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인의 자연사랑

윤화숙200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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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인의 자연사랑

 

  한 때  내가 살았던 미국의 중서부 지역은 야생거위의 일종인 캐내디언 구스의 주요 서식지이다. 그래서 매년 늦봄 생식기가 도래하면 온 동네가 그들의 소리와 몸짓으로 온통 야단법석이다.

그 즈음의 어느 날, 회사에 출근을 하려고 차를 몰고 나오는데, 나보다 한 발 앞서 출발한 옆집 부인이 동네 어귀에 차를 멈춘 채 도무지 갈 생각을 않고 서 있는 것이다.

시간이 급하고 사유도 궁금하여 차에서 내린 나는 그녀에게로 다가가 “웬일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부인은 손으로 입으로 가져가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며 나에게 앞 쪽을 보라고 눈짓을 했다.

거기에는 갓 부화된 6~7 마리의 새끼를 거느린 한 무리의 야생거위 가족이 차로에서 유유자적하게 놀고 있었다.

‘차를 천천히 전진시키면 저들이 저절로 흩어져 길이 터일텐데, 왜 이리 무작정 기다리고 있지?’하는 생각에, 나는 그녀에게  “천천히 차를 앞으로 몰아가 보아라!”고 그녀에게 권고를 했었다.

그러자 그녀는 머리를 가로 저어며, “좀 더 기다려 보자!”고 했다. 그렇게2~3 분여를 기다렸을까? 마침내 그 거위네 식구들은 차로에서 물러났고, 우리도 서로 미소 띤 얼굴로 수인사를 나누며 그 골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비로소 ‘아, 저것이야 말로 진정한 자연사랑의 길이구나!’라는 하나의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내가 처음 생각한대로 했다면, 그 들은 어쩔 수 없이 길옆으로 피했을테고, 그렇게 되면 인간과 야생동물이 서로 큰 피해 없이 적정선에서 타협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부인은 그러한 나의 생각에 한 수를 더 보태어, 그들의 자유의사(free will)에 따라 스스로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까지 배려를 해 주었던 것이다.

지구생태계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우리 인간이 어쩔 수 없이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야생조수들에게 자꾸만 일방적으로 ‘이래라, 저래라!’하며 인간 본위의 자연사랑을 강요하다 보면, 오히려 그 것이 그들에게 크나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결국에는 한 생태계 내에서 서로 공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지 않겠는가?

오늘 날, 우리 주변의 온갖 어설픈 자연보호 행태를 접하면서, 새삼 그녀의 그 지혜와 아량이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