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보안법 없애면 큰일나나 “광화문 네거리에서 ‘김정일 만세’를 외치거나 인공기를 흔드는 행위를 그대로 두자는 말이냐.”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보안법을 없애면 법적인 공백이 생기고 국가안보가 흔들린다”는 폐지 반대론도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단체 및 보수성향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들 보안법 존치론자들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면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는 꼴이 돼버려 위헌 소지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광화문 인공기’ 등 개별 사례를 들어 “보안법 없이는 이런 행위를 처벌하지 못한다”고 내세운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선 많은 법률 전문가들은 “설득력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오히려 보안법이야말로 헌법 정신에 어긋나고, 이 법이 없어져도 형법 등 다른 법률로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법과 겹치고, 이중처벌 우려”=국가보안법 25개 조문 가운데 핵심 규정은 제3조(반국가단체 구성)부터 제13조(특수가중)까지 11개 조문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들 죄목들이 대부분 기본법인 형법의 내란·외환의 예비·음모 또는 선전·선동, 간첩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안법은 제2조에서 ‘정부를 참칭하는 단체’라는 표현을 통해 간접적으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제3조에서 반국가단체를 구성하거나 가입 또는 가입권유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형법에 명시된 내란죄(제87조), 내란 예비·음모(제90조), 간첩죄(제98조), 외환 예비·음모(제101조)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
송호창 변호사는 “보안법 존치론자들은 내란죄는 ‘폭동’을 수반하지 않으면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폭동을 수반하지 않더라도 국가안위에 해를 끼치는 행위는 내란 예비·음모죄를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은 ‘국가’로 볼 수 없으므로 ‘외국’을 전제로 하고 있는 외환죄나 간첩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존치론’의 주장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례는 일관되게 북한을 ‘준적국’으로 보고 있으므로 처벌 공백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북한에 드나드는 것을 규제하는 제6조(잠입·탈출)는 같은 논리로 내란·외환의 예비·음모로 처벌이 가능한데다, 북한 방문 때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한 남북교류협력법으로도 규율이 가능하다. 제8조(회합·통신)도 형법과 남북교류협력법 등으로 다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제4조(목적수행)는 형법에 규정된 내란·외환·간첩·강도·살인 등의 행위 처벌을 중복해놓은 것이고, 제9조(편의제공)는 이 법 제3조와 제8조의 공범을 특별히 가중처벌하기 위한 것이어서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제11조(특수직무유기), 제12조(무고·날조), 제13조(특수가중) 등도 가중처벌을 위한 조항이다.
◇‘광화문 인공기’의 경우=보안법이 없어졌을 때, 순수하게 법리적으로만 따지면 처벌에 공백이 생기는 부분도 있다. 보안법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제7조(찬양·고무)가 그것이다. 보안법 관련 구속자들 가운데 90% 이상이 이 조항 위반자일 정도로 위용을 떨쳐온 조항이 바로 찬양·고무 조항이다.
하지만 광화문에서 인공기를 흔들거나 ‘김정일 만세’를 외치는 ‘찬양·고무’ 행위는 보안법이 있어도 처벌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법률가들의 견해다.
김승교 변호사는 “법원은 찬양·고무죄를 적용할 때 ‘실질적 위험성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실질적 위험이 없는 단순한 해프닝 등의 경우는 국가보안법이 아닌 경범죄나 도로교통법 등을 적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안법이 없어지더라도 조직적이고 폭력적으로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찬양·고무’ 행위가 있다면 형법상 내란죄로 다스릴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적행위자 등을 신고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도록 한 제10조(불고지)도 보안법에만 있는 조항으로, 처벌 공백이 생길 수 있는 조항이다. 하지만 이 조항은 보안법 존치론자들조차 “반인륜적”이라며 삭제나 대폭 수정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김일수 고려대 교수는 “불고지 행위가 반국가적 범죄의 비호에 해당하는 경우 형법상 범인은닉죄 등으로 규율하면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제5조 가운데 ‘금품수수’도 처벌 공백이 생기는 조항이지만, 금품을 받은 목적이나 동기, 용도를 묻지 않고 처벌하도록 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문제가 된다면 형법상의 공범 조항으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북한을 국가로 볼 수 없다?=보안법은 북한이 독자적 국가가 아닌, 한반도 내의 ‘반국가단체’라는 점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보안법 존치론자들이, “보안법이 폐지되면 북한에 대한 정의가 사라져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거나 “국가(외국)도 아닌데 어떻게 외환죄나 간첩죄를 적용하느냐”고 반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허일태 동아대 교수는 “지난 1991년 남·북한이 공동으로 유엔에 가입할 당시, 유엔가입을 위해선 서로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유엔 규정을 받아들이는 등 북한을 앞장서 설득한 게 한국”이라며 “남북관계의 변화상에 비춰봐도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우스운 소리”라고 일축했다. 송호창 변호사는 “오히려 북한을 국가로 인정해버리면 보안법 존치론자들이 지적하는 외환죄, 간첩죄 적용도 쉬워진다”고 지적했다.
허일태 교수는 “보안법은 국가안위보다 개인의 인권을 우선시하도록 한 헌법 정신에도 어긋나고, 처벌해선 안될 것까지 처벌하려드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며 “전면 폐지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폐지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남는다면, 형법의 ‘적국’ 조항을 (북한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정의해놓으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 국가 보안법은 ♬ 정권 보안법~
핵심조항 대부분 형법으로 처벌가능 [한겨레 2004-09-07 18:39]
[한겨레] ■보안법 없애면 큰일나나 “광화문 네거리에서 ‘김정일 만세’를 외치거나 인공기를 흔드는 행위를 그대로 두자는 말이냐.”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보안법을 없애면 법적인 공백이 생기고 국가안보가 흔들린다”는 폐지 반대론도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단체 및 보수성향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들 보안법 존치론자들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면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는 꼴이 돼버려 위헌 소지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광화문 인공기’ 등 개별 사례를 들어 “보안법 없이는 이런 행위를 처벌하지 못한다”고 내세운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선 많은 법률 전문가들은 “설득력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오히려 보안법이야말로 헌법 정신에 어긋나고, 이 법이 없어져도 형법 등 다른 법률로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법과 겹치고, 이중처벌 우려”=국가보안법 25개 조문 가운데 핵심 규정은 제3조(반국가단체 구성)부터 제13조(특수가중)까지 11개 조문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들 죄목들이 대부분 기본법인 형법의 내란·외환의 예비·음모 또는 선전·선동, 간첩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안법은 제2조에서 ‘정부를 참칭하는 단체’라는 표현을 통해 간접적으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제3조에서 반국가단체를 구성하거나 가입 또는 가입권유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형법에 명시된 내란죄(제87조), 내란 예비·음모(제90조), 간첩죄(제98조), 외환 예비·음모(제101조)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
송호창 변호사는 “보안법 존치론자들은 내란죄는 ‘폭동’을 수반하지 않으면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폭동을 수반하지 않더라도 국가안위에 해를 끼치는 행위는 내란 예비·음모죄를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은 ‘국가’로 볼 수 없으므로 ‘외국’을 전제로 하고 있는 외환죄나 간첩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존치론’의 주장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례는 일관되게 북한을 ‘준적국’으로 보고 있으므로 처벌 공백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북한에 드나드는 것을 규제하는 제6조(잠입·탈출)는 같은 논리로 내란·외환의 예비·음모로 처벌이 가능한데다, 북한 방문 때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한 남북교류협력법으로도 규율이 가능하다. 제8조(회합·통신)도 형법과 남북교류협력법 등으로 다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제4조(목적수행)는 형법에 규정된 내란·외환·간첩·강도·살인 등의 행위 처벌을 중복해놓은 것이고, 제9조(편의제공)는 이 법 제3조와 제8조의 공범을 특별히 가중처벌하기 위한 것이어서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제11조(특수직무유기), 제12조(무고·날조), 제13조(특수가중) 등도 가중처벌을 위한 조항이다.
◇‘광화문 인공기’의 경우=보안법이 없어졌을 때, 순수하게 법리적으로만 따지면 처벌에 공백이 생기는 부분도 있다. 보안법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제7조(찬양·고무)가 그것이다. 보안법 관련 구속자들 가운데 90% 이상이 이 조항 위반자일 정도로 위용을 떨쳐온 조항이 바로 찬양·고무 조항이다.
하지만 광화문에서 인공기를 흔들거나 ‘김정일 만세’를 외치는 ‘찬양·고무’ 행위는 보안법이 있어도 처벌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법률가들의 견해다.
김승교 변호사는 “법원은 찬양·고무죄를 적용할 때 ‘실질적 위험성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실질적 위험이 없는 단순한 해프닝 등의 경우는 국가보안법이 아닌 경범죄나 도로교통법 등을 적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안법이 없어지더라도 조직적이고 폭력적으로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찬양·고무’ 행위가 있다면 형법상 내란죄로 다스릴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적행위자 등을 신고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도록 한 제10조(불고지)도 보안법에만 있는 조항으로, 처벌 공백이 생길 수 있는 조항이다. 하지만 이 조항은 보안법 존치론자들조차 “반인륜적”이라며 삭제나 대폭 수정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김일수 고려대 교수는 “불고지 행위가 반국가적 범죄의 비호에 해당하는 경우 형법상 범인은닉죄 등으로 규율하면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제5조 가운데 ‘금품수수’도 처벌 공백이 생기는 조항이지만, 금품을 받은 목적이나 동기, 용도를 묻지 않고 처벌하도록 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문제가 된다면 형법상의 공범 조항으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북한을 국가로 볼 수 없다?=보안법은 북한이 독자적 국가가 아닌, 한반도 내의 ‘반국가단체’라는 점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보안법 존치론자들이, “보안법이 폐지되면 북한에 대한 정의가 사라져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거나 “국가(외국)도 아닌데 어떻게 외환죄나 간첩죄를 적용하느냐”고 반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허일태 동아대 교수는 “지난 1991년 남·북한이 공동으로 유엔에 가입할 당시, 유엔가입을 위해선 서로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유엔 규정을 받아들이는 등 북한을 앞장서 설득한 게 한국”이라며 “남북관계의 변화상에 비춰봐도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우스운 소리”라고 일축했다. 송호창 변호사는 “오히려 북한을 국가로 인정해버리면 보안법 존치론자들이 지적하는 외환죄, 간첩죄 적용도 쉬워진다”고 지적했다.
허일태 교수는 “보안법은 국가안위보다 개인의 인권을 우선시하도록 한 헌법 정신에도 어긋나고, 처벌해선 안될 것까지 처벌하려드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며 “전면 폐지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폐지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남는다면, 형법의 ‘적국’ 조항을 (북한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정의해놓으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