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잘려 나락으로 떨어진 아저씨

숙자200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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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 잘려 생명을 잃어가고 있는 승원이 아빠를 살리는 길은

…아내의 외도와 어처구니없이 당한 사고로 시작된 불행

글 조숙자 / 사진 김석화

양손잘려 나락으로 떨어진 아저씨소설에서나 나올 성싶던 이런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 애간장을 다 녹이고 있다며 말문을 여는 이영철(43) 씨, 더 이상 이 세상을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이란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한참 활동해야 할 나이지만 이미 자신과는 먼 생활이 되고 말았다. 몸과 마음엔 죽음과도 같은 상처투성이로 이미 삶에 대한 미련을 잃은지 오래다.

그를 밑바닥 인생으로 끌어내린 것은 2년 전 아내의 외도에서부터 시작됐다. 좀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다며 한푼이라도 더 벌어 아이들 교육에 신경을 쓰겠다는 말로 시작된 아내의 직장생활. 처음에 이런 생각을 한 아내에 대해 이씨는 한없이 고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능력 없는 것에 대해 자책감을 지니고 있었을 뿐 내심 아내의 경제적 보탬이 든든하게 느껴졌다.

아들 승원(11)이와 딸 정희(8)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위해 엄마, 아빠가 고생하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많았지만 불평 한 마디 하지 않는 어린 효자, 효녀로서 잘 성장하고 있었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 공부를 시키려는 엄마, 아빠를 위해 밥이던 빨래를 스스로 해결하는 착한 아이들이었다. 좋은 뜻으로 시작된 승원 엄마의 사회생활에 점차 문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회생활을 한다는 핑계로 점차 귀가시간이 늦어지고, 살림을 등한시하는 등 알게 모르게 이상한 징조들이 승원네 가족들 사이에 하나둘씩 생겨났던 것.

매일 늦는 승원 엄마와 아빠 사이에 말다툼이 잦아졌고, 날이 갈수록 부부 사이가 멀어졌다.

아내의 이상행동을 눈치 채고 왜 매일 늦는지를 따지는 승원 아빠와 굳이 답변하기를 회피하는 승원 엄마, 둘 사이는 영원한 평행선을 긋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날도 아내가 늦자 집 밖에서 통화를 하던 중, 홧김에 언성이 높아졌고 급기야 아내에게 욕설을 해버렸다.

그런데 지나가던 낯선 남자가 이씨의 욕설을 듣고 자신에게 하는 줄 오해하고 뜻밖의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낯선 남자의 직업은 검도사범이었고 진검을 착용 하고 있었던 그는 이씨에게 칼을 휘둘러 양손을 절단하고 얼굴에도 깊은 상처를 내고 말았다. 어처구니 없는 이 사건은 당시 모든 매체에 보도되었다.


휴대폰 대화를 욕설로 착각, 칼부림 당해 양손 잘려

이 사건으로 이씨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봉합수술을 받았지만 단순히 손만을 붙여놓았을 뿐 전혀 움직이지 않는 장애자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문제는 1억7천만 원이 넘는 병원비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이씨가 모르는 사이에 아내가 5천만 원에 합의를 해버렸다. 합의금도 일시금이 아닌 분할로 받게 돼 그 바람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퇴원을 하게 됐고 병원비는 물론이고 생활비도 부족해 병원에 있는 이씨 모르게 아내는 빚을 내서 생활을 했다.

이런 와중에서 급기야 승원 엄마는 남편 이씨가 장애자가 돼 전혀 생계에 도움이 되지 않자 무정하게도 가족을 모두 버리고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던 동료와 눈이 맞아 가출을 해버렸다.
하루아침에 승원이네 가족은 죽음 같은 불행이 찾아들어 일순간 가정이 박살나고 말았던 것.

평소 아내의 외도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이씨, 설상가상으로 양 손목을 잘려 장애자가 됐고, 이런 최악의 상황을 이기지 못해 결국 가족을 버리고 떠나간 무정한 아내, 두 아이들과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 결국 엄마가 없는 승원이네 가족은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술에 의지한 채 노숙자로 지내기도

이씨는 두 손을 전혀 움직일 수 없어 일을 할 수 없게 돼 졸지에 극빈자가 돼버렸고, 이런 상황을 비관해 노숙자로 전락해 술로 시간을 허비하고 결국 자살도 어러번 시도했다. 그러나 어린 아이들을 향한 본능적인 끈질긴 부정 때문에 결국 엄마도 없이 불쌍하게 사는 아이들 곁으로 돌아왔다. 생활이란 것이 마음만으로 되지 않는 것.

아내 없는 빈 자리를 아이들 둘과 함께 지키며 살고 있지만 잘려 나갔던 두 팔로 인해 당뇨병이 합병증으로 와 살이 썩어 들어가고 있어 하루빨리 치료를 해야 하나 병원비는커녕 먹고 살 길도 막막한 실정이다. 제구실을 못하는 두 팔을 매단 채 살고 있는 승원이 아빠. 그리고 아무런 희망도 없이 불쌍한 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 두 아이들. 이 가정에 연말연시를 맞아 작은 희망의 불꽃이 일어나도록 뜨거운 사랑을 기다려 봅니다. 더 늦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