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마치 살갗이 데일정도로 뜨겁기만 하던 태양빛이 9월로 접어들면서 점차 누그러지기 시작하더니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날씨는 완연한 가을 날씨로 바뀌어져있습니다. 지난여름 태풍을 이기고 꿋꿋이 서있던 들판의 벼 들은 하루가 다르게 누런색으로 바뀌어가며 마치 땅에 닫을 듯이 더욱 고개를 숙이고 있고 이제 가을이 왔음을 말해주는 듯 잠자리 몇 마리가 한가롭게 들판 위를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우편물을 배달하느라 보성읍 용문리 와장 마을을 향하여 천천히 달려가고 있는데 누군가 “아저씨! 아저씨!”하고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았더니 지난번에 저에게 사진을 보내줄 것을 부탁하신 아주머니 입니다. 그래서 오토바이를 잠시 멈추고 “아주머니! 혹시 사진 찾았다고 연락 왔던가요?”하고 묻자 아주머니께서는 “그란디! 사진이 오기는 왔는디 편지 봉투를 다 찢어갖고 도로 우체통(우편 수취함)에 너 놨다고 글드란 말이요! 참! 요새도 나쁜 사람들이 있는 갑서 잉!
자기 껏이 아니문 손대지를 말제 뭣 할라고 놈의 사진을 갖고 가서 그라고 속을 태우고는 편지 봉투를 다 찢어갖고 도로 우체통(우편 수취함)에 너 노껏이여! 금메~에!”하시며 아직도 몹시 서운해 하시는 눈치입니다. “아주머니! 그러면 사진은 모두 다 있다고 하던가요?” 하였더니 “그래도 다행히 사진은 다 있다고 그랍디다! 그때 등기로 보내야 쓰꺼인디 무단히 아저씨 말 듣고는 그냥 보냈드만 이라고 성가신 일이 생기드란 말이요!” 하시기에 “예~에! 하여튼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사진이 돌아왔다고 하니까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을 했으면 그때 등기 우편으로 보냈을 건데 설마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어요? 하여튼 죄송합니다!” 하였더니 “아이고! 아저씨가 뭔 잘못이 있으껏이요! 그나저나 사진 찾았다고 그래서 아저씨가 또 걱정하실 것 같어서 걱정하지 마라고 말해 줄라고 아저씨를 불렀응께 그라고 알고 바쁘신디 어서 가보씨요!” 하십니다. 그러니까 며칠 전 일입니다.
제가 보성읍 용문리에 있는 우체통에 우편물이 들어있는지 확인을 하려고 우체통 문을 열어보려는 순간 우체통 문 앞에 조그만 메모지가 한 장 붙어있는 겁니다. 그래서 메모지를 들여다보니 “우체부 아저씨 제가 편지를 잘못 넣었으니까 저의 편지 보내지 말고 그냥 우리 집으로 갖다 주세요! 보낸 사람은 OOO랍니다!” 하고 쓰여 있기에 우체통 문을 열어 보았더니 우체통 안에는 아주 두툼한 편지 한통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래서 편지를 넣은 아주머니께 가지고 갖더니 아주머니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아저씨! 내가 정신이 없어갖고 사진을 더 넣야 된디 빼묵고 넣드란 말이요! 그라고 필림도 보내주라고 했는디 필림도 안너 불고!” 하시기에 “아주머니 무슨 사진이 그렇게 많아요?” 하였더니 “이것? 약혼 사진이란 말이요! 그란디 사진이 많이 들어갖고 우표를 몇 장이나 부쳐야 쓸랑가 몰르것네?” 하시기에 “우표요? 석장만 붙이시면 될 거에요! 혹시 부족하면 제가 우표 더 붙여서 보내드릴게 걱정하지 마시고 그냥 저 주세요!”하였더니 “그란디 등기로 안보내도 되께라? 사진인디!” 하셔서
“요즘은 등기로 보내지 않아도 잘 들어가거든요! 걱정하지 마세요!” 하고 우편물을 받아 우체국에 가지고 와서 당일 발송을 시키고는 며칠이 지났는데 아주머니께서 “아저씨! 먼저 내가 준 편지 그날 그냥 보냈지요? 잉!” 하시기에 “예! 그날 보냈는데요! 아마 지금쯤은 받아 보았을 거에요!” 하였더니 “그란디! 아직도 편지가 안 왔다고 하드란 말이요! 으짜까? 편지가 업어져 불문!”하셔서 “혹시 가족 중에 누가 편지를 받아놓고 잊어버리고 안 내 놓을 수 있고 그러니까 다시 한번 찾아보라고 하세요!” 하였더니
“그래서 식구들 중에 받은 사람 업냐고 그랑께는 안 받었다고 그라드란 말이요! 이것 큰일 났네! 으째야 쓰까? 다른 사진도 아니고 약혼 사진이 들어 있는디 더구나 필림까지 다 보냈는디 큰일 났네!” 하셔서 “그럼 그 쪽 담당 집배원에게 한번 확인을 해 볼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하고 우체국에 돌아와 그쪽의 담당 집배원에게 전화를 해 보았더니 “우편물이 두툼하고 그래서 저도 기억하고 있어요! 우편물은 틀림없이 배달하였으니까 가족 중에 누가 받아놓고 깜박 잊고 있는 것 같아요! 다시 한번 찾아보라고 하세요!”
하는 대답만 들었을 뿐 다른 이야기는 듣지 못하여 다시 아주머니에게 “우편물은 틀림없이 배달이 되었다고 하네요! 우편물에 사진이 들어있어서 누가 장난을 했더라도 반드시 갖다 놓을 거에요! 사실 사진은 본인에게는 대단히 중요하지만 남에게는 아무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아마 저의 생각에는 가족 중에 받아놓고 깜박 잊고 있거나 아니면 누가 장난으로 가져갖다가 다시 갖다놓든가 할 것 같으니까요 잠시 더 기다려 보자고 하세요! 하여튼 죄송합니다!” 하고는 누구에게 말도 하지 못하고
“혹시 약혼 사진이 없어지면 어떻게 하지?” 하면서 혼자서 속앓이를 하였는데 이제야 우편물이 봉투가 찢어진 채 다시 돌아온 것입니다. 저는 그 우편물이 왜 봉투가 찢어져서 돌아 온지는 모릅니다. 다만 누군가 장난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 만 들뿐 그래서 여러분께 부탁하고자 합니다. 우편물이 우편 수취함에 배달이 되면 빨리 꺼내 가시고 또 남의 우편물은 절대로 손을 대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 우편물이 어떤 우편물이든 수취인 본인에게는 매우 귀중한 우편물임에는 틀림이 없기 때문입니다.
없어진 약혼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