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골룸200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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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스크린 속에는 수천 수만의 절경을 담은 아름다운 그림이 펼쳐져 있었다.

그것들을 감상하는 즐거움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만하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모든 삼각관계에서는 보통 그 중심에 있는 사람이 문제인 경우가 많다. 특히나 그 중심에 있는 사람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어떤 드라마에서는 이걸 희망고문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더라만. 메이(장쯔이)는 리우(유덕화)에 대한 고마움과 진(금성무)에 대한 사랑을 명확히 구분했어야 한다. 이건 분명 다른 문제인데 흔히 이걸 잘 구분하지 못해 문제가 커지곤 한다.

 

말을 달리다 멈춰선 진의 뒷모습, 그 롱테이크가 두 번 반복되는데 감독이 공들여 표현하고자 했던 부분이다. 진의 문제는 말머리를 너무 늦게 돌린다는-너무 망설인다는-것이다. 반면 메이가 마지막에 진의 뒤를 따르지 않았던 것은 갈등을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를 살리기 위한 최후의 선택이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어요."

"돌아와야 했소. 한 여인을 위해..."

이 대화도 두 번 반복되는데, 표면적인 뜻 말고도 다른 뜻이 함축되어 있으므로 잘 생각해서 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마지막, 가을빛으로 곱게 물든 산을 배경으로 한 갈대밭에서의 대결은 감독이 의도한 일종의 과장법이라고 보면 무난할 것이다. 리우라는 캐릭터는 참 불쌍한 인간인데, 그에겐 과잉된 배려가 문제라고 보여진다. 그가 다소 짜증스럽게 느껴지는건 너무 인간적으로 그려져서이다. 흔히 이런 영화에는 인간적인 모습이라기 보다는, 그것을 뛰어넘은 비장미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영웅에서 마치 닭꼬치처럼 한 칼에 꿰인 양조위와 장만옥을 떠올려보라).

 

그래서 대체 이 영화가 한 마디로 어떻냐고 묻는다면 '영웅 > 연인' 이라면 답변이 될까?

 

장이모우는 일종의 강박증에 걸려 있다. 스토리를 어떻게 꼬아 놓을까 하는.

스토리를 어떻게 잘 쓸까가 아니라, 어떻게 교묘히 꼬아 놓을까 하는 강박증에 걸려 있는 것이다. 이건 전혀 다른 얘기이다. 그리고 이런건 의식할수록 더 잘 안되는 법이 아닌가. 그저 애처롭다고 할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