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와 그 여자의 이야기 [15]

표류교실200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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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준하씨 친구분들은 모두다 참 좋은 사람들같아요.”

 

5층에 있는 집으로 향하는 계산을 올라가며 지우가 준하에게 말했다.

 

“그래?”

“네. 절 처음봤을때도 친절하게 잘 해줬잖아요. 좋은 사람들이예요.”

 

어느덧 굳게 잠긴 녹색 빛이 감도는 현관문이 앞에 보였다. 핸드백안에서 꺼낸 키를 돌려 문을 열었다. 캄캄안 안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않았다. 준하는 밖에 서있었고 지우는 현관 안으로 들어와 그를 마주보고 섰다.

 

“잘가요.”

 

준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않고 가만히 서서 그녀를 바라봤다.

그의 얼굴앞에서 냉정히 문을 닫지 못한 지우또한 가만히 서있을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준하가 지우의 앞으로 다가와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넓고 탄탄한 가슴이 보이지않게 그녀를 벽으로 밀고있었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세차게 저절로 다쳤다. 사람의 움직임에 현관불이 저절로 켜졌다. 습기가 찬듯 축축한 벽에 등을 바짝 기댄 지우의 앞에 준하가 무척 가까이 섰다. 그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였다.

준하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찾아 다가왔다. 촉촉히 젖은 지우의 입술이 덥어져왔다. 민트향이 나는 그의 숨결이 그녀의 몸을 가득 체웠다. 입 깊숙히 파고들어오는 그의 혀끝은 지우의 몸이 떨리게했다. 양 손바닥으로 벽을 뒤로 붙잡은체 점점 그녀에게 기우는 준하의 무게를 지탱했다. 부드럽고 비밀스럽던 키스가 조금씩 강렬해지고 거칠어졌다. 준하의 손이 지우의 머리를 더욱 그에게로 다가오게 밀었고 다른 한손은 그녀의 허리를 세게 붙잡았다. 벽에서 손을 뗀 지우는 그의 탄탄한 등을 감싸안았다. 얇은 여름 와이셔츠 안으로 그의 따뜻한 살결이 느껴져왔다. 그녀의 입술에서 떨어진 준하의 입술은 그녀의 하얀 목덜미로 자리를 넓혀가고있었다. 조금만 더 오랫동안 키스를 하고있더라면 숨이라도 넘어갔을 것 같이 지우는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이제 그는 그녀의 입술만을 원하는게 아니었다. 순간 지우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준하씨”

 

그를 몸에서 떨어트렸다. 그는 정말로 냉정했다. 상기되어있어야할 얼굴은 평소처럼 하얗게 보였고 거칠지 않은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전혀 아무일도 없었던듯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다. 흥분하지 않았다는거야?

 

“나 사랑해요?”

 

입술을 일자로 굳게 다문 준하는 뜻밖이라는듯 지우를 동그란 눈으로 쳐다봤다.

 

“나 사랑하냐구요.”

 

모르겠다. 지우를 사랑하는지. 그때 현관불이 저절로 꺼저버려서 사방이 어두웠다. 하지만 바로 앞에 서있는 지우의 얼굴은 희미하게 보였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대답을 요구하는 지우의 차가운 눈빛은 여전했고 준하의 침묵도 그대로였다.

그래, 날 사랑하는지 안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몸부터 밀어붙였다 이거지? 지우는 화가 났다. 왠지 그가 자신을 가지고 논것만같은 불결한 느낌이 감싸왔다.

 

“시간도 늦었으니까 차 대접은 못하겠네요.”

 

전혀 화나지 않고 당황하지 않은 표정으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지우가 현관문을 열었다. 또다시 방어태세로 들어가는건가. 준하는 들리지않게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잘자.”

 

떨떠름한 목소리로 나지막히 인사를 하고 준하는 계단을 내려갔다.

굳게 잠근 문에 등을 기대고 선 지우는 얼마전까지만해도 자신의 등을 꼭 붙이고있던 벽을 쳐다봤다. 그리고 여전히 그의 숨결이 남아있는 입술을 만졌다.

 

 

강적을 만난것같은 기분에 운전를 하고있던 준하는 피식 웃었다. 그도 그랬지만 지우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를 저지하던 손길과 눈빛은 전혀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냉정했었다. 전혀 흥분하지않은 숨결 그리고 얼굴.

 

“대단한 여자야..”

 

+++++++++++

전화벨소리에 꿈속에서 헤매던 지우의 정신이 조금씩 현실로 돌아왔다. 배게에 얼굴을 파묻고서 팔을 쭈욱 뻗어보았다. 전화기가 있을법한 곳에 손을 뻗어보았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고 전화벨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힘들게 눈을 뜨고 배게에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덮어져있는 노트북 위에 무선전화기가 올려져있었다.

 

“여보세요.”

“아직도 자냐.”

 

벌떡 잠이 깬 지우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똑바로 앉았다.

 

“아버지? 몇시예요, 지금?”

 

멀리 미국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8시다.”

“거기가요?”

“아니, 한국이.”

 

안개가 낀듯 눈이 뿌했다. 그녀는 손으로 눈주위를 비볐다.

 

“무슨 일이세요? 아침에.”

“뭐, 잘 지내나 해서말이다. 고모한테 갔다왔었다면서? 잘했다.”

 

정말 잠이 왔다. 생각해보니 일요일이었고 더 자도 상관이 없었다. 8시밖에 안됐는데! 하지만 새벽 4시면 기상하시는 아버지께 이런 하소연해보았자 아무런 효능도 없을거였다. 오히려 꾸중만 들을거였다.

 

“그래, 학원은 잘 다니는거냐?”

“네. 재미있어요.”

 

저절로 하품이 나왔고 그녀는 바로 손으로 입을 막았다. 아버지쪽에 들리게된다면 또다시 혀끝을 차는 소리가 대신 들려올게 분명했다.

 

“곧 3개월되간다.”

 

안개가 낀것처럼 침침하던 눈앞이 조금씩 환해져왔고 정신도 환하게 트였다. 3개월이라는 말에 어깨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아버지는 잊지않고 계셨다.

 

“네.”

“어떻게 할 생각이냐? 그렇지않아도 선후가 거기 가 있는거 안다.”

 

아버지는 그사람과 내가 왜 헤어졌는지 자세히 모르신다. 그와 내가 헤어진것이 단순히 그가 유학을 가게되서 그런건줄 아신다. 그리고 무엇을 원하시는지 알고있다. 은근히 그사람과 내가 결혼하기를 바라신다는것을.

 

“당분간 더 생각해볼게요.”

“난 니가 돌아왔으면 좋겠구나. 와서 공부 더 해. 단순히 한국에서 학원선생하는것보다 여기와서 대학원 가는게 더 효율적이야.”

“대학원 가고 싶은 생각없어요.”

“아무리 여자라지만 자기 미래정도는 생각해야하는거야. 넌 모든 기반이 미국에 있어. 거기 머문다고해서 되는일 없단말이야. 너가 가고싶다고 하니까 보내줬지만 약속했던 3개월 다 끝나간다. 정 돌아와서 대학원 다니기 싫다면 거기서 제대로 된 신랑감 하나 잡아오던지 아니면 선후랑 결혼하던지 해라.”

“아버지, 저 이제 24살이예요. 벌써부터 결혼생각할 필요는 없다구요.”

“그럼 반듯한 직장을 다니던가. 너가 정말 영어 전공한 선생도 아니잖아.”

 

맞는 말씀이었다. 그녀는 단지 회화를 할수있다는것 만으로 취직이 된것뿐이었다. 제대로된 정식 선생님도 아니었고 그녀의 전공분야도 아니었다. 이대로 평생 살아갈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그래도 당장 해결책이 있는것도 아니었다. 무작정 한국에 온이상 뭔가를 발견할때까지는 있어야한다. 뭔가 그녀의 미래를 바꿔놓을수있는 커다란 것을 찾을때 까지.

 

 

 

조금씩 여름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질리도록 많이 오던 장마비도 끝났고 조금씩 가을을 알리는 조심스런 바람이 불어왔다. 진료실에 있는 창문들을 모두 활짝 열어놓은채 환자가 없어서 한가한 준하는 푹신한 가죽 의자의 등받이에 온 몸을 맡겼다.

그때 노크소리와 함께 이 간호사가 들어왔다.

 

“저 선생님, 손님이 오셨는데요.”

 

손님이라는 말에 준하는 의자에 똑바로 앉아 빼꼼히 열려있는 문을 쳐다봤다.

문이 전부 열리고 손님이 들어왔다. 의외의 방문이라는듯 준하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바로 일어났다.

 

“왠일이죠? 생각치도 못한 방문이네요.”

 

태빈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렇긴 하겠네요. 처음 와보니까요.”

 

마땅히 앉을 곳이 없자 준하는 환자들이 앉는 그의 책상 옆에 있는 조그마한 의자를 가리켰다.

 

“점심시간이고 할거같아서 온거였는데, 아직인가요?”

“십분만 있으면 점심시간인데.”

“그럼 밖에서 기다리죠. 같이 점심이나 하죠?”

 

 

 

두 남자는 서로 아무말도 하지않고 팽팽한 침묵을 유지하며 앞에 놓은 냉면그릇에 열중했다. 먼저 다 먹은 태빈은 물을 한모금 마시고 앞에 앉은 준하가 먹는 모습을 바라봤다. 저 사람은 아직도 불편해 하는군. 변한것 같아도 어딘지 그대로야.

 

“아직도 제가 불편한가요?”

“네?”

 

냉면을 먹다만 준하는 허공에 젓가락을 든채 앞에 앉은 태빈을 쳐다봤다.

 

“난 준하씨와 친구가 되었으면 하는데.”

 

대답대신 들고있던 젓가락을 내려놓고 물을 마셨다.

 

“우리 이렇게 만나서 밥을 먹거나 대화를 나누어본적도 딱히 없구요.”

“항상 존댓말을 하시는데 말 놓으시죠. 그래도 저보다 두살은 많으신데.”

 

왠지 이제서야 사람과 사람이 하는 대화처럼 들린다. 따뜻하고 조금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분위기. 태빈의 가슴속에 고정되어있던 긴장감이 천천히 금이 가며 깨지고 있었다. 그래서 저절로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럴까?”

“호텔이라 바쁘실거같은데, 점심시간에 나오셨네요?”

“어차피 밥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밥은 먹어야지.”

 

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솔직히 아직도 준하씨가 지은이 몫까지 나를 증오하는 건 아닐까..”

 

잠시 표정없는 얼굴을 일관하며 앞에 앉아있는 준하를 잠시 살폈다.

 

“아니면 아직도 서현이와 내 관계를 인정해 주지 않는걸까..”

 

분명 준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던것같았다. 아주 작은 시간동안 허탈하지만 그래도 눈에 띄는 미소였다.

 

“둘다 사실이예요.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게 시간이 가면서 틀려지는거고. 미움도 점점 사그러드는것같구요. 그 사실 자체에 굉장히 화가 나서 자기암시를 수도없이 해봤지만. 어쨌든, 서현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덩달아 행복합니다. 왠지 고맙다는 말을 하면 안될것같을 정도로.”

“아니야..고마울것까지는.”

“그리고 지은이. 태빈씨 입장에서 보면, 글쎄요, 지은이를 사랑하지않으니까 어쩔수없었을지 몰라도. 지은이, 정말로 태빈씨 사랑했으니까 그것만은 알아주세요. 그 사실마저 몰라준다면 아마 걔 아플테니까. 동병상련이라고, 나름대로 지은이한테서 공통점을 발견했고 물론 차이점도 있었지만, 그래서 그 애가 더 남다르고 특별했어요. 나는 인생의 두번째 사랑에 성공할 기미라도 보인다 할수있지만 아쉽게도 지은이는 그러질 못했어요. 억지부리는거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사실 태빈씨는 행운아예요. 한 여자의 첫번째이자 마지막 사랑이었으니까요. 그녀의 전부였고.”

 

태빈은 사기컵에 남은 물을 모두 마시며 마른 입술을 적혔다. 이제껏 준하를 알아온 시간동안 그를 눌려왔던 그 무언가가 가볍게 들어올려졌다.

 

 

 

선후는 학원의 로비 밴치에 앉아 벽걸이 시계를 바라봤다. 벌써 퇴근할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원장실에 있다는 지우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않았다. 건물안의 어디선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벽사이를 지나 지우의 모습이 보였다. 선후를 발견한 그녀의 눈빛은 역시나 반가워하지 않았다.

 

“또 무슨 일이야.”

“무슨 얘기를 했길래 이렇게 늦게 나오는거야?”

“오너하고 직원하고 얘기를 하다보면 늦을수도 있는거지. 무슨 일이냐고 묻잖아.”

“그렇게까지 대하지 않아도 돼. 니 맘 다 아니까.”

 

지우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안다면서 찾아오는건 또 무슨 경우고? 나 찾아오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그녀는 선후를 지나 학원건물을 빠져나왔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교통체중도 심했고 주위가 산만했다. 반대편에 보이는 준하의 진료실 창문너머로 환한 불빛이 보였다. 그녀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병원으로 향하는 횡단보도에 섰다가 고민을 하게됐다. 확신이 서지않았다. 김준하. 그 사람이 그녀의 미래를 바꿔줄수 있는 그 무엇일까. 아니,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기는 한걸까.

머뭇거리고 있는 지우의 뒷모습을 보며 선후는 침을 삼켰다. 저 여자, 놓치지 말았어야 했던건데. 멍청하고 또 멍청했다. 그렇게 머저리같은 놈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아쉬움만이 가득 찰 뿐이었다.

 

“아버님께서 연락이 왔었어.”

 

어깨너머로 들려오는 선후의 목소리에 지우가 고개를 돌렸다.

 

“뭐라고?”

“널 데리고 오라고 하셨어. 그리고 될 수 있으면 결혼도..”

“됐어. 결혼같은건 하고싶지 않아.”

“이해해. 어쨌든 널 데리고 오라고 하시는데..”

“가지않아. 간다 해도 나 혼자 돌아가. 나 신경쓰지 않아도 돼.”

 

많이 강해져있었다. 하지만 정말 강해진걸까 아니면 겉만 그럴듯해보이도록 꾸민것일까. 선후를 대하는 지우의 모습에서 예전과 다르다는것을 확실히 느낄수 있었다. 더이상 그녀의 사전에는 연약함이라든가 순진함은 없나보다.

 

“사랑하는 사람..생겼니?”

 

그때 횡단보도 신호등이 바뀌고 사람들이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선후의 말을 들은척도 하지않은체 지우또한 횡단보도로 발을 내밀었다. 하지만 중간쯤 갔을때 뒤따라온 선후가 세게 그녀의 팔을 잡았다.

 

“뭐하자는거야, 도대체!”

 

파란불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에서 도대체 뭘 하자는거야.

 

“이거 놔.”

 

세차게 팔을 흔들어봤지만 선후의 강한 손은 떨어지지 않았다.

얼마있지않아 빨간불로 변해버린 횡당보도 위로 자동차들이 지나갔다. 길 한가운데에 서있는 그 둘을 피해가는 자동차의 소음에 아무리 지우가 소리를 지른다해도 선후는 들을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다는 사실이 좋았다. 더이상은 그를 향한 혐오감을 드러내는 그녀의 말은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았다.

 

“뭘 원하는거야. 어? 나는 더이상 오빠를 사랑하지 않아. 사랑하는 사람 생겼냐고 물어봤지? 그래, 생겼어. 이제는 놓아줄거니?”

 

선후는 지우의 마른 팔을 놓았다.

 

“모르겠다. 놓아줄수 있을지.”

 

쓸쓸한 표정과 함께 선후는 지우를 품안으로 끌어당겨 키스를 퍼부었다. 그의 힘은 너무나 강해서 품안에서 빠져나오려 발버둥을 쳐도 소용이 없었다. 이런 키스따위는 하고싶지 않다. 사랑없는 키스따위. 이로 그의 아랫입술을 물었다.

 

“아!”

 

피를 손으로 닦으며 지우를 놓았다. 심한 충격을 받아 정신이 없는것처럼 지우는 그녀답지 않게 허둥댔다. 선후의 품안에서 빠져나온 그녀는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왜 이렇게 변해버린거야.”

 

선후는 멈추지 않는 작은 양의 피를 닦아냈다.

 

“왜 이렇게 형편없어진거야. 나 오빠 보냈어. 그걸로도 부족해? 나 오빠 잊었다고. 알겠어? 나 미련같은거 없단말야. 그러니까 이런식으로 행동하면서까지 나를 헷갈리게 만들생각하지마. 내가 헷갈려한다 해도 그건 다시 오빠를 사랑하게 되서 하는게 아니라 오빠를 더 미워할수 밖에 없어서 그러는거니까. 난 오빠를 지금 이상으로 미워하고 싶지 않아.”

 

여전히 안타까움과 분노가 섞인 두눈으로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조금전까지만해도 켜져있던 준하의 진료실 불은 꺼져있었다. 눈높이를 낮추고 반대편 인도를 쳐다봤을때는 그녀와 선후를 번갈아가며 쳐다보고있는 준하가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