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너무 아파 잠에서 깼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기는 한데. 나는 깨질 것 같은 머리를 감싸 쥐며 방안을 둘러보았다. 고딕 양식의 장식품들과 가구들. 짙은 자주색 커튼과 양탄자. 내 방은 아니었다.
-일어났나요?
어제 일어난 일이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녀가 웃으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카밀라였다.
-머리가 아픈가봐요. 물을 좀 마시겠어요?
그녀가 물 잔을 건넸다. 나는 물을 마시고 그녀를 올려다봤다. 부드러운 장미향이 내 코끝을 자극했다. 마치 장미 꽃밭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장미향.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불가리아 산 장미유에요. 향이 진하죠. 조금만 뿌려도 방안에 가득하죠.
그녀가 물 잔을 나에게 받으며 말했다.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당신, 꼬박 24시간을 잤어요. 그렇게 곤하게 자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이제 좀 어때요?
나는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대답하기 싫다는 뜻이었다. 그런 나를 본 카밀라는 조용히 방에서 나갔다.
나는 무척 혼란스러웠다. 반 헬싱이라는 나의 성이 특별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반 헬싱 가의 남자들은 꼭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이상하게도 그는 별 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지만, 의사가 되었다. 그저, 운이 좋아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친구들이 브람 스토커의 소설에 나오는 반 헬싱을 아느냐고 물을 때마다 그저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은 분명 이상한 일들이었다. 카밀라, 그래, 저 여자. 보기에는 가냘퍼 보이는데 분명 내 눈앞에서 그 남자를 들어 날려버렸다. 게다가 믿기 어렵지만 분명 벽을 기어올랐고 날아다녔다. 그리고 셰리. 분명 나에게는 카밀라를 모른다고 했었다. 그런데 나중에는 그녀의 말에 순순히 복종하지 않았는가. 분명, 뭔가 음모가 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너무 머리가 아팠다. 나는 일어나 물 잔을 들었다. 누군가 방문에 노크했다. 내가 들어오라고 하자 문 틈으로 셰리가 얼굴을 내밀었다.
-셰리... 설명 좀 해봐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그저 보시는 대롭니다...도련님.
셰리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는 갈아입을 옷만 내려놓고 사라졌다. 나는 화가났다. 나는 일어나 욕실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고딕 풍으로 꾸며진 욕실 안에서도 장미향이 났다. 샤워기를 틀었다. 시원한 물이 쏟아졌다. 상큼한 물냄새. 기분이 조금 좋아지는 것을 느낀 나는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었다. 밖으로 나오니 카밀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이네요, 기분이 좀 좋아진 것 같아보여요.
-보이기만 그러겠죠. 난 달라진 게 없습니다. 여전히 불쾌하고 짜증나고 황당할 뿐이니까.
나는 내뱉듯이 말을 하고는 침대 아래에 굴러 떨어져있는 담배를 주워들었다.
-설마 집안에서 금연은 아니겠죠?
-금연이지만, 당신만 특별히 눈감아주죠.
-아이구, 황송하옵니다.
나는 비꼬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담배 연기가 들어가자 좀 안정이 되는 듯했다.
-우선, 한가지 만 물어봅시다. 도대체 당신 정체가 뭡니까?
나는 담배연기를 내 뱉으며 한결 여유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글쎄요. 우선, 반 헬싱 가문 남자들의 운명부터 깨닫는 것이 먼저일 것 같은데요, 닥터 반 헬싱?
-말도 안돼는 소리 말아요. 내가 뱀파이어 헌터라도 된단 말이오?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는 하지 말고.
내 말에 카밀라는 살짝 웃어보였다.
-나와 함께 어디 좀 갈래요?
나는 그녀의 말에 일어섰다. 적어도, 이 궁금증에서 벗어나는 게 먼저였다. 나는 방을 나와 붉은 카펫이 깔려있는 복도를 지나 대리석으로 장식된 계단을 내려갔다. 내가 있던 방은 3층이었는데, 2층에는 커다랗고 넓은 홀이 있었다. 그 홀에는 열 명정도 되는 사람들이 앉아 이야기를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나를 보자 다들 수군대기 시작했다. 뭐라고 수군대는 지 알 수는 없었지만,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왜 다들 나를 보고 저러는 거지?
내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카밀라가 말했다.
-당신은 당신 아버지를 너무 닮았어요. 아마 당신 아버지 생각이 나서 그랬겠죠.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 아버지를 안단 말입니까?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 가문 사람들에게 반 헬싱은 특별한 사람으로 기억되지요.
그녀는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보였다. 사람들 역시 그녀에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얼떨결에 나도 그들에게 목례로 인사를 했고 그들의 수군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일층 거실과 식당을 지나 지하실로 나를 인도했다.
-이 곳은, 우리 가문 사람들의 작은 도서관이죠.
계단을 내려가며 그녀는 자부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벽에는 오래된 듯한 벽화들이 가득 그려져 있었다. 가까기 가서 보니 하나같이 뱀파이어에 대한 신화를 그림으로 그린 것들이었다.
도서관 문이 열리자 책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그 규모에 놀란 나는 발을 헛디뎌 비틀거렸다. 엄청난 양의 책들이 빼곡히 차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발을 뗐다. 얼마나 된 건지 시대를 알 수 없게 오래된 고서부터 현대 소설에 이르기까지 왠만한 도서관 부럽지 않은 장서였다.
-엄청나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카밀라가 말했다. 그녀는 어디선가 오래된 양피지를 들고 있었다.
-이걸 좀 보겠어요?
-라틴어인가? 난 잘 모르겠는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그녀가 해석을 해주기 시작했다.
-아브라함 반 헬싱은 드라큐르 백작 블라드 테페스와 다음 사항에 대해 합의한다. 두 가문은 앞으로 어떤 살육도 금할 것이며 공동의 적을 멸하기 위해 연합한다. 이에 서명함. 아브라함 반 헬싱. 블라드 테페스.
반 헬싱--레스타드 저택1
레스타드 저택..1
머리가 너무 아파 잠에서 깼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기는 한데. 나는 깨질 것 같은 머리를 감싸 쥐며 방안을 둘러보았다. 고딕 양식의 장식품들과 가구들. 짙은 자주색 커튼과 양탄자. 내 방은 아니었다.
-일어났나요?
어제 일어난 일이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녀가 웃으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카밀라였다.
-머리가 아픈가봐요. 물을 좀 마시겠어요?
그녀가 물 잔을 건넸다. 나는 물을 마시고 그녀를 올려다봤다. 부드러운 장미향이 내 코끝을 자극했다. 마치 장미 꽃밭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장미향.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불가리아 산 장미유에요. 향이 진하죠. 조금만 뿌려도 방안에 가득하죠.
그녀가 물 잔을 나에게 받으며 말했다.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당신, 꼬박 24시간을 잤어요. 그렇게 곤하게 자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이제 좀 어때요?
나는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대답하기 싫다는 뜻이었다. 그런 나를 본 카밀라는 조용히 방에서 나갔다.
나는 무척 혼란스러웠다. 반 헬싱이라는 나의 성이 특별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반 헬싱 가의 남자들은 꼭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이상하게도 그는 별 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지만, 의사가 되었다. 그저, 운이 좋아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친구들이 브람 스토커의 소설에 나오는 반 헬싱을 아느냐고 물을 때마다 그저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은 분명 이상한 일들이었다. 카밀라, 그래, 저 여자. 보기에는 가냘퍼 보이는데 분명 내 눈앞에서 그 남자를 들어 날려버렸다. 게다가 믿기 어렵지만 분명 벽을 기어올랐고 날아다녔다. 그리고 셰리. 분명 나에게는 카밀라를 모른다고 했었다. 그런데 나중에는 그녀의 말에 순순히 복종하지 않았는가. 분명, 뭔가 음모가 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너무 머리가 아팠다. 나는 일어나 물 잔을 들었다. 누군가 방문에 노크했다. 내가 들어오라고 하자 문 틈으로 셰리가 얼굴을 내밀었다.
-셰리... 설명 좀 해봐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그저 보시는 대롭니다...도련님.
셰리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는 갈아입을 옷만 내려놓고 사라졌다. 나는 화가났다. 나는 일어나 욕실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고딕 풍으로 꾸며진 욕실 안에서도 장미향이 났다. 샤워기를 틀었다. 시원한 물이 쏟아졌다. 상큼한 물냄새. 기분이 조금 좋아지는 것을 느낀 나는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었다. 밖으로 나오니 카밀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이네요, 기분이 좀 좋아진 것 같아보여요.
-보이기만 그러겠죠. 난 달라진 게 없습니다. 여전히 불쾌하고 짜증나고 황당할 뿐이니까.
나는 내뱉듯이 말을 하고는 침대 아래에 굴러 떨어져있는 담배를 주워들었다.
-설마 집안에서 금연은 아니겠죠?
-금연이지만, 당신만 특별히 눈감아주죠.
-아이구, 황송하옵니다.
나는 비꼬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담배 연기가 들어가자 좀 안정이 되는 듯했다.
-우선, 한가지 만 물어봅시다. 도대체 당신 정체가 뭡니까?
나는 담배연기를 내 뱉으며 한결 여유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글쎄요. 우선, 반 헬싱 가문 남자들의 운명부터 깨닫는 것이 먼저일 것 같은데요, 닥터 반 헬싱?
-말도 안돼는 소리 말아요. 내가 뱀파이어 헌터라도 된단 말이오?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는 하지 말고.
내 말에 카밀라는 살짝 웃어보였다.
-나와 함께 어디 좀 갈래요?
나는 그녀의 말에 일어섰다. 적어도, 이 궁금증에서 벗어나는 게 먼저였다. 나는 방을 나와 붉은 카펫이 깔려있는 복도를 지나 대리석으로 장식된 계단을 내려갔다. 내가 있던 방은 3층이었는데, 2층에는 커다랗고 넓은 홀이 있었다. 그 홀에는 열 명정도 되는 사람들이 앉아 이야기를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나를 보자 다들 수군대기 시작했다. 뭐라고 수군대는 지 알 수는 없었지만,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왜 다들 나를 보고 저러는 거지?
내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카밀라가 말했다.
-당신은 당신 아버지를 너무 닮았어요. 아마 당신 아버지 생각이 나서 그랬겠죠.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 아버지를 안단 말입니까?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 가문 사람들에게 반 헬싱은 특별한 사람으로 기억되지요.
그녀는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보였다. 사람들 역시 그녀에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얼떨결에 나도 그들에게 목례로 인사를 했고 그들의 수군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일층 거실과 식당을 지나 지하실로 나를 인도했다.
-이 곳은, 우리 가문 사람들의 작은 도서관이죠.
계단을 내려가며 그녀는 자부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벽에는 오래된 듯한 벽화들이 가득 그려져 있었다. 가까기 가서 보니 하나같이 뱀파이어에 대한 신화를 그림으로 그린 것들이었다.
도서관 문이 열리자 책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그 규모에 놀란 나는 발을 헛디뎌 비틀거렸다. 엄청난 양의 책들이 빼곡히 차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발을 뗐다. 얼마나 된 건지 시대를 알 수 없게 오래된 고서부터 현대 소설에 이르기까지 왠만한 도서관 부럽지 않은 장서였다.
-엄청나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카밀라가 말했다. 그녀는 어디선가 오래된 양피지를 들고 있었다.
-이걸 좀 보겠어요?
-라틴어인가? 난 잘 모르겠는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그녀가 해석을 해주기 시작했다.
-아브라함 반 헬싱은 드라큐르 백작 블라드 테페스와 다음 사항에 대해 합의한다. 두 가문은 앞으로 어떤 살육도 금할 것이며 공동의 적을 멸하기 위해 연합한다. 이에 서명함. 아브라함 반 헬싱. 블라드 테페스.
-이게 무슨 말인지?
-소설에 나오지 않는 그 뒷 이야기이죠.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