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 택배원 K(케이)이야기1 “이봐 한 정호 씨! 벌써 몇 번째야? 대체? 우리가 119 구급대야? 우리가 대민 봉사 경찰이야? 우리는 택배원이라고 택배원! 택배원이 먼 줄 몰라? 물건 가져다주고 사인 받고 돈 받고 이게 택배원의 일, 이, 삼 아냐!“ 아침부터 코리아파워(koreapower)택배의 부천영업소 김 범철 소장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한 정호라는 이름을 가진 택배원을 향해 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꼬박 꼬박 반송율 최저로 낮추고 사인을 받아오곤 하잖아요 그러니 소장님이 이해해주세요“ “이런 이봐 한 정호 씨! 그래 정호 씨가 맡은 택배는 반송율이 적고 고객 사인도 잘 받아오긴 하지. 발송대비 반송율에서는 정호 씨가 우리 영업점의 넘버원인거는 알아. 하지만 이거 보라고 이게 머야 대체? 하루에 소화량이 10개도 체 안 되니? 어이구 어제는 무려 하나씩이나 되시는 구만 세상에 어떤 택배원이 하루에 하나밖에 못 보내냐고 말이 돼?“ 김 소장은 택배 발송 리스트를 정호에게 보여주며 답답한 지 자신의 가슴을 치기 시작했다. “어제 같은 경우는 지방에 있는 아들이 할머니에게 상황버섯을 보내었는데 막상 할머니 댁에 가니까 할머니가 아프시지 뭐예요. 그래서 할머니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깨어나시는 거 보고 그리고 사인 받아오니 하루가 지나지 뭡니까. 그래서 그런 겁니다.“ “어이구 잘 났다. 잘났어. 그런 경우면 응 반송처리를 하던가? 아니면 그냥 돌아오면 되지 머가 잘 났다고 노인네 병원까지 모셔다 드리고 깨어나는 것까지 보고 와? 니가 그 노인 아들이야? 뭐야! 넌 택배원이라고 택배원!“ “저기 소장님 저기 좀 보시죠?” 정호는 소장의 윽박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아름다울 만치 당당한 얼굴을 들어 오른쪽 손가락으로 사무실의 상단에 걸린 액자를 가리 켰다. 그 액자엔 코리아파워택배의 사훈이 적혀있었다. ‘고객의 마음까지 전달하는 코리아택배’ “저....... 저게 머?” 김 소장은 무언가 흠칫했는지 약간은 더듬거리며 정호에게 말했고 정호는 더욱 또박또박하게 그의 푸른 얼굴에서 미소까지 여금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고객의 마음까지 전달하는 코리아택배! 보이시죠. 제가 그 할머니 아들이냐구요? 네 소장님! 그 순간 만큼은 제가 그 할머니의 아들입니다. 전 단순히 상황버섯이라는 상품만을 가지고 간게 아니라 늙은 어미의 건강을 걱정하는 아들의 마음까지 가지고 간 겁니다. 그런데 건강을 위해 가져간 당사자가 쓰러져있다면 당연히 치료하여 그 당사자가 온전한 마음으로 택배를 받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게 택배원의 임무가 아닐까요? 전 처음 이 회사를 만났을 때 그렇게 배웠습니다. 마음을 전달하는 택배원이 되라구요“ 또박 또박 조리 있는 정호에 말에 김 소장은 할 말을 잃었는지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다시 특유의 택배사 소장다운 하이톤의 목소리로 말을 꺼내었다. “아 진짜 말은 청산유수구만........ 그래도 하나가 머냐고 하나가? 먼가 느끼는 게 없어? 그리고 말야! 다른 사람들은 다 자신의 이름을 명찰에 박아 넣고 다니는 데 왜 한 정호 씨는 사규에 어긋나게 자신의 이름대신 버젓이 K(케이)라고 적고 다니냐고? 한 정호 씨 이름이 K(케이)야? 외국인이야? 잘 한 것도 없으면서 말야. 꼬박꼬박 말 대답은.........“ 정호의 얼굴이 약간 일그러졌다. 그는 다시 소장을 뚫어져라 응시한 채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건 처음 입사할 때 소장님이 허락해 주신 거 아닌가요? 오너가 한입으로 두말 하시면 안 되죠? 특히 택배회사는 정직이 생명 아닙니까. 그리고 소장님 제가 이런 조건이 있기에 기본급 없이 택배 하나당 수당으로 받아가고 있는 거잖아요. 아르바이트 비용정도로요. 소장님도 손해 보시는 것 없다고 생각하는 데요 딱히 더 하실 말씀 없으시다면 나가보겠습니다.“ 정호는 영업소 사무실의 문을 열고 너무도 당당히 밖으로 나가버렸고 정호에게 한 소리를 하려다 오히려 충고를 듣고만 소장은 상기된 얼굴로 정호의 뒷 모습에 대고 소리를 질러대었다. “오늘도 하나만 달랑 찍고 오면 해고야! 해고! 알았어? 마음이고 지랄이고 물건 건네주고 돈만 받아 오라고 응!” 소장의 고함소리가 닫겨 버린 문틈으로 새어나올 때쯤 정호는 문밖에서 그를 기다리는 선배 택배원들의 걱정스러운 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봐 케이! 소장한테 많이 혼났어? 소장이 머래?“ “이번엔 안 봐준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거야?” “소장 자식이 또 해고라고 고함 지르는 걸로 봐선 이번에도 케이의 승리인거 같은데?“ 그들은 너무도 이런 장면이 익숙한 듯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고 있었고 정호 아닌 케이는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한 후 선배 택원들의 사이로 팔을 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하 아시잖아요. 우리 소장님 말씀만 저러시지 속은 누구보다 따뜻한 거! 그냥 열심히 하라고만 하시던데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이제 일들 하죠“ “엥 오늘도 이렇게 넘어가는 거야?” “에이 하긴 뭐 소장이 지랄 거려도 별 수 있나? 케이덕분에 우리 영업소가 행복한 영업소, 훌륭한 영업소로 본사부터 상도 받고 신문에도 났었는데 지가 자를 수가 없지. 그럼 그렇지 머 자 자 일들 하자고“ 오뉴월의 파리 떼처럼 영업소 사무실 앞에 모여 있던 택배원들은 삼삼오오 각자 자신들의 배송리스트를 가지고 택배영업차량으로 오르고 있었다. 케이 역시 노란색 로고가 박힌 코리아파워택배의 영업차량에 오를 무렵 맞은 편의 차량에서는 두 명의 택배원들이 케이를 향해 수근 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저 사람은 왜 자기 이름을 안 쓰고 케이라고 불리 우는 겁니꺼?” 고향이 경상도인듯 한 들어 온지 얼마 되지 않은 택배원이 선배 택배원을 향해 물었다. “난들 아나? 그냥 저 놈은 우리 회사에 들어올 때부터 케이였어. 부르기도 쉽고 외우기도 쉽잖아. 머 다들 먹고 살기도 바쁜데 말야. 일일이 그런 거에 관심가지지 말자구 자자 오늘 배송리스트는 챙겼지?“ 선배 택배원의 대답에 그는 약간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리며 배송리스트 파일을 챙겨 서둘러 노란색 코리아파워택배 차량에 올라탔다. 케이 역시 운송장번호와 배송리스트를 꼼꼼히 챙겨 본 후 노란색 고무장갑을 잔뜩 당겨 손바닥을 깊숙이 장갑 속으로 집어 넣었다. 짝! 짝! 고무질의 장갑이 손바닥과 손등에 붙는 경쾌한 소리! 약간의 따가움 하루의 배송일을 시작하는 케이에겐 이른 아침 선잠을 깨워주는 상쾌한 공기마냥 시원하기만 하다. 케이는 크게 한번 쉼 호흡을 한 후 운전석 문을 열고 모든 택배원들이 들릴 정도의 큰 소리를 외치기 시작했다. “아자! 친절 아니면 오직 죽음. 고객의 마음까지 전달하는 코리아파워 택배 파이팅!“ “쿨럭” 여느 때보다 큰 소리로 구호를 외쳤기 때문인가? 케이의 목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왠지 엑셀레이터를 밟은 오른 발목 역시 조금씩 무거워 오기 시작했다. 몸살인가? 아니 아니다. 케이는 분명히 알고 있다. 이것은 지금 이 물건을 배송하러 가는 집의 수취인이 가진 무거운 마음때문인 것을......... 벌써 3일 케이는 매일 이 부천시 원미구 상동 굿모닝 오피스텔 316호를 찾아가고 있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나무 질감과는 달리 두껍게 채워진 숫자 키와 금속열쇄 두 개 그리고 그것들이 다 열린 후에도 안쪽으로부터 걸려있는 금속 체인 잠금 장치에서 케이는 이 수취인이 얼마나 외부로부터의 손길을 거부하고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3일전이었다. 그가 처음 이 노란색 택배 포장이 둘러 쌓인 박스상자를 그녀에게 처음 전해주려 했던 것은........ “휴, 이거 더럽게 빙빙 꼬여져 있구만 번지수라도 적어놓지 말야.” 번지수조차 제대로 적어놓지 않은 채 그저 원미구 상동 굿모닝 오피스텔 이라고만 적어놓은 운송장의 주소 덕분에 케이는 한참을 계속해서 수취 주소인 굿모닝 오피스텔을 찾고 있었다. 더군다나 상동 지역에만 굿모닝이라는 이름을 가진 오피스텔이 3군데나 있지 않은 가? 수취자의 전화는 꺼져 있은 지 오래고....... 가까스로 몇군데 부동산 중개업소의 영업사원들에게 캔 커피 몇 개를 서비스한 후에야 그는 겨우 이곳! 진짜 굿모닝 오피스텔 316호를 찾을 수 있었다. “딩동! 딩동!” 대답이 없다.? 그러나 꼭 안에 누군가 있는 것만 같았다. 그 누군가가 안에 있기만 하다면 케이는 이 보낸 사람의 마음이 담긴 물건을 한시라도 바삐 수취인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다행히 건물 밖으로 빠져나와있는 수도계량기와 전기 계측기의 숫자가 계속 해서 돌아가고 있었다. ‘잠이라도 자는 건가?’ 그는 다시 한번 갈색의 나무 결이 고급스레 나있는 오피스텔 정문 옆의 초인종을 꾸욱 눌려대었다. “딩동! 딩동!” “여보세요? 안에 김 민경 씨 계세요? 김 민경 씨?” “쾅! 쾅!” “덜컥, 덜컥, 끼이익” 몇 번의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 후에 열린 오피스텔의 문은 마치 낡은 드라큐라의 관 마냥 삐이걱 거리고 있었다. “흡” 케이는 섬뜩 놀라였다. 약 3분의 1가량 대각선으로 열린 나무결의 문 그리고 여전히 안쪽으로부터 걸려있는 금속체인의 잠금 장치 그리고 그 바로 안에서 그를 쳐다보는 이 여자. 시계가 오후 2시를 가리키는 이제야 일어나기라도 한 것일까? 이제 막 20대 초반의 여자는 길게 느려 뜨린 검은 머리를 산발한 채 하얀색 레이스가 몇 개 달린 잠옷을 입고 있었다. 물론 레이스는 군데 군데 떨어져 나가 있었고 어디에서 묻힌 것인지 알 수 없는 붉은색 액체들이 옷의 부분 부분에 묻혀있었다. 여자의 두 손에 사각형의 퍼즐 큐빅이 들려있었고 그녀는 계속해서 그 큐빅을 돌려가며 케이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을 건네었다. “누구시죠?” 아니 이 여자는 이제 막 일어난 게 결코 아니다. 최소한 며칠에서 몇 주 이상을 여자는 잠을 자지 못한 듯하다. 눈 밑에 검게 드리워진 다크 서클하며 양 뺨에 가득 들어찬 기미들, 그리고 아무렇게나 지워져 뺨을 타고 흘러내린 마스카라의 검은 자욱까지........ 그녀의 서늘하리 만치 하얀 피부와 어울려 그녀를 더욱 초췌하고 괴기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저기....... 저기요....... 여기 택배 왔는데요?” 왜 인지 모르지만 그는 떨고 있었다. “끼리릭~~!!! 누가?” 여전히 그녀의 시선은 퍼즐큐빅에 가있었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케이의 시선 역시 그녀가 맞추는 퍼즐에 가있었다. “노 재영씨라고 되어있네요” 큐빅을 맞추던 그녀의 손끝이 멈칫 거렸다. 그리곤 갑자기 빠른 속도로 큐빅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도로 가져가세요.” “쾅!” 그녀는 수취거부 의사를 밝힌 채 오피스텔의 문을 세차게 닫아버렸고 케이는 마치 납량특집 호러무비를 보고 나온 마냥 멍하니 몇 번을 덜컥 거리고 잠겨 지는 잠금 장치의 소리 앞에 멍하니 서있었다. 굳게 닫힌 나무 문의 사이로 그녀가 외치는 소리가 낮게 그리고 조그맣게 들려왔다. “다 거짓말이야. 다 거짓말이야.” 1
짧은소설 택배원 K(케이)이야기1
짧은 소설 택배원 K(케이)이야기1
“이봐 한 정호 씨! 벌써 몇 번째야? 대체?
우리가 119 구급대야? 우리가 대민 봉사 경찰이야?
우리는 택배원이라고 택배원!
택배원이 먼 줄 몰라?
물건 가져다주고 사인 받고 돈 받고
이게 택배원의 일, 이, 삼 아냐!“
아침부터 코리아파워(koreapower)택배의
부천영업소 김 범철 소장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한 정호라는 이름을 가진 택배원을 향해 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꼬박 꼬박 반송율 최저로 낮추고
사인을 받아오곤 하잖아요
그러니 소장님이 이해해주세요“
“이런 이봐 한 정호 씨! 그래 정호 씨가 맡은 택배는 반송율이 적고
고객 사인도 잘 받아오긴 하지. 발송대비 반송율에서는 정호 씨가
우리 영업점의 넘버원인거는 알아.
하지만 이거 보라고 이게 머야 대체?
하루에 소화량이 10개도 체 안 되니?
어이구 어제는 무려 하나씩이나 되시는 구만
세상에 어떤 택배원이 하루에 하나밖에 못 보내냐고 말이 돼?“
김 소장은 택배 발송 리스트를 정호에게 보여주며 답답한 지
자신의 가슴을 치기 시작했다.
“어제 같은 경우는 지방에 있는 아들이 할머니에게
상황버섯을 보내었는데 막상 할머니 댁에 가니까
할머니가 아프시지 뭐예요.
그래서 할머니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깨어나시는 거 보고
그리고 사인 받아오니 하루가 지나지 뭡니까.
그래서 그런 겁니다.“
“어이구 잘 났다. 잘났어.
그런 경우면 응 반송처리를 하던가? 아니면 그냥 돌아오면 되지
머가 잘 났다고 노인네 병원까지 모셔다 드리고
깨어나는 것까지 보고 와?
니가 그 노인 아들이야? 뭐야!
넌 택배원이라고 택배원!“
“저기 소장님 저기 좀 보시죠?”
정호는 소장의 윽박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아름다울 만치
당당한 얼굴을 들어 오른쪽 손가락으로 사무실의
상단에 걸린 액자를 가리 켰다.
그 액자엔 코리아파워택배의 사훈이 적혀있었다.
‘고객의 마음까지 전달하는 코리아택배’
“저....... 저게 머?”
김 소장은 무언가 흠칫했는지 약간은 더듬거리며 정호에게
말했고 정호는 더욱 또박또박하게 그의 푸른 얼굴에서
미소까지 여금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고객의 마음까지 전달하는 코리아택배!
보이시죠.
제가 그 할머니 아들이냐구요?
네 소장님! 그 순간 만큼은 제가 그 할머니의 아들입니다.
전 단순히 상황버섯이라는 상품만을 가지고 간게 아니라
늙은 어미의 건강을 걱정하는 아들의 마음까지 가지고
간 겁니다.
그런데 건강을 위해 가져간 당사자가 쓰러져있다면
당연히 치료하여 그 당사자가 온전한 마음으로 택배를
받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게 택배원의 임무가 아닐까요?
전 처음 이 회사를 만났을 때 그렇게 배웠습니다.
마음을 전달하는 택배원이 되라구요“
또박 또박 조리 있는 정호에 말에 김 소장은 할 말을 잃었는지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다시 특유의 택배사 소장다운 하이톤의
목소리로 말을 꺼내었다.
“아 진짜 말은 청산유수구만........
그래도 하나가 머냐고 하나가? 먼가 느끼는 게 없어?
그리고 말야!
다른 사람들은 다 자신의 이름을 명찰에 박아 넣고 다니는 데
왜 한 정호 씨는 사규에 어긋나게
자신의 이름대신 버젓이 K(케이)라고 적고 다니냐고?
한 정호 씨 이름이 K(케이)야? 외국인이야?
잘 한 것도 없으면서 말야. 꼬박꼬박 말 대답은.........“
정호의 얼굴이 약간 일그러졌다. 그는 다시 소장을 뚫어져라
응시한 채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건 처음 입사할 때 소장님이 허락해 주신 거 아닌가요?
오너가 한입으로 두말 하시면 안 되죠?
특히 택배회사는 정직이 생명 아닙니까.
그리고 소장님 제가 이런 조건이 있기에
기본급 없이 택배 하나당 수당으로 받아가고 있는 거잖아요.
아르바이트 비용정도로요.
소장님도 손해 보시는 것 없다고 생각하는 데요
딱히 더 하실 말씀 없으시다면 나가보겠습니다.“
정호는 영업소 사무실의 문을 열고 너무도 당당히
밖으로 나가버렸고
정호에게 한 소리를 하려다 오히려 충고를 듣고만 소장은
상기된 얼굴로 정호의 뒷 모습에 대고 소리를 질러대었다.
“오늘도 하나만 달랑 찍고 오면 해고야! 해고! 알았어?
마음이고 지랄이고 물건 건네주고 돈만 받아 오라고 응!”
소장의 고함소리가 닫겨 버린 문틈으로 새어나올 때쯤
정호는 문밖에서 그를 기다리는 선배 택배원들의 걱정스러운 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봐 케이! 소장한테 많이 혼났어?
소장이 머래?“
“이번엔 안 봐준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거야?”
“소장 자식이 또 해고라고 고함 지르는 걸로 봐선
이번에도 케이의 승리인거 같은데?“
그들은 너무도 이런 장면이 익숙한 듯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고 있었고 정호 아닌 케이는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한 후
선배 택원들의 사이로 팔을 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하 아시잖아요. 우리 소장님 말씀만 저러시지
속은 누구보다 따뜻한 거! 그냥 열심히 하라고만 하시던데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이제 일들 하죠“
“엥 오늘도 이렇게 넘어가는 거야?”
“에이 하긴 뭐 소장이 지랄 거려도 별 수 있나?
케이덕분에 우리 영업소가 행복한 영업소, 훌륭한 영업소로
본사부터 상도 받고 신문에도 났었는데
지가 자를 수가 없지. 그럼 그렇지 머
자 자 일들 하자고“
오뉴월의 파리 떼처럼 영업소 사무실 앞에 모여 있던 택배원들은
삼삼오오 각자 자신들의 배송리스트를 가지고
택배영업차량으로 오르고 있었다.
케이 역시 노란색 로고가 박힌 코리아파워택배의 영업차량에
오를 무렵 맞은 편의 차량에서는 두 명의 택배원들이 케이를 향해
수근 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저 사람은 왜 자기 이름을 안 쓰고 케이라고 불리 우는 겁니꺼?”
고향이 경상도인듯 한 들어 온지 얼마 되지 않은 택배원이 선배 택배원을
향해 물었다.
“난들 아나? 그냥 저 놈은 우리 회사에 들어올 때부터 케이였어.
부르기도 쉽고 외우기도 쉽잖아.
머 다들 먹고 살기도 바쁜데 말야. 일일이 그런 거에 관심가지지 말자구
자자 오늘 배송리스트는 챙겼지?“
선배 택배원의 대답에 그는 약간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리며
배송리스트 파일을 챙겨 서둘러 노란색 코리아파워택배 차량에 올라탔다.
케이 역시 운송장번호와 배송리스트를 꼼꼼히 챙겨 본 후
노란색 고무장갑을 잔뜩 당겨 손바닥을 깊숙이 장갑 속으로 집어 넣었다.
짝! 짝!
고무질의 장갑이 손바닥과 손등에 붙는 경쾌한 소리! 약간의 따가움
하루의 배송일을 시작하는 케이에겐 이른 아침 선잠을 깨워주는
상쾌한 공기마냥 시원하기만 하다.
케이는 크게 한번 쉼 호흡을 한 후 운전석 문을 열고 모든 택배원들이
들릴 정도의 큰 소리를 외치기 시작했다.
“아자! 친절 아니면 오직 죽음. 고객의 마음까지 전달하는
코리아파워 택배 파이팅!“
“쿨럭”
여느 때보다 큰 소리로 구호를 외쳤기 때문인가?
케이의 목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왠지 엑셀레이터를 밟은
오른 발목 역시 조금씩 무거워 오기 시작했다.
몸살인가? 아니 아니다.
케이는 분명히 알고 있다.
이것은 지금 이 물건을 배송하러 가는 집의 수취인이 가진
무거운 마음때문인 것을.........
벌써 3일
케이는 매일 이 부천시 원미구 상동 굿모닝 오피스텔 316호를 찾아가고 있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나무 질감과는 달리 두껍게 채워진 숫자 키와
금속열쇄 두 개
그리고 그것들이 다 열린 후에도
안쪽으로부터 걸려있는 금속 체인 잠금 장치에서
케이는 이 수취인이 얼마나 외부로부터의 손길을 거부하고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3일전이었다. 그가 처음 이 노란색 택배 포장이 둘러 쌓인
박스상자를 그녀에게 처음 전해주려 했던 것은........
“휴, 이거 더럽게 빙빙 꼬여져 있구만 번지수라도 적어놓지 말야.”
번지수조차 제대로 적어놓지 않은 채 그저 원미구 상동 굿모닝 오피스텔
이라고만 적어놓은 운송장의 주소 덕분에 케이는 한참을 계속해서
수취 주소인 굿모닝 오피스텔을 찾고 있었다.
더군다나 상동 지역에만 굿모닝이라는 이름을 가진 오피스텔이 3군데나
있지 않은 가?
수취자의 전화는 꺼져 있은 지 오래고.......
가까스로 몇군데 부동산 중개업소의 영업사원들에게
캔 커피 몇 개를 서비스한 후에야
그는 겨우 이곳! 진짜 굿모닝 오피스텔 316호를 찾을 수 있었다.
“딩동! 딩동!”
대답이 없다.?
그러나 꼭 안에 누군가 있는 것만 같았다.
그 누군가가 안에 있기만 하다면 케이는 이 보낸 사람의 마음이 담긴
물건을 한시라도 바삐 수취인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다행히 건물 밖으로 빠져나와있는 수도계량기와 전기 계측기의
숫자가 계속 해서 돌아가고 있었다.
‘잠이라도 자는 건가?’
그는 다시 한번 갈색의 나무 결이 고급스레 나있는 오피스텔 정문 옆의
초인종을 꾸욱 눌려대었다.
“딩동! 딩동!”
“여보세요? 안에 김 민경 씨 계세요? 김 민경 씨?”
“쾅! 쾅!”
“덜컥, 덜컥, 끼이익”
몇 번의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 후에 열린 오피스텔의 문은 마치
낡은 드라큐라의 관 마냥 삐이걱 거리고 있었다.
“흡”
케이는 섬뜩 놀라였다.
약 3분의 1가량 대각선으로 열린 나무결의 문 그리고
여전히 안쪽으로부터 걸려있는 금속체인의 잠금 장치
그리고 그 바로 안에서 그를 쳐다보는 이 여자.
시계가 오후 2시를 가리키는 이제야 일어나기라도 한 것일까?
이제 막 20대 초반의 여자는
길게 느려 뜨린 검은 머리를 산발한 채 하얀색 레이스가 몇 개 달린 잠옷을 입고 있었다.
물론 레이스는 군데 군데 떨어져 나가 있었고
어디에서 묻힌 것인지 알 수 없는 붉은색 액체들이 옷의 부분 부분에 묻혀있었다.
여자의 두 손에 사각형의 퍼즐 큐빅이 들려있었고
그녀는 계속해서 그 큐빅을 돌려가며 케이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을 건네었다.
“누구시죠?”
아니 이 여자는 이제 막 일어난 게 결코 아니다.
최소한 며칠에서 몇 주 이상을 여자는 잠을 자지 못한 듯하다.
눈 밑에 검게 드리워진 다크 서클하며 양 뺨에 가득 들어찬 기미들,
그리고 아무렇게나 지워져 뺨을 타고 흘러내린
마스카라의 검은 자욱까지........
그녀의 서늘하리 만치 하얀 피부와 어울려 그녀를 더욱 초췌하고
괴기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저기....... 저기요....... 여기 택배 왔는데요?”
왜 인지 모르지만 그는 떨고 있었다.
“끼리릭~~!!! 누가?”
여전히 그녀의 시선은 퍼즐큐빅에 가있었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케이의 시선
역시 그녀가 맞추는 퍼즐에 가있었다.
“노 재영씨라고 되어있네요”
큐빅을 맞추던 그녀의 손끝이 멈칫 거렸다. 그리곤
갑자기 빠른 속도로 큐빅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도로 가져가세요.”
“쾅!”
그녀는 수취거부 의사를 밝힌 채 오피스텔의 문을 세차게 닫아버렸고
케이는 마치 납량특집 호러무비를 보고 나온 마냥
멍하니 몇 번을 덜컥 거리고 잠겨 지는
잠금 장치의 소리 앞에 멍하니 서있었다.
굳게 닫힌 나무 문의 사이로
그녀가 외치는 소리가 낮게 그리고 조그맣게 들려왔다.
“다 거짓말이야. 다 거짓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