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진실(Another Truth)-제1장

김형석200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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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유다.


“왕이시여 이제 한달 만 지나면 이스라엘 백성을 다스릴 새로운 왕이 이곳에서 태어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왕께서는 이곳을 더 이상 다스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왕의 후손들인 왕자들께서도 더 이상 이 나라를 통치할 수 없을 것입니다. ”


왼손에는 굵은 검은색 지팡이를 쥐고 있고 얼굴에는 염소수염을 기른 마른체형의 40대 후반 사내가 유다의 왕인 헤로데의 앞에 무릎 끓고 있었다.


“너의 말을 어떻게 믿으라는 것인가. 아직까지 그러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고 설사 있다 해도 나의 왕권에 도전할 정도로 힘을 가진 이가 아직은 이 유다에는 없다. 그리고 그런 놈이 나타난다면 군사를 보내 제거해버리면 될 것을 내가 왜 그런 하찮은 일에 신경을 써야한단 말이냐. ”


유다의 왕인 헤로데는 왕좌에 거만하게 앉아 거드름을 피우며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라 여기듯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에 이어지는 남자의 말에 헤로데의 얼굴표정은 놀라움으로 가득 찬 표정으로 바뀌었다.


“제가 어제 저녁에 하늘을 보아하니 왕의 별이 서서히 그 빛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는 곧 왕께서 그리 많은 생을 살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놀랍게도 그 뒤로 커다란 별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왕의 별 보다도 비교도 못할 정도의 커다란 별이었지요. ”


“ 뭣이라? ”


헤로데는 크게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치는 것이었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대전 밖에서 지키고 있던 병사들이 그 소리를 듣고 급히 대전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병사들이 놀란 표정으로 서 있는 헤로데를 발견하고는 무슨 일인가 하고 쳐다보자 그 시선을 느낀 헤로데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병사들을 향해 손짓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듯 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이는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제사장인 도가르마였기 때문이었다.


“내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단 말인가........ ”


헤로데는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듯 말을 이어갔다.


“이제 많은 것을 해야 할 내가 지금 순간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도가르마! 그럼 내가 어찌해야하나? ”


헤로데의 침울한 말을 들은 도가르마의 표정은 잔뜩 굳어있었지만 특유의 음흉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나직막한 음성으로 왕께 아뢰었다.


“왕이시여 아직 그리 실망할일은 아닙니다.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방법이 있다? “


헤로데는 도가르마의 말에 귀가 솔깃하여 다음 말을 빨리 하라고 재촉하듯 말을 이었다.


“ 그 방법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어서 말을 해 보라. ”


헤로데의 말에 도가르마는 헤로데의 앞으로 다가서며 누가 들을까 조심하여 조용한 음성으로 헤로데에게 말을 하는 것이었다.


“ 왕이시여 지금부터 제가 말씀드린 대로 꼭 하셔야합니다. 조금이라도 일이 잘못된다면 왕께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당하시고 말 것입니다. ”


그렇게 말을 하던 도가르마는 다음 말을 하려다 문득 무슨 생각에서인지 왕의 옆으로 다가가서는 귓속말로 무엇인가 헤로데에게 말을 하는 것이었다. 한참동안 도가르마의 이야기를 듣던 헤로데는 점점 눈이 커지며 얼굴에는 긴장한 듯 표정이 굳어지고 있었고 이내 두 주먹을 불끈 쥐고는 한숨을 크게 내쉬는 것이었다.


요르단 강.


“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다가왔다! ”


오늘도 요한은 요르단 강에 나와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있었다. 낙타털 옷을 입고 허리에는 가죽띠를 두르고 메뚜기와 들꿀을 먹으며 지낸지가 십 수 년이 되고 있었다. 그 주위에 있는 예루살렘을 비롯하여 유다 각 지방의 사람들. 그리고 요르단 강의 부근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요한을 보기위해 구름 떼처럼 몰려와 있었다.


“ 정말 잘 들어두시오. 이제 곧 위대하신 분께서 오실 것이니 그분께서 오시기전에 모두 회개하고 하느님의 말씀대로 살도록 해야 하오. 그렇지 아니하면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노여움을 받고 모두...... ”


요한은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설교를 하려던 중  멀리서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한 무리의 군인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말을 멈추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에게 달려오는 그 군인무리들이 그렇게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듯한 것이 아니었기에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군중들은 군인들이 다가오자 모두 피하며 요한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었다. 군인들의 목표는 역시 요한이었던 것이다. 그 중 가장 앞에 서 있던 장교가 요한을 바라보고는 칼을 들이대며 말을 하는 것이었다.


“ 네놈이 요 근래에 이곳에서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다닌다는 요한이라는 놈이냐 ?”


장교의 말에 요한은 이상하다는 듯 장교를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 제가 이곳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있는 요한인 것은 맞소만 유언비어를 퍼트리지는 않았소. 그런데 무슨 일인데 그러한 것이요? ”


“ 저놈을 끌고 가라! ”


장교는 요한의 말을 듣는 즉시 뒤에 있는 병사들에게 큰 소리로 명령하는 것이었다.


“ 네! ”


장교의 말에 뒤에 있는 병사들이 재빠르게 요한을 에워싸더니 이내 포승줄로 요한을 묶는 것이었다. 정신이 멍한 상태가 되어버린 요한은 어떤 말도 못하고 그래도 잡혀버렸던 것이다.


“ 이....이게 무슨 짓이요. 내가 뭘 잘못했기에 이러는 것이요. ”


요한의 말에 장교는 비웃는 듯한 어조로 말을 했다.


“ 흥. 네놈이 아직도 네놈의 죄가 무슨 죄인지를 모르는 모양이구나. 감히 위대한 왕의 이름을 거들먹거리던 네놈의 죄가 그냥 묵인될 줄 알았더란 말이냐. 어디서 왕의 후예가 아닌 다른 곳에서 왕이 될 사람이 나타난다, 또 하느님의 이름을 거들먹거리며 회개하라고 사람들을 선동하는 것이냐. 그것만으로도 네놈의 죄가 목숨을 부지하기 힘든 것임을 정녕 모르고 그러는 것이냐. 더 이상 말도 필요 없다. 무엇들 하느냐. 저놈을 당장 끌고 가라. ”


“ 네! 알겠습니다. ”


병사들의 대답과 함께 요한은 무리들 사이로 끌려 나가고 있었다. 어느 누구 하나 말리거나 도와주는 이가 없었다. 그것을 본 장교는 무리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었다.


“ 모두 잘 들어라. 이놈의 죄상을 고하는 이가 있으면 상이 내려질 것이다. 또한 앞으로 이런 놈이 또 있다면 반드시 신고를 하여야 한다. 만약 이런 놈들을 숨겨주거나 도와주는 놈이 있다면 그 죄상은 죽음으로 다스려질 것이다. 알겠나! ~ ”


장교의 말에 모든 이는 시선을 바닥으로 옮기고는 하나 둘 그곳을 떠나는 것이었다.





2010년 9월7일 대한민국 서울.


장서진은 아침을 알리는 시계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그의 몸은 어제의 늦은 술자리로 인해 비몽사몽이었다. 그의 방안은 한동안 청소하지 않아서 거의 쓰레기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지저분해있었다.


“ 으......머리야. ”


자신의 긴 머리를 부여잡고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거울을 본 서진은 시뻘게진 눈을 비비고는 정신을 차리는 듯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것이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려왔다.


“ 여보세요 ”


평소와는 전혀 다른 굵고 허스키한 음성으로 말하는 목소리에서 그의 피곤함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러나 전화 저편 상대방의 음성을 확인한 그는 곧바로 매우 밝고 깨끗한 목소리로 바뀌는 것이었다. 그 음성은 다름 아닌 그의 친구이며 자신의 밥줄을 책임져주고 있는 한일신문사의 편집장이었던 것이다.


“ 음...음... 아 여보세요. 장서진입니다. ”


“ 야! 장서진. 지금이 도대체 몇 시 인줄 알아? 오늘 신문사로 일찍 들어오라고 한 말 벌써 잊어버린 거야? 너 나한테 지금 반항하는 거야 뭐야. 빨리 신문사로 안 튀어와? ”


성난 목소리로 몰아대는 편집장의 말에 서진은 전화기에서 귀를 떼고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다시 전화를 받아 말을 하는 것이었다.


“ 알겠습니다. 제가 지금 막 집에서 나가려던 참이었다니까요. 금방 날아서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간다니까요. ”


“ 10분내로 안 오면 알아서해. 알았어? ”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편집장은 전화기를 확 끊어버리는 것이었다.


“ 참~ 나. 성질하고는. ”


서진은 전화기를 침대로 던져버리고 욕실로 향하여 갔다. 간단히 세수를 마치고 부랴부랴 집을 나서는 그의 모습은 그리 평범해 보이지 않는 그것이었다.


장서진. 그의 나이 27세. 직업은 신문사에서 의뢰하는 사건을 해결해주는 프리랜서였다. 키182Cm, 몸무게 74kg의 다부진 체격에 강인한 인상을 풍기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아직은 결혼을 하지 않은 총각이다.

오피스텔 지하로 내려온 서진은 자신의 애마인 BMW R1000S를 찾았다. 배기량 1085cc에 최고출력 7500rpm, 최고속도 200이상을 나가는 그의 오토바이는 그의 재산목록 1호였다. 명쾌한 시동과 함께 굉음을 울리며 나아가는 그의 모습은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가는데 안개와 같이 사라지는 듯 했다.

20분이 지나서야 신문사에 도착한 서진은 신문사 현관에 바로 자신의 애마를 세우고는 전속력으로 달려 들어가는 것이었다. 현관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 경비원은 그가 그런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닌지 별 신경도 쓰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웃으면서 농담을 건네기까지 했다.


“ 어 ~ 이 서진이. 오늘도 그렇게 늦어서 편집장에게 괜찮겠나? ”


편집장실로 들어선 서진의 두 눈에 제일먼저 들어온 것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있는 편집장의 얼굴이었다. 보기에도 오늘은 그리 쉽게 이 난관을 빠져 나가기 힘들 것 같았다.


“ 장. 서. 진. 도대체 당신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내가 오늘 중요한 일이 있다고 일찍 나오라고 했어 안했어. 내가 당신 아침마다 이 짓을 계속하리라 생각 하는 거야? 거리에 지금 실업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아? 이거 정말 그놈의 관계만 아니면 벌써 짤라 버렸을 텐데. 으 이 구 열 받어. ”


편집장인 김기언은 가슴속의 화가 아직도 덜 풀렸는지 얼굴이 울그락 붉그락하며 가슴을 오른손으로 연신 치는 것이었다. 상대적으로 서진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서 있기만 했다. 서진의 편집장을 상대하는 방법이었다. 그런 서진의 모습에 편집장은 더욱 더 열을 받아 했지만 그의 성격상 더 이상 말을 이어하지 않고 곧바로 일이야기로 화제를 전환했다.


“ 서진. 어제 저녁에 발생한 사건 무슨 사건인지 좀 알아봤나? ”


편집장의 물음에 그제서야 고개를 든 서진의 표정은 웃음으로 애써 모면하려는 듯 해보였다.


“ 제가 자세히 알아봤지요. 그래서 오늘도 늦게 나온 것 이구요. 헉..... ”


서진은 말 중간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편집장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제...제가 어.....어제 그 일로 누구를 좀 만나느라구.... ”


“ 누구? ”


급히 물어오는 편집장의 물음에 서진은 곧이어 대답을 했다. 찔리는 것이 있었기에...


“ GC의 마틴이요. ”


“ 마틴? ”


“ 네 ”


편집장의 의심스럽다는 눈빛에 서진은 자신있게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는데? 마틴이 순순히 얘기를 해주던가?  ”


“ 당연하죠. 마틴과 제가 가까운 사이 아닙니까. 제가 미국에 있을 때 마틴에게 좀 많이 도움을 줬어야지요. ”


마틴과의 사이가 좋다는 것을 강조하는 서진의 표정에서 편집장은 조금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어떻게 확인할 방법이 없었기에 아무 말 않고 서진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


“ 마틴의 말로는 그 배후에 어떤 세력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마틴도 자세히는 모른다고 하는데 조사단을 파견했다고 저보고 갈 수 있으면 한번 가보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갈 수가.... ”


“ 당장 떠나 ”


“ 네? ”


서진은 편집장의 말에 놀라며 편집장을 쳐다보는것이었다.


“ 지금 당장 가라고. ”


“ 어딜요? ”


“ 어디긴 어디야 사건현장이 있는 미국 뉴욕이지. ”


“ 제가요? 안돼요. 전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어서...... 어? ”


서진은 말을 하던 중간에 자신의 자리에서 피하며 얼굴을 손으로 막는 것이었다. 편집장이 책상에 있는 명판을 던졌기 때문이었다. 서진이 명판을 피하자 이번에는 자신의 앞에 있는 찻잔에 손을 가져가 던질 듯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었다.


“ 준비되는대로 바로 떠나 알았어? ”


“ 하지만.....윽 알았어요. 바로 떠날께요. 떠나면 되잖아요. ”



서진은 편집장실을 도망치듯 빠져나가며 소리쳤다. 서진이 빠져나가자마자 문으로 편집장의 찻잔이 부서지며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