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17. 모텔비는 네가 냈어야지

무늬만여우공주2004.09.15
조회2,887

우리 가게 휘암브레로 (햄을 파는 곳을 관리하는 사람)를 새로 들였다. 정육점 성규씨가 그 일까지 도와서 했는데 아무래도 손이 딸려서 새로 직원을 채용했는데 이 넘이 여간 능구랭이가 아니다. 실실 웃으며 하라는 일을 제대로 안하는거같다. 암튼 시간나면 들어가서 계란을 신문지로 싸라는데 안싸놓아서 내가 부리나게 싸가지고 와서 팔아먹기 일쑤다.

생긴거 하나 믿고 그러는지 생긴건 그야말로 디카프리오다.

그래서 그런지 갑자기 우리 가게에 멋쟁이 아줌마들 손님이 많아졌는데, 그 아줌마들 어찌나 멋을 부리고 향수를 진하게 뿌리고 오는지 골이 찡할 때가 다 있다. 게다가 그 아줌마들은 주로 햄을 많이 사가는데 갑자기 뭔 햄을 종류별로 사가질 않나 치즈도 종류별로 사가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거리는게 아닌가. 뭐 장사 잘되는건 좋지만 그래도 눈꼴 신건 신거다.

휘암브레로랑 유독 친하게 오래 수다 떨다가 가는 아줌마가 셋이 있었는데, 어찌나 그 녀석에게 애교를 부려싸가며 수다를 떠는지 카운터에 앉아서 그거 쳐다보는 재미로 살 때가 많았다. 그래도 그 녀석 그렇게 문어다리로 아줌마들을 사귀면서 요령이 있는지 어케 안겹치고 잘 지냈다. 갈 때 키스도 진하게 하고 가는 아줌마도 있었고, 아휴.....저 집에 전화해서 아자씨한테 찔러버려?

암튼 그걸 보며 정육점 성규씨와 난 걔네들 흉보기 여념이 없었고, 또 어느 여자가 젤루 난지 점수도 매기기도하고, ㅋㅋㅋ

어느 날 한 아줌마 울어서 얼굴이 팅팅 붓고 눈이 밤팅이 되어서 온거보니 뭔가 집에 큰 일이 난듯싶다. 그 휘암브레로 얼굴이 노랗게 변하드니 그 때부텀 그 아줌마에게 쌀쌀맞게 대하는게 아닌가. 쯔쯔...저 아줌만 짤렸구만.

가게 앞 집 사는 아줌마 조카가 시골에서 대학을 다니는데 이모네 다니러 왔단다. 몸이 안좋아서 쉬러 왔다고 하는데 병약한 얼굴에 청초한 소녀티가 완연하니 누가봐도 이쁜 애였다.

그 아이가 우리 가게에 심부름을 잘 왔는데, 그때부터 휘암브레로 행동이 달라졌다. 아줌마들하곤 별로 안친하게 대하고 그 아가씨에게 갖은 애교를 다 떨고 친절하게 대하는게 아닌가. 저런...쟤한테 자겁들어가는구나....그게 내 눈에 보이니 안타까웠다. 에거 아까워라. 저 아가씨가 아까우니 어째...그렇다고 그 휘암브레로 바람딩이라고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귀띔도 할 수도 없고, 그냥 안타까운 맘만 있지 지켜보기만했다.

그 순진한 시골 처녀는 그 휘암브레로에게 빠져드는거 같았다. 암튼 여자 후리는 재주는 있어가지고 솜씨도 좋아요.

어느날부턴가 그 아가씬 휘암브레로를 사랑스런 눈으로 쳐다봤고 둘은 헤어지면서 가벼운 키스도 나누게 되었으며 어느 날은 씨에스타 지나고 가게 문 열러오면 길 모퉁이에서 짝 달라붙어서 키스도 진하게 나누고 있는 장면도 목격되었다. 어휴~ 진도도 빨러.

그렇게 몇 주 지났는데 그 시골 아가씨가 울먹거리며 우리 가게를 하루종일 드나들었는데 그 휘암브레로 냉정하기 이를데 없었다. 참말로 그 이유가 궁금했지만 어케 물어볼 수도 없고, 혼자서 머리만 굴렸다. 왜그렇지? 왜그럴까? 뭔 일이 있었길래 그렇지?

나중에 성규씨보고 슬쩍 물어보랬더니 그 이유가 무진장 웃겼다.

그 전날 둘인 데이트를 했댄다. 극장도 가고 밥도 먹고 차가 있으면 좋으련만 그 휘암브레로 차는 없으니 드라이브도 못하고 걍 모텔에 가기로 했나부다. 근데 이 휘암브레로 주머니 사정이 별로 안좋으니 그 여관비를 그 시골 처녀에게 내라고 했댄다. 그 시골처녀 역시 주머니 사정이 별로 안좋은 애였는지 안낸다고 버텼대나...

모텔에 들어가기 무서워서 버틴건지, 아님 돈내기가 아까워서 버틴건지 모르지만 그 휘암브레로녀석 그 일로 삐져서 지금까지 저러고있댄다.
아휴 쪼잔한 넘.

그 일로 둘은 서먹하니 지내고 그 아가씬 더 초췌한 몰골로 시골로 도로 내려갔다. 그 뒤로 아줌마들이 더 성황을 이루며 들락거렸는데, 이상하게 햄에서 남는돈이 없는거다. 다시 계산을 하고 계산을 해봐도 돈이 모자라서 휘암브레로를 집중적으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햄은 여러종류가 있고 가격도 천차 만별인데, 손님이 원하는 햄을 얇게 기계로 잘라서 그걸 백그램 이백그램씩 파는거다. 근데 그걸 종이에 살짝 싸서 주는데 그 종이를 전자 저울에 올려놓고 몇그램 얼마 이렇게 적어서 내게 보내면 난 그 숫자대로만 돈을 받았었다.

그 휘암브레로를 의심하다가 어느 날 그 녀석하고 젤루 친하던 아짐 햄을 다시 열어봤다.
이런....
가격은 싸게 적혀 있는데 그 안엔 아주 비싼 햄과 비싼 치즈가 떡 들어가 있는게아닌가.
나삔넘. 날 속여먹었네.

그 자리에서 나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렇게 자르면 자기가 노동법에 호소해서 뭔 노동청에서 나올꺼라나.
하~!
웃긴넘. 그렇게 하라고 했다. 지가 잘못해서 짤리는 주제에 내가 사람 구하는게 어려워서 봐줬었더랬는데 그것도 모르고 뭐 고소를 해? 해라 임마.

고솟장 날라오기만 기다렸는데 안오고 그 뒤로 두 달 뒤에 다시 취직시켜 달라고 그 넘이 도로 왔다.
됐다고했다.
벨도 없는 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