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16. 할아버지에게 안부 전해줄께

무늬만여우공주2004.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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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할머니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하는 일이 샤워하고 머리에 구리푸인지 구르푸인지 마는거다. 집집마다 아침에 구르푸 만 할머니들이 청소하고 화초에 물을 준다. 집에서도 우리네처럼 그렇게 편한 옷을 입고 지내냐? 절대로 아니다. 집에서도 뾰족구두에 허리띠까지하고 화장도 이쁘게 하고 어디 사무실에서 일하는 옷차림으로 지낸다. 어떻게 그렇게 생활 할 수 있는지 신기했지만 그네들은 그게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살아왔길래 맨발에 편한 옷차림으로 뒹구는 한국인들이 이상하게 보인다했다.

요새 한국 아줌니들은 안그런지 모르지만 암튼 내가 아는 한국 여느 아줌마들은 집에서 푹 퍼져 지낸다. 그리고 집에선 편한 옷차림으로 지내는게 더 좋은거 아닐까 싶다. 나도 집에 일단 오게되면 맘부터 편해져서 편한 옷 찾게되고 컴퓨터에 앉아도 거의 누운 자세로 모니터를 쳐다보게 되니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부다.

그 할머니들은 구르푸를 정성스럽게 말아가지고 오후에 어딜가냐. 바로 우리 가게를 온다. 그들은 하루종일 갈 데도 없으니 그렇게 이쁘게하고 우리 슈퍼마켓에 와서 영화배우처럼 우아하니 폼재며 물건을 고르고 타고난 곱슬머리를 구르푸로 이쁘게 정리한 머릴 내가 감탄을 자아내며 칭찬하면 얼굴에 화색이 만면하며 좋아죽는다.

늙은 할어버지 할머니가 손잡고 가게에 잘 오는데 왜그렇게 늙어서 다정하게 지내는지 한국 할아버지들은 보고 배워야한다. 빨간 루즈로 단장한 할머니를 금이야 옥이야 이뻐하며 데리고 와서 같이 떨리는 손으로 싸디 싼 과자를 고르며 이 과자가 저번에 먹어보니 훨 맛있다고 다투기도하고 그러다 두 가지라도 고를라치면 돈이 모자라기 일쑤라 역시 할머니 주장대로 할머니가 좋아하는 걸로 사간다. 늙으면 여자가 힘이 쎄진다고 하드만, 한국도 역시 할머니들 입김이 더 쎄지는거 같든데....여기 아르헨티나 할아버지들도 늙었으니 버림 안받으려면 그케 잘하나? ㅋㅋ

요새 한국에서 이사갈 때 40넘은 아저씨들은 이삿짐 트럭에 얼른 올라타있지 않으면 쓰던 빗자루랑 같이 버림받을 수 있다카든데...에거 슬픈 유머여~

그렇게 손잡고 다정하니 오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혼자 오면 그건 비상신호다. 크게 아프지 않으면 뭔일 난거니깐.

한번은 나랑 친하게 지내던 그 포도주 할아버지가 안오고 그 할머니만 왔다. 그 할머니는 자주 안오고 주로 할아버지가 슈퍼 심부름을 하는거 같았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그 할아버진 안오시고 할머니만 오길래 물어봤다. 그 할아버지 어디 편찮으시냐고....

그 할머닌 길고도 길게 설명하며 아프다는 걸 말했다. 그 외로웠던 할머닌 내가 물어봐주는게 고마워서 어디가 어떻게 아프고 약은 무얼 사다먹었는데 뭐가 잘못돼서 어떻게 다시 병원에 실려가고 거의 삼십분에 걸쳐서 설명했다. 아 모리아포.

할아버지 경과가 궁금해서 며칠 지나서 다시 물어봤다.

에거.....뭐라고 말은 했는데....어려운 말이라 못알아들었다. 그때만해도 스페인어 실력이 형편없던 때라...그저 눈치로 때려맞추는 부분이 많았다. 할머니 심란한 얼굴과 눈물이 글썽한걸 보니...그리고 내가 물어주는걸 굉장히 고마워하는 걸 보니..... 할아버지한테 뭔 일이 생겼는데...아무래도 더 편찮으신 모양이다.

이주정도 지나서 다시 물어봤다. 그 할머니.....이젠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로 말했다.

"할아버진 죽었어."

헉...난 너무 당황했다. 그리고 너무 미안했다.

맨날 웃으며 그렇게 포도주를 사가시더니....가슴에 찬바람이 휭~하고 지나갔다.

그 할머니 손을 잡고 미안하다고 했다.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내가 그 돌아가셨다는 말과 죽었다는 말이 있는데.........그 '화제시오' 란 돌아가셨다는 말을 못알아먹어서 .....에혀...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 뒤로 맨날 할아버지 오던 시간만 되면 손을 덜덜 떨며 기분좋게 인사하고 들어오시던 할아버지가 생각나서 몸을 움츠리게 되었다.

이 나라 애들은 또 이상한 관습이 있는데 화장한 식구들의 뼈를 집안에 갖고 있는거다. 그 할머니도 그렇게 자기 침실에 갖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늘 할아버지와 같이 지내는거같단다.
아.....무셔.
머리가 삐죽선다. 아무리 사랑했어도 그 화장된 뼈랑 있으면 무서울꺼같다.

그런 할머니의 말을 듣고나선 그 할머니가 괴기 영화의 주인공처럼 보였다. 그 할머닌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끔 뜻도 없이 내게 말했다.

"할아버지에게 안부 전해줄께"

으......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