醜面游龍 (77)

솔아200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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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온통 눈 속에 묻혀 좁은 관도를 가는 길에도 길게 두 줄의 마차 바퀴를 끌며 설원을 지나고 있었다. 창밖으로 스치는 눈보라 속에도 이들은 계속 이야기꽃을 피우며 즐거운 시간이 이어졌다. 유선과 달리 포근하기 까지 한 청청의 태도가 효연을 기분 좋게 하였음이리라..... 영충까지 가세하여 떠들어대니 이야기의 끝이 없다.

말을 몰고 있는 마부의 콧김이 고드름처럼 매달린 것을 보게 된 효연이 좀 쉬어서 가자고 말하였다. 그래서 객점에 들어 쉬면서 몸을 녹이고 마부의 기운을 보충하게 한 후 출발하려는데 객점의 밖이 소란스럽다. 효연이 궁금하여 밖을 내다보니 유혼교도들이 병장기를 휴대하고 마차를 쫒아온 모양이었다.

효연은 즉시 청청을 객방으로 영충과 보내어 쉬게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멀리 나갔다 우회하여 돌아오니 이미 객점을 포위하여 들이칠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효연은 즉시 몸을 움직여 몇 명의 유혼교도를 격살하였다. 갑작스런 기습에 몇몇이 쓰러지자 유혼교도들은 기습하려던 것을 멈추고 효연을 향하여 덤벼들기 시작하였고 효연은 이들을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유인하여 본격적으로 싸움을 시작하였다. 효연이 진운을 빼어 움직이기 시작하자 놈들은 자신을 공격한 것이 추면유룡임을 알아채고 “추면유룡이다!” 라는 고함소리를 질렀고 이곳 저곳에서 화전이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효연은 시간이 급박함을 알고 자신의 최상 절예를 사용하여 검강을 최대한 넓혀 순식간에 유혼교도 몇 명을 다시 쓰러뜨렸다. 그들은 효연의 무공에 질겁을 하여 멀리 물러났으나 이미 살계를 각오한 효연은 물러날 틈을 주지 않고 무섭게 다가서며 검강을 뿌려댔다. “으아악!.... 비명소리가 연이어 터질 때 멀리서 기마의 행렬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청룡단원들이 전투장 가까이로 다가서며 무자비하게 유혼교도들을 살상하기 시작하였다. 청룡단원들의 뒤로는 또 다른 유혼교도의 무리가 줄을 잇고 결국 대단위 추격전이 벌어지게 되었다.

청룡단원들이 이들을 멀리 유인하여 따돌리며 효연의 마차를 강변에 닿게 하였고 효연은 이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아직 얼어붙지 않은 수로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리라는 생각을 하였고 그리하여 민강지류를 따라가다가 진천장의 표식이 있는 배를 한척 만나게 되어 그 배에 마차까지 실은 채 최대한의 속도로 장강 쪽으로 운항하였다. 강바람이 살을 에이는듯하였으니 선실에서 쉬고 있으니 견딜만하였다. 하지만 빙 청청은 이미 길고 험한 여정에 병이 들기 시작하여 처음에는 미열이 있는 정도였으나 지금은 고열에 시달리며 헛소리까지 할 지경에 이르렀다. 효연은 가지고 있는 비상약품으로 병구완을 하지만 여독과 추격전으로 인한 고생이 청청의 병을 깊어지게 한 것이었다. 청청은 효연이 선실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못 하게하며 옆에서 지켜줄 것을 바랐고 효연은 안쓰러운 생각에 아예 나가길 포기하고 청청의 열을 식혀주기 위하여 차가운 물수건으로 이마와 목을 닦아주는 등 정성을 다하여 간호를 하게 되었다. 이런 병은 창상이나 열상 혹은 중독이 아니어 치료하기 힘이 들었으니 결국 효연은 추궁과혈을 하여 원기를 돋우어 주기로 하고 청청의 전신 혈맥을 추나하기 시작하였다. 전신의 혈맥을 추나한다는 것은 누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들의 애무하는 것과 같이 보이니 실제 추궁과혈을 하는 효연도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인간적인 본능일 것이다.

추나하는 효연의 손이 뜨거워질수록 청청의 몸도 더워지고 그에 따라 효연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은 청청의 앓는 소리가 묘한 감정을 일으키기 때문이었다. 효연의 손이 자기 자신의 온몸을 훓고 다니자 청청은 병중에도 야릇한 쾌감을 느끼게 되었고 효연의 손길이 지나가며 자신의 원기를 돋우자 시원하기도하고 병기운이 가라앉는듯하니 더욱 묘한 몸놀림까지 하게 되었다. 이미 한번 허물어졌던 마음의 벽이 무너져 내리는 데는 별 시간이 필요 없었다. 청청은 효연의 손을 이끌어 자신의 가슴 쪽으로 끌고 가게 하였다. 그러자 그동안 겨우 억눌렀던 효연의 감정이 폭발하게 되었고 그녀의 대리석처럼 매끄러운 가슴을 만지던 효연의 손은 어느새 청청의 전신을 쓸어가고 있었다. 그에 따라 청청은 허리를 활처럼 휘기도하고 새우처럼 웅크리기도 하며 여러 형태로 효연의 눈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참지 못한 효연은 청청의 입술을 탐하게 되었고 청청 또한 효연의 입술을 받아들여 혀와 혀가 뱀처럼 꼬이고 서로의 타액이 섞여가기 시작하였다. 엄동설한의 추위 속에도 선실 안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솟아나기 시작하여 이미 효연의 손이 청청의 옷섶을 밀고 들어가 매끄러운 청청의 속살을 만지고 있었다. “하...아...” 뜨거운 숨소리가 연이어 퍼지고 청청은 이미 열락의 표정이 감돌았다.

이를 보는 효연의 눈에서도 이성적인 빛이 사라지고 단지 욕정에 휩쓸린 남자의 눈빛만이 이글이글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기실 이십대의 남녀가 살을 맞댄다면 어디까지 진행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이 아니던가? 하물며 병구완하던 효연에게 의지하다시피 했던 청청의 모습에 마음이 풀어져 버린 상태였으니 더 쉽게 빠져들 수밖에 없었고........... 효연보다 나이가 많은 청청이었기에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었던지라 좀더 효연이 적극적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청청이 이끌어갔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이리라.

깨끗하고 화려한 침실이 아니었지만 지금 두 남녀에게는 사방이 막혀만 있는 곳이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병색이 돌던 청청의 얼굴에 어느새 병색은 사라지고 요염한 관능의 빛이 흐르고 있었고 이를 보게 되는 효연은 그저 미친 들소처럼 씩씩거리며 저돌적으로 달려들게 되었다. 몇 번을 까무러쳤는지 청청은 기억이 안날 지경이었다. 효연은 마치 타오르는 불꽃처럼 자신까지 타오르게 하였으며 그 불씨가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오르니 나중에는 감당을 할 수 없을 정도까지 이르게 되었다. 겨우 몸을 추스린 청청이 흩어진 옷자락을 갖추어 입기 시작하자 효연은 조금 아쉬운 표정으로 같이 옷을 입었다. 선실의 지저분한 침상에는 선명한 혈흔이 남아 또 다른 한 여자의 파과를 증명해주는 듯 남겨지게 되었다. 청청이 부끄럽게 이를 가리려하였지만 이미 효연이 본 후였고 효연은 아차 하는 마음이 되어 말없이 청청을 안고 등을 살며시 쓸어주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들 남녀의 문제는 간단한 것이 아니었으니 앞으로 이들의 앞날은 어찌 변해갈 것인가?

청룡단원들의 유인에 이끌려 이리저리 추적을 하게 된 유혼교도들도 이젠 추적을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을 무렵 효연은 청룡단원의 수고 덕에 천무장을 하루거리에 둔 곳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영충은 이들 둘의 관계를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전혀 내색을 하지 않고 있어 효연의 마음이 좀 가벼울 수 있었다. 하지만 천무장에 도착하면 이를 어떻게 처리하여야 아무런 탈 없이 무사히 넘어갈까 생각하니 골이 딱딱 아파오기 시작하였다.

아무런 생각 없이 청청을 받아들였으나 자신은 이미 결혼을 한 기혼자가 아니던가? 

유선을 무슨 낯으로 보며 또한 이런 사실을 어떻게 청청에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다행히도 청청의 문제는 그날 잘 넘어가게 되었으니 그것도 청청의 말에 의하여..... “연랑, 당신이 이미 결혼 한 것에 대하여는 저도 알고 있어요. 당신이 기혼인 것을 알면서 저를 허락 한 것은 그것을 저 스스로 받아들인 것이니 자책하거나 어려워하지 마세요.”

“음...... 이미 알고 있었다니.”

“나 유선이란 분이 당신의 부인인 것도 알고 있지요. 더욱이 진천장의 손으로 하나밖에 없는 금지옥엽의 신분이라는 것도...”

“그렇소. 유선이 나와 혼인을 하여 지금 나의 아기를 갖고 있소.”

“저보다 나이 어린 유선이지만 제가 잘 설득하여 형님으로 모시며 아무런 탈이 없도록 노력할께요.”

“흠..... 우선 우리 이모님이신 원주님과 상의하여 좋은 방도를 강구 합시다.”

“그 전까지는 우리의 관계를 이야기 안하는 것이 서로에게 편할 것 같소.”

“잘 알았습니다.”

“고맙소. 이렇게 나를 이해하여주니.....”

“연랑이 저를 내치지만 않으시면 저는 무엇이든 견딜 수 있습니다.”

“당치 않습니다. 내가 청청을 어찌 내칠 수 있겠습니까?” 효연은 마음이 어느 정도 놓이게 되었다.

가장 어려워야할 청청과의 이야기가 너무나 쉽게 풀어져 버렸고 청청의 푸근한 처사에 몸도 마음도 다 풀어지는 듯 편안함이 그에게 큰 위안이 되었으며 편안해진 마음으로 청청을 다시 보니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차에 어느새 마차는 천무장이 바라보이는 곳까지 도착하였고 효연은 마차에서 내려 마부석으로 올라 영충에게 그간의 이야기에 대하여 함구하여줄 것을 당부한다. 영충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눈짓으로 받아들였고 효연은 짐짓 시치미를 떼고 마부석에 앉아서 천무장으로 들어갔다.

효연이 도착한 것을 알리자 천무장이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하였다. 효연은 먼저 천무관으로가 원주와 원종대사를 만나 그간의 경과를 설면하고 빙청청을 소개하였다. 원주는 빙청청의 미모에 우선 걱정스러운 눈치를 보였으나 이내 밝은 표정으로 빙청청을 맞아 주었다.

이제 한달여 안에 철혈강시의 출현을 막아낼 방도를 강구해야 하는데 제일 대안이 청강수의 확보였으나 청강수를 어디서 대량으로 확보하느냐가 관건이었고 이는 개방과 원주가 관리하는 기루에서 확보하기로 하였다.

진천장에는 이미 효연이 묘령의 아름다운 여인과 동행하여 도착한 것이 퍼져 유선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유선은 이에 마음이 불안해 지기 시작하여 효연이 들를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결국 천무관으로 나와 효연을 찾게 되었다.

효연은 유선이 천무관에 얼굴을 내밀자 당혹스러웠다. 자신이 먼저 유선을 찾아가야 했는데 유선이 먼저 자기를 찾아 나섰으니.... “어! 잠시 기다리지.... 내 이곳에서 다 설명을 드리고 가려는 참인데...”

“그냥 기다릴 수가 없어서.....” 말을 하며 유선은 빙청청을 찾아보았다. 유선의 눈이 크게 떠진다. 우선 수선화 같은 청청의 미모가 마음에 걸리고 이를 환대하는 듯한 원주의 태도에서도 유선은 불안하다. 이를 감추기 위해 유선이 “그럼 빨리 끝내고 들어오셔야 해요.” 밝은 목소리로 말하며 별채로 발을 돌렸다.

효연은 갑자기 바늘방석에 앉은 듯 안절부절하기 시작했다. 이것을 눈치 챈 원주가 어서 가 보라며 효연의 등을 밀었다. 효연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마지못해 가는듯한 표정으로 별채에 가게 되었다.

“그간 아무 일 없었지?”

“그래요. 어디에서 그리 아름다운 분을 모셔왔나요?” 약간의 가시가 돋친 듯한 어조다.

“음.... 유혼교의 삼나찰 중 첫째인데 개심하여 우리와 함께 하기로 결정하고 탈출을 하였어. 그래서 다른곳은 위험하니까 이곳으로 모셔왔지. 그리고 이번에 많은 공을 세워 주었고... 특히 철혈강시건과 유혼교의 비밀에 대하여 많은 정보를 전해들을 수 있었지.”

“그래요? 그런대 왜 대가에게 다정하게 하는 것 이지요?”

“흠.... 그건 아직 우리 측에 아는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 그런 것 아니겠소? 지금 무척 힘들어 할 것이요. 그러니 선매도 좀 잘 대해 주기 바랄 뿐이오.”

“이건 알고 계셔야 합니다. 저도 투기할 줄 안다는 것을....”

“허허허......내 어찌 그런 생각을 하겠소?” 의기소침해진 연아의 궁색한 답이었다.

“그나저나, 우리아이는 잘 자라고 있나?”하며 슬며시 다가서 유선의 아랫배를 쓸어본다.

“음.... 이제 제법 태동이 느껴지는데요.”

“그래? 벌써 태동을 하면......”

“신의께서도 이젠 그럴 시기라고 하셨어요.”

“그래? 그럼 안심해도 되겠네. 아! 영충형의 부인도 산기가 있다고 들었었는데.... 지금 어떠신가?”

“정아 연니도 요즘 태교에 열 올리고 있어요.”

“아주 경사가 겹치는 것 같아 좋군...”

“우리도 그렇게 말하고 있어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를 시작하십시오. 늘상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쓰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