어지고 웬일인가 싶어 술판을 벌리던 남편들이 여자들 뒤로 옮겨와 응원전이 가세되었다.
시아버지를 향한 세 여자의 파상공격은 위력을 더해갔고 그럴수록 지폐뭉치는 얇아져 갔다. 비 패가 필요하면 우산을 찾고 9 쌍 피가 필요하면 '어머님 우리 집에 국자 두 갠 가요?' 8 광이 필요하면 전직 대통령을, 난데없이 화장실을, 뜬금없이 싸리나무 회초리를 찾는 등 상대방을 견제하기 위한 묘안이 도출되고 각종 사인이 만들어지고 상대의 패를 넘겨보기 위해 거울을 맞춰놓는 등 벼라 별 아이디어가 다 동원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광만 팔고 빠져나가는 둘째와 힘으로 밀어 부치는 막내동서 앞에 지폐뭉치가 쌓이고 동병상련이라던가? 어느 새 나와 아버님이 한 팀의 성격을 띄게되었다. 은근 슬쩍 모른 척 하며 밀어주기 시작했고 서로 풀어주기도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내주는 족족 막내동서가 먹어 치워 어설픈 작당은 오히려 상대방만 부풀려 줘 점점 차이가 커지기 시작했다.
운전을 해야하는 남자들은 하나 둘씩 안방으로 찾아 들었고 오랜만에 시아버지 덕분에 제 세상을 만난 세 여자는 날이야 새든 말든 이웃집에 들리던 말던 한없이 웃고 떠들어댔다. 고스톱 판은 아예 내놓고 치는 난장판이 되었고 그 와중에도 지폐뭉치는 막내 동서 앞으로 차곡차곡 이전등기가 진행되었다.
"못 먹어도 고다!" 의연하게 4고를 외치는 막내동서 앞에 사색이 된 아버님과 나! 아버님 앞에 달랑 4장 내 앞에도 달랑 4장의 화투 쪽만 남겨놓고 몽땅 다 뺏어간 야속한 막내동서는 내가 해다 놓은 초단 두 장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결연하게 4고를 감행하였다. 내 눈치를 살피는 아버님에게 뭐라고 사인을 보내야 하는 데 내가 잘라진 7띠를 갖고 있다고 어떻게 말한담? 아냐, 동서가 들고 '고'를 한 걸 꺼야. 어 휴 이젠 죽었다. 짧은 시간에 별의 별 상념이 스쳐가지만 내 얼굴만 쳐다보는 아버님께 결정을 내려야 했다.
"아버님! 오작교를 까마귀가 만든 거예요? 까치가 만든 거예요" 내 딴에 생각해도 재치 발랄한 사인 아닌가? '이제 7월 7석에 관한 사인을 받은 아버님이 7만 내려 놓으시면 막내 넌 죽었다. 아버님이 제발 7을 가지셨기를. . .' 마음속으로 빌고 비는 내 얼굴을 쳐다보던 아버님은 이상한 듯 고개를 흔드시면서 바닥에 조용히 패를 내려 놓으셨다.
난초 쌍 피! 아니 그렇담 영악한 막내가 7을 들고. . .
막내는 승자의 미소를 짓고 남아 있던 바닥의 지폐를 다 쓸어 담고 우린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헌데 경악할 일은 아버님 손에서 떨어지는 멧돼지!
"아니 아버님 손에 들고 계시면서 7월7석 사인까지 받고도 안 내셨어요?" 원망 섞인 항의에 아버님은 외려 어이없어 하셨다. "당연히 7을 줘야지, 한데 과감히 '고'를 부르는걸 보고 들고 있나 의심하는 차에 오작교 타령을 하길 레 7은 없고 피 박이나 면할라나 보다하고 쌍 피 준거다. 나 죄 없다, 오작교래서 오 쌍 피 준거밖에. . ." 손까지 휘 휘 내저으시는 아버님말씀에 모두 배를 잡고 뒹굴었다.
아버님과 나는 툭 툭 털 수밖에 없었고 관전하시던 어머님의 말씀, "결국 오작교가 웬수구먼 웬수. . ." 그 후로 7월 7석의 오작교는 우리집안의 웬수가 되어버렸고 추억이 되어버렸다.
다음 날, 집에 도착해 막내동서로부터 온 전화. "형님! 그래도 오작교 덕분에 요번엔 기름 값 좀 제법 받아 왔죠, 애들 가방에 작은 형님은 3만 원 큰 형님은 4만 원 넣어드렸으니까 찾아 맛있는 것 드시고 칠석날 오작교 너무 미워 마세요"
아버님의 며느리 사랑도, 큰 형님이라고 마음 쓰는 막내의 예쁜 심성도 잠시나마 삶에 지친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번지게 해줬다.
세 며느리와 아버님의 혈투
강원도 영동지방이 친정과 시댁이다 보니 어릴 적엔 7월 7석은 별다른 의미 없이 베 짜는 처녀와 소 기르는 총각의 사랑 얘기를 듣고 밀밥을 먹으면서 보내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다 보니 올해엔 비가 올 건가? 정도의 통과의례로 칠석을 보내곤 했다.
그러던 칠석날의 오작교가 웬수가 돼 버린 건 몇 해 전부터이다.
시댁에 칠석 무렵 제사가 있어 온 가족이 모이게 되는데 큰일을 치를 때면 늘 그렇듯이 남자들은 고스톱이나 술판을 벌리고 여자들만 고생하기 마련인데 그날은 약주가 얼큰해지신 시아버지께서 남자들을 고스톱 판에서 다 쫓아내고 며느리 셋을 앉혔다.
남자들은 안방에서 술판이 시작되었고 시아버지는 두툼한 지폐뭉치를 꺼내놓고 공언하셨다.
별도로 차비를 안 줄 테니 알아서 따가라는 것이다.
부유하진 않아도 평생 교직에서 검소하게 살아오신 시부모님은 자식들이 내놓은 용돈봉투에 얼마라도 더 보태 손자들 손에 쥐어 보내시곤 하셨다.
괜스레 봉투를 내미는 게 어색해 언제부턴가 물건으로만 내밀지만. . .
시간이 지나자 고스톱 판은 활기를 띄기 시작했고 애교덩어리 막내동서의
'아버님! 똥 쳐드세요'
'아이고 아버님, 싸셨네 요'로 웃음판이 벌어지고 웬일인가 싶어 술판을 벌리던 남편들이 여자들 뒤로 옮겨와 응원전이 가세되었다.
시아버지를 향한 세 여자의 파상공격은 위력을 더해갔고 그럴수록 지폐뭉치는 얇아져 갔다.
비 패가 필요하면 우산을 찾고 9 쌍 피가 필요하면
'어머님 우리 집에 국자 두 갠 가요?'
8 광이 필요하면 전직 대통령을, 난데없이 화장실을, 뜬금없이 싸리나무 회초리를 찾는 등 상대방을 견제하기 위한 묘안이 도출되고 각종 사인이 만들어지고 상대의 패를 넘겨보기 위해 거울을 맞춰놓는 등 벼라 별 아이디어가 다 동원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광만 팔고 빠져나가는 둘째와 힘으로 밀어 부치는 막내동서 앞에 지폐뭉치가 쌓이고 동병상련이라던가?
어느 새 나와 아버님이 한 팀의 성격을 띄게되었다.
은근 슬쩍 모른 척 하며 밀어주기 시작했고 서로 풀어주기도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내주는 족족 막내동서가 먹어 치워 어설픈 작당은 오히려 상대방만 부풀려 줘 점점 차이가 커지기 시작했다.
운전을 해야하는 남자들은 하나 둘씩 안방으로 찾아 들었고 오랜만에 시아버지 덕분에 제 세상을 만난 세 여자는 날이야 새든 말든 이웃집에 들리던 말던 한없이 웃고 떠들어댔다.
고스톱 판은 아예 내놓고 치는 난장판이 되었고 그 와중에도 지폐뭉치는 막내 동서 앞으로 차곡차곡 이전등기가 진행되었다.
"못 먹어도 고다!"
의연하게 4고를 외치는 막내동서 앞에 사색이 된 아버님과 나!
아버님 앞에 달랑 4장 내 앞에도 달랑 4장의 화투 쪽만 남겨놓고 몽땅 다 뺏어간 야속한 막내동서는 내가 해다 놓은 초단 두 장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결연하게 4고를 감행하였다.
내 눈치를 살피는 아버님에게 뭐라고 사인을 보내야 하는 데 내가 잘라진 7띠를 갖고 있다고 어떻게 말한담? 아냐, 동서가 들고 '고'를 한 걸 꺼야. 어 휴 이젠 죽었다. 짧은 시간에 별의 별 상념이 스쳐가지만 내 얼굴만 쳐다보는 아버님께 결정을 내려야 했다.
"아버님! 오작교를 까마귀가 만든 거예요? 까치가 만든 거예요"
내 딴에 생각해도 재치 발랄한 사인 아닌가?
'이제 7월 7석에 관한 사인을 받은 아버님이 7만 내려 놓으시면 막내 넌 죽었다. 아버님이 제발 7을 가지셨기를. . .'
마음속으로 빌고 비는 내 얼굴을 쳐다보던 아버님은 이상한 듯 고개를 흔드시면서 바닥에 조용히 패를 내려 놓으셨다.
난초 쌍 피!
아니 그렇담 영악한 막내가 7을 들고. . .
막내는 승자의 미소를 짓고 남아 있던 바닥의 지폐를 다 쓸어 담고 우린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헌데 경악할 일은 아버님 손에서 떨어지는 멧돼지!
"아니 아버님 손에 들고 계시면서 7월7석 사인까지 받고도 안 내셨어요?"
원망 섞인 항의에 아버님은 외려 어이없어 하셨다.
"당연히 7을 줘야지, 한데 과감히 '고'를 부르는걸 보고 들고 있나 의심하는 차에 오작교 타령을 하길 레 7은 없고 피 박이나 면할라나 보다하고 쌍 피 준거다. 나 죄 없다, 오작교래서 오 쌍 피 준거밖에. . ."
손까지 휘 휘 내저으시는 아버님말씀에 모두 배를 잡고 뒹굴었다.
아버님과 나는 툭 툭 털 수밖에 없었고 관전하시던 어머님의 말씀,
"결국 오작교가 웬수구먼 웬수. . ."
그 후로 7월 7석의 오작교는 우리집안의 웬수가 되어버렸고 추억이 되어버렸다.
다음 날,
집에 도착해 막내동서로부터 온 전화.
"형님! 그래도 오작교 덕분에 요번엔 기름 값 좀 제법 받아 왔죠, 애들 가방에 작은 형님은
3만 원 큰 형님은 4만 원 넣어드렸으니까 찾아 맛있는 것 드시고 칠석날 오작교 너무 미워 마세요"
아버님의 며느리 사랑도, 큰 형님이라고 마음 쓰는 막내의 예쁜 심성도 잠시나마 삶에 지친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번지게 해줬다.
아버님 어머님 내내 건강하세요!!
☞ 클릭, 오늘의 톡! 아들 키워놨더니 시집올때 뭐해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