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라는게 뭔지...명절후기

명절토끼2004.09.30
조회1,330

결혼한 지 4개월...이번 추석이 결혼하고 맞는 첫 명절이었음다.

울 서방님이랑 저는 맞벌이를 하고 있어서 평소에는 고향에 잘 못내려가기 때문에

이번 연휴를 이용해서 울집이랑 시집이랑 다 들러보기루 했음다.

친정이랑 시집이랑 멀지 않거덩요.

 

저 결혼하고 신행갔다가 인사갔을때,

울 시아버지...

네 신랑이 장손이긴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으니, 제사나 생일 같은 거 신경쓰지 말구

설날 추석 이렇게 일년에 두 번만 보자 그러시더이다.

또 결혼식 전날에는

손수 전화하셔서 친정부모님 허전하실테니 너까지 마음 동하지 말고

잘 해드리고 맘 편히 해드리라 하더이다.

 

근데....

 

이번 명절이 앞 연휴가 길고 뒷 연휴가 짧아서,

내심 친정에 먼저 갔다가 추석 전날 일찍이나 그 전날 오후에 시집에 가야 겠다 생각했음다.

근데 시아버지...

추석 전전날 그러니까 26일 아침 9시까지 오라구 했습니다.

그때부터 어찌나 섭섭한 지...

신랑이랑 저랑 둘 다 맞벌이하는 지라

토욜(25일) 오후에나 서울서 출발하는 거 알면서도

몇번을 전화해서 친정가더라도 꼭 아침 9시까지는 와야한다구...

 

토욜에 친정도착해서 간만에 제 친구들 만나 밤늦게까지 술을 먹구 아침이 되었는데,

9시 정각에 시어머니한테 전화왔음다

신랑이 받더니...엄마 화났다구 서두르자구 하더이다

그래서 제가 그랬음다.

너무 하신거 아니냐구...어떻게 친정에 있는 거 알면서, 9시 되자마자 전화하냐구

친정에서 아침밥 정도는 먹어야 하는거 아니냐구...

 

일욜 아침에 부리나케 시댁가서 하루종일 벌초하궁...

 

사실 별루 육체적으로 힘든 명절은 아니였습니다.

벌초두 남자들이 하니까 걍 따라다니궁

음식두 아침에 시어머님이 다 준비해 둔 재료를 저는 걍 튀기구 굽기만 했으니까요.

송편두 그렇게 많이 만든 건 아니구...

첨이라 그런지 그런부분에는 많이 배려해 주시더라구요.

 

근데...

너는 이제 이집사람이다. 자꾸 이거 강조하면서,

친정 아버지가 <시어른께 공손하고 많이 배워라..> 이렇게 말씀하시니까

시아버지 <얘는 이제 울 집 사람이니 신경 끊으세요>이런 식으로 말하는거...

같은 말이라두 <잘 하고 있습니다. 또 제가 잘 가르치지요> 하는 거랑 다르잖아요.

암튼 이런 것두 싫었구..

 

평소에 집안 일 잘 도와주는 울 남편이

점심먹구 커피 타 준다구 주방에 들어오니까 시어머니가 내 보내구 저보구 하라구 한다던가...

친정가는거 배려 안 해주고...

추석날두 새벽같이 일어나 7시 30분쯤 준비 다되구 그릇에 담아놓기 까지 했는데

차례상 차릴 자리에 시아버지가 누워서 티비 보느라구

비키지를 않는 겁니다.

그래서 남편한테...얼른 상차리자구 해 빨랑 끝나구 울집 인사하구 차 막히기 전에 올라가야지...

그랬더니 남편이 <아부지 차례 지내지요>

하구 그제야 시아버지한테 말합디다.

그런데 울 시아버지 티비에 몰입해서 막 웃으면서 티비보면서 <이따가..헤헤..좀 이따가..>

하면서 안 비켜줍디다.

 

아...

울 시아부지 울 시어머니 보다 두 살 어린데...

명절 내내 손도 까딱 안하구 끼니때 마다 <밥 차려줘>

밥 차려주면 <커피 타 줘>

송편 만드는데 인터넷으로 음악 다운 받으면서 <난 꿀떡 만들어줘>

술 먹구 들어와서 몸살난 시어머니 쿡쿡 찌르면서 <라면 먹구 시포>

질렸음다....

또 담달 바로 제사니까 꼭 내려오라구 합니다.

 

암튼...

이번 명절 보내면서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냥 좀 우울했음다.

나이 많으신 분들은 또 생각이 다르시겠지만

저는...

결혼이라는 건 성장한 동등한 두 인격체가 만나 사랑하고 양보하면서 새로운 가정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지 한 여자가 자기를 다 포기하구 어느 한 집에 들어가는 건 아니라구 생각하거든요

근데 며느리를 맞았다구

안하던 송편두 하구 튀김 7종류에 전부치고 부침개 굽고 산적 하구...

시어머니, 시아버지, 저, 신랑 이렇게 4명이 명절 지내면서 과연 그렇게 해야했을까...

또 내가 명절전에 와서 음식하고 명절날 시댁에서 보내는걸

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지...또 친정에 몇 시간 보내주는거 왜 그렇게 생색내는지....

저두 집에서 장녀..

 

그래서 명절 끝내구 올라오는 길에 남편에게 이런 부분에 대해 제 의견을 얘기했습니다.

다행히 울 남편 제 말에 동의한다구..

그래서 하나 있는 시동생 장가가면

추석이나 설 중 한 명절은 친정에서 보내구 한 명절은 시집에서 보내자고 합의 봤음다.

물론 그렇게 될 지 안 될지 두고 봐야겠지만

명절동안 우울했던 기분이 좀 풀렸네요.

 

넘 길다...다 써놓구 보니까...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