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사람

서용현2004.09.20
조회911

내 나이 이제 마흔 여덟, 이제 곧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나는 싸이를 한다.

가끔 명절 때 술자리에서 만나는 고향친구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여기 싸이(싸이월드)이야기를 꼭 하게 된다.

그럼 대발 싸이월드에 존재에 대한 친구 녀석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렇다


가끔 아들방에서 컴퓨터로 고스톱을 치는 친구 “싸이가 뭐여? 새로 나온 고스톱사이트인가?”

농촌에서 농사만 짓고 컴퓨터 전혀 모르는 친구 “ 뭐여? 싸이코? 미친X? "

어렸을 때 공부 좀 해 서울에서 조그만 회사 다니는 친구 “ 야! 그것도 몰라. 동창회 사이트잖아! 동창회사이트! 너네도 좀 배워라!”

대부분 이런 식이다.


그래도 내가 이렇게 새로운 문화흐름인 싸이월드에 대해서 내 친구들보다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된 건 전적으로 다 우리 딸 덕분이다.


내 딸의 이름은 서지혜이다.

지혜롭고 현명하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라고 돌림자 따라 지덕이라고 지으시려는 우리 아버지와 크게 싸워 겨우 내 뜻대로 “지혜”라는 예쁜 이름을 지어줬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다 자기 이름처럼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사랑하는 우리 딸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세상에 어쩜 그렇게 잠이 많은지 내가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바로 우리 딸을 깨워서 학교에 보내는 것이었다.

겨우 녀석을 학교에 보내고 내가 일터에 나가게 되면 그 날 하루는 힘이 없다. 아침부터 딸과 대판 씨름을 하고 얼마나 에너지를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지 힘이 없다.

차라리 지혜라는 이름보다 지각이라는 이름을 지워줬어야 했을 것 같다.


그래도 나름대로 공부 한때는 열심히 노력해서 과외 한번안하고 학원도 다니지 않았지만 자신이 원하는 한번에 딱 대학에 들어갔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1년 전 간간히 엄마 아빠도 이제는 컴퓨터를 꼭 배워야 한다면 싫다던 우리 부부를 딸은 무서운 호랑이 선생님이 되어 스파르타식으로 컴퓨터를 가르쳤다. 한글타자연습부터 시작했는데 그 때는 왜 이렇게 손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헷갈리던지 지금 이렇게 느리게나마 타자를 치게 된 것도 너무나 신기할 따름이다. 그래도 딸이 가르쳐 준 워드며 인터넷은 내 생활에 큰 변화를 주었다. 언제나 정보라면 텔레비전에서만 접하던 내가 이제는 그 날 뉴스면 날씨며 모든 것을 전적으로 인터넷에 의지하게 됐다.

언제부터 타자를 어느 정도 하게 되서 딸에게 처음으로 인터넷을 배웠을 때는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었는지 하루 종일 딸 녀석 방에서 인터넷 하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그리고 이제는 그 모든 것이 나에 평범한 일상이 되었다.


올해 딸은 신입생으로 대학에 들어가 멀리 타지생활을 하게 되었다. 아직까지는 내 느린 타자로 딸애와 채팅을 하는 것은 무리고 가끔씩 녀석에게 이메일을 주고받는 정도였다.


그리고 어느 날, 딸 녀석이 오랜만에 집으로 왔다.

그 때 마침 내가 딸녀석방에서 재미있게 바둑을 두고 있었는데 딸이 갑자기 들어오더니

“ 아빠! 인터넷하세요? 응 그럼~ 이제 내가 정말 재밌고 새로운 사이트 알려드릴게요. 이것만 알면 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다 알 수도 있고 힘들게 메일 같은 거 안보내도 되요! ” 이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바로 궁금한 마음에 “그게 뭔데?”

딸녀석 웃으면서 “싸이요!”

“뭐? 싸이? 가수 싸이말이냐?

하하하! 딸녀석 웃으면서

“아빠도 역시 원시인이구나. 싸이요! 정확히는 싸이월드에요. 요즈음 내 친구아빠들도 다 이거하시던데 아빠는 이것도 모르고 에이! 아빠도 오늘 나한테 배워요!” 이러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처음 ‘싸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고 ‘싸이질’ ‘싸이월드’라는 것을 딸녀석에게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가끔씩 딸녀석이 보고 싶으면 싸이에 접속해서 녀석이 무슨 나쁜 일이 있나 혹여 공부는 안하고 술 마시고 놀기만 하나? 몰래 감시하고 있습니다.


가끔 녀석의 방명록에 충고도 해주고 글을 남기면 금세 우리 딸녀석 바로 삭제해 버리고

저한테 늦은 밤에도 전화를 해서 막 나물하더군요.


“아빠! 내 친구들이 보면 놀린단말야. 파파걸이라고. 다시는 남기지마세요” 하고 자기 말만 하고는 확! 끊더군요.


그럴 때마다 내심 얼마나 재미있고 화내는 딸모습이 귀여운지 모릅니다.

그리고 잘 안돌아가는 머리와 손으로 저에게 컴퓨터를 가리킬 때 화한번 안내고 차근차근 가르쳐 준 딸이 지금 너무나 고맙더군요. 그래서 가끔 만나는 내 고향친구, 술친구에게 컴퓨터 이야기만 나오면 저 혼자 신나서 잘난 척 하는 재미도 부릴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 저야 내 친구들이 곧 쉰을 바라보는 나이라 딸애처럼 재미있게 친구들이랑 잡담을 하고 사진을 올리는 것은 무리지만 딸 미니홈피에 들어가 녀석의 생활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재미있고 가끔 아내와 같이 보면서 웃기도 합니다. 딸녀석도 다 알고 있고요.^^


처음 녀석이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녀석이 얼마나 그립고 걱정이 되든지 하지만 이제는 절대 걱정하지 않습니다. 이 녀석 늦어도 하루에 한번씩 꼭 자기 싸이홈피에 들어와 친구들이 쓴 글에 댓글하고 그날사진도 올리니 이제는 꼭 녀석과 같이 사는 것만 같습니다.

한마디로 싸이월드가 저와 딸을 연결해주는 단단한 끈이 되었습니다.


저는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싸이월드라는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혜택을 보는 운 좋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딸애가 아니었으면 지금 원시인처럼 텔레비전 뉴스나 전화만 들고 있었을 테니까요. 이번 기회로 우리 사랑하는 딸에게 너무나 고맙다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자기 이름대로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이 되어 남에게 도움을 주는 그런 훌륭한 사람이 되 주길 바라고요.

마흔여덟에 딸 덕에 이렇게 흔히 말하는 싸이질 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지는 않겠죠? 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딸에게 이 말만은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사랑한다 지혜야. 너에게 남들과 같은 풍족함을 주지 못하지만 이 못난 아빠가 너를 사랑하는 것만은 이 세상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단다. 사랑한다. 우리 예쁜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