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 모시기 싫어서 결혼이 두려워요 제2탄

장미2004.09.25
조회29,344

제가 나고 자란 국가이지만 이 곳은 어떤 국가보다 훨씬 황당한 곳이네요.

 

시부모-며느리란 관계가 이토록 뜨거운 논쟁과 악플러들의

즐거운 도마가 될 정도로 예민한 문제였단 말입니까?

 

제가 여러분의 글을 하나도 빠짐없이 읽었는데요.

리플들을 읽고 생각한 건..

여전히 고부간의 갈등에서 사회는 맹목적인 며느리의 희생만을 당연시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 거리에는 수천만명의 남자들이 겉만 번지르한 효자인양

온통 침을 튀기며 며느리 시다바리 시키는거나 지껄이고들 있습니다.

 

TV만 켜면 드라마 속의 죄인 같은 여자들의 긴장된 표정이라니 정말 가관입니다.

 

추석만 되면 어느 누구할 것 없이 배를 내밀고 먹고 낮잠자기나 바쁘지,

며느리들만 갖는 노동과 갈증에 대해서는 아무도 해소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저는 울고 싶네요.

모르는 나라에 있는 듯 합니다.

 

며느리이니깐 시부모 모시는 게 가장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라구요?

정말 간편한 논리이자 획일적이네요.
인종, 역사, 언어가 모두 하나인 나라라서 그런가 봅니다.

 

가족의 여러 행태, 다양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저같은 사람들은
지극히 개인주의자라고 욕들어가면서

매번 이런 획일성의 벽과의 충돌을 해야되는 건가요?

 

하긴 제 남자친구도 글을 읽더니
"논쟁할 필요가 없는 것인데 왜 적었어? 삭제해!"

라며 훗날 부모님 모시게끔 앞으로 저를 차근히 뜯어고치겠답니다.

 

제가 알던 자상하고 특별한 남자친구도 그저 그런 강경한 보수주의자로서 실망스럽게 보이더라구요.

 

무섭고 독단적이고 저를 슬프게만 만드는 사회,
화가 치밀고 바보처럼 멍청해지고 짜증이 납니다.

 

고부간의 갈등 해소와 풍부한 이해로 저를 설득해주세요.

장남이 부모를 모시는건 당연한거다라는 그런 강박관념말고는 정당화시킬것이 없습니까?


단지 며느리들에게도 휴식이 있고, 여유가 있고, 놀이가 있고, 문화가 있는 생활, 선택할수 있는 자유가 있는 생활이 제가 원하는 바입니다.

그게 그렇게 해선 안될 금지상황들인가요?

감히 생각도 해선 안될일이였나요?


무엇보다도 장인장모나 시부모에게 똑같은 가치를 두고 존중해줬음 좋겠습니다.
그러나 저의 갈증을 풀 수 있는 곳을 찾아볼 수가 없네요. 

 

그나마 어지간한 바보들, 보수주의자, 가부장적 바보들 속에서,

사회의 냉담과 폭력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을 때...
몇몇 분들의 거칠고 냉철한 비판의식이 무척이나 달콤하게 느껴지더군요.


비록 적지만 철통같은 유교문화권의 생각들을 깨부수는 통쾌한 호통이 감사하더라구요.


단 한명이라도 제가 하는 고민들이 한심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해준 누군가의 리플이 있었기에

저는 이번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이 헛되지만은 않았다고 봅니다.

 

남자친구와의 합의점은 아직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무조건적이지만은 않은 효, 진정으로 함께사는 가족의 의미....

지금 저의 과제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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