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대신 헤이즐넛 한잔을 마시고 시계를 보니 아직 오후 4시였다. 회사가 아닌 집에서 이렇게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게 얼마만인지..
유미는 가만히 시계를 바라보다 무슨 생각에서인지 방으로 들어가 옷장을 열었다.
옷장 안에는 심플한 정장만 수십벌 가득 차 있었다. 캐쥬얼한 스타일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고, 청바지조차 단 하나 뿐이었다. 상운의 밑에 있게되면서는 계속 회사만 나갈 뿐 다른 곳에는 갈 수조차 없어서 원래는 화려하고, 원색적인 옷을 좋아했던 유미였지만 어느새 그녀의 눈은 의무적으로 정장 스타일만 고르게 되어있었다.
한참동안 옷장을 뒤져 골라낸 옷은, 켈빈 클라인 청바지에 얼기 설기 짜여진 흰색 니트였다. 유미의 취향에 썩 들어맞는 옷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입었떤 저 정장들에 비한다면 날아갈 듯 편안하기만 한 옷이었다.
화장도 다른때와는 달리 좀 더 화려하게 노란 색 펄을 넣었고, 핑크빛 반짝거리는 그로시 립글로스로 가볍게 했다.
그리고 구찌 크로스 백을 매고서, 높은 굽 샌들을 신고, 거울 앞에 서자 그 안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2년 전 밝고 명랑하기만 했던 유미가 있었다. 이렇게 차려입자 그때와 크게 다를 것 없어보였지만, 유미는 자신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느꼈다.
세상에서 사랑만 받고 어려움을 모르던 반짝거리던 자신의 눈은 어느새 속을 알 수 없을 만큼 탁해져 있었고, 항상 웃는 얼굴이라 보기 좋다던 자신의 표정은 웃음을 짓는 법조차 잊은 듯 입꼬리조차 잘 올라가지지도 않아서 언제나 무표정할 뿐이었다.
씁쓸한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돌리고는 그대로 유미는 집을 나왔다.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문을 열려다가 문득 오랜만에 전철을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 치여서 그렇게나 싫어하며 차를 몰고 다니기만을 꿈꾸던 자신이었는데, 어느새 지금은 전철을 타고 학교를 다니던 그때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전철을 타고 간 곳은 강남역이었다. 서점에서 여유롭게 책을 뒤적거리다가 보니 보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아서 한참을 고민한 끝에 고르고 고른 책 3권을 들고서 유미는 천천히 교대역 방향으로 걸어갔다. 15분쯤 천천히 걸어서 도착한 건물에 있는 커피전문점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들고, 커피전문점 앞에 놓여진 파라솔벤치에 앉아서 책을 꺼내들었다.
한장, 두장.. 책장을 넘기다가 시계를 보니 6시 10분.
커피전문점 주위의 건물에서는 업무가 끝난 회사원들이 하나 둘씩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유미는 그들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날씬하게 뻗은 다리를 자랑하듯 옆으로 뉘여 다리를 꼬고, 굵게 웨이브진 갈색 머리를 손으로 넘기는 그 모습을 지나가는 남자들이 하나 둘 씩 쳐다보고 있다는 것쯤은 유미도 알고 있었다. 일부로 더 보란 듯이 머리를 넘기며 커피를 홀짝였다.
"..저..실례지만.. 괜찮으시면 합석해도 될까요..?"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말쑥하게 정장을 빼입고서 커피를 들고 다가온 한 남자가 유미에게 말을 걸었다. 유미는 새침하게 고개를 들고 그 남자를 바라보니 생각보다 제법 잘 생긴 얼굴에 호감이 갔다. 그러나 유미가 원하는 건 이 남자, 아니 잘생긴 남자와의 합석이 아니었다.
'이제..시간이 됐는데...'
"아니, 이게 누구야! 못알아볼뻔 했잖나. 강유미씨. 맞지?"
그 남자의 뒤에서 비릿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중년의 남자.
유미가 일부러 강남역에 와서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던 그 남자가 유미를 알아보고 그녀에게 다가왔다. 아마도 많은 남자들이 관심을 갖는 여자라면 꼭 한번 건드리고 마는 더러운 버릇을 가지고 있는 그 남자. 그는 바로 어제 밤 유미를 철저하게 농락했던 신우물산의 유재욱 사장이었다.
유미에게 말을 걸었던 남자는 갑작스런 중년 남자의 등장으로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그 남자가 누군지를 알아보고는 당황한 얼굴로 말도 없이 자리를 피해갔다. 아마도 유재욱 사장과 아는 여자이니만큼 건들면 안될 사람을 건드린건가 하는 불안함과 당황 때문에, 일개 직원일 그 남자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재빨리 자리를 피하는 그 남자를 비웃듯 바라보며 유사장은 유미 옆에 자연스레 앉았고, 위부터 아래까지 찬찬히 훑어보며 예의 그 징그러운 미소를 띄었다.
"강유미씨는 뭘 해도 아름답군 그래. 헤어스타일부터 옷까지 분위기가 확 바뀌어서 하마터면 못 알아 볼 뻔 했어. 이런 모습도 너무 잘어울리는 걸."
"감사합니다."
유미는 언제나 처럼 무표정한 얼굴과 사무적인 말투로 대답했다. 유미 스스로 이쪽에 오긴 했지만, 막상 그 얼굴을 보자 어제의 일이 떠올라 구토가 밀려올 듯 속이 울렁거렸다.
"오늘은 쇼핑이라도 나왔나보군. 이런 곳에서 책을 읽고있다니 말야..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일텐데.. 내가 맛있는 식사라도 대접해야 하지 않겠나?"
그러면서 유미의 대답이야 당연하다는 듯 회사 앞에 대기하고 있던 자신의 차로 유미를 끌고 갔다. 말투만 예의상 청유형의 문장을 사용했을 뿐 태어났을 때부터 어려움 없이 말만 하면 다 이루어지는 세계에서 자라왔을 유사장에겐 자신의 말이 곧 법이나 마찬가지였을 테니까.
유미 역시 아무 말 없이 책을 덮고서 그를 따라 걸어갔다.
"강유미씨를 이렇게 밖에서 마주치기도 하다니 말이야.. 색다른 모습도 보고, 정말 운이 좋은 날이군 그래. 최기사. 블루마린으로 가지."
차안에서 무슨 정신이었는 지 유미는 유사장의 물음에 형식적인 대답을 하면서 무표정을 일관했지만, 유사장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유미를 보며 이것 저것 자꾸만 물어댔다. 하나 둘 질문을 하기 시작하더니 유사장은 유미가 미시건대 출신이라는 데서 놀라는 듯 했다.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명문대는 아닐지라도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대학이기 때문이라는 것 때문인지, 아니면 한낱 볼 것 없다고 여긴 여자가 의외의 학벌을 갖고 있어서인지 아마도 전자와 후자 모두 해당되겠지만 그 후 유사장이 유미를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는 걸 유미는 느낄 수 있었다. 유미의 개인적인 사생활에만 관심을 두던 그의 질문들이 단순 사생활이 아닌 그녀 자체의 능력에 관한 질문으로 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한편으로는 유미가 노리고 있던 것이기도 했다.
상운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맺게 된 인연이긴 했지만 그 많은 정 ? 재계 인사들 중 유재욱 사장을 택했던 것은, 그가 비록 사생활이 더럽고, 여자를 밝히기로 유명하지만 그 실력만큼은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탁월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의 실력이 뛰어나지 않았더라면 그의 더러운 사생활 때문이라도 그는 이미 매장되고도 남을 정도의 사람이었다. 국내에서 가장 크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대기업의 사장인 만큼 그는 상운에게 놓쳐서는 안될 주 거래처였고, 그렇기 때문에 상운은 그의 목적을 위해서 유재욱 사장이라면 유미를 몇 번이고 넘겼을 정도였다.
“그렇군. 미시건대라.. 전공은 뭐였지?”
“경영이었습니다.”
"졸업은 했나?“
“네.”
“그럼 미시건대를 졸업하고 한국에 와서 BOK(bridge of karma)에 취직한건가?”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답이 좀 애매하군.”
약간의 뜸을 들인 유미의 대답에 유사장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 커다란 신우 물산의 사장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그가 수 십년 동안 갈고 닦았을 눈치는 금새 유미의 대답 안에 상운과의 관계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는 듯 했다. 더군다가 그가 겪어보기에도 유미는 단순한 직원은 아닌 듯 했었기 때문에 유미가 천한 여자가 아니라 어떤 시점에서 상운의 밑에 있게 된거라면, 그 계기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알고보면 상운이 유미를 선택한 건 우연한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유사장의 입장에선 상운이 유미를 기업형 로비스트로 고용하는 거라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유미는 알게 모르게 상운과 그의 거래처들 사이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 입으로 굳이 대답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알고 싶으시다면, 사장님께서 직접 알아보시는 편이 빠르실 거라고 봅니다.”
“그 말은 얼마든지 내가 뒷조사를 해도 된다는 말이군.”
유미의 말에 유사장은 재밌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웃었다. 유미를 바라보는 유사장의 눈은 더 이상 예전의 질퍽함으로 물들어있지 않았다. 바로 어제만 해도 짐승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그의 눈은 이제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해있었다.
누구에게나 사랑할 권리는 있다...11
점심 대신 헤이즐넛 한잔을 마시고 시계를 보니 아직 오후 4시였다. 회사가 아닌 집에서 이렇게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게 얼마만인지..
유미는 가만히 시계를 바라보다 무슨 생각에서인지 방으로 들어가 옷장을 열었다.
옷장 안에는 심플한 정장만 수십벌 가득 차 있었다. 캐쥬얼한 스타일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고, 청바지조차 단 하나 뿐이었다. 상운의 밑에 있게되면서는 계속 회사만 나갈 뿐 다른 곳에는 갈 수조차 없어서 원래는 화려하고, 원색적인 옷을 좋아했던 유미였지만 어느새 그녀의 눈은 의무적으로 정장 스타일만 고르게 되어있었다.
한참동안 옷장을 뒤져 골라낸 옷은, 켈빈 클라인 청바지에 얼기 설기 짜여진 흰색 니트였다. 유미의 취향에 썩 들어맞는 옷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입었떤 저 정장들에 비한다면 날아갈 듯 편안하기만 한 옷이었다.
화장도 다른때와는 달리 좀 더 화려하게 노란 색 펄을 넣었고, 핑크빛 반짝거리는 그로시 립글로스로 가볍게 했다.
그리고 구찌 크로스 백을 매고서, 높은 굽 샌들을 신고, 거울 앞에 서자 그 안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2년 전 밝고 명랑하기만 했던 유미가 있었다. 이렇게 차려입자 그때와 크게 다를 것 없어보였지만, 유미는 자신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느꼈다.
세상에서 사랑만 받고 어려움을 모르던 반짝거리던 자신의 눈은 어느새 속을 알 수 없을 만큼 탁해져 있었고, 항상 웃는 얼굴이라 보기 좋다던 자신의 표정은 웃음을 짓는 법조차 잊은 듯 입꼬리조차 잘 올라가지지도 않아서 언제나 무표정할 뿐이었다.
씁쓸한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돌리고는 그대로 유미는 집을 나왔다.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문을 열려다가 문득 오랜만에 전철을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 치여서 그렇게나 싫어하며 차를 몰고 다니기만을 꿈꾸던 자신이었는데, 어느새 지금은 전철을 타고 학교를 다니던 그때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전철을 타고 간 곳은 강남역이었다. 서점에서 여유롭게 책을 뒤적거리다가 보니 보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아서 한참을 고민한 끝에 고르고 고른 책 3권을 들고서 유미는 천천히 교대역 방향으로 걸어갔다. 15분쯤 천천히 걸어서 도착한 건물에 있는 커피전문점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들고, 커피전문점 앞에 놓여진 파라솔벤치에 앉아서 책을 꺼내들었다.
한장, 두장.. 책장을 넘기다가 시계를 보니 6시 10분.
커피전문점 주위의 건물에서는 업무가 끝난 회사원들이 하나 둘씩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유미는 그들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날씬하게 뻗은 다리를 자랑하듯 옆으로 뉘여 다리를 꼬고, 굵게 웨이브진 갈색 머리를 손으로 넘기는 그 모습을 지나가는 남자들이 하나 둘 씩 쳐다보고 있다는 것쯤은 유미도 알고 있었다. 일부로 더 보란 듯이 머리를 넘기며 커피를 홀짝였다.
"..저..실례지만.. 괜찮으시면 합석해도 될까요..?"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말쑥하게 정장을 빼입고서 커피를 들고 다가온 한 남자가 유미에게 말을 걸었다. 유미는 새침하게 고개를 들고 그 남자를 바라보니 생각보다 제법 잘 생긴 얼굴에 호감이 갔다. 그러나 유미가 원하는 건 이 남자, 아니 잘생긴 남자와의 합석이 아니었다.
'이제..시간이 됐는데...'
"아니, 이게 누구야! 못알아볼뻔 했잖나. 강유미씨. 맞지?"
그 남자의 뒤에서 비릿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중년의 남자.
유미가 일부러 강남역에 와서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던 그 남자가 유미를 알아보고 그녀에게 다가왔다. 아마도 많은 남자들이 관심을 갖는 여자라면 꼭 한번 건드리고 마는 더러운 버릇을 가지고 있는 그 남자. 그는 바로 어제 밤 유미를 철저하게 농락했던 신우물산의 유재욱 사장이었다.
유미에게 말을 걸었던 남자는 갑작스런 중년 남자의 등장으로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그 남자가 누군지를 알아보고는 당황한 얼굴로 말도 없이 자리를 피해갔다. 아마도 유재욱 사장과 아는 여자이니만큼 건들면 안될 사람을 건드린건가 하는 불안함과 당황 때문에, 일개 직원일 그 남자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재빨리 자리를 피하는 그 남자를 비웃듯 바라보며 유사장은 유미 옆에 자연스레 앉았고, 위부터 아래까지 찬찬히 훑어보며 예의 그 징그러운 미소를 띄었다.
"강유미씨는 뭘 해도 아름답군 그래. 헤어스타일부터 옷까지 분위기가 확 바뀌어서 하마터면 못 알아 볼 뻔 했어. 이런 모습도 너무 잘어울리는 걸."
"감사합니다."
유미는 언제나 처럼 무표정한 얼굴과 사무적인 말투로 대답했다. 유미 스스로 이쪽에 오긴 했지만, 막상 그 얼굴을 보자 어제의 일이 떠올라 구토가 밀려올 듯 속이 울렁거렸다.
"오늘은 쇼핑이라도 나왔나보군. 이런 곳에서 책을 읽고있다니 말야..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일텐데.. 내가 맛있는 식사라도 대접해야 하지 않겠나?"
그러면서 유미의 대답이야 당연하다는 듯 회사 앞에 대기하고 있던 자신의 차로 유미를 끌고 갔다. 말투만 예의상 청유형의 문장을 사용했을 뿐 태어났을 때부터 어려움 없이 말만 하면 다 이루어지는 세계에서 자라왔을 유사장에겐 자신의 말이 곧 법이나 마찬가지였을 테니까.
유미 역시 아무 말 없이 책을 덮고서 그를 따라 걸어갔다.
"강유미씨를 이렇게 밖에서 마주치기도 하다니 말이야.. 색다른 모습도 보고, 정말 운이 좋은 날이군 그래. 최기사. 블루마린으로 가지."
차안에서 무슨 정신이었는 지 유미는 유사장의 물음에 형식적인 대답을 하면서 무표정을 일관했지만, 유사장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유미를 보며 이것 저것 자꾸만 물어댔다. 하나 둘 질문을 하기 시작하더니 유사장은 유미가 미시건대 출신이라는 데서 놀라는 듯 했다.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명문대는 아닐지라도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대학이기 때문이라는 것 때문인지, 아니면 한낱 볼 것 없다고 여긴 여자가 의외의 학벌을 갖고 있어서인지 아마도 전자와 후자 모두 해당되겠지만 그 후 유사장이 유미를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는 걸 유미는 느낄 수 있었다. 유미의 개인적인 사생활에만 관심을 두던 그의 질문들이 단순 사생활이 아닌 그녀 자체의 능력에 관한 질문으로 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한편으로는 유미가 노리고 있던 것이기도 했다.
상운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맺게 된 인연이긴 했지만 그 많은 정 ? 재계 인사들 중 유재욱 사장을 택했던 것은, 그가 비록 사생활이 더럽고, 여자를 밝히기로 유명하지만 그 실력만큼은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탁월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의 실력이 뛰어나지 않았더라면 그의 더러운 사생활 때문이라도 그는 이미 매장되고도 남을 정도의 사람이었다. 국내에서 가장 크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대기업의 사장인 만큼 그는 상운에게 놓쳐서는 안될 주 거래처였고, 그렇기 때문에 상운은 그의 목적을 위해서 유재욱 사장이라면 유미를 몇 번이고 넘겼을 정도였다.
“그렇군. 미시건대라.. 전공은 뭐였지?”
“경영이었습니다.”
"졸업은 했나?“
“네.”
“그럼 미시건대를 졸업하고 한국에 와서 BOK(bridge of karma)에 취직한건가?”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답이 좀 애매하군.”
약간의 뜸을 들인 유미의 대답에 유사장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 커다란 신우 물산의 사장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그가 수 십년 동안 갈고 닦았을 눈치는 금새 유미의 대답 안에 상운과의 관계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는 듯 했다. 더군다가 그가 겪어보기에도 유미는 단순한 직원은 아닌 듯 했었기 때문에 유미가 천한 여자가 아니라 어떤 시점에서 상운의 밑에 있게 된거라면, 그 계기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알고보면 상운이 유미를 선택한 건 우연한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유사장의 입장에선 상운이 유미를 기업형 로비스트로 고용하는 거라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유미는 알게 모르게 상운과 그의 거래처들 사이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 입으로 굳이 대답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알고 싶으시다면, 사장님께서 직접 알아보시는 편이 빠르실 거라고 봅니다.”
“그 말은 얼마든지 내가 뒷조사를 해도 된다는 말이군.”
유미의 말에 유사장은 재밌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웃었다. 유미를 바라보는 유사장의 눈은 더 이상 예전의 질퍽함으로 물들어있지 않았다. 바로 어제만 해도 짐승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그의 눈은 이제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해있었다.
--------------------------------------------------------------------------------------
유미가 드뎌 일을 시작하구 있습니다! +ㅁ +)..ㅋㅋ
이번엔 좀 빨리 올렸죠?
시간 날때마다 써둘려구요.. 갑자기 바빠져서 못쓸지도 모르니까..=ㅅ =;;..
그럼, 다음을 기대해주시면 무지 감사하구요....>ㅂ <;;
뭔가 더 주절주절 하고 싶은데.. 테비에서 하는 올림픽 특집 프로그램이 절 유혹하네요..;ㅁ;..
좋은 하루 되시구, 좋은 꿈 꾸세요! >ㅂ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