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 이야기 7.

태평양 200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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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 이야기 7.

캔디 이야기 7.



2004년 3월 17일,

평소처럼 카운터 붙어서 일하는 캔디에게 일명 Uncle Sam이라고 불리는 세무서 직원이 들이닥쳤어요.  미국에서는 FBI나 CIA보다도 더 무서운 사람들이 바로 세무서 직원이고, 거머리, 혹은 흡혈귀 같은 사람을 속어로 표현하는 엉클샘은 바로 세무서 직원을 뜻하는 것이죠. 그들은 가계에 들어오자마자 모든 영업장부를 압수하고 캔디에게 말했어요.

"한국인 두 사람이 판매가 제한된 약품을 팔다가 붙잡혔는데, 그 약품에 기재된 영업자넘버가 바로 당신의 것이더군요.  구속된 그들은 당신과 짜고 약품을 판매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캔디는 기겁했어요.  처음 듣는 말이었고 혼자서 아이 두 명을 키우는 캔디가 그렇게 불법을 저지르며 살만큼 뱃장 있는 여자도 아니었어요.  또한 살만큼 돈도 모았는데 그럴 이유가 없었죠.  캔디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지만 세무서 직원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고 삼일 후에 캔디는 텔레비전의 뉴스를 보고 또 한번 아뜩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어요.  화면에 침을 질질 흘리거나 구토한 모습으로 약물에 취한 맥시코인의 모습이 보이더니, 곧 이어서 캔디가게의 간판이 선명하게 나타났어요.  그리고 캔디가 약물장사를 했다는 보도를 내보냈어요.  캔디를 가운데 두고 미국인들은 잔치를 벌이는 형상이었고 캔디는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서 자신은 무고하다는 항의를 했지만 소용없었어요. 


캔디는 약물판매를 하다가 구속되어 있는 한국인 두 명을 면회했어요.  그리고 자신이 무고하다는 사실을 진술해 달라고 애걸했죠.  그러나 한국인 두 명은 침묵했어요.  왜냐하면 캔디의 영업자넘버를 도용하여 수많은 한인가게에 팔았는데, 만약에 캔디가 무고하다면 모든 한인가게를 다시 재수사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같이 연루된 많은 사람들이 걸려들게 되고 사건은 일파만파로 비화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캔디는 말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무고한 캔디를 사건에 연루시킨 것은 캔디가 혼자 사는 여자라는 점, 형제가 주변에 없다는 점, 돈은 그럭저럭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캔디는 추측하고 있어요. 하여튼 캔디는 확실한 신분과 든든한 재산, 그리고 깨끗하게 미국에서 살아왔다는 점이 인정되어서 구속되지는 않았고, 또 변호사를 통하여 자기의 무죄를 입증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미국에 이민 온 한국인은 납세에 대한 의식이 부족해요.  한국처럼 적당히 때워 넘기거나 판매흔적을 남기지 않고 세금을 포탈하는 일이 많았고, 더구나 한국인들은 유통업계에서 현찰장사를 하니 더욱 손쉽게 포탈할 수가 있었어요.  자연히 세무서에서 한국인 상인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게 되고, 일단 그들에게 트집을 잡혔다 하면 그날로 가게는 망하고 말아요.  세무서는 과거 5년간 장사한 모든 장부를 내놓으라고 캔디에게 요구했어요.  그러나 삼년 전에 캔디가게에 화재가 났었기에 그 이전의 영업장부를 제출할 수가 없었죠.  세무서에서는 캔디가게를 봉쇄하고 은행에 들어있던 캔디의 모든 돈을 동결시켜 버렸어요. 집도 역시 팔지 못하게 압류했어요.  만약에 캔디의 무고가 입증되지 않으면 약물판매로 얻은 이익금을 환수하는 추징금도 떨어지고, 벌금도 나올 것이고, 또 세무서에서 세금포탈의 혐의를 씌워서 캔디의 재산을 몽땅 거덜 낼 것이에요.  캔디가 선임한 두 명의 변호사비용도 만만치 않아요. 


사건이 터진지 일주일 후,

안타까운 마음에 한인들은 위로의 전화를 하거나 직접 찾아왔지만 캔디는 문을 닫아걸고 침대에 누워 있었어요.  24년간 피땀 흘린 대가가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에 점점 몸과 마음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어요.  캔디의 딸인 킴블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를 체크하듯 전화를 걸었죠.  그날 밤에도 킴블리는 전화를 했어요.

"엄마, 괜찮아?"

은은한 음악소리와 함께 술 취한 캔디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응, 괜찮아. 엄마는 이제 잠을 잘게.  알았지?"

전화를 끊고 돌아선 킴블리는 별안간 이상한 예감이 들었어요.  망설이다가 잠시 후에 다시 집에 전화를 했어요. 그러나 벨소리만 들릴 뿐 캔디는 전화를 받지 않았어요.  킴블리는 수화기를 든 채로 서성거렸어요.  잠을 잔다고 방금 말했는데, 전화를 안 받는다는 자체가 무척 불길했어요.  그래서 킴블리는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서 집을 체크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경찰관이 캔디집에 도착하여서 살펴보니 안방으로 보이는 창문에 불이 환하게 켜진 채 음악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현관문을 두드렸지만 집안은 조용했고 경찰관은 문을 강제로 따고 거실로 들어섰어요.  그리고 방문을 여는 순간에 캔디가 침대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채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죠.  바닥에는 빈 양주병이 떨어져 있었고 수면제를 담았던 약통도 모두 비어있었어요.  병원차가 긴급하게 달려왔고 실려 간 캔디는 응급조치를 받았지만 혼수상태에 빠진 채 깨어날 줄 몰랐어요. 

그런 상태로 하루 이틀....... 그리고 15일이 지난 후,


뿌연 빛이 눈에 들어오고 가물가물한 의식이 돌아온 캔디는 눈을 떴어요.  저쪽에서 울고 있는 킴불리의 모습이 보였어요. 왜 하나님은 나를 거두시지 않는가, 아직도 내가 무엇을 더 할게 있기에 하나님은 나를 지상에 그냥 버려두시는가, 하는 생각이 스치자, 캔디는 살아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억울해서 또 오열하고 말았던 것이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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