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헬싱--레스타드 저택(테페스의 전설 편)

사이렌200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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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브리엘이 생각지 못한 곳에서 문제가 일어났다. 그것을 바로 늑대인간이었다. 이제까지 늑대인간들은 테페스의 권위, 힘에 눌려 얌전히 살고 있었다. 늑대인간들은 뱀파이어들의 노예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런데 테페스가 사라진 이후, 그들이 경계해야 할 대상은 이제 더 이상 없었다. 늑대인간들은 트랜실베니아 뿐만 아니라 온 유럽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람과 벰파이어 모두를 습격하였다. 교황청은 경악했으며 그들은 곧 반 헬싱을불러들였다.

 

사태를 짐작한 반 헬싱은 곧 전 세계에 흩어져있던 신성 기사단을 불러 모았고, 그들은 우선 동유럽의 숲속에서 은신하고 있던 늑대인간 사냥을 시작했다. 그러나 마력을 받은 그들을 몰살하는 데에는 힘이 부족했고, 설상 가상으로 늑대인간의 습격을 받은 신성 기사들의 공격과 뱀파이어 일족의 공격에 도리어 신성 기사단의 존립 기반마저 위태로워졌다.

 

궁지에 몰린 반 헬싱은 윌헬미나를 찾아갔다. 그녀는 아직도 트랜실베니아의 성에서 테페스의 무덤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었다. 반 헬싱은 오랜 시간동안 신과 대화를 했고, 거기서 유일하게 신의 명령을 거부하는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바로 우선은 테페스를 부활시켜 늑대인간을 잡는다는 것이었다.

테페스를 살려내기 위해서는 윌헬미나의 피가 필요했고, 윌헬미나는 기꺼이 자신의 손목에 칼을 댔다. 다시 살아난 테페스는 증오의 눈으로 반 헬싱을 노려봤으나, 윌헬미나의 중재로 둘은 역사에 남을 일종의 조약을 하게된다.

 

-아브라함 반 헬싱은 드라큐르 백작 블라드 테페스와 다음 사항에 대해 합의한다. 두 가문은 앞으로 어떤 살육도 금할 것이며 공동의 적을 멸하기 위해 연합한다. 이에 서명함. 아브라함 반 헬싱. 블라드 테페스.-


-흠, 이렇게 된거군.

 

나는 나도 모르게 책에 쓰인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고있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카밀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다시 책장을 넘겼다. 솔직히, 책에 쓰인 내용은 너무 흥미진진했고 나는 내 조상의 역사를 더 알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혔다. 나에게 반 헬싱 가문의 역사나 조상들에 대해 알려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테페스는 반 헬싱의 신성 기사단과 늑대인간의 공격을 피해 전 세계 곳곳에 숨어있던 뱀파이어 일족을 불러 모았다. 그들은 크게 3개의 가문이었는데, 유럽의 테페스 가문, 아시아의 첸 가문, 그리고 신 대륙의 레스타드 가문이었다. 한 때 만 명이 넘던 뱀파이어 일족은 이미 그 수가 3천에도 못 미치고 있었다. 테페스는 자신의 아래에 몰려든 뱀파이어 일족에서 자신의 부활을 알렸고 그 사실 만으로도 모든 뱀파이어들은 힘을 얻었다. 테페스가 부활하였다는 사실을 안 늑대인간들은 더 포악해졌고 무차별적으로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또 뱀파이어도 공격하였는데 이미 불사의 몸인 뱀파이어들은 그들의 공격에도 죽지 않고 늑대인간의 혈액에 의해 돌연변이를 일으켰는데 이들이 바로 벨프족이다. 늑대인간과의 전쟁은 3백년이 넘게 지속되었으며 결국 뱀파이어와 반 헬싱 가문의 연합 기사단이 승리하였다.

 

그러나 반 헬싱 가문은 신의 명령을 어기고 뱀파이어와 손을 잡은 죄로 신성 기사단에서 영구히 추방되었으며, 테페스 역시 늑대인간의 습격을 받아 생긴 벨프족과의 전쟁을 다시 시작하여야 했다.


나는 책을 덮고 카밀라를 바라봤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내게 차트 하나를 보여줬다. 거기에는 내가 집에서 보았던 -그녀가 보헨이라 부르던- 이상한 사람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건...

 

-당신을 습격했던 보헨이에요. 10년 전 쯤엔가.. 우리가 벨프족의 아지트를 습격했을때 불에 타 죽은 줄 알았는데. 그가 신대륙의 벨프족을 이끌죠. 사실 그는 우리 레스타드 가문의 형제였어요.

나는 그림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린지 족히 50년은 넘어 보이는 그림은 군데군데 핏 자국이 말라 붙은 흔적이 있었다.

 

-벨프족의 특징을 그려둔 거에요. 우선, 이렇게 깡말랐죠. 그들은 아무리 피를 마셔도 살이 찌찌 않아요. 그래서 항상 탐욕스럽죠. 채워지지 않는 욕망 때문에. 그래서 사냥을 하면 사냥감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놓죠. 그게 인간이든, 뱀파이어든, 벨프족이든. 그리고 이렇게 모든 이가 뾰족해요. 불을 싫어하구요. 우리 뱀파이어들은 낮에도 밖에 나가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지만요. 그들은 꼭 해가 진 뒤에만 움직이죠. 늑대의 본성이니까.

 

나는 천천히 그림을 살폈다. 깡마른 몸과 지나치게 긴 팔과 다리. 뾰족한 턱. 불균형한 얼굴의 생김새. 확실히 뱀파이어와는 다르게 생겼다. 카밀라가 뱀파이어라면, -그녀의 주장대로-뱀파이어는 인간과 별 다른게 없다.

 

-당신이 해야할 일은, 바로 우리와 함께 벨프족을 사냥하는 거에요.

 

그말에 나는 뒤로 쓰러질 만큼 놀랐다.

 

-나는 의사요. 난 싸움 같은 것 몰라요.

 

-당신 아버지도 나한테 그렇게 말했죠. 하지만, 반 헬싱 가문의 피에는 신성 기사단의 유전인자가 움직

이고 있어요. 솔직히 당신은 내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도 보헨을 이길 수 있었을거에요.

 

카밀라는 이렇게 말하며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갑자기 내 앞으로 작은 별 모양 표창이 날아왔다.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을 틀어 그 예쁘게 생긴 무기를 피했다. 난 스스로 내가 둔하다고 생각했는데. 난 몸을 피한 뒤 놀라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흠, 담력만 기르면 되겠는데요?

 

-이런 식으로 장난하지 말아요. 난 정말 .. 그래, 난 학교 다닐 때도 샌님이었단 말입니다.

 

-그건 걱정하지 말아요.

 

난 비틀거리며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당신은 실망할겁니다.

 

내 말을 들었는지 카밀라가 미소지었다. 일어난 나는 미처 보지못한 큰 초상화를 보았다. 오래된 유화 초상화였는데, 퍽 기품있어 보였다.

 

-이 초상화는..?

 

-우리들의 아버지와 어머니죠. 블라드 테페스와 윌헬미나 테페스 부부. 아름답죠?

 

그녀의 말처럼 두 부부는 무척 아름다웠다. 블라드는 검은 연미복을 입고 있었는데 이목구비가 뚜렷한 하얀 얼굴에 콧수염이 잘 어울렸다. 그리고 윌헬미나는 제국주의 시절에나 유행했을 것같은 화려한 금빛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곱슬거리는 검은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오는 도저히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눈 언저리는 분명 서른 살은 넘어보였지만, 입술부분은 20대처럼 보이기도 하였으니.

 

-뱀파이어 일족은 3개의 가문으로 나누어요. 테페스, 첸, 레스타드. 알면 놀라겠지만, EU 최고의 스위스 은행을 지나가는 자본의 3분의 1이 테페스 집안을 거쳐가죠. 우리는 그 자금을 가지고 전 세계의 큰 병원들을 인수합니다. 은행에서 나오는 혈액을 공급받아 뱀파이어 가족들이 살아가죠. 테페스 가문은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가문이에요. 또 첸 가문은 아시아를 대표하죠. 무엇보다 그 예술성은 따라올 자가 없을 거에요. 많은 예술가들이 그들 가문에서 나왔어요. 그리고 우리 레스타드 가문은 테페스 가문에서 흘러온 자금을 관리하고 사업을 통해 늘려갑니다. 호텔 사업과 의료 사업이 그것이죠. 우리는 블라드를 아버지로 하고 그 아래 세 가문에서 두 명씩의 장로를 둡니다. 이 여섯 사람이 모여 모든 일을 결정하고 아버지께 보고하죠.

 

나는 그녀의 말을 퍽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재밌는 이야기임에는 틀림없었다.

 

-당신은 어떻게 뱀파이어가 됬나요?

 

-난 인디언이었어요. 인디언과 백인의 혼혈이었죠. 그땐 한참 서부 개발이 이뤄지면서 백인들이 인디언 사냥에 나설 때였구요. 우리 부족이 습격을 받았을 때, 난 도망쳤어요. 당신은 모를거에요. 그때 내가 가졌던 절망과 공포, 그리고 증오를. 사막을 헤매느라 다 죽어갈 무렵 거짓말처럼 블라드가 나를 구해주었죠. 그때 블라드와 윌헬미나는 장로들과 함께 사막을 지나가고 있었어요. 난 블라드에게 부탁했죠. 살고싶다고. ‘내가 널 살릴수는 없지만, 영원히 살게 해줄수는 있다.’ 블라드가 말했어요. 난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구요. 그래서 난 뱀파이어 일족 중 몇 안되는 블라드의 친 딸이에요.

 

나는 카밀라의 말투에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그게 무슨 자부심을 갖을 만흔 일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사람들도 변변찮은 자신의 부모를 자랑스러워하지 않는가.

 

-아, 참. 우리 뱀파이어 일족에도 신분이 있어요. 요즘은 잘 지키지 않지만.. 자신이 누구의 피를 이어받았는가가 중요한 것이죠. 나 같은 블라드의 피를 이어받은 뱀파이어는 왕족이라고 부르지요. 통틀어 12명이랍니다. 그리고 장로의 피를 이어받은 블란더가 있고 그 아래는 슈란더라고 부르지요. 하지만 요즘은 전부 블란더라고 불러요. 왕족만 빼고. 셰리가 블란더지요. 그는 아직까지도 신분에 대한 경외감이 충실해서 난 깎듯이 공주님, 아가씨 그렇게 부르지요.

 

나는 카밀라가 굉장히 수다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늘 혼자 살다시피했던 나는 누군가가 내 앞에서 재잘거리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그것이 비록 뱀파이어라 할지라도.

그때 누군가 도서관 문을 열었다.

 

-공주님, 식사시간입니다. 모두 모였습니다.

 

셰리였다. 그는 아직도 내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그의 말에 카밀라가 앞장서기 시작했다. 나는 셰리를 지나치며 그의 어깨를 다독거렸다.

 

-왜 그래요, 아저씨? 나한테 죄지었어요? 난 괜찮은데요.

 

나의 말에 그가 멋쩍은 듯 웃었다.

식당으로 가는 복도는 붉은 카펫이 깔려있었고, 좌우로는 오래된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사람들의 초상화였는데, 나는 그들이 모두 뱀파이어의 조상들일 것이라 짐작했다. 하나같이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식당에는 스무명이 넘는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아니, 뱀파이어들이. 나는 순간 기가 죽었다. 누군가가 카밀라에게 다가왔다. 아니, 나에게.

 

-로저, 이 분이 반 헬싱이야.

 

카밀라의 말에 그가 내 앞에 손을 내밀었다. 그는 키가 컸고, 잘 생겼으며, 무엇보다 운동선수처럼 체격이 좋았다. 나는 또 기가 죽었다.

 

-난 카밀라와 함께 이 저택의 주인인 로저 레스타드입니다.

 

로저 레스타드. 미국의 의사라면 그 이름을 한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는 미국에 크고 작은 종합 병원을 수십 개를 가지고 있는 의료 사업의 대가였다. 또 한 매년 엄청난 액수의 연구비를 인공혈액 제조에 쏟아 붓는 사람으로도 유명했다. 이름은 많이 들었는데 막상 보니 약간 두렵기까지 했다.

 

-이름은 많이 들었습니다. 죠슈아 반 헬싱입니다.

 

-아버님을 꼭 닮았군요.

 

난 고개만 끄덕였다. 사람들은 나보고 다들 아버지를 닮았다고 하지만, 난 사실 어머니를 더 많이 닮았다.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나자 우울해진 나는 로저가 가리키는 자리에 앉았다.

식사는, 한 컵의 피였다. 식사가 시작되자 몇 명의 뱀파이어들이 샴페인 잔에 피를 담아 돌리기 시작했다. 나는 갑자기 속이 메스꺼웠다. 카밀라가 속삭였다.

 

-어머, 미안해요. 있다 다른 식사를 준비할거에요. 우리 식구들은 음식이 익어가는 냄새를 싫어한답니다.

 

 

반 헬싱--레스타드 저택(테페스의 전설 편)추석 잘보내세요~^^

 

더 재밌는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반 헬싱--레스타드 저택(테페스의 전설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