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

초보200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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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변함이 없었다. 내가 떠났던 3년전  여름과 지금의 여름은  여전히 덥고 여전히 짜증이 났다.

  전역증을 손에쥐고 위병소를 나서며 난 부대쪽을 30초쯤 뒤돌아보면서 내 2년 2개월간의 기억, 그 세월을 반추해 보았다. 그러나 그 기억은 오래 걸리진 않았다. 빨리 사라지자는 동기의 말에 상념은 끝내야 했지만 30초도 못잡아둔 부대가 미웠다.


군인이 되기 전까지는 소년기, 군복을 입고 지내는 청년기... 그리고 제대를 하고 나면 곧바로 매사에 크게 갈등하지 않는 장년기로 접어든다는 거야. 소년기에서 청년기로 넘어가는 가장 큰 특징은 사회적 관심에 눈을 뜬다는 거지. 근데,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이 처음으로 겪는 사회가 군대라는 거야. 군대에서 배운 사회생활이 한국 남자들의 평생을 지배한다는 거지.

버스에 오르다 내가 입대하기 전까지 영장도 안 나온 내친구가 한말이 떠올랐다. 이놈은 군 생활 얘기를 군대갔다온 사람보다 더 그럴싸하게 지껄였다. 하긴 우리가 하는말중에 우리가 제대로 알고나 하는 얘기가 얼마나 될까. 소년기에서 청년기로 넘어가는 가장 큰 특징이 사회적관심이라 했는데 내겐 별거 아니었다. 내친구의 말대로 라면 청년기였던 군인시절도 사회적 관심보다는 종교행사시간에 주는 초코파이가 내 구미를 당겼고, 누구 병장의 애인이 쭉쭉 쫙쫙이더라는 말들이 날 더 자극했다.

그치만 한국남자들이 첨 대하는 사회가 군대라는 말에  수긍이 갔다. 내가 처음으로 대한 사회에서 난 얼마만큼의 생활을 했는가는 정말이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일이었다. 달라진거 없이 이렇게 제대를 해도 되는 건지. 군인이 되기 전 난 뭘 어떻게 해야 할 줄 모르는 철부지였다. 언제나 난 공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나이는 스물 하나에 19이었다. 지금은 스물 셋에 19이었다.


내 고향 공주 이름은 공주인데 진짜 공주같이 생긴 앤 없었다. 아니 어쩌면 있을지도,, 단지 내가 만난 애들이 공주가 아닌 건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쓸 때없이 덩치만 큰 시외버스 터미널, 준공당시에는 충남에서 천안 다음으로 크다하여 날 공주 시민이란 거에 자긍심을 갖게 한 건물, 그 앞에 흐르는 금강.. 변함 없는 건 날씨만이 아니었다. 여전히 강은 흐른다. 예전에 누가 흐르는 강물을 보고 세월의 덧 없음을  한탄했다지..

금강이 고향 땅에서 처음 본거라 해서 내게 별다른 감회를 준건 아니었다. 단지 날 미소짓게 만드는 한 친구와의 우스운 기억이 있을 뿐이었다.

내가 엷 여덟이었을 시절에 정배란 친구는 한 여자를 사귀었는데 둘은 술을 마시고 금강공원에서 한차례 권투시합을 했다. 그 여잔 의부증이 심한데다가 악당에 가까웠다.

『야 새꺄, 너 어제 삐삐쳤는데 왜 전화 빨리 안했어!』

『그때 버스안인데 어떻게 전화를 해 이 썅년아!』

둘은 언성을 높이며 금강공원을 울렸다.

『그럼 내려서라도 전화를 해야지 이 개새꺄!』

『뭐 개새끼.. 이 씨발년이..』

퍽, 퍽 정배가 여자를 때린다.

『이새끼가 쳤어.

찰싹, 찰싹 뺨을 때리는 소리. 아무튼 별일도 아닌데 둘은 권투를 시작했고, 그 시절의 정배와 여자친구는 권투 할 일이 무척 많았다. 그렇게 해서라도 술로 찌든 육체를 회복하려는 건지는 모르지만 언제가, 친구 석일이가 둘이 싸우는걸 말리려다가 은영(그여자이름이 은영이다. 지금 생각났다.)이의 핸드백에 맞아서 눈이 시퍼렇게 멍들었다지 그이유가 아니더라도 난 말리고 싶지는 않았다. 싸움구경은 재미있는 일이니까.. 그러다 둘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얼굴이 파래지고 검어지고 옷은 찢기는 것은 사랑을 쌓아 가는 일이라며 화해를 했고 서로 사랑을 속삭이려 했다.

정배는 은영에게 자신을 사랑한다고 큰소리로 말하라며 은영일 못살게 굴었다. 아마도 내가 보는 앞에서 여자가 자신의 말에 복종하는걸 보여주고 싶어했나 보다 그러면서 금강다리로 가더니 너무나 자연스럽게 난간에 메달렸다. 말릴틈도 없이

『사랑한다고 해』

『빨리 말 안하면 나정말 손논다』

정말이지 정배의 표정엔 비장감이 돌았고 무거운 몸을 지탱하는라 캑캑대는 모습엔 정말이지 손을 놓을것만 같았다. 사랑한다다고 안해서가 아니라 몸을 지탱할힘이 없어서..갑자기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더컥 겁이났ㄷ. 씨발, 정밴 외아들인데..

『야 김은영 빨리 말해 이러다 너 애잡어.』

매달리느라고 지친 정배의 어깨를 내가 잡으며 말했다. 「오기가 있찌. 쩔대로 안올라가 싸랑한다는말 하기 흑. 전에 절때 안올라가」 정배의 말이다 술을 먹어서 유치해진건지 사랑을해서 유치해진건지. 내 친구는 말한마디에 목숨을 걸고 있다.

『이리와서 정배 얼굴 좀 봐 시뻘개졌어.』

그 말이 끝나자 무섭게 얼굴이 새햐애 졌다. 그제야 은영이는 겁이 났는지 조그만 목소리로 ‘사랑해’ 했다.

『더 크게!!』

『사랑해』

조금은 커진 목소리 그치만 내친군 이정도의 목소리엔 목숨을 걸지 않는다.

『안들려!!』

하며 왼팔을 놓았다. 여전히 잡고 있는 날 믿고 그랬는지-후에 그랬다고 내게 자백했다.  정말로 놓았다. 이럴 땐 친국를 도와주어야 한다.

『야 나도 이젠 정말 힘들어 힘 이 다 빠졌어.』

그러면서 난 얼굴에 힘을 주었다. 그러면 얼굴은 빨게 진다.

『사랑한다구! 이새갸 정말 사랑해 너 밖에 없어. 그러니까 빨리 올라와 정배야.. 흑흑흑』

지나가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에 간혹 보이는 둘의 얼굴은 눈물로 뒤범벅이 되어있었고, 둘은 서로 부둥켜 안고 울었는데 그후로 3년을 더 사귀었다.


금강을 건너며 옛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내가 군복을 입고 마지막을 미소 지은 게 이거 였다.


군모를 벗어 새장에 담고

새를 머리 위에 올려놓고

외출을 했더니

그래 이젠 경례도 하지 않을 것인가? 하고

지휘관이 물었다.

아뇨

경례는 이제 하지 않습니다. 하고

새가 대답했다.

아 그래요?

미안합니다. 경례를 하는 건 줄 알았는데

하고 지휘관일 말했다.

괜찮습니다. 누구나 잘못 생각할 수도 있는 법이지요하고

새가 말했다.

-쟈크 F-


정말로 자유지역이었다. 매일 아침 6시에 울리는 기상 나팔이 드리지 않았고 밥을 먹기 위해 연변장을구보할 필요가 없었고, 꼭 10시에 취침을 안해도 된 거였다. 잠자다 일어나서 부시시한 얼굴로 밥상을 대해도 혼나진 않는다. 핀잔을 들을 뿐이지.. ‘저놈은 제대한지 얼마나 됐다고 인제 있나? 있나 인석아. 밥 먹어.’ 엄마의 말이다.

『 원석아 이젠 너 물할거야.』

아버지의 말씀.. 몰라요. 그냥 공부나 할까 생각 중이에요.

『밤이나 주워』

형의 말이다. 그러지뭐.. 이제 좀 있으면 8월이 가고 9월이 찾아와 풍성한 수확의 계절을 맞이한다. 군인에서 농부로. 밤줍는 군인...


씨발 군에 다시온 느낌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군복으로 갈아입고 군화를 신고 군에서의 이등병에서부터 병장때까지의 나의 일과는 눈오기 전까진 낫들고 방화지대 구축이란 기치아래 열심히 풀을 벤거였고 겨울이 되면 도끼들고 고사목을 정리하며. 난 농부에서 나무꾼으로 나무꾼에서 농부로 전업(?)을 두 번씩이나 했다. 물론 간혹가다 훈련이랍시고 총들고 뛰어다닌 기억,  유일하게 구타가 허용된다며 우릴 기게 만든 사격, 태권도 한답시고 안 벌어지는 다리를 고참 둘이 내게 달라붙어 내 가랭이와 땅바닥을 일치시킨 곱지 않은 기억, 유격훈련장에서 1주일간 구르다 겨울이되면 혹한기훈련이랍시고 추위에 떤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건 일부분이었지만 방화지대구축은 전부였다.

예초기들고 낫들고 갈퀴들고 오와 열을 맞추며 군가를 씩씩하게 안 부르다 뿐이지,  군모에 군복에 군화에 예초기를 메고 있는 난 시간이 되돌려진것같았다.

내가 먼저 올라가서 밥이 많이 열린 나무 밑에 있는 풀을  모조리 베면 누나와 형과 동생이 거기 서 밥을 줍는다. 우리집은 예전에 배와 사과와 감과 밥을 했지만 지금 남아 있는 거라곤 밤과 감뿐이다. 초등학교 6학년때 아버지는 배와 사과나무를 모조리 베어 버리셨는데 과수원을 소작받은 사람과 돈문제로 다툰게 원인이었고  그후 그 사람들은 서울로 상경했다.

그 다음부터 농약한번 주지 않았고, 그렇게 8년쯤 되니까 풀이 내키보다 작은 풀은 거의 없었고 쓸모 없는 나무만 번식해 이젠 웬만한 밤나무와 비슷해졌다. 정말 우리밤은 100%우공해였다.

그렇게 9월을 보내고 10월을 맞이했는데 밤을 상회에다 내달팔때면 기분은 꽤 뿌듯했다. 그건 완벽한 노력을 댓가였으니


시간을 멍하게 보내지말자.

하루에 한시간 이상 책을 읽자.

굳모닝 팝스청취하자.

기타를 배우자. 별다른 취미생활이 없었던 난 틈만 나면 친구들과 어울려 술 만 퍼먹어서 악기를 하나쯤 다루고 싶었다.

이상의 것들이 내가 제대를 하면서 결심한 것들이지만 10월이 될때까지 책을 한권 호밀밭의 파수꾼-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다. 비틀즈의 멤버 존레논을 쏴 죽인 법인이 법정에서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날 심판할 자격이 없다고 재판을 거부했는데. 담당 판사는 이 책 읽기를 거부했는데 법적으로는 아무 하자가 없었다는 얘기에 걸맞게 깜찍한 책이었다. 을 읽은 것과 소양강처녀를 겨우 흉낸만 낸 것, 굿모닝 팝스를 3번청취한것뿐 아무것도 한게 없었다. 그러다 보니 10월이었다. 제대를 한 몇 달 앞두고 달력을 보니 1998년이었다. 내가 제대를 하는 연도 훈련병시절부터 기다려왔던 연도.. 기뻐해야 마땅할 텐데 전혀 기쁘지가 않았다 .그냥 내 인생중 2년을 누군가에게 빼앗긴 느낌. 난 21살에서 23살이 된것처럼 느꼈고 실제로도 그랬다.. 21살 6월부터 23살 8월까지 내가 밖에 있었던 건 겨우 50여일에 지나지않았으니까. 설령 밖에 있었다 하더라도 두두러지게 이렇다할 일을 하지도 못했겠지만 누군가에게 강탈당한 느낌은 들지 않았으리라고.. 남북으로 대치된 우리 나라를 처음으로 원망을 했었다. 그런데 그런 느낌이 다시 들어 우울해져 누군가에게 투정을 마구 부리고 싶었다. 술 마시고 되는대로 지껄리며 함부로 아무데서나 오줌을 내갈기고 싶었다. 내가 할수 있는일은 이것 뿐이라는 듯이 .. 그때 생각이나는 애가 미진이었다.


미진 고등학교때 만나 줄곧 사귀어오다 상병 말호봉쯤때 면회를 와서는 돌연 이별을 고했다. 내가 그 이유를 묻자 내가 너를 사랑하는것만큼 내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며 전화나 편지로도 충분히 할수 있는 것을 미진은 굳이 직접 찾아와서 얘기 했다. 내가 덜 충격받으라는 깜찍한 배려라곤 했지만 그일로 내가 충격받지 않을 거란걸 미진은 잘알고 있었다. 미진은 자신이없던 거였다. 내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아닌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골은 깊어가고 확인하고 싶었던 거다 자신이 이별을 고했을 때 내가 매달리기를 간절히 바라며 힘겹게 그 말을 꺼내고 돌연 무덤덤한 내 반응을 뒤로하고 돌아간 미진이의 심사는 어떠했을까? 미래를 약속하지 않는 남자에게 3개월 이상을 넘긴 여자는 없다지만 미진은 없는 여자중의 한명이다. 밥을 못먹고 라면으로도 꿋꿋이 살수 있는여자.  좋아하지만 잡지 않았다고 미진이를 좋아하지 않는건 아니다. 우리둘만의 비밀들  미진이가 얘기하지말라고 한것들 지금껏 함부로 주둥이를 놀려댄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게 끝난 사이였는데 우린 헤어진후에도 달라진게 없었다. 이젠 서로에게 질려서(서로 안좋아한다는얘기는 결코 아니다). 편지를 주고 받진 않았어도, 휴가 나오면 변함없이 술마시고 날 반겨 주었다. 오히려 내가 나와서 연락을 늦게 하면 화를 내곤 했는데 그이윤 날 아는 사람중에 자기가 제일먼저 알아야한다는게 그 이유다.

그렇게 난 미진이와의 관계를 유지해 왔고 미진 역시 나와의 관계를 유지해 갔다


『여보세요』

『거기 미진이네 집이죠 미진이 있어요』

『누나 병원 갔는데요』

『예 알겠습니다.』

전화를 걸때면 난 끔찍히도 예의가 좋아진다. 나보다 나이어린걸 알지만 전화상으로는 존칭을 쓰고 싶다.


『예 건강하세요. 금강 병원입니다.』

상투적인 인사말이 듣기좋은 여자의 목소릴 타고 흘러 나왔다.

『저.. 죄송한데요. 거기 박미진 간호사좀 바꿔주세요』

『어머 미진이 오늘 오프인데..』

『예?....... 알겠습니다.』

『실례지만 누구세요』

『세컨드요』

『예??』


오프라 근데 오프가 OFF인지 OPEN을 오프라한건지 갑자기 알고 싶어졌다. 아 그 간호사는 내 궁금증을 해결해 줄수 있을 것이다.

『예보세요』

『진우냐』

『어』

하면서 끝의 발음을 올리는 대답하는 진우는 친구에게 전화가오면 언제나 반갑게 말을 한다.

『나 석이... 뭐해』

『고스톱쳐』

『그래.. 그만 치고 나와라.』

『그러지 뭐. 어디로 나갈까.』

『사거리 오락실 8시에...』


오락실을 지키는 용 두 마리가 있는데 그게 뭔줄 알아? 그건 1인용과 2인용(龍)이래. 그럼 그 두 마리용과 대적할 만한 용이 있는데 그게 뭔줄아니? 그건 삐용(龍)삐용(龍)이란다. 그럼 삐용삐용과 싸우다 감옥간 용은 빠삐용(龍).. 어떤 여자애가 좀 웃으라며 내게 들려준 얘기.

과연 오락실은 용들의 세계(世界)였다. 들어서자 마자 삐용삐용이 맞아주고 앉아서는 1인용과 2인용이 반가워 했다. 반가워 하는 용들에게 정신없이 투자를 하다보니 8시 20이 다되어가는데 진우는 나올 생각도 없고.. 나와 진우는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친구였지만 우린 제대로 된 친구다. 아무리 술을 먹고 실수를 해도 미안해지지 않는 친구 술을 마시고 실수를 했다고해서 미안해지면 그건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내게 있어서의 유일한 친구.. 그치만 이럴땐 정말로 화가 난다.

『여보세요』

『야마. 왜 아직도 집에있어.』

『어. 매형이 오셔서 .. 한판더 치고 있어..』

진우는 매우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참 그리고 서양 만나기로 했는데 너 서양나 만나고 있어라.』

『뭐...』

약간 뜸을 들이다가 내가 말했다.

『내가 서양 만나서 뭐하냐..』

『왜. 뭐 어때 한번 왕이 되는 거야 게 친구랑 같이 있거든 여자 두명끼고 같이 있어..』

『싫어.. 솔직히 서양랑 친하지도 않은데...』

『그럼 어떻게 햇마. 매형 왔는데 기냥 나가냐..』

할말 없었다. ‘그치만 빨리 와야해..’

딸그닥 밖은 완전히 어두워져 네온싸인과 이제 야간 자습을 하러 학교에 가는 학생들이 각자의 방향으로 친구들과 소근대며 걸어가고 있었다. 서양은 내가 제대하고 처음을 만난 여자애였는데 꼭 생긴게 개그우먼(테마게임에 나오는 키좀 크고 눈작은 여자)처럼 생겼다. 눈작고 키작고.. 단지 가슴만 보통이 아니게 큰 그냥 보통 여대생이었다.

서양이 있는곳은 공주대에서 한 5분만 내려가면 있는 벤츠란 카페였다. 요즘은 업소명이 밴츠니 카즈믹이니 쎄쁜이지만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적만 해도 꽤 문학적이었다. ‘카뮈의 이방인’, ‘갈매기의 꿈’, 탁터 지바고‘...

그중에 갈매기의 꿈은 참 충격적이 소설이었다. 군대에서 읽은 몇안되는 책중의 하나인데 두께가 얇았고 괜히 궁금했다. 조나단 리빙스턴이란 인물에 대해 높이 나는 새가 멀리본다라는 말이 너무나 유명했기 때문에... 근데 충격은 리빙스턴이 사람이 아니라 갈매기라는 거였다. 책을 읽기 전에는 조나단을 고독한 지식의 표본처럼 생긴 사람인줄만 알고 그렇게 상상했었는데 갈매기였다. 그저 제목만 갈매긴 줄 알았는데 진짜로 조나단은 갈매기. 그것도 아주 높이나는 갈매기 종족들에게 추방 당하고 비행에 득도를 한 비행 갈매기.. 우리의 삶은 그저 먹기 위해서 존재해야 하는게 아니라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던 갈매기... 그 갈매기가 조나단 리빙스턴이다. 나쁜 리처드 바크...


벤츠란 곳은 식사와 가볍게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으로 내려다보기 좋은 2층이었다 안은 적당히 환했고 적당한 크기였다. 입구 바로 옆엔 카운터가 대각선 방향으로 있었고 그 앞엔 콘트라 베이스, 바이올린 2개가 가지런히 세워져있었다. 창가론 5개정도의 테이블.. 안쪽으론 7개정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벤츠에선 서양이를 찾는건 어려운일이 아니다. 입구에 서면 가게내부가 훤히 보이고 서양인 입구 정면에서 보이는 창가쪽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역시 여자가 하나 더있었다.

『안녕』

『안녕』

『야.. 너 오랜 만이다.』

서양이 친구로 보이는 여자가 나에게 아는체를 한다.

『나 알아요』

내가 반문하자 여잔 조금 무안한 듯이 웃었지만 실상은 전혀 무안해하지는 것처럼 보였다.

『미안해요 난 아는 사람인줄알고요』

이때는 정말 여자를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 여자를 만나면 뭘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수 가없다. 사랑하는 여자라면 마주보는 것만으로도 살맛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같이 자는 것 이외는 뭘 기대할까. 사실 남자는 여자를한번 안으려고 처음보는여자앞에서 광대가 된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술을 얼마나 더 많이 마시고 여자를 더 많이 품는게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많은 남자들은 헤매일까.

6인용쯤되는 테이블을 서양이와 친구는 차지하고 있었고 난 서양이 옆에 앉았다. 정면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보는 서양이친구는 미진이와 비슷한 구석이 참 많았다. 큰눈에 까만 피부에 주저않은코 비슷해보이는 키에 몸짓 따위.. 특히나 웃는 모습과 웃음 소린 너무나도 닮았다.

『안녕하세요』

서양이 친구가 한말이다.

『그래 인사나 해라 여기는 진우친구 김원석이라고 해 그래고 얜 내친구 윤해경이구』

서양이는 나와 친구를 번가르며 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좀전에 받은 인사를 답례를 했지만 사실 할 말이 없었다. 그치만 어색하게나마 침묵을 깨는 말은 필요한 법. ‘어디 살아요. 용인요. 용ㅇ인? 에버랜드 예 많이 갔봤겠네요. 그럼요. 서양이랑 친해요. 예 제일 친해요. 왜요. 이쁘잖아요. 서양이가 아님 그쪽이? 당연히 내가...’

『중증(重症)이네요.』

『제가 좀 병적(病的)으로 생겼잖아요』

이말은 분위기상 맞장구처준 해경이의 재치였다.

『얘 그만 말 놔라.』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서양이가 말을 했다.

『우리가 뭐 고삐리니?』

『고삐리가 아니니까 존대말을 하는거야. 군대도 갔다온 어른이 반말 찍찍할순 없잖아.』

『뭐 어때 나이먹는 것도 억울 한데 꼭 어른들처럼 말할 필요 있니. 젊은이 답게 살자구 어른답게 말구..』

느닷없는 해경이의 말로 난 무안을 당했지만 말을 놓게 되자 한결 대화하기는 편해졌다.

『야 근데 진우는 언제온대』

『너 아까 여섯시부터 기다렸잖아.』

『몰라. 꼭 이렇다니까 내가 맨날 기다려야해. 그리고 늦게 와도 미안하단 말 한마디도 안하는거아니?』

『몰라』

........

이런저런 일상의 따분함을 얘기 하다 자연스레 음담패설쪽으로 흘렀다.

『딸만 넷가진 한 엄마가 있는데 같은날 모두다 시집보내게 됐데. 엄마가 첫날밤이 걱정이 얼마나 되겠어. 그래서 전화오기를 기다렸는데 첫째 딸이 먼저 전화를 했지.』

『첫째딸이 뭐라고 했는지 아니?』

『몰라. 』

서양이와 해경이는 호기심에 가득찬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엄마 우리 그이는 그랜져야..』

『호호호』

『뭐??』

서양이는 웃고 해경이는 무슨소린지 몰라 했다.

『그러니까 그랜져가 우리나라 차종에선 제일크잖아..』

『아~~』

그제서야 해경이는 알 것 같아며 재미있어 했다.

『둘째딸은 우리 그이는 사발면이야. 』

『왜?』

『사발면은 3분에 OK잖아.』

『세째달은?』

『셋째딸은 우리그이는 레잔가야.』

『그건 알겠다. 소리없이 강하다구..』

『어 제법..』

『넷째딸은 통일호야.』

『통일호??』

이번엔 둘다 몰라했다.

『통일호는 하루 수시로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거든...』

까르르르르...

이때 난 처음으로 음담패설을 남자보다 여자가 더 좋아하는 걸 처음 알게 됐다. 보통남자들은 이런 얘기를들으면 그냥 그렇다는 듯이 시큰둥한 표정을 짓지 손벽을 쳐가며 좋아라 하진 않는다.


『너 진우랑 결혼할 생각있니?』

『응』

『그럼 결혼생활중에 중요한걸 10이라치면 성(性)이 차지하는 비유은 넌 어느정도야?』

『한 육?』

『육?』

『아니 칠팔 에이 몰라.』

『음.. 진우랑 결혼 할 생각이 있는거 보니까 진우가 거기에 관해선 만족을 해주나 보지?』

『뭐??』


그때 서양이말대로 미안하단는말은 하지도 않고 그냥 한번 씩웃어 보이며 진우가 왔다. 진우가 온 시간이 11시였으니까 난 거기서 3시간을 죽친거고 먼저온 서양이는 5시간을 죽친거였다. 해경이란 친구는 벤츠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친구 였다.

우린 술을 마시러 나가면서 해경이에게  오라고 했는데 난 꼭 오라고 했다.


『안녕』

나들이란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애를 난 알고 있다.

『또 술마시려고..』

『어.』

『어머 서양이 아니니』

『주연아 너 여기서 일하니』

『누구야』

『어 내 남자친구』

뒤따라 들어온 진우를 가리키며 지지배들은 한 일분쯤 수다를 떨었다.

『너 주연이 어떻게 아니』

『진우땜에』

『뭐!! 진우땜에 어떻게 아는데』

대부분의 여자는 자신의 남자가 자기만이 알고 있는 여자를 알면 의심을 하는 법이다. 우리는 코너에 후미진 곳에 자릴잡았다.

의자에 앉아 담배하나를 꼬나물고 진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말할까. 아니 말하지마. 우린 눈빛으로 얘기했다.

『어떻게 아느냐니까』

서양이는 다그쳐묻는다. 어찌할까 말성이는 진우 그런 진우를 나는 구원해 주고 싶었다.

『나 제대하고 얼마안되서 애들이랑 여기서 술마시는데 애가 괜찮더라고 그래서 내가 껄떡 거리려고 했는데 마땅한 핑계거리가 없잖아. 그래서 이렇게 애기했지. 진우를 가리키면서 예가여 아가씨 맘에 들어 하거든요 . 그러니까요 아가씨도 예가 맘에 들면 여기서 3초만서있다가고요 맘에 안들면 그냥 가세요.』

『그랬더니 내가 하나 둘 셋하면 시작하는 거였는데 내가 하나 하자마자 그냥 가더라구』

『암튼 이새끼 땜누에 나만 병신 됐어.』

위기를 모면한 진우의 말이다.


그후 해경이가 와 우리 늦도록 술을 마셔댔고 그게 인연이 되어 그 다음부턴  종종 4명이 뭉쳐서 술을 마시고 도서관도 다니고 그랬다. 가끔 내가 술을 먹고 집에 가기 싫어하면 해경이는 친절하게도 재워주는 아량을 베풀기도 했다. 그치만 그짓을 하진 않았다. 해경이가 정숙하게 군 탓도 있지만 같이 자면서도 해경이를 건들다거나 하는 따위의 맘은 일지 않았다. 그거 아마도 해경이에게서 미진이의 뉘앙스를 느겠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사이였지만 그렇다고 전처럼 몸을 함부로 굴고 싶진 않았다. 비록 만나자고 하면 ‘피곤해 야근있어’ 하는 미진이었지만,

다른 여자와 있으면서 난 미진을 생각했고 다른여자인 해경은 다른남자인 병선을 생각하곤 했는데  이건  말로 안해도 알수 있는 일이다.

아무튼 우린 같이 밤을 지새며 많은 얘기를나누었는데 대게는 해경이가 말하는 편이었고 그저 ‘그래’, ‘응’, ‘바보’ 이런 말로 응수를 해주었을뿐이다. 연하의 남자를 어떻게 만났다든가하는 그런 것들을 주로 얘기했는데.  해경이는 참 웃긴 여자였다. 공등학교때 사귄남자애가 있는데 알고보니 자기 남동생의 친구라는 것이다.

그러다 해경이의 월급날이 됐다. 전부터 해경이를 울거먹는다고 벼르던 진우와 서양이는 도서관에서 공부를하고 있던 우릴 찾아와 술을 마시러 가자고 졸랐다. 밖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 우린 우산을 둘둘씩 나누어 쓰고 벤츠에서 해경이 돈을 받기만을 기다리며 카프리를 10병을 비워댔다.

밖으로 나가니 비가 더 세차게 내렸고 추위를 잘타는 나는 진우의 투터운 난방과 바꿔 입었는데 옷을 바꿔입자 해경이는 딱 한마디 했다.

『너 이렇게 보니까 잘 생겼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나들이 였다. 물론 여기서 앚긱도 주연이는 일했지만 주영이와 나는 별사이가아닌었다 .가끔 만나서 내가머리깎는데 같이 가주고 공?ㅜ하다 전화를 하면 한 ㄹ10뿐쯤 마주보녀 얘기하는 그냥 한느 사이엿다고는 하지만 쌍쌍으로 나들이를 들어간다는건 교복을 입고 다른 학교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색했다. 괜찮은 애같기도 했지만 속은 중증에 걸린 애였다. 가령 내가 공부하다 전화해서는 아래층 휴계실로 나오라고 하면 이렇게 말하는것이었다.

지금이8시 30분이니까 40분까지만너랑 놀아줄께.

과연 공주답게 황송한 말을 해서 날 미소짓게만드는 그런애였다. 나들이에선 난 해경이게 충실했다. 역시 공주는 공주답게 아랫것들의 사소한 감정에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한 눈초리로 봤다면 해경이였다. 내가 화장실을 가면서 주연이와 얘기를 하면 그런 눈으로 날 봤다.

울거먹는다고 벼르던 진우와 서양이는 1차론 성이 차지 않나 보다. 2차로 조개구이 파는 곳으로 갔는데 이때부터 해경이는 내게 적극적인 행동을 보였다. 갑자기 내팔장을 끼고가게를 들어가더니 가게 안에서는 내게 바짝 붙어서 젓가락으로 이것저것을 먹여주며 말했다.

『난 있지 니가 주연이랑 말하면 되게 열불 난다. 왜 그런지 모르겠어.』

『나하고 겐 공주와 하인사이야 그런데 어떻게 쌍것이 웃어른을 넘보겠어.』

『그래도....』

적당히 응수를 했는데 삐리리삐리리 해경이의 휴대폰일 울었다.

『병선 일거야』

‘어 여기 술집이야. 서양이랑 같이 마셔 서양이 남자친구 알지 진우 게랑 셋이서 술마신다. 정말이야’ 하더니 서양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하고 나하고 진우랑만 있는거야.’ 아마도 병선이가 서양이를 바꿔 달랬나 보다.

‘그래 병선이니 나 서양이야 어 진우랑 같이. 있어 걱정하지마 곧 집에 갈 거야.’

난 한마디도 하지 않음으로서 해경이와공범이 됐다.

일단 술이 들어가자 날이 새도록 마시자는 쪽으로 얘기가 흘렀다. 마지막 3차는 해경의 오

피스텔에서 하기로 했는데 그 생각은 해경이 오피스텔에 와서 생각해낸 거여서 진우와 서양이는 맥주를 사러 수퍼로 가야만했다.

방에 둘만 남은 우린 서로 자연스레 서로의 입을 더듬고 침대에 눕힌다음 해경이의 은밀해 보이는 곳에 내 입술을 갖다, 그럴때마다 해경이는 옅은 신음소리 토해냈다. 블라우스를 벗기 고 라자를 무장해체 시킨 다음 팬티를 끌어 내린 순간,  서양이와 진우가 문을 두드렸다. 젠장 , 해경이는 벌떡 일어났고 나도 당황해서 해경이의 작고 흰 바탕에 사각형 무늬가 있는 팬티를 들고 어쩌줄 몰라하다 침대 옆에 있는 수납장에 되는대로 쑤셔 넣었다.

문이 열리고 맥주가 들어오고 옆에 사는 서양이와 해경이의 친구들이 우루루 몰려와 술자리를 더욱 어수선하게 했다. 그때 처음으로 서양이가 가슴이 크다는 걸 알았다.

『나 가슴 크니?』

『어』

『넌 평소에 표시가 안나는데 팔을 뒤로 젖히면 표시가나.』

그러자 서양이는 팔을 뒤로 젖혔는데, 정말 젖소.. 내가 물끄러미 쳐다보자 진우가 ‘뭘봐’ 하며 가볍게 어깨를 쳤다.

이렇게 여자셋이서 떠드는 소리를 나와 진우는 듣고만 있었는데 내가 심심해 할까봐 가끔  해경이는 내손을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꽉 쥐어 주었다.   

모두들 돌아가고 둘만 남아 있을 때 해경이와 하던 일을 계속했다. 서로 잊지않은게 분명했다.

『언제 팬티 입었어』.

『아까.. 문 열어 주기 전에 막 입었어.』

『빠르네...』

그러면서 난 해경일 안았다.


많이 잤다면 그건 친한 사이일까. 친한 사이가 아닐까. 해경이를 만나후 줄곧 그 생각을 했왔다. 그날 이후로 해경이를 만날 수없었던 병선이가 온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그때부터 주위공기가 해경이와 나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가 형성 됐지만, 난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많이 잤다고 친한 건 아니니까. 그후로 난 진우에게 세컨드니 농락 당했다느니 따먹혔다느니 하는 핀잔을 듣게 됐지만 거기에 대해서도 별로 반박할 맘이 일지 않았다. 사실 내가 해경이를 안은 것 뿐이지 서로 사랑한 사이는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진우말이 전혀 틀린 애긴 아니었으니까. 내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나와 잔일을 서양이에게 말했다며 이런말을 했다.

『해경이 갠 그냥 한번 잔애로 생각하는게 좋아.』

어째든 그일 후론 해경이를 볼 수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해경이를 그리워 한건 아니다. 병선이란 녀석의 빈자리를 잠시 내가 채운거고 다시 병선이가 왔으니까 나는 원 주인에게 돌려준  것 뿐인데 내가 기분이 우울 했던건 나름대로 진실을 해경이에게 보여주었다는 것과 난 이제 또 대단히 심심해 질것이라는 예감 때문이었다.

씨발 정말 세컨드가 되어 버린 것이다.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새벽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는 유난히도 크다

『여보세요』

『나..』

나에게 나라고 하는 여자는 7년동안  한명 밖엔 없다. 미진이뿐

『........』

『웬일이야?』

『그냥.』

『..........』

보고싶었다.

『미진아 우리한번 만나자』

『언제?』

『너 편한 시간이라면 언제라도 좋아』

『그럼 낼 모레 금요일날 만나자 그때나 쉬거든』


금요일은 공주대 축제 3일째날, 신성우란 가수가 오는날, 광분 하고 싶다. 열광하는 관중속틈에 끼여서 심심해하지않고 재밌어하고 싶다. 약속한 날까진 정말 지루했다. 도서관에서 공부한답시고 기웃거리면서 쌍쌍으로 다정하게 공부하는 커플들을 보고는 ‘씨발 공주대엔 왜 이렇게 C?C가 많은 거야.’ 하며 내내 투덜거렸다. 공부하다가 커피를 마시려는지 남자가 일어서자 여자는 자연스레 남자의 옷을 입는데 시중을 들어 주었다. 아내가 남편에게 하듯이...

보기는 좋지만 배는 아팠고 옷입는 남자가 나였으면 했다.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리링 전화벨소리중간 중간의 침묵이 원석아 니가 받어 하는 미진이의 바램으로 들린다.

『여보세요』

『나..』

미진이는 내목소릴 안다. 나도 미진이 목소릴 안다. 우린 서로 안 다. 우린 서로 나라고 했다.

『우리 몇시에 만날까』

내가 물은 말이다.

『엄마한테 좀 다녀오고』

미진이는 엄마와 같이 안산 지 꽤된다.

『그러면 언제 올건데』

『몰라 늦게 올지도 몰라. 그래서 너 못 만날지도 몰라.』

『아니 또 왜?』

목소리가 커졌다. 정말 애가 왜이러는지 몰르겠다.

『그럼 너 왜 나 만나자고 했냐?』

『내가 언제?』

『니가 안그랬어! 엊그제 니가 오늘 만나자메』

『내가 그때 만나자고 했니? 전화만 한다고 했지..』

씨발 지 쉬는날이 오늘이라면서... 정말 화가 났다. 근 두달여만에 보게 돼는데 들떠 있는건 나 혼자였다.

『알았어. 끊어 끊어.』

『왜 화를 내고 그래』

미진이의 목소리도 커졌다.

『알았으니까 전화 끊으라고!』

딸그닥 미진이가 수화기를 거칠게 내려놓았다.

난 이때까지도 미진이의 어떤 심적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언제나 내곁에 있을 생각이 날 더 둔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미진 이에게 수없이 난 이렇게 할거야. 저렇게 할거야. 담배를 끊을 거야. 술을 끊을 거야. 등등의 약속을 해댔지만 지킨 적이 한번도 없는 날 보고 더 이상 기대할게 없다는 걸 알았는지. 제대하면 좀 달라 졌겠지 하는 바램도 제대 직후 몇 번의 만남으로 달라진 게 없는  나의 모습에 실망을 하곤 그래 이제 그만 두어야지. 하는 식의 어떤 변화를 말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미진 이는 내게 정직하게 말해 주어야만 했다. 그래서 내가 어떤 결론을 내리게끔 말이다. 그렇지만 그게 사실이라도 내행동에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미진 이는 내 여자이므로... 극단적으로 미진 이가 ‘나 사귀는 남자 있어. 그러니 다신 전화하지마.’ 라고 말했어도 난 전화를 했을 거고 만나자고 조를게 분명했다. 전보다 더욱더.. 이런 어정쩡한 나를 알았는지 미진 이는 내게 확실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을 미진이 전화만을 기다렸는데 미진 이에게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렇게 전화만을 기다리다 11월을 맞이했고 미진 이에게 전화를 했다. -그치만 기억이나진 않는다. 술을 마시면 필름이 자주 끊이니까


원석아...

누군가가 나를 밖에서 불렀다. 내부랄 친구. 태우였다. 제대를 한 모양이다. 태우와 나는 유년기의 추억을 많이 갖고 있다. 다투기도 많이 했지만 태우와 함께 한 추억은 잊지 못할것이 무척 많다.

일곱이 내나이였을 시절동네 여자 애들과 함께한 병원 놀이는 더욱 그랬다. 오두막에서.. 숨을 죽여가며 여자 애들의 옷을 하나씩 하나씩 벗길 때면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아랫도리는 내 꺼와 태우꺼와는 너무나 달랐다. 고무줄로 만든 청진기로 이곳저곳을 대보면서도 우린 창피해하지 않았다.  여자 애들도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한번은 여자 애들이 우리 집에 놀러왔는데 내가 병원놀이를 하자고 했다. 그런데 여자애들이 싫다고 했지만 결국은 병원놀이를 했다.

내가 사과를 3개씩 준다니까.. 여자 애들은 스스로 옷을 벗었다.


그날은 왠종일 태우와 붙어 다니며 술을 마시고 군대얘기로 시간을 죽여댔다. 미진 이를 한번 만나자고 조르는 통에 태우에게 궁색한 핑계거리 하나 없어 애를 먹었다. ‘그게 지금 나와 미진이하곤 권태기야 그러니까 만난다고 해도 서로 어색할거란말야. 그래서 하는 얘긴데 나오 k사이가 다시 좋아졌을 때 만나자고..

우리 셋은 같은 동네에 살기 때문에 서로를 알았다. 처음 미진이에게 관심을 보인 건 태우였는데 사귀게 된건 나였다. 태우와 미진 두명은 말이 너무 달랐다. 미진이의 말에 의하면 자기를 좋아했었다고 했고 태우는 절대 그런일이 없다고 하면서 자기의 동거 전례까지 들추며 나를 열심히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 자기가 이런 오해를 받는건 미진 이에게도 책임 이 있다고 내가 만나자고 하면 나오고 천화해도 잘 받아주고 하는데 어떤 남자가 이상하게 생각을 안 하겠느냐고. 그래 태우야. 니말이 맞아 아니땐 굴뚝에 연기나는 법은 없으니까.

그다음날은 태우와  벤치프레스를 만들고 운동을 했다. 술마시고 운동하고.. 태우가 신문사에 취직을 하기전까지는 붙어다녔다.

다시 만날애가 없어진 나는 심심해졌다. 가끔 난 이렇게 살면 안돼. 정말 난 뭔가를 해야돼 하며 뇌까를 뿐 ....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니었다.


임종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따듯한 겨울날 할머니는 99세라는 긴 생애를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생을 마감하셨다. 7년전에  넘어지시더니 다시는 일어나시질 못했다 7년동안을 굳은 몸을 갖고 힘들게 사셨는데 ...

밖에서 동생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나를 제외한 가족들의 울음소리가 우리집을 메웠다. 난 우는 대신 송판을 만들고 상포집에서 창호지를 사면서 울지 못하는 나를 생각했다.울핑계론 그만일 텐데 속이다 들여다보이도록 그렇게 울고 울고싶었는데... 긴 장례를 치르는 동안 고을 할 때마다 난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친구가 좋은 게 이런게 아닐까? 돈을 주지 않아도 와서 일해주고 같이 날을 새주는거... 진우와 정배는 3일을 꼬박 우리집에서 날을 새주었다.

상 둘째날  진우가 말했다.

『미진이 오늘 온데』

『............』

『우리집에 전화를 여러번 한 것 같더라구. 집에 오는데 니네집이 환해보이는게 이상하다면서 말야』

『...........』

난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오길 바랬고 나에게 전화를 안한 미진이가 미웠다.

그렇지만 그날 미진인 오지 않았다. 다음날도 출상하는날도 그러다 성탄절이 됐다.

띠리리리링

‘그냥 손자인데 힘들게 뭐있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인데 .. 힘들었다면 정배와 진우가 힘들었지.’

미진인 온다고 했던 말은 빼고 원래 그런 말은 하지도 않았다는 듯이 말했다. 갑자기 이런 미진이가 역겨웠고 침이라도 뱉고 심은 심정이 돼 전화를 그냥 끊었다.


예수가 태어난 날 우리가 왜 이렇게 들떠야 하는지 아마 들떠있는 애들중에 자기의 부모님 결혼기념일이라든가 생일 따위에는 이렇게 들 뜨지 않으리라 우리 나라엔 몇 개의 베이비붐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크리스마스 베이붐이라지 예수가 태어난 날 예수같은 위대한 성인을 만들려고 여관은 불야성을 이룬다.

진우와정배와 서양이와 나 현나-현나는 미진이땜누에 알게 된 누나가 친구롤 지내라고 해준 여자애다. 미진이 때문에 알게된 누나였는데 그누난 나에게 다른 여자를 해준 거였다. 이렇게 다섯명은 늦도록 술마시고 노래방엘 찾았다. 크리스마스 베이붐에  끼고 싶었다. 옆에 있는 여잔 내고등학교동창(사실 얼굴도 이름도 모른다)의 여자라고 넌 그러면 안된다고 의리가 강한 정배가 내게 말했다.

정밴 의리가 너무 강해 고등학교시절 친구들과 협력해서 어떤 여자를 돌렸다. 그런 정배가 안된 다니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98년을 이런 식으로 보냈다. 이렇게 살면 안돼 안돼 하면서 .. 그러다 몇몇의 여자가 나를 또 거쳐갔다.

현나와 술을 마시는데 맞은편에 앉은 여자가 치마를 입고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어 자연히 내눈은 그 여자의 팬티에 고정됐다.

요놈의 오줌보는 어떻게 된게 술만 들어가면 오줌이 마렵다. 3분은 족히 오줌보를 부여잡고 안에 있는 사람을 기다리는데 화장실에 이곳 화장실은 업소 안에 있는게 아니라 입구 계단아래에 있었다.  안은 개장을 해서 그런 대로 쵄찮았는데 화장실은 예전그대로 였다. 그런데  뜻 밖에도 화장실에 있던 사람은 그 여자였다.

『무척 시원하  시겠어요?』

『옛?』

『긴 시간을 화장실에 있었으니 그시간맡큼 시원하겠다구요』

『그러쵸 뭐』

『아가씨 나랑 술이나 한잔 할래요』

한번 해본 말이었다. 싫으면 싫은 거지 근에 이여자 OK를 해버린 것이다 .그대부터 우린 각자의 테이블에서 상대방의 눈치를 봐가며 서로의 감정을 교환했다. 고개를 기웃거리면 밖으로 나오라는 신호로 우린 밖에서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했다. 내가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현나는 날 의심했고, 맞은편의 그 남자도 날 의심했다.

빨리 현나를 보내고 싶었고 그 여자와 같이 있고 싶었다.어거지로 현나를 택시태워 보내고 나니 내뒤엔 그 여자가  서 있었다.

『오빠 여자친구 아녜요?』

『아냐 . 갠 사귀는 애가 있고 난 그저 인구일 뿐이야.』

내말이 사실임에는 분명하다.

『오빠 몇살이라고 했죠?』

『스물셋』

『그럼 오빠 우리랑 술마셔요 네?』

『아까 그남자 니 남자친구 아니니?』

『아네요. 같이 있던 여자의 남자예요.』

『그럼 들어가죠. 참 그리곤 우린 중학교 동창예요』

이 여자의 이름은 손 영주 공주가 고향이 아니라 안산이라 했다. 나이 스물 하나 자기 오빠가 안산에서 잘나가는 깡패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합석한 애들은 전부 나보다 나이가 어렸다. 그치만 난 스물 한 살이 되어야 했기 때문에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친구가 되었다.

『학교 어디 나왔냐?』

남자가 물은 말이다.

『어..?』

달리 대답할 말이 없어 머뭇거리자 영미는 내가 자기와 고등학교도 같이 나왔다고해서 날 구원해 주었다.

『넌 학교 어디나왔냐?』

『농고 』

나보다 두 살이 어리니까 내 친구와는 학교를 같이 다녔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중학교친구중에 요놈이 알만한 애들(깡패 짓을 했던 애들 말이다.)을 물어보자 안다고 했다.

그 친구들은 그 순간 만큼 내게 형이 됐고 그 녀석은 아마 영원히 내가 그 녀석들의 동생으로 생각될 것이다.


그렇게 난 영미와 하루를 보내고 나에게 남은 건 영미의 핸드폰번호와 삐삐 번호뿐 더 이 상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시절의 나는 술을 마시고 나면 어김없이 여자들의 연락처가 내 주머니에  꽂혀 있었다.

여자 하나 더 품안에 품는게 뭐라고 ... 단지 땀을 흘릴때까지 온몸으로  악수하는건데..

내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섹스는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누구나 맘에 드는 사람에게 선물할 권리며 거절하지 않는 모두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한다고...


송년 시즌이 되던때에 눈이 내렸고 난 일기장에 이렇게 끄쩍 거렸다.

미진

눈을 보니 지난 7년이란 세월이 부질없다. 왜 일까? 지난 7년동안 겨울엔 꾸준히 눈이 내렸고 여름엔 꾸준이 더웠다.

근데, 내 기억엔 너와 눈 맞은 기억없고 바다를 함께 바라본적도 없다. 지난 7년 동안 바다는 언제나 그 자리에 서있었는데도 말이다.

억울하게 난 사진 한 장 없다. 네가 그리우면 난 뭘하지.

밖은 눈이 내리고 내 손엔 아무것도 없고 날 찾아주는 전화벨도 없다.

군대있을 시절 네게 보낸 편지의 한구절이 생각난다. “단한통의 편지에 감동받을 만한 나이는 지났고 이미 그 만큼의 열정도 이젠 없다 ” 이말을 넌 부정했지만 그말을 인정하는 나에겐 그 말 또한 상처가 된다는걸....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울었다.

가끔은 외로워서 하나님도 눈물을 흘린 신다.

새들이 나룻가지에 앉아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슬퍼진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수선화 정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