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12 난 정말 개똥이 싫어

무늬만여우공주2004.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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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던 집은 후안베 후스또란 길에서 약간 들어와 있던 골목이다. 사방에 네 다섯 블록만 걸어가면 공원들이 있었는데, 아름드리 굵은 나무들이 있어서 천연 그늘을 만들어주고 뱅 돌아가며 벤취도 있으며, 호수도 갖춰져 있어서 물오리도 여유롭게 노니는 공원도 있다.

아르헨티나는 공원이 많은 나라다.
도시 외곽에도 공원 천지인데, 공원안에 수영장도 있는 곳도 많았고, 수영장도 무료 수영장이 너무 잘 꾸며져 있어서 여기 페루의 비싼 클럽만큼이나 좋다. 공원 주위에나 어느 길가 숲이나 근처에 아사도(바베큐)를 궈 먹을 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는데, 주말이나 휴가철엔.......그렇게 여유롭게 아사도를 해먹는 사람으로 붐빈다. 물론 어디에도 돈내라고 하는 덴 없다.

가끔 식구들과 유료 시설도 놀러가곤 했는데, 거긴 말도 타는 데도 있었고, 수영장이며 여러 시설이 갖춰져 있었는데 내가 보기엔 무료나 유료나 별 차이가 없어보였다. 어디나 아름다운 숲이 있었으니 말이다.

주말에 도시 안의 공원에 가면 여러 가지 장사들로 붐을 이룬다. 주로 아이들 대상 장난감 리어카들이 있었고, 악세서리 파는 리어카들도 꽤 많아서 그거 구경하며 다니는 재미도 쏠쏠했다.

배고프면 거리에서 파는 '쵸리빤'을 사먹었드랬는데, 쵸리빤은 길다란 바겟빵에 쵸리소를 껴서 먹는거다. 쵸리소는 소 창자에 소기름과 고기갈은 것을 양념해서 빵빵하게 쟁여 넣은건데 그걸 15센티의 길이로 만든걸 숯불에 구워서 먹는거다. 쵸리빤은 그 맛이 환상적으로 맛있어 내가 너무 좋아하는 거다. 기름끼가 많은 음식이라 아르헨티나인들의 뱃살의 주범이다. 콜라랑 먹음 제맛인데, 그 쵸리빤은 고속도로 상에서도 팔고, 공원에서도 파는 서민 음식이다.

검거나 빨간 글씨로 아무케나 쓴 '밴데 쵸리빤' (쵸리빤 팝니다) 간판이 보이고 커다란 드럼통에 장작이 활활타는게 보인다. 거기 위에서 쵸리소가 구워지고 있는데 그런 풍경만 멀리서 봐도 배가 고파오며 침이 삼켜진다. 그럼 랑을 졸라서 기어코는 그걸 사먹는다. 랑은 한국음식 위주로 먹는 사람이라 그걸 먹어도 집에 가서 찬 밥에 깍두기넣고 고추장 한 숟갈 넣고 참기름 한 수저 떨궈놓고 비벼줘야 입이 헤 벌어지며 먹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만 쵸리빤을 사서 게걸스럽게 먹으며 갈 때가 많다.

그 쵸리소는 아르헨티나꺼가 맛있는건지 여기 페루에서 사다 똑같이 해먹어도 그 맛이 안나는게 아무래도 뭔가 아르헨티나식 쵸리소 요리법이 있는듯하다. 암튼 공원에서 그 쵸리소를 먹으며 콜라를 마시며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혼자서 잘도 돌아댕겼다. 집에서 그걸 해먹어도 그맛이 안난다. 거리에서나 고속도로상에서 사먹어야 제 맛이 나는 이유가 뭘까?

공원엔 항상 개똥으로 넘쳤는데, 그 이유는 개를 키우다 많이 버리는 이유도 있을테고, 버려진 개들끼리 새끼들을 쳐서 주인없는 나그네 개 (들개)들도 많았으며, 개들을 데리고 공원으로 와서 산책시키는 척하며 응가를 시키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대체 왜 그 많은 개들의 똥을 그 아름다운 공원에 내질르게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된다. 거리에도 곳곳에 똥이 많은데, 나무 옆이나 코너에 똥을 뉘어서 청소를 안하는 집 앞은 개똥 천지이기 일쑤다. 조금이라도 집 앞 청소를 소홀이 하는 집 같으면 개 주인들이 거기서 응가를 시키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에만 있는 직업일 수 있는데....왜냐하면 다른 주위 나라에서 구경한 바가 없다.

그건 개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산책도 시키고 똥도 뉘고 그러는 직업이다. 그들은 보통 일곱 여덟마리의 무시무시한 큰 개들부터 작은 개들까지 한꺼번에 끌고 거리를 누빈다. 그들이 오면 일단 자릴 비키든가 아가를 안고 무서워하는 겁많은 눈으로 쳐다보면 나보고 겁먹지 말라고 안심을 시킨다. 근데 그걸 어케 믿냐구? 미친척하고 나나 아가를 물어버림 지가 책임도 못질껌시롱. 일단 피해주는게 상책이지.

집 앞의 인도 거리는 보통 그 집 주인의 소유다. 그래서 보통 집 앞을 깨끗하게 청소하는게 아르헨티나인들의 습성인데, 어찌나 깨끗하게 청소하는지 맨발로 다녀도 될 정도로 우리 거실 마루 치듯이 집 앞을 깨끗하게 닦고 또 닦는다. 사실 그런 집 앞에다 개에게 응가를 시키긴 미안스러우니 거긴 개들도 피해서 안누는듯했다.

아르헨티나인들은 정말 청소를 잘한다. 나같이 청소를 제대로 못하는 애들의 눈으로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꼼꼼하게 청소하는데 우리 어머님, 형님, 아가씨도 청소 무지 잘하는데 아르헨티나인들에 비하면 설렁설렁 하는거처럼 보이니 말이다.

아가를 데리고 혼자 공원을 가다보면 힘들어서 늘 쉬게 되는 장소에 커다란 나무가 있었는데, 그 나무 벤취에서 쉬다보면 정면으로 보이는 집의 차고 글이 보인다. 첨에 그 글을 보고 진짜 재밌는 주인이라고 생각했다. 거기엔 이렇게 적힌 글이 있는데,

'엔 에스떼 루가르 세 에스따 프로이비도 에스따시오나르세 솔로 에셉또 로스 마피오소스 '

'이 곳은 주차금지 장소입니다. 단 마피아만 주차할 수 있습니다.'

푸하하~
마피아가 아님 그 장소에 주차하지 말란 얘기였다. 난 그 집 주인의 인상좀 보고싶어서 그 집 앞에서 아이랑 놀고 쳐다봐도 한 번도 집 밖을 돌아댕기는걸 못봤는데......혹시 그 주인이 마피아였나? ㅋㅋ

암튼 어느 공원이나 개똥 천지인건 아닌데 유난히 많은 공원이 있는 반면 거의 개똥 구경하기 힘든 공원도 있었다. 그런 곳은 선탠족이 비키니 수영복만 입고 진을 치며 누워있을 확률이 크다.

또 빨레르모 공원이라고 있는데 그 공원은 커서 걸어다니기 보다는 드라이브를 하며 공원을 도는 사람들이 많다. 밤에 드라이브를 하다보면 공원 깊숙이 차창에 안개가 자욱이 낀 차들이 무쟈게 많았는데, 아마도 아베크 족이지 싶다. 그러니 그 오밤중에 거기서 데이트를 하는 거겠지. 그런 곳은 개똥하곤 거리가 멀고,,,,가끔 말똥이 있다. ㅎㅎㅎㅎ

빨레르모 공원엔 관광용으로 꾸며진 마차가 몇 대 있는데 그거 타고 공원 한바퀴 도는거다. 주위 풍경이 멋있으니 기분 좋을꺼같은데, 아니였다. 내가 타고 거길 구경하니깐 오히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날 구경했다. 조그마한 동양인 여자가 신기해하며 즐거워하며 마차타고 지나가는게 웃겼나? 암튼 내가 지네들을 구경하는게 아니고 지네들이 날 구경하는 듯해서 기분이 별로였다. 근데 그 마차를 끄는 말이 길거리 아무데나 응가를 털퍼덕하며 싸고 댕길 때가 있어서 말똥이 가끔 보이기도 한다.

그 나라 살 때는 몰랐는데, 다른 나라를 다니다보니 아르헨티나처럼 축복받은 기름진 땅덩어리가 없는듯하고, 공원이 그렇게 아름답게 꾸며진 풍요로운 나라가 주위 나라에 없는 듯하다. 암튼 아름다운 나라인건 확실하다. 근데 개똥은 어케 정부 차원에서 계몽을 시키든가 해서 없애야할꺼다.......어유 그게 뭐야 좋은 경치 속의 개똥 천지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