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커튼으로 가려진 창 밖으로 연립주택 옥상이 보이고 그 위로 텔레비전 안테나가 삐죽이 솟아있다. 그 뒤로 파란 잉크를 쏟아 부은 듯한 가을하늘이다. 반 뼘 정도 열어놓고 잔 창틈에서 서늘한 바람이 들어온다. 그 아래 놓여진 책상에 앉아서 조각난 하늘을 쳐다보며 콧구멍을 하릴없이 쑤셨다. 그러다가 코피가 터졌다.
"에잇, 아침부터 피 봤네."
티슈를 빼들어 흐르는 피를 닦는다. 풀포기 하나 없는 방구석에도 가을이 왔나보다. 피가 묻은 티슈를 펴서 흔드니, 단풍이 팔랑팔랑 바람에 날리는 것 같다. 상상인지, 망상인지는 모르지만 무거웠던 머리가 별안간 활짝 펴지면서 대형스크린에 영상이 찍혀 돌아가듯 휭휭 날기 시작한다.
"좋다."
코피 터진 아침에 피 묻은 티슈를 손가락에 끼고 흔드는 순간, 설악산의 대청봉에 착륙한 단풍이 슬슬 아래로 기어내려 오는 듯 하더니 별안간 속도를 빨리하여 달리기 시작한다. 우선 설악산을 정복하고 나서는 백두대간 줄기를 타고 남쪽으로 마구 줄달음친다. 두타산, 백암산, 일월산, 태백산, 소백산, 팔공산, 가야산, 덕유산, 지리산, 내장산은 말할 것도 없고, 달리는 도중에 줄줄이 선 수많은 봉우리를 질타하며 넘고 넘어서 아래로 대가리 박더니, 드디어 파란 해안선과 맞닿은 절벽 끝에서 움찔 한 점의 단풍을 바다에 던지며 우뚝 선다. 내리박는 성질에 못 이겨 단풍은 소리를 꽥 질렀다. 가래침 튀기듯 사방으로 튀겨 나간 단풍이 남해바다의 섬, 섬, 섬, 섬에 떨어져 점점이 찍힌 붉은색이 파란 보자기를 펼쳐놓은 듯한 바다에...... 내가 터뜨린 코피가...... 점점이 찍혔다.
단순히 단풍잎만 화려하면 무슨 소용인가,
인간세상의 희, 노, 애, 락이 그 밑에 깔려 있어야한다. 단풍이 물든 오솔길을 걷는다. 물론 혼자가 아니다. 이왕이면 여자하고 같이 걷는 것이다. 명자, 숙자, 애자, 미자, 순자, 말자, 그리고 또 뭐가 있는가...... 가자, 가자, 가자...... 내 인생을 스친 여자를 몽땅 동원하여 파란 하늘 아래 깔린 알록달록한 가을요 위에다 뉘이고. 굳건히 잠겼던 잠바의 자크를 끌어내려 펼치니 그 속에 또 하나의 겉옷이 보이고, 그 옷의 단추를 풀어 헤치니 그 속에 불쑥 솟아난 두 개의 봉우리를 감싼 브래지어가 눈에 선명하다. 바쁘다. 조금만 늦어도 창공을 스치는 가을은 흭 지나가 버린다. 어서 어서, 빨리 빨리,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해치워야 한다. 실팍한 허리를 더듬을 여유도 없이 꼭꼭 여자의 하체를 감싼 청바지 단추를 풀고 또 그 아래로 자크를 내리는 동시에, 여자의 엉덩이 밑으로 손을 힘껏 집어넣고는 바지를 훌렁 내린다.
아아, 아아,
가을빛 아래 드러난 하얀 속살, 뻣뻣한 가시로 둘러싸인 밤을 발로 뭉그러뜨려 그 속의 알밤을 꺼내고, 짐승 이빨 같은 어금니로 똘방똘방한 알밤을 또 꽉 깨물어 버리니, 우둑 하며 반쪽 난 모습으로 드러난 알밤의 속살...... 너무 희다. 눈부시다. 곱다. 감동이다.
여자의 옷만 벗기면 뭐하는가, 내 옷도 벗어야지.
급한데 아랫도리만 벗자. 벨트를 풀고는 바지 단추를 찾다가 몸을 웅크리며 반항하듯 일어나려는 여자를 가슴팍으로 꽉 누르고는 바지의 허리춤을 확 잡아 뜯었다. 단추가 탁 떨어져 나가면서 그 아래의 자크가 한꺼번에 터지듯 벌어졌다. 바지를 벗고, 그 다음에 팬티 벗는 순서를 지키면 늦는다. 손을 팬티 안으로 넣으면서 아래로 확 내려버리니 바지와 팬티가 한꺼번에 무릎 아래에 걸려, 새끼줄로 두 다리를 묶어 놓은 듯이 다리 사이가 거북하다. 여자 몸뚱이위에 내 몸을 싣는 순간에 무릎을 싹싹 번갈아 비비며 바지와 팬티를 발끝으로 모은다. 여자를 꼼짝 못하게 두 팔로 꽉 끌어안고는 엎드린 자세로 무릎을 굽힌다. 그리고 위로 뻗힌 발끝을 동서남북으로 흔드니 바지가 먼저 툭 떨어져 나간다. 그 다음에 한 쪽 발목에 걸린 하얀 팬티가 허공에 펄럭거린다. 깃발이다. 정사의 순간에 날리는 순결의 깃발이 발가락을 깃봉으로 삼고 발목을 깃대로 삼아 가을하늘 아래 펄럭인다.
반은 공포로, 반은 흥분상태로, 반은 제 정신으로, 반은 넋이 나간 채로, 반은 나를 끌어안고, 반은 나를 떠민 채로,
그렇게 내 가슴팍 아래에 깔린 여자는 허리를 틀며 반은 거부하는 듯, 반은 받아들이려는 듯, 반은 도망가려는 듯, 반은 도전하려는 듯, 내 감성을 자극하고, 흥분시키고, 길길이 날뛰게 하고, 미치광이로 만들고...... 그래서 나는 헉헉거리고......
터질 것 같은 내 몸이다. 드디어 내 몸이 여자의 몸속을 파고드는 순간,
아악~
가을이 소리친다. 에메랄드빛 하늘이 자지러지며 조각조각 난 채로 사방에 떨어져 내린다. 파란 눈, 펄펄 사방에 날리는 눈은 파란 색이다. 하늘바다다. 하늘이 땅으로 내려앉으며 바다로 출렁이고 파도를 일으키고 거품을 쏟아낸다. 정사의 끝에서 몸을 떨며 일어선다.
파란 바다에 붉은 단풍잎 하나
파란 바다에 붉은 단풍잎 하나
반쯤 커튼으로 가려진 창 밖으로 연립주택 옥상이 보이고 그 위로 텔레비전 안테나가 삐죽이 솟아있다. 그 뒤로 파란 잉크를 쏟아 부은 듯한 가을하늘이다. 반 뼘 정도 열어놓고 잔 창틈에서 서늘한 바람이 들어온다. 그 아래 놓여진 책상에 앉아서 조각난 하늘을 쳐다보며 콧구멍을 하릴없이 쑤셨다. 그러다가 코피가 터졌다.
"에잇, 아침부터 피 봤네."
티슈를 빼들어 흐르는 피를 닦는다. 풀포기 하나 없는 방구석에도 가을이 왔나보다. 피가 묻은 티슈를 펴서 흔드니, 단풍이 팔랑팔랑 바람에 날리는 것 같다. 상상인지, 망상인지는 모르지만 무거웠던 머리가 별안간 활짝 펴지면서 대형스크린에 영상이 찍혀 돌아가듯 휭휭 날기 시작한다.
"좋다."
코피 터진 아침에 피 묻은 티슈를 손가락에 끼고 흔드는 순간, 설악산의 대청봉에 착륙한 단풍이 슬슬 아래로 기어내려 오는 듯 하더니 별안간 속도를 빨리하여 달리기 시작한다. 우선 설악산을 정복하고 나서는 백두대간 줄기를 타고 남쪽으로 마구 줄달음친다. 두타산, 백암산, 일월산, 태백산, 소백산, 팔공산, 가야산, 덕유산, 지리산, 내장산은 말할 것도 없고, 달리는 도중에 줄줄이 선 수많은 봉우리를 질타하며 넘고 넘어서 아래로 대가리 박더니, 드디어 파란 해안선과 맞닿은 절벽 끝에서 움찔 한 점의 단풍을 바다에 던지며 우뚝 선다. 내리박는 성질에 못 이겨 단풍은 소리를 꽥 질렀다. 가래침 튀기듯 사방으로 튀겨 나간 단풍이 남해바다의 섬, 섬, 섬, 섬에 떨어져 점점이 찍힌 붉은색이 파란 보자기를 펼쳐놓은 듯한 바다에...... 내가 터뜨린 코피가...... 점점이 찍혔다.
단순히 단풍잎만 화려하면 무슨 소용인가,
인간세상의 희, 노, 애, 락이 그 밑에 깔려 있어야한다. 단풍이 물든 오솔길을 걷는다. 물론 혼자가 아니다. 이왕이면 여자하고 같이 걷는 것이다. 명자, 숙자, 애자, 미자, 순자, 말자, 그리고 또 뭐가 있는가...... 가자, 가자, 가자...... 내 인생을 스친 여자를 몽땅 동원하여 파란 하늘 아래 깔린 알록달록한 가을요 위에다 뉘이고. 굳건히 잠겼던 잠바의 자크를 끌어내려 펼치니 그 속에 또 하나의 겉옷이 보이고, 그 옷의 단추를 풀어 헤치니 그 속에 불쑥 솟아난 두 개의 봉우리를 감싼 브래지어가 눈에 선명하다. 바쁘다. 조금만 늦어도 창공을 스치는 가을은 흭 지나가 버린다. 어서 어서, 빨리 빨리,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해치워야 한다. 실팍한 허리를 더듬을 여유도 없이 꼭꼭 여자의 하체를 감싼 청바지 단추를 풀고 또 그 아래로 자크를 내리는 동시에, 여자의 엉덩이 밑으로 손을 힘껏 집어넣고는 바지를 훌렁 내린다.
아아, 아아,
가을빛 아래 드러난 하얀 속살, 뻣뻣한 가시로 둘러싸인 밤을 발로 뭉그러뜨려 그 속의 알밤을 꺼내고, 짐승 이빨 같은 어금니로 똘방똘방한 알밤을 또 꽉 깨물어 버리니, 우둑 하며 반쪽 난 모습으로 드러난 알밤의 속살...... 너무 희다. 눈부시다. 곱다. 감동이다.
여자의 옷만 벗기면 뭐하는가, 내 옷도 벗어야지.
급한데 아랫도리만 벗자. 벨트를 풀고는 바지 단추를 찾다가 몸을 웅크리며 반항하듯 일어나려는 여자를 가슴팍으로 꽉 누르고는 바지의 허리춤을 확 잡아 뜯었다. 단추가 탁 떨어져 나가면서 그 아래의 자크가 한꺼번에 터지듯 벌어졌다. 바지를 벗고, 그 다음에 팬티 벗는 순서를 지키면 늦는다. 손을 팬티 안으로 넣으면서 아래로 확 내려버리니 바지와 팬티가 한꺼번에 무릎 아래에 걸려, 새끼줄로 두 다리를 묶어 놓은 듯이 다리 사이가 거북하다. 여자 몸뚱이위에 내 몸을 싣는 순간에 무릎을 싹싹 번갈아 비비며 바지와 팬티를 발끝으로 모은다. 여자를 꼼짝 못하게 두 팔로 꽉 끌어안고는 엎드린 자세로 무릎을 굽힌다. 그리고 위로 뻗힌 발끝을 동서남북으로 흔드니 바지가 먼저 툭 떨어져 나간다. 그 다음에 한 쪽 발목에 걸린 하얀 팬티가 허공에 펄럭거린다. 깃발이다. 정사의 순간에 날리는 순결의 깃발이 발가락을 깃봉으로 삼고 발목을 깃대로 삼아 가을하늘 아래 펄럭인다.
반은 공포로, 반은 흥분상태로, 반은 제 정신으로, 반은 넋이 나간 채로, 반은 나를 끌어안고, 반은 나를 떠민 채로,
그렇게 내 가슴팍 아래에 깔린 여자는 허리를 틀며 반은 거부하는 듯, 반은 받아들이려는 듯, 반은 도망가려는 듯, 반은 도전하려는 듯, 내 감성을 자극하고, 흥분시키고, 길길이 날뛰게 하고, 미치광이로 만들고...... 그래서 나는 헉헉거리고......
터질 것 같은 내 몸이다. 드디어 내 몸이 여자의 몸속을 파고드는 순간,
아악~
가을이 소리친다. 에메랄드빛 하늘이 자지러지며 조각조각 난 채로 사방에 떨어져 내린다. 파란 눈, 펄펄 사방에 날리는 눈은 파란 색이다. 하늘바다다. 하늘이 땅으로 내려앉으며 바다로 출렁이고 파도를 일으키고 거품을 쏟아낸다. 정사의 끝에서 몸을 떨며 일어선다.
첫 경험, 순결, 그리고...... 여자의 하얀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붉은 처녀성.
가을바다에 붉은 단풍잎 하나 떠 있다.
글 / 은하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