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 나가서 문을 열고 청소를 하는데 성규씨가 인사도 제대로 안하고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화장실이 급한가?
암튼 그러고 성규씨는 포도주 창고에 들어가서 안나오기 일쑤였다. 뭔일이래. 참.
난 나대로 바빠서 그 안에 못들어가고 있다가 포도주가 다 팔려서 비어있길래 채우려고 가질러 포도주 창고에 갔다. 뭔가가 내 발꿈치를 돌로 때려서 무지 아팠다.
"엄마야~! 아파."
봤더니 더 기절노릇인게 강아지만한 돼지가 날 쳐다보고 있는게 아닌가.
으앙~~~~~ 이게 뭐래. 웬 돼지야?
내 비명 소리에 정육점 성규씨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창고로 들어왔다.
"형수님 죄송해요. 그거 제 돼지에요."
"잉. 근데 왜 가게에 데리고 나왔대요?"
주말에 친구랑 들판에 놀러갔드랬는데, 들돼지 떼를 발견했는데 아가 돼지들만 종종거리며 뛰어 댕기더란다. 그래서 한 마리씩 잡아왔는데, 그 친구네는 가져가자마자 그 아부지 엄마가 바베큐를 해드셨대나...쩝.
암튼 그래서 성규씨는 그걸 집에서 애지중지 키웠다. 이름도 지어줘서 '갑순이'라고 부르고, 이뻐했는데, 그 성규씨 아부지가 오늘 낼 잡아먹자고 했대나... 그래서 놀란 성규씨 가게로 일단 피신을 시켰단다. 잉...그래도 애완돼지로 키우는데 넘했다.
갑순이는 얼굴도 자그마하니 돼지치곤 무지 이쁘게 생겼다. 아가 돼지라 그런가? 눈은 쌍꺼풀이 져져서 똥그랗고 눈썹도 하얀 속눈썹도 나있고, 먹는건 그야말로 돼지라 암꺼나 잘먹었다. 그래서 그 돼지는 내 이쁨을 받으며 가게에서 지내게 되었다.
손님이 없는 시간엔 갑순이랑 놀았는데 어찌나 영리한지 자기 이름을 용케도 알아듣고 뛰어오곤 했다. 다른 이름을 부르면 본척만척했다. 그리고 어찌나 깔끔을 떠는지 몰랐다. 예전에 한국에서 돼지 우리깐 보면 무쟈게 더러웠는데 우찌된 현상인지 모르겠다. 응가도 아무데나 안하고 지정한 장소에서만 누었다.
손님들도 돼지가 안에서 꿀꿀거리며 노니깐 재미있어들 했다. 오후에 사람들 뜸한 시간엔 목에 줄매서 동네 한바퀴 산책도 시키고 그랬는데. 이 넘이 먹을껄 밝혀서 그런지 너무 빠르게 커가는게 아닌가. 종이 큰 종인가? 너무 커가니 가게에서 키우기가 점점 부담시러워졌다. 그렇다고 성규씨네 좁은 집에 데리고 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어쩌나 걱정하다가 집의 옥상에다 풀어서 키우기로 했다.
옥상은 넓어서 맘껏 뛰어다니고 좋아했다.
근데 이 넘이 멧돼지 종류라 코가 차돌같이 단단하다. 빨래 널러 옥상에 가거나 걷으러 가면 반가워서 구석쟁이 있다가도 신나게 뛰어온다. 와서 반갑다는 표시로 내 발 뒤꿈치를 코로 박는다. 아공 아파라. 돌멩이로 쿡쿡 쥐어박는거처럼 무지 쎄다.
"야~! 갑순이 너 절루 안가~!"
소리를 꽥 지르면 슬쩍 눈치보며 딴데로 가는 척하다가 빨래 하나가득 안고 있는 나에게 도로와서 내 뒤꿈치가 멍들게 쿵쿵 찧는다. 아파서 눈물이 다 난다. 날이갈수록 등에도 얼룩말처럼 줄이 생기고 있었다. 엷게. 어휴~ 저걸 그냥... 어쩐다.
아버님에게 말씀드렸더니 돼지 우리깐을 한쪽켠으로 만들어주셨다. 비도 피할 수 있는 돼지 우리칸이고 혼자 지내긴 넘 넓은데 갑순인 거기가 외로운지 맨날 나만 올라가면 그 집을 탈출하려는 시도를 했다. 그래서 옥상에 올라갈 때마다 문을 열고 나랑 뛰어다니며 놀았다. 집돼지가 아니고 멧돼지라 그런가 뛰어다니는걸 무쟈게 좋아한다. 강아지랑 다를게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강아지보다 지능지수가 높아보였다. 내가 하는 말을 다 알아듣고 표정도 무궁무진했다.
삐진 척도 하였고, 좋으면 입이 헤 벌어져서 뛰어다니고, 화나면 괜히 와서 발뒤꿈치를 쎄게 박으며 심술도 부려댔다. 특히 배가 고프면 심술을 부려댔다. 누가 돼지 아니랠까봐.
연휴가 와서 아버님은 어머님이랑 놀러가신다하고 우린 우리끼리 모임이 있어 아침 일찍 나갔다. 하루를 즐겁고 신나게 넓은 공원에서 놀다가 집에왔다. 옥상에 올라가 갑순이 밥을 주려고 불렀다.
엉~ 집이 텅 비어있다. 어케 된거지? 여긴 3층 옥상이라 어디 탈출할 데도 없구만. 이리저리 찾으러 다녀도 없다.
옥상 한 켠엔 이 집을 살 때부터 있던 낡은 커다란 장롱이 있었는데 난 그 장롱을 무지 무서워했다. 그 장롱은 괜히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고 무섬증을 주었다. 낡은 장롱에 꼭 귀신이 살면서 날 쳐다보는 듯했다. ㅎㅎ
갑순이가 없어져서 내가 그케도 무서워하는 그 장롱안까지 열어봐도 갑순이의 자취가 안보인다. 잉...어딜 간거지. 내가 그렇게 갑순이 찾으러 다니니 랑도 신경 쓰이는지 같이 찾으러 나섰는데 그 어디에도 없었다.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24. 감순이
가게에 나가서 문을 열고 청소를 하는데 성규씨가 인사도 제대로 안하고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화장실이 급한가?
암튼 그러고 성규씨는 포도주 창고에 들어가서 안나오기 일쑤였다. 뭔일이래. 참.
난 나대로 바빠서 그 안에 못들어가고 있다가 포도주가 다 팔려서 비어있길래 채우려고 가질러 포도주 창고에 갔다. 뭔가가 내 발꿈치를 돌로 때려서 무지 아팠다.
"엄마야~! 아파."
봤더니 더 기절노릇인게 강아지만한 돼지가 날 쳐다보고 있는게 아닌가.
으앙~~~~~
이게 뭐래. 웬 돼지야?
내 비명 소리에 정육점 성규씨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창고로 들어왔다.
"형수님 죄송해요. 그거 제 돼지에요."
"잉. 근데 왜 가게에 데리고 나왔대요?"
주말에 친구랑 들판에 놀러갔드랬는데, 들돼지 떼를 발견했는데 아가 돼지들만 종종거리며 뛰어 댕기더란다. 그래서 한 마리씩 잡아왔는데, 그 친구네는 가져가자마자 그 아부지 엄마가 바베큐를 해드셨대나...쩝.
암튼 그래서 성규씨는 그걸 집에서 애지중지 키웠다. 이름도 지어줘서 '갑순이'라고 부르고, 이뻐했는데, 그 성규씨 아부지가 오늘 낼 잡아먹자고 했대나... 그래서 놀란 성규씨 가게로 일단 피신을 시켰단다.
잉...그래도 애완돼지로 키우는데 넘했다.
갑순이는 얼굴도 자그마하니 돼지치곤 무지 이쁘게 생겼다.
아가 돼지라 그런가?
눈은 쌍꺼풀이 져져서 똥그랗고 눈썹도 하얀 속눈썹도 나있고, 먹는건 그야말로 돼지라 암꺼나 잘먹었다. 그래서 그 돼지는 내 이쁨을 받으며 가게에서 지내게 되었다.
손님이 없는 시간엔 갑순이랑 놀았는데 어찌나 영리한지 자기 이름을 용케도 알아듣고 뛰어오곤 했다. 다른 이름을 부르면 본척만척했다. 그리고 어찌나 깔끔을 떠는지 몰랐다. 예전에 한국에서 돼지 우리깐 보면 무쟈게 더러웠는데 우찌된 현상인지 모르겠다. 응가도 아무데나 안하고 지정한 장소에서만 누었다.
손님들도 돼지가 안에서 꿀꿀거리며 노니깐 재미있어들 했다. 오후에 사람들 뜸한 시간엔 목에 줄매서 동네 한바퀴 산책도 시키고 그랬는데. 이 넘이 먹을껄 밝혀서 그런지 너무 빠르게 커가는게 아닌가. 종이 큰 종인가?
너무 커가니 가게에서 키우기가 점점 부담시러워졌다. 그렇다고 성규씨네 좁은 집에 데리고 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어쩌나 걱정하다가 집의 옥상에다 풀어서 키우기로 했다.
옥상은 넓어서 맘껏 뛰어다니고 좋아했다.
근데 이 넘이 멧돼지 종류라 코가 차돌같이 단단하다. 빨래 널러 옥상에 가거나 걷으러 가면 반가워서 구석쟁이 있다가도 신나게 뛰어온다. 와서 반갑다는 표시로 내 발 뒤꿈치를 코로 박는다. 아공 아파라. 돌멩이로 쿡쿡 쥐어박는거처럼 무지 쎄다.
"야~! 갑순이 너 절루 안가~!"
소리를 꽥 지르면 슬쩍 눈치보며 딴데로 가는 척하다가 빨래 하나가득 안고 있는 나에게 도로와서 내 뒤꿈치가 멍들게 쿵쿵 찧는다. 아파서 눈물이 다 난다. 날이갈수록 등에도 얼룩말처럼 줄이 생기고 있었다. 엷게.
어휴~ 저걸 그냥... 어쩐다.
아버님에게 말씀드렸더니 돼지 우리깐을 한쪽켠으로 만들어주셨다. 비도 피할 수 있는 돼지 우리칸이고 혼자 지내긴 넘 넓은데 갑순인 거기가 외로운지 맨날 나만 올라가면 그 집을 탈출하려는 시도를 했다. 그래서 옥상에 올라갈 때마다 문을 열고 나랑 뛰어다니며 놀았다. 집돼지가 아니고 멧돼지라 그런가 뛰어다니는걸 무쟈게 좋아한다. 강아지랑 다를게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강아지보다 지능지수가 높아보였다. 내가 하는 말을 다 알아듣고 표정도 무궁무진했다.
삐진 척도 하였고, 좋으면 입이 헤 벌어져서 뛰어다니고, 화나면 괜히 와서 발뒤꿈치를 쎄게 박으며 심술도 부려댔다. 특히 배가 고프면 심술을 부려댔다. 누가 돼지 아니랠까봐.
연휴가 와서 아버님은 어머님이랑 놀러가신다하고 우린 우리끼리 모임이 있어 아침 일찍 나갔다. 하루를 즐겁고 신나게 넓은 공원에서 놀다가 집에왔다. 옥상에 올라가 갑순이 밥을 주려고 불렀다.
엉~ 집이 텅 비어있다.
어케 된거지? 여긴 3층 옥상이라 어디 탈출할 데도 없구만. 이리저리 찾으러 다녀도 없다.
옥상 한 켠엔 이 집을 살 때부터 있던 낡은 커다란 장롱이 있었는데 난 그 장롱을 무지 무서워했다. 그 장롱은 괜히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고 무섬증을 주었다. 낡은 장롱에 꼭 귀신이 살면서 날 쳐다보는 듯했다. ㅎㅎ
갑순이가 없어져서 내가 그케도 무서워하는 그 장롱안까지 열어봐도 갑순이의 자취가 안보인다. 잉...어딜 간거지. 내가 그렇게 갑순이 찾으러 다니니 랑도 신경 쓰이는지 같이 찾으러 나섰는데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한밤중에 아버님 어머님이 돌아오셨는데, 화색이 만면하시다.
랑이 돼지 못봤냐고 물어보니 아버님이 웃으시며
"오늘 모임에서 바베큐 해먹었지"
헉.
눈물이 나왔다.
우리 갑순이를 잡아먹은거잖아.
랑도 놀래서 아부지한테 그거 정주고 키우는건데 그렇게 잡아드시면 어떡하냐고 했더니 아버님의 세대에 맞게 대답하신다.
"어느건 정 안주고 키우냐. 돼지는 잡아먹을라고 키우는거지."
흑.
눈물이 나와서 아기를 안고 침대에 누워버렸다.
불쌍한 갑순이. 으앙~~~~~
가슴이 아팠다.
그 신나하던 표정이며, 심술부리던 행동들이 생각났다.
으앙...............
갑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