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우리 집에는 동네 극장에 근무하는 먼 친척 되는 영사기사가 하숙을 하고 있었는데 새 영화가 바뀔 때마다 아저씨는 어머니에게 초대권 서너 장을 선물로 주었기에 잘된 영화이거나 말거나 어김없이 관람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TV도 없던 시절인지라 영화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흥미진진한 볼거리임에 틀림없었다.
“뜨거운 양철지붕위의 고양이” “태양은 가득히” “여수” 같은 서양 영화들과 김 승호 주연의 “마부” 최 은희 주연의 “성춘향” 박노식과 허장강 김희갑이 출연하는 "메밀꽃 필무렵" 같은 주옥 같은 우리 영화도 그 시절 보았던 영화들이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그런 영화들의 제목이 지금도 내 기억 속에 살아 있어서 놓치고 싶지 않은 내 유년의 아름다운 한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하찮은 것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비 오는 날 오후 세시’ 정말 오래된 예전 흑백 영화시절, 김 지미와 이 민이라는 잘 생긴 배우가 출연한 영화 제목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한 장면도 생각나는 것이 없지만 주인공의 이름이 지금토록 기억이 되는 것은 내가 생각해도 불가사의한 화두다. 나름대로 추측하려 들지만, 이 영화가 김지미의 대뷔작이 아닌가 하기도 싶다.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의 손을 잡고 그 영화를 보기는 보았는데, 어떤 계절인지는 몰라도 우연찮게, 그날도 비 오는 날이었던 것은 분명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처녀 적 김 지미의 예쁜 얼굴은 아직도 기억이 삼삼하고 비 오는 날이면 ‘비 오는 날 오후 세시’란 영화의 타이틀이 연상되는 까닭의 연유는 모르지만 항상 내 가슴 언저리를 돌아다니는 뿌리 깊은 영화 제목이다.
요즘 영화처럼 특수효과로 무장한 SF영화, 액션영화, 전쟁영화들은 아니지만 순수한 인간애, 휴머니즘이 영화의 저변에 깔린, 사람과 사람들의 이야기로 만든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오늘 날 물량공세로 나가는 미국영화들, 블록버스터가 아니라도 새로운 영화만 걸렸다 하면 극장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명절 날이면 읍내에 하나뿐인 극장 앞은 아수라장이 되기 다반사였다. TV도 없던 시절인지라 명절날 모든 가족들이 선호하던 지배적 여흥은 영화 관람이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제는 보고 싶은 영화는 비디오 가게에서 편안하게 빌려다 볼 수 있고 DVD 고급화질의 영상물도 문전까지 배달 해준다. 영화의 장르도 폭 넓게 발전해 있어서 취향에 따라 골고루 볼 수 있지만 옛날 시설도 변변치 않았던 극장에서 보았던 영화들이 오히려 감동을 주었고, 지금 생각하면 스토리도, 완성도도 색채감도 빈약하였지만 공원 벤치 같은 긴 막의자에 정원초과로 좁게 좁게 비집고 앉아서 보았던 영화들이 오히려 향수를 더하는 까닭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
요즈음 대 약진하는 우리영화, 천만 관람객을 목표로 하는 한국영화들의 소식을 접하니 옛 생각을 하며 극장에라도 가고 싶지만 읍내에 하나뿐이었던 극장은 수익 많은 활어회 집으로 둔갑을 해버렸기에 그 마저도 뜻을 이룰 수 없다. 오늘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다. 오늘 비 오는 날 오후 세시에 내게도 짜릿한 유혹이어도 좋고 흐뭇한 친구의 방문이라도, 아니면 특별한 깜작 이벤트라도 있었으면 한다. 아침부터 까치가 그렇게 짖어 대었으니 기대하는 마음도 각별한 비 오는 날 오후 세시를 기다린다.
비오는 날 오후 세시 /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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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오후 세시
어릴 때 우리 집에는 동네 극장에 근무하는 먼 친척 되는 영사기사가 하숙을 하고 있었는데 새 영화가 바뀔 때마다 아저씨는 어머니에게 초대권 서너 장을 선물로 주었기에 잘된 영화이거나 말거나 어김없이 관람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TV도 없던 시절인지라 영화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흥미진진한 볼거리임에 틀림없었다.
“뜨거운 양철지붕위의 고양이” “태양은 가득히” “여수” 같은 서양 영화들과 김 승호 주연의 “마부” 최 은희 주연의 “성춘향” 박노식과 허장강 김희갑이 출연하는 "메밀꽃 필무렵" 같은 주옥 같은 우리 영화도 그 시절 보았던 영화들이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그런 영화들의 제목이 지금도 내 기억 속에 살아 있어서 놓치고 싶지 않은 내 유년의 아름다운 한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하찮은 것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비 오는 날 오후 세시’ 정말 오래된 예전 흑백 영화시절, 김 지미와 이 민이라는 잘 생긴 배우가 출연한 영화 제목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한 장면도 생각나는 것이 없지만 주인공의 이름이 지금토록 기억이 되는 것은 내가 생각해도 불가사의한 화두다. 나름대로 추측하려 들지만, 이 영화가 김지미의 대뷔작이 아닌가 하기도 싶다.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의 손을 잡고 그 영화를 보기는 보았는데, 어떤 계절인지는 몰라도 우연찮게, 그날도 비 오는 날이었던 것은 분명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처녀 적 김 지미의 예쁜 얼굴은 아직도 기억이 삼삼하고 비 오는 날이면 ‘비 오는 날 오후 세시’란 영화의 타이틀이 연상되는 까닭의 연유는 모르지만 항상 내 가슴 언저리를 돌아다니는 뿌리 깊은 영화 제목이다.
요즘 영화처럼 특수효과로 무장한 SF영화, 액션영화, 전쟁영화들은 아니지만 순수한 인간애, 휴머니즘이 영화의 저변에 깔린, 사람과 사람들의 이야기로 만든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오늘 날 물량공세로 나가는 미국영화들, 블록버스터가 아니라도 새로운 영화만 걸렸다 하면 극장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명절 날이면 읍내에 하나뿐인 극장 앞은 아수라장이 되기 다반사였다. TV도 없던 시절인지라 명절날 모든 가족들이 선호하던 지배적 여흥은 영화 관람이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제는 보고 싶은 영화는 비디오 가게에서 편안하게 빌려다 볼 수 있고 DVD 고급화질의 영상물도 문전까지 배달 해준다. 영화의 장르도 폭 넓게 발전해 있어서 취향에 따라 골고루 볼 수 있지만 옛날 시설도 변변치 않았던 극장에서 보았던 영화들이 오히려 감동을 주었고, 지금 생각하면 스토리도, 완성도도 색채감도 빈약하였지만 공원 벤치 같은 긴 막의자에 정원초과로 좁게 좁게 비집고 앉아서 보았던 영화들이 오히려 향수를 더하는 까닭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
요즈음 대 약진하는 우리영화, 천만 관람객을 목표로 하는 한국영화들의 소식을 접하니 옛 생각을 하며 극장에라도 가고 싶지만 읍내에 하나뿐이었던 극장은 수익 많은 활어회 집으로 둔갑을 해버렸기에 그 마저도 뜻을 이룰 수 없다. 오늘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다. 오늘 비 오는 날 오후 세시에 내게도 짜릿한 유혹이어도 좋고 흐뭇한 친구의 방문이라도, 아니면 특별한 깜작 이벤트라도 있었으면 한다. 아침부터 까치가 그렇게 짖어 대었으니 기대하는 마음도 각별한 비 오는 날 오후 세시를 기다린다.
김 명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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