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육십여리를 달려간 연아와 영충앞에 드디어 유혼교도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유혼교도들은 고독강시 100여구를 앞세우고 그 뒤에서 이들을 조종하며 진천장을 향하여 가고 있었다. 연아는 이들의 뒤를 급습하여 수뇌부를 제거하기로 결정하고는 멀리 우회하여 그들의 배후에 다가서게 되었다. 영충과 상호 신호하기로 정하고는 복장이 다른 자만 골라서 진운검을 휘두르니 영문도 모른 채 소리 한번 못 지르고 세상을 달리하여 떠나갔다. 겨우 급습 사실을 알아차린 유혼교도들의 머리위로 강맹한 연아의 검기가 휩쓸고 지나가자 마치 볏단 쓰러지듯 유혼교도들이 쓰러져갔다. 뒤이어 영충의 무시무시한 교룡편이 뒤따르며 찌르고 할키며 지나가자 아비규환의 지옥도가 그 자리에서 펼쳐졌다. 유혼교도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연아는 영충을 잡고 몸을 날려 고독강시들의 공격을 피하여 멀리 사라져 버리자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듯 대책 없이 인솔자들만 잃어버리고 전진을 멈추었다. 몇몇의 무리를 돌며 똑같이 급습하여 큰 성과를 얻어낸 연아가 장원으로 귀환하자 장원에서는 이미 척후로 내보내었던 하급무사들이 이 사실을 알려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 하였다.
“수고했네. 그들의 예봉을 보기 좋게 꺾어버렸다고? 지휘자만 골라서 죽였다고 하더군.”
“무고한 생명들이 속절없이 죽어가는 걸 볼 수가 없어서... 한 부대만 본보기로 무차별 공격을 하였습니다.”
“그들이 전진을 멈추고 누구를 기다리는 듯한 상황이라는데..”
“지휘하는 자들은 몇몇을 제외하고 거의 제거되었으니 그들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이미 어떤 단체에 의하여 타격을 받았다는데 아마도 만홍루의 인원들이 선제를 하였던 것 같네.”
“다행입니다. 그들이 제때에 타격을 입혀놓아서 쉽게 흔들어 놓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쩐지 너무 약하게 무너지기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었지요.”
“그들이 뒤로 빠지려 해도 아마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개방에서도 많은 인원이 출동하여 암암리에 그들에게 공격을 가할 것 입니다.”
“흠... 이번기회에 유혼교의 뿌리를 뽑을 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 유혼교가 나쁘지 그 교도들은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왔을 수도 있습니다.”
“그 강시들을 처치할 방법이 있으면 쉽게 무너뜨릴 텐데.....”
“전체적으로 보아 약 200여구의 강시를 몰고 온 것 같으니 그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 강시를 조정하는 자를 없애버리면 좋을 텐데.”
“누가 조정하는 자 인지 알 수 없으니 답답하군요.”
“일단 개방에 전하여 조사 시켜보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연아는 편지를 써서 항취개에게 전달하도록 조치를 취하였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돌아다닌 연아는 좀 피곤함이 느껴지자 별채로 가서 좀 쉬어야겠다고 말을 하고는 별채의 자기 거처에 들어가 침상에 앉아 운기조식을 하며 쉬려고 걸터앉아 이불을 가지런히 당겨놓으려 하는데 왠 손바닥만한 혈흔이 보였다. 이미 말라 검게 변색한 것으로 보아 금방흘린 피는 아니지만 누군가 자기이불에 피를 흘린 것은 분명하였다. 누가 나도 없는 방에서 피를 흘렸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 이피는 누가 흘린 것이란 말인가? 모르겠다. 하지만 기분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둘둘 말아서 옆에 치워놓고 빈 침상에 앉아 운공을 시작하였다. 잠시 일주천을 하고나자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고 이주천에 들어가자 서서히 진기의 흐름이 빨라지는 것이 느껴지자 서서히 흐름을 조절하며 연공하는 것을 중단하였다. 그때 밖에서 발걸음소리가 들리더니 “대가 안에 있어요?”
“선매? 어서 들어와” 유선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연아가 빈 침상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는 “왜 불편하게 빈 침상에 앉아있어요?” 하고 물었다.
“누가 내 이불에다 피를 흘리고 갔는데 치우질 않았더군.”
“어머” 유선이 이불을 펼쳐보며 확인하더니 얼굴이 빨개지며 다시 둘둘 말았다.
“누가 그랬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사람이 없는데.”
“흣, 정말 바보로군요. 대가가 내게 피를 흘리게 해놓고 그것도 모르고 있어요?”
“아니. 내가 선매를 피 흘리게 했단 말이야? 아니야 절대 그럴리 없.......” 말문이 막혀버렸다.
유선이 어제 아픈 표정을 지었을 때 그리고 힘들어 할 때가 생각이 나자 연아는 얼굴이 하얗게 변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여자가 처음 경험을 할 때는 피를 흘리는 것이라고 루주님이 가르쳐 주셨어요.”
“음.... 피를 흘렸다면 무척 아팠을 텐데 어떻게 ... 어떻게...”
“그리 아프지 않았어요. 잠깐 통증이 있었을 뿐이니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음......” 깊은 침음소리가 들리자 유선은 괜히 불안하였다. 그래서 재빨리 연아에게 다가서 웃으며 “피를 흘린 것은 내가 이제 완전히 대가의 여자가 되었다는 증거라 했어요. 그러니 기뻐할 일이지요.”
“정말, 정말 그렇다고 했어?”
“그렇다니까요. 그러니 괜한 걱정으로 나를 부끄럽게 만들지 말아요. 빨리 치워야지 누가 보면 어쩌려고 이렇게 방치했어요?”
“나는 지금까지 몰랐지. 지금 막 들어와서 보았어. 오늘 하루 종일 얼마나 바빴는지 정신이 없었거든.”
유선이 이불의 깃을 잡아 뜯어내어 보자기에 잘 싸매어 치워놓고 연아의 곁에 와서 “이제 전 대가의 여자가 되었어요.” 살며시 이야기 하였다.
“지금은 안 아픈 거지?”
“아직은 아퍼요. 몇일 동안은 좀 불편할거라고 하셨어요.”
“음.... 그것참 어려운 일이네....”
“앞으로 또 아프면 어떻하지?”
“그럴 리가 없다고 하셨어요. 한번 피막이 터지면 다시 생기지 않는 거라고 하시던데요. 그리고 너무 과격한 운동을 많이 하면 자연히 터지기도 해서 피를 안 흘릴 수도 있다고 하셨고.”
“음... 그럼 다행이네. 난 어제 정말 천국에 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선매가 아파했다는 것이 정말 미안해.”
“저도 천국에 같이 갔었으니까 그런 걱정일랑 붙들어 매두세요.”
“그랬으면 정말 다행이고.”
“그런데 밖의 일은 어찌되어가는 건가요?”
“음. 유혼교가 대대적으로 공세를 취하려는 모양인데 만홍루에서 보낸 인원이 일차로 그들의 주력일부를 해치웠고 나와 영충이 다시 큰 타격을 주어 쉽사리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야. 그리고 개방의 형제들이 다시 그들의 퇴로마저 봉쇄하기로 되어있으니 이번에 잘 하면 그들의 뿌리를 뽑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렇게 되면 다행인데..... 유혼교가 아주 악랄하다는 소리를 들어서 걱정이 되네요.”
“선매가 걱정할 일이 아니니까 위급상황이 아니면 절대 나서지 말고 연공이나 부지런히 해서 나중에 진짜 나를 도와주어야해.”
“지금도 도울 수 있어요. 천화지성 양생도인법을 사용하면 운공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하니까요.” 하며 연아의 얼굴을 잡고 입을 맞추었다. 연아도 살며시 유선을 안고 서로의 기를 교류하기 시작하였다.
한창인 때의 젊은 남녀들이니 억제할 수 없는 열기가 치솟는 것을 막기 쉽지는 않았지만 양생도인법으로 기의 교류가 이루어지자 도인법에 몰입할 수 있었다.
한동안 서로의 기를 교류하고나자 둘은 서로 떨어져 운기를 조절하기 시작하였다.
잠시 후 가만히 눈을 떠보니 심신이 가뿐한 게 모든 피로가 사라지고 힘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정말 신기하네.”
“그렇지요?”
“음... 좀 힘이 들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회복되었어.”
“전 내력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음... 정말 그렇다면 이건 우리에게 커다란 행운이 될 것이야.”
“아마 대가의 진기가 저에게서 내력의 증진을 급격하게 끌어 올리는 것 같아요. 제가 아직 내력에서 모자라 대가에게는 도움이 안되지만....”
“지금 이만한 성과만으로도 내게는 큰 도움이 되니까..... 이제 나가 봐야겠어. 아무래도 이번 유혼교의 공세가 거셀 것 같아 걱정이야.”
“조심하시고 절대 몸이 상하면 안돼요.”
“알았으니까 선매나 조심해. 왠만하면 직접 나서지 말고.”
“그렇게 할께요.” 유선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연아는 연무장으로 돌아왔다. 연무장에는 대기하고 있는 무사들과 외부에서 속속 귀환하는 장원의 호위무사들 그리고 인근에서 지원하는 인물들로 가득차있었다.
“노사님 이번에 유혼교를 물리치고 나서 육룡과 12명 정도의 정예를 제게 맡겨주시겠습니까?”
“왜 그러는가? 무슨 임무라도 주려고?”
“아닙니다. 제가 나중을 위해서 특별히 조련하려고 그러는 겁니다. 그들을 초일류고수로 키워 내서 후일을 기약하려고 그러는 것이지요.”
“그렇게 하게나. 내 적극 지원하지.”
“감사합니다.”
“험... 그건 내가 할 소리인데 자네가 하는구만.”
“제가 다시 한번 나가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저 혼자서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오도록.”
“알겠습니다.” 대답을 하자마자 번뜩이더니 이미 사라져 버렸다.
사방 육십여리를 급하게 돌아보았지만 그 많던 유혼교도들의 행방이 묘연하였다. 그리고 개방의 형제조차 보이지 않았다. 영문을 몰라서 더 역역을 넓혀 살펴보았지만 별무소득이었다.
‘이상하다. 이들이 갑자가 어디로 사라졌을까? 아무래도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 듯한데....’ 그때 멀리서 크게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급하게 그 방향으로 내달아 보니 고독강시들과 싸우고 있는 인물들이 보였다. 셋이서 고독강시 십여구와 싸우고 있었는데 그리 위험해보이지 않았지만 워낙 생명을 도외시한 강시들의 공격이라 막아내는 데는 어려움이 많은 것 같았다. 연아는 소리 없이 다가가 멀리서 회선검으로 강시들의 목을 겨냥하여 펼쳐내자 검이 휩쓸고 지난 자리에는 어김없이 강시의 시체가 나뒹굴었다. 싸우고 있던 세명도 압력이 줄어들자 강맹한 초식을 발출하여 역시 강시의 목을 날려버렸다. 순식간에 고전하던 상황이 변하여 십구의 강시를 모두 격퇴하자 연아에게 아무 말 없이 감사의 표시를 하였다. 연아도 답례를 하고 이들에게 유혼교도의 행방을 물으려했지만 이들은 그냥 떠나 버렸다. 따라가서 묻고 싶었지만 연아는 그렇게 하지 않고 다시 유혼교의 행적을 쫒기 시작했다.
낙읍가까이에서 유혼교도의 집결지를 확인하였는데 그들이 전부 한곳에 집결하여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겨우 개방의 제자 한명을 찾아내어 항취개와 만나게 연락을 취해달라고 전갈을 하고 낡은 묘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식경쯤 지나자 항취개가 어린 소년을 한명 대동하고 나타났다.
“뭐 하러 이곳까지 나왔는가?”
“상황이 전달이 안 되니 궁금하기도 하고 유혼교의 동향을 파악하려고 나왔지요.”
“그놈들이 갑자기 물러서는 바람에 우리도 퇴로를 봉쇄하기가 힘들어 이곳에서 추이를 보는 중이어서 연락을 못했네.”
“그럼 유혼교도의 목적이....”
“글쎄, 아직은 모르겠지만 교주가 직접 나설 때를 기다리는 것 같아. 한 놈을 잡아 족쳐 보려했는데 그냥 죽어버리니 대책이 없더군.”
醜面游龍 (51)
순식간에 육십여리를 달려간 연아와 영충앞에 드디어 유혼교도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유혼교도들은 고독강시 100여구를 앞세우고 그 뒤에서 이들을 조종하며 진천장을 향하여 가고 있었다. 연아는 이들의 뒤를 급습하여 수뇌부를 제거하기로 결정하고는 멀리 우회하여 그들의 배후에 다가서게 되었다. 영충과 상호 신호하기로 정하고는 복장이 다른 자만 골라서 진운검을 휘두르니 영문도 모른 채 소리 한번 못 지르고 세상을 달리하여 떠나갔다. 겨우 급습 사실을 알아차린 유혼교도들의 머리위로 강맹한 연아의 검기가 휩쓸고 지나가자 마치 볏단 쓰러지듯 유혼교도들이 쓰러져갔다. 뒤이어 영충의 무시무시한 교룡편이 뒤따르며 찌르고 할키며 지나가자 아비규환의 지옥도가 그 자리에서 펼쳐졌다. 유혼교도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연아는 영충을 잡고 몸을 날려 고독강시들의 공격을 피하여 멀리 사라져 버리자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듯 대책 없이 인솔자들만 잃어버리고 전진을 멈추었다. 몇몇의 무리를 돌며 똑같이 급습하여 큰 성과를 얻어낸 연아가 장원으로 귀환하자 장원에서는 이미 척후로 내보내었던 하급무사들이 이 사실을 알려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 하였다.
“수고했네. 그들의 예봉을 보기 좋게 꺾어버렸다고? 지휘자만 골라서 죽였다고 하더군.”
“무고한 생명들이 속절없이 죽어가는 걸 볼 수가 없어서... 한 부대만 본보기로 무차별 공격을 하였습니다.”
“그들이 전진을 멈추고 누구를 기다리는 듯한 상황이라는데..”
“지휘하는 자들은 몇몇을 제외하고 거의 제거되었으니 그들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이미 어떤 단체에 의하여 타격을 받았다는데 아마도 만홍루의 인원들이 선제를 하였던 것 같네.”
“다행입니다. 그들이 제때에 타격을 입혀놓아서 쉽게 흔들어 놓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쩐지 너무 약하게 무너지기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었지요.”
“그들이 뒤로 빠지려 해도 아마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개방에서도 많은 인원이 출동하여 암암리에 그들에게 공격을 가할 것 입니다.”
“흠... 이번기회에 유혼교의 뿌리를 뽑을 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 유혼교가 나쁘지 그 교도들은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왔을 수도 있습니다.”
“그 강시들을 처치할 방법이 있으면 쉽게 무너뜨릴 텐데.....”
“전체적으로 보아 약 200여구의 강시를 몰고 온 것 같으니 그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 강시를 조정하는 자를 없애버리면 좋을 텐데.”
“누가 조정하는 자 인지 알 수 없으니 답답하군요.”
“일단 개방에 전하여 조사 시켜보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연아는 편지를 써서 항취개에게 전달하도록 조치를 취하였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돌아다닌 연아는 좀 피곤함이 느껴지자 별채로 가서 좀 쉬어야겠다고 말을 하고는 별채의 자기 거처에 들어가 침상에 앉아 운기조식을 하며 쉬려고 걸터앉아 이불을 가지런히 당겨놓으려 하는데 왠 손바닥만한 혈흔이 보였다. 이미 말라 검게 변색한 것으로 보아 금방흘린 피는 아니지만 누군가 자기이불에 피를 흘린 것은 분명하였다. 누가 나도 없는 방에서 피를 흘렸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 이피는 누가 흘린 것이란 말인가? 모르겠다. 하지만 기분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둘둘 말아서 옆에 치워놓고 빈 침상에 앉아 운공을 시작하였다. 잠시 일주천을 하고나자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고 이주천에 들어가자 서서히 진기의 흐름이 빨라지는 것이 느껴지자 서서히 흐름을 조절하며 연공하는 것을 중단하였다. 그때 밖에서 발걸음소리가 들리더니 “대가 안에 있어요?”
“선매? 어서 들어와” 유선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연아가 빈 침상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는 “왜 불편하게 빈 침상에 앉아있어요?” 하고 물었다.
“누가 내 이불에다 피를 흘리고 갔는데 치우질 않았더군.”
“어머” 유선이 이불을 펼쳐보며 확인하더니 얼굴이 빨개지며 다시 둘둘 말았다.
“누가 그랬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사람이 없는데.”
“흣, 정말 바보로군요. 대가가 내게 피를 흘리게 해놓고 그것도 모르고 있어요?”
“아니. 내가 선매를 피 흘리게 했단 말이야? 아니야 절대 그럴리 없.......” 말문이 막혀버렸다.
유선이 어제 아픈 표정을 지었을 때 그리고 힘들어 할 때가 생각이 나자 연아는 얼굴이 하얗게 변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여자가 처음 경험을 할 때는 피를 흘리는 것이라고 루주님이 가르쳐 주셨어요.”
“음.... 피를 흘렸다면 무척 아팠을 텐데 어떻게 ... 어떻게...”
“그리 아프지 않았어요. 잠깐 통증이 있었을 뿐이니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음......” 깊은 침음소리가 들리자 유선은 괜히 불안하였다. 그래서 재빨리 연아에게 다가서 웃으며 “피를 흘린 것은 내가 이제 완전히 대가의 여자가 되었다는 증거라 했어요. 그러니 기뻐할 일이지요.”
“정말, 정말 그렇다고 했어?”
“그렇다니까요. 그러니 괜한 걱정으로 나를 부끄럽게 만들지 말아요. 빨리 치워야지 누가 보면 어쩌려고 이렇게 방치했어요?”
“나는 지금까지 몰랐지. 지금 막 들어와서 보았어. 오늘 하루 종일 얼마나 바빴는지 정신이 없었거든.”
유선이 이불의 깃을 잡아 뜯어내어 보자기에 잘 싸매어 치워놓고 연아의 곁에 와서 “이제 전 대가의 여자가 되었어요.” 살며시 이야기 하였다.
“지금은 안 아픈 거지?”
“아직은 아퍼요. 몇일 동안은 좀 불편할거라고 하셨어요.”
“음.... 그것참 어려운 일이네....”
“앞으로 또 아프면 어떻하지?”
“그럴 리가 없다고 하셨어요. 한번 피막이 터지면 다시 생기지 않는 거라고 하시던데요. 그리고 너무 과격한 운동을 많이 하면 자연히 터지기도 해서 피를 안 흘릴 수도 있다고 하셨고.”
“음... 그럼 다행이네. 난 어제 정말 천국에 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선매가 아파했다는 것이 정말 미안해.”
“저도 천국에 같이 갔었으니까 그런 걱정일랑 붙들어 매두세요.”
“그랬으면 정말 다행이고.”
“그런데 밖의 일은 어찌되어가는 건가요?”
“음. 유혼교가 대대적으로 공세를 취하려는 모양인데 만홍루에서 보낸 인원이 일차로 그들의 주력일부를 해치웠고 나와 영충이 다시 큰 타격을 주어 쉽사리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야. 그리고 개방의 형제들이 다시 그들의 퇴로마저 봉쇄하기로 되어있으니 이번에 잘 하면 그들의 뿌리를 뽑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렇게 되면 다행인데..... 유혼교가 아주 악랄하다는 소리를 들어서 걱정이 되네요.”
“선매가 걱정할 일이 아니니까 위급상황이 아니면 절대 나서지 말고 연공이나 부지런히 해서 나중에 진짜 나를 도와주어야해.”
“지금도 도울 수 있어요. 천화지성 양생도인법을 사용하면 운공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하니까요.” 하며 연아의 얼굴을 잡고 입을 맞추었다. 연아도 살며시 유선을 안고 서로의 기를 교류하기 시작하였다.
한창인 때의 젊은 남녀들이니 억제할 수 없는 열기가 치솟는 것을 막기 쉽지는 않았지만 양생도인법으로 기의 교류가 이루어지자 도인법에 몰입할 수 있었다.
한동안 서로의 기를 교류하고나자 둘은 서로 떨어져 운기를 조절하기 시작하였다.
잠시 후 가만히 눈을 떠보니 심신이 가뿐한 게 모든 피로가 사라지고 힘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정말 신기하네.”
“그렇지요?”
“음... 좀 힘이 들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회복되었어.”
“전 내력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음... 정말 그렇다면 이건 우리에게 커다란 행운이 될 것이야.”
“아마 대가의 진기가 저에게서 내력의 증진을 급격하게 끌어 올리는 것 같아요. 제가 아직 내력에서 모자라 대가에게는 도움이 안되지만....”
“지금 이만한 성과만으로도 내게는 큰 도움이 되니까..... 이제 나가 봐야겠어. 아무래도 이번 유혼교의 공세가 거셀 것 같아 걱정이야.”
“조심하시고 절대 몸이 상하면 안돼요.”
“알았으니까 선매나 조심해. 왠만하면 직접 나서지 말고.”
“그렇게 할께요.” 유선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연아는 연무장으로 돌아왔다. 연무장에는 대기하고 있는 무사들과 외부에서 속속 귀환하는 장원의 호위무사들 그리고 인근에서 지원하는 인물들로 가득차있었다.
“노사님 이번에 유혼교를 물리치고 나서 육룡과 12명 정도의 정예를 제게 맡겨주시겠습니까?”
“왜 그러는가? 무슨 임무라도 주려고?”
“아닙니다. 제가 나중을 위해서 특별히 조련하려고 그러는 겁니다. 그들을 초일류고수로 키워 내서 후일을 기약하려고 그러는 것이지요.”
“그렇게 하게나. 내 적극 지원하지.”
“감사합니다.”
“험... 그건 내가 할 소리인데 자네가 하는구만.”
“제가 다시 한번 나가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저 혼자서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오도록.”
“알겠습니다.” 대답을 하자마자 번뜩이더니 이미 사라져 버렸다.
사방 육십여리를 급하게 돌아보았지만 그 많던 유혼교도들의 행방이 묘연하였다. 그리고 개방의 형제조차 보이지 않았다. 영문을 몰라서 더 역역을 넓혀 살펴보았지만 별무소득이었다.
‘이상하다. 이들이 갑자가 어디로 사라졌을까? 아무래도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 듯한데....’ 그때 멀리서 크게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급하게 그 방향으로 내달아 보니 고독강시들과 싸우고 있는 인물들이 보였다. 셋이서 고독강시 십여구와 싸우고 있었는데 그리 위험해보이지 않았지만 워낙 생명을 도외시한 강시들의 공격이라 막아내는 데는 어려움이 많은 것 같았다. 연아는 소리 없이 다가가 멀리서 회선검으로 강시들의 목을 겨냥하여 펼쳐내자 검이 휩쓸고 지난 자리에는 어김없이 강시의 시체가 나뒹굴었다. 싸우고 있던 세명도 압력이 줄어들자 강맹한 초식을 발출하여 역시 강시의 목을 날려버렸다. 순식간에 고전하던 상황이 변하여 십구의 강시를 모두 격퇴하자 연아에게 아무 말 없이 감사의 표시를 하였다. 연아도 답례를 하고 이들에게 유혼교도의 행방을 물으려했지만 이들은 그냥 떠나 버렸다. 따라가서 묻고 싶었지만 연아는 그렇게 하지 않고 다시 유혼교의 행적을 쫒기 시작했다.
낙읍가까이에서 유혼교도의 집결지를 확인하였는데 그들이 전부 한곳에 집결하여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겨우 개방의 제자 한명을 찾아내어 항취개와 만나게 연락을 취해달라고 전갈을 하고 낡은 묘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식경쯤 지나자 항취개가 어린 소년을 한명 대동하고 나타났다.
“뭐 하러 이곳까지 나왔는가?”
“상황이 전달이 안 되니 궁금하기도 하고 유혼교의 동향을 파악하려고 나왔지요.”
“그놈들이 갑자기 물러서는 바람에 우리도 퇴로를 봉쇄하기가 힘들어 이곳에서 추이를 보는 중이어서 연락을 못했네.”
“그럼 유혼교도의 목적이....”
“글쎄, 아직은 모르겠지만 교주가 직접 나설 때를 기다리는 것 같아. 한 놈을 잡아 족쳐 보려했는데 그냥 죽어버리니 대책이 없더군.”
“하여튼 전부 악종들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