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삶 속에서...)

들국화2004.09.15
조회903

 

살아가면서..................(삶 속에서...)

 

   살아가면서..................(삶 속에서...)살아가면서..................(삶 속에서...)

 

지난 금요일엔 해마다 가을이면 늘 버릇처럼 되풀이 되는 국화 화분

서너 개를 베란다에 사들여 놓았다. 꽃망울을 몇 개 터뜨린 화분도 있고,

겨우 꽃망울만 생겨 꽃을 보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화분도 두 개 있다.

 

 

값비싼 옷이나  보석엔  난 욕심이 없다. 또한 할머니가 해 주시던 구수한

된장찌개와 무쇠솥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위에 쪄낸 호박잎 쌈을 좋아하고,

메주콩을  무르도록 푹 삶아서 따뜻한 온돌방 아랫목에 몇 겹의 이불을 덮어 

실이 줄줄 늘어날 정도로 잘 띄운 메주콩을 절구통에 적당히 찧어서 구수하게

끓인 청국장을 좋아하는 나 이기에....

 

일류 요리사가 해 주는 어떠한 음식에도 역시나 욕심이 없다. 하지만,

이맘 때 가을이면 늘 국화 화분에 몇 개에 욕심을 부린다.

그래서 만 오천 원이 채 안되는 작은 돈으로  나의 눈과 코와 마음은  

가을 내내 국화 향기과 국화꽃을 마주하는 호강을 한다.

 

 이제 겨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는 화분에 코를 대고는 국화 향기를 

조금이라도 일찍 맡아보고 싶은 설레는 마음에 킁킁거려도 보고 

한 번 더 바라보게도 된다.

 

 

나는 뿌리가 없는 꽃다발 보다는 뿌리 채 화분에 심어 있는 꽃 선물이 더 좋다.

비록 보잘 것 없고 값이 훨씬 쌀지라도 초록빛의 잎과 함께 꽃을

오래도록  볼 수 있는 화분을 안겨 주는 사람이 참 좋다.

 

 

그날 저녁 그이는 동료들과 회식이 있는 날.

주 5일제가 실시된 다음부터는 부쩍 술자리가 많아짐을 느낄 수 있어 

건강이 염려되고, 혹시나 술이 거하게 취해서 아침 출근용으로 타고 다니는

자전거를 타고  오지 않을까 싶어  걱정스런 마음에 전화를 했다.

 

다행이 자전거는 회사에 두고 술을 마시러 갔다는 말을 듣고는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어 잘 놀다 오라며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7시쯤 되었을까..그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이: 나 지금 2차 갈려고 나왔는데... 지금 여기서 몰래 도망쳐서

집에 가면 뭐 해 줄 거야?

 

나: 글쎄....뭐 해주지? 해 달라는 거 다 해줄게..(그이가 술자리에서

그렇게 빨리 집으로 돌아 올 리가 없으니까....)

 

 그이: 그래? 그럼 나 지금 금방 달려간다.

 

나: 응~~알았어......(전혀 못 믿으니까 지나가는 말투로 건성으로 대답한다.)

 

그런데 잠시 후 7시 반도 채 안되었는데 벨소리가 들린다.

그이가 적당히 취기가 돈 모습으로 빙그레 웃으며 현관 앞에 서있다.

그런 그이를 보고 난 얼떨떨한 모습으로 자기가 정말 웬일이야?

신기하네... 벌써 오다니..내일은 해가 아무래도 서쪽에서뜨려나보다...

라고  말했다.

 

 

그이는 해 달라는 것 다 해준다고 해서 일찍 왔으니 지금 소원이 호프집

가서 나하고 술 한 잔 더 하는 거란다. 그이는 주 5일제 근무 덕에 이틀을

내려 쉬니 금요일 밤이 더 없이 느긋하고 느긋할 수밖에...

 

 

큰 녀석이 아직 학원에서 돌아오지 않은 터라  녀석이 돌아오는 것만 보고

가자고 그래도 그이는 녀석들이 이젠 그만하면 다 컸다며 아기마냥

막무가내로 조른다. 저녁은 먹고 갔으니 녀석이 돌아와도 손이 갈 일은

없지만....  

 

 

그이는 막둥이 녀석에게 엄마아빠 데이트 다녀올 테니까

집 잘 보고 있어~라며 현관을 나서고, 난 막둥이 녀석에게 형아 올 시간되면  

엄마가 전화 할게...라는 말을 남기고  그이를 따라 나섰다.

 

이젠 두 녀석들도 많이 컸는지 엄마 아빠가 나가도 따라나서려고

하지를 않는다. 녀석들은 요즘 데려 간데도 꽁무니를 빼는 실정이다. 

 

 

호프집에 도착해  소주 한 병 시키고 난 국물 있는 오뎅을 안주로...

그이는 매콤한 닭발을 안주로 시켜 놓고  온통 회사에서 일어난  

이 얘기 저 얘기를 쏟아 놓으며 마냥 신바람이 나서 즐거워한다.

그이는 월급날만 되면 더 대접받기를 바란다.

 

 

오늘이 바로 그날....그이는 오늘 같은 날은 내게 꼭 자기 자랑을 한다.

자기가 남보다 월급이 이삼십은 많이 탄다고....나도 그것은 인정을 한다.

하지만 내가 표현을 별로 안 해주니 애교가 많은 그이는 스스로

내 앞에서 자신을 치켜 세운다.

 

그이의 그런 모습에서 나는 마치 오랫만에 받아쓰기 100점 맞아 온

초등학생  아들이 엄마한테 자랑을 하는 듯이 느껴진다.

내가 별로 가지고 있지 않은 애교를 그이는 그걸 가지고 있어  참 좋다. 

 

 

난 그런 그이에게 그래~~~ 자기는  대단해..역시 누구에게 뒤지는 건

절대 못 견디는 사람이니까 일 욕심도 많지...수고했어..하면서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일찍 도망쳐서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그이 휴대폰은 동료들의 전화로 불이 났었단다. 몰래 빠져나갔다고

전화를 해서는 출근하면 얼굴도 안 볼 거라며 협박을 했다나...

 

그런 동료에게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지금쯤은 어디서 무얼 할까

궁금한지 전화를 해 본다. 지금 어디냐는 친구 물음에 그이는 응~~그냥

계산동에 있는 아는 술집이야.. 응~~~여기서 혼자 마시고 있는데

곧  집에 들어 갈 거다.

 

얌마~!  실컷 재미나게 놀아라...하면서 내게 짖굿게  찡긋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장난스레 전화를 끊는다. 난 그런 그이가 동료들과 어울려 놀고 싶고

또 동료들에게 밉상을 받지나 않을까 싶은 염려스런 마음에  다시 가고

싶으면 가 봐..라고 말했지만, 그이는 나와 같이 지내는 이 시간이  더

즐겁다며 콧노래를 부른다.

 

 

그이는 나와는 반대로  배짱도 두둑하고 누가 뭐라고 해도 절대 기죽지

않으며  모든일에 적극적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그런 그이의 모습이 참 좋다.

동료들과 선배들은 그런 그이한테 사막 한 가운데 내려놔도 살아갈

사람이라고 한다.

 

 

밖에서 동료들과 어울려 먹는 술은 영 조정이 안 된다며, 당신과 먹으면 많이

취하지도 않고 기분도 이렇게 딱 좋은데 왜 밖에서만 먹으면 그렇게 많이

취하는 건지 모르겠어...라고 말을 한다.

그런 그이에게  대놓고 고맙단 말은 안했지만, 고마워하는 내 마음을

그이도 알까나....

 

 

두어 시간 앉아서 먹은 게  오뎅 사천 원, 닭발 사천 원, 소주 한 병 삼천 원  

합이 만 천원 밖에 안 되어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는데 도저히 카드를

못 내 놓겠다.

 

그곳에 손님도 없었지만 오래 머문 게 미안하여

왜 우리가 먹은 게 이것밖에 안돼죠? 라고 주인에게 되물어 보니

안면이 있는 여주인은 빙그레 웃으며 더 시켜 드시지 그래요..라고 말을 한다.

 

 

그런 여주인에게  나는 더 마시고 싶은데 이 사람이 벌써 다른 곳에서 

마시고 왔거든요. 그래서 더 이상은 못 먹겠네요. 그이도 미안한 마음에

현금을 꺼내 계산을 한다.

 

그이는 한달을 열심히 일하고 댓가를 받는 월급날이 그렇게 행복한가 보다.

그런 그이의 마음을 사실 난 잘 이해를 못한다.

월급이라는 것을 받아 본 적이 없기에...

 

그이는 이런 날은 내게 제일 자랑을 하고 싶은지 자화자찬이 쏟아진다.

그런 그이의 모습에서 아내한테 인정 받고  사랑받고 싶은 모습이 보인다.

  

유난히 다른 달보다 월급이 많은 달은 어깨가 으쓱하기도 하고....이번 달이

바로 그런 달이다. 그동안 밀렸던 임금들이  다 우수수 쏟아져 나온 격이니....

 

 

집으로 걸어오는 10분도 안되는 거리... 그이는 줄곧  어깨동무를 하고

콧노래를 흥얼대며 나를 바라보며 아주 만족한 웃음을 개구지게 지어

보이더니  장난끼가 발동했는지 약간 음흉한 눈빛이 되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가며 내 가슴을 살짝  만진다.

 

그런 그이의 손을 얼른 기겁을 하며 떼어서 치우며.... 애인도 아니고 십년을

넘게 산 마누라인데 뭐가 그렇게 스릴있고  재미가 있냐며 쏘아대지만,

그이는 여전히 게슴츠레  느끼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그래도 난 자기가

좋은 걸 어쩌란 말 야....난 자기밖에 없어...라고 애교스럽게 말하며

어깨동무를 한 손아귀에 더 힘을 꽉 주며 내 어깨를 쥐었다 놓았다를 반복한다. 

 

 

집에 도착하니 10시가 채 안된 시간...큰 녀석은  상냥한 목소리로 엄마아빠

데이트 즐거우셨어요? 라고 말하며 웃는 얼굴로 우리를  맞는다.

 

베란다는 그이가 담배를 피우는 장소...들어오자마자 베란다로 향한다.

화분을 들여 놓았는데도 그곳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면서도 별 반응이 없다.

얼마를 주고 샀는지, 왜 샀는지 묻지를 않는다. 그이는 원래 내가 하는 일에

뭐라고 한 적이 없다. 그만큼 날 믿고 있는 걸까...

 

나는 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이의 등 뒤로 가서 두 손으로 허리를 감아

깍지를 끼고는 가만히 끌어 안고 몸을 기대고는...국화꽃 예쁘지? 이렇게

들여 놓으니까 좋지? 라고 물었다. 그이의 대답은 응~~뭔지 모르지만

그냥 베란다에  파란 잎이 많아서 좋다....라고 말을 한다.

 

 

비록 내가 바라는 대답이 아닐지라도  행복하다. 그이의 등에 몸을 기대니

따뜻한 그이의 체온이 고스란히 내 몸으로 전해옴을 느낀다.  

이게 사람 냄새나게 사는 것이고, 이게  살아가는 행복인 게지...

행복이 뭐 별다른 건가...많은 욕심 부리지 말자.....

 

이름모를 풀벌레 소리와 귀뚜라미 소리에

초가을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