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 시간에 늦어 미안한 마음으로 그 테이블로 다가갔다. 시계는 10분이 훌쩍 넘어 있었다. 둘은 무슨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지 테이블 곁으로 다가가도 모르고, 자신들의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한참 테이블 앞에서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웨이브의 그녀가 웃음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순간 멈칫 놀란 나는 뒤로 한발 물러서서 가볍게 인사를 했다. "혹시 오늘 3시약속이시죠?" "예...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어머, 시간이 10분이나 지나서 오셨네요. 안되겠는데요...오늘 찻값내셔야겠어요." "후후... 그러죠.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토요일이라 차가 많이 밀리더군요. 일찍 서둘렀는데도 이렇게 많이 늦었군요." 간단한 농담을 몇마디 건넨후 우린 서로의 자리를 찾아 앉았고, 자연스러운 대화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름은 '이미희'였고, 첫인상이 밝고, 쾌활한 딱 스무살의 아가씨였다. 옆에 있던 친구에 비해서 말도 많이하고... 나름대로 많이 노력하고 있는 듯 했다. 주선자라는 부담이었을까? 갑자기 웃음이 나서 그녀가 말 하는 중에 피식 웃고 말았다. "어, 듣는 태도가 불성실하시네...제 이야기가 그렇게 웃음이 나세요?" "아니, 아니예요. 계속 진행하세요. 신경쓰지 말고..." 거기서 그렇게 차를 마시고, 근사한 곳으로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녀의 이야기보따리는 아직도 바닥이 없는 듯 계속 됐고,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참 흐뭇했다. 같이 나온 친구들은 아직도 내숭인지 아님 맘에 안들어서 그런지 그녀의 이야기에 대꾸만 해줄뿐이었고, 그녀는 그럴수록 더 좋은 분위기를 만들려 애를 쓰는 듯 보였다. 어느덧 시간이 9시가 되어왔고, 그녀는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내려놓으면서 마무리를 하는 듯이 나를 보며 씩 웃어보였다. "오늘 즐거우셨어요? 저흰 모두 즐거웠는데... 혹시 저희만 즐거웠던거 아니였나 싶어요. 다음에 연락하기로하고 오늘은 여기서 헤어지도록하죠. 연락처는 적어 드릴께요. 메모지가 없나???" 그녀는 그렇게 마지막까지 좋은 인상으로 마무리하려 애썼고, 서로의 연락처를 작은 메모지에 적어주고 다음을 기약하자며 그렇게 뒤돌아섰다. 나와 동기들은 그곳에서 나와 작은 술집으로 발을 옮겼다. 오늘의 만남을 평가하려는 듯 싶었지만... 난 오로지 정식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그녀의 연락처가 참 궁금했다. 정식과 영규는 오늘 만남에 불만이 참 많은 듯 했다. 나는 일부러 말도 안하고 정식과 영규에게 많은 대화의 시간을 주었었는데... 자식들이 기회를 잡지 못했으니 말이다. 녀석들은 한동안 오늘 만남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저 좀더 기분이 좋아진 것뿐...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으니 말이다. 나도 그틈에 끼어 사이다를 한잔 쭉 들이켰다. 탄산기포들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사이 문득 그녀가 정식에게 준 연락처가 생각났다. 정식과 영규의 기분을 살피며, 은근히 연락처 얘기를 꺼냈다. "저기...저기 말이야. 아까 받은 연락처 좀 보여줘봐. 정식이 네가 가지고 있지?" "연락처? 맞아 내가 받았지...왜? 누굴 알고 싶은데? 왠일이냐... 여자를 목석같이 보던 네가..." "맞아, 저 자식 여자 만나는 것도 시큰둥하더만, 이번엔 제대로 필이 꽂혔나보네... 누구냐?" "말도 많다. 좀 보여줘봐... 자식들 궁금한 것도 많다..." 정식은 웃으며 메모지를 넘겨줬고, 난 빨리 그녀의 연락처를 다시 다른 메모지에 옮겨적은뒤 메모지의 일부에서 그녀의 이름을 잘라내버렸다. 그 모양새를 지켜보던 두 녀석은 더 크게 웃으며,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녀의 연락처는 저번 약속장소를 적어줬던 메모지의 번호와는 조금 달랐다. 흐뭇했다. 몇 년만에 내 마음에 들어온 여자를 만났다. 막내 여동생과 같은 나이의 앳띤 그녀... 무척 밝고, 쾌활하지만 어딘지 모를 이끌림이 있는 그녀를... 이제야 만났다. 집에 걸어들어오는 동안 계속 그녀의 생각만 했다. 그 짧다면 짧은 시간에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전부 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많은 이야기가 오갔음에도 그녀는 자신에 대한 많은 것을 숨기는 듯 했다. 하지만 나에겐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내마음이 이미 그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으니까...
그남자이야기-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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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늦어 미안한 마음으로 그 테이블로 다가갔다. 시계는 10분이 훌쩍 넘어 있었다. 둘은 무슨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지 테이블 곁으로 다가가도 모르고, 자신들의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한참 테이블 앞에서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웨이브의 그녀가 웃음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순간 멈칫 놀란 나는 뒤로 한발 물러서서 가볍게 인사를 했다.
"혹시 오늘 3시약속이시죠?"
"예...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어머, 시간이 10분이나 지나서 오셨네요. 안되겠는데요...오늘 찻값내셔야겠어요."
"후후... 그러죠.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토요일이라 차가 많이 밀리더군요. 일찍 서둘렀는데도 이렇게 많이 늦었군요."
간단한 농담을 몇마디 건넨후 우린 서로의 자리를 찾아 앉았고, 자연스러운 대화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름은 '이미희'였고, 첫인상이 밝고, 쾌활한 딱 스무살의 아가씨였다. 옆에 있던 친구에 비해서 말도 많이하고... 나름대로 많이 노력하고 있는 듯 했다. 주선자라는 부담이었을까? 갑자기 웃음이 나서 그녀가 말 하는 중에 피식 웃고 말았다.
"어, 듣는 태도가 불성실하시네...제 이야기가 그렇게 웃음이 나세요?"
"아니, 아니예요. 계속 진행하세요. 신경쓰지 말고..."
거기서 그렇게 차를 마시고, 근사한 곳으로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녀의 이야기보따리는 아직도 바닥이 없는 듯 계속 됐고,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참 흐뭇했다. 같이 나온 친구들은 아직도 내숭인지 아님 맘에 안들어서 그런지 그녀의 이야기에 대꾸만 해줄뿐이었고, 그녀는 그럴수록 더 좋은 분위기를 만들려 애를 쓰는 듯 보였다. 어느덧 시간이 9시가 되어왔고, 그녀는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내려놓으면서 마무리를 하는 듯이 나를 보며 씩 웃어보였다.
"오늘 즐거우셨어요? 저흰 모두 즐거웠는데... 혹시 저희만 즐거웠던거 아니였나 싶어요. 다음에 연락하기로하고 오늘은 여기서 헤어지도록하죠. 연락처는 적어 드릴께요. 메모지가 없나???"
그녀는 그렇게 마지막까지 좋은 인상으로 마무리하려 애썼고, 서로의 연락처를 작은 메모지에 적어주고 다음을 기약하자며 그렇게 뒤돌아섰다. 나와 동기들은 그곳에서 나와 작은 술집으로 발을 옮겼다. 오늘의 만남을 평가하려는 듯 싶었지만... 난 오로지 정식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그녀의 연락처가 참 궁금했다. 정식과 영규는 오늘 만남에 불만이 참 많은 듯 했다. 나는 일부러 말도 안하고 정식과 영규에게 많은 대화의 시간을 주었었는데... 자식들이 기회를 잡지 못했으니 말이다. 녀석들은 한동안 오늘 만남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저 좀더 기분이 좋아진 것뿐...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으니 말이다. 나도 그틈에 끼어 사이다를 한잔 쭉 들이켰다. 탄산기포들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사이 문득 그녀가 정식에게 준 연락처가 생각났다. 정식과 영규의 기분을 살피며, 은근히 연락처 얘기를 꺼냈다.
"저기...저기 말이야. 아까 받은 연락처 좀 보여줘봐. 정식이 네가 가지고 있지?"
"연락처? 맞아 내가 받았지...왜? 누굴 알고 싶은데? 왠일이냐... 여자를 목석같이 보던 네가..."
"맞아, 저 자식 여자 만나는 것도 시큰둥하더만, 이번엔 제대로 필이 꽂혔나보네... 누구냐?"
"말도 많다. 좀 보여줘봐... 자식들 궁금한 것도 많다..."
정식은 웃으며 메모지를 넘겨줬고, 난 빨리 그녀의 연락처를 다시 다른 메모지에 옮겨적은뒤 메모지의 일부에서 그녀의 이름을 잘라내버렸다. 그 모양새를 지켜보던 두 녀석은 더 크게 웃으며,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녀의 연락처는 저번 약속장소를 적어줬던 메모지의 번호와는 조금 달랐다. 흐뭇했다. 몇 년만에 내 마음에 들어온 여자를 만났다. 막내 여동생과 같은 나이의 앳띤 그녀... 무척 밝고, 쾌활하지만 어딘지 모를 이끌림이 있는 그녀를... 이제야 만났다. 집에 걸어들어오는 동안 계속 그녀의 생각만 했다. 그 짧다면 짧은 시간에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전부 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많은 이야기가 오갔음에도 그녀는 자신에 대한 많은 것을 숨기는 듯 했다. 하지만 나에겐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내마음이 이미 그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