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백면장은 절대무적이라고 불리던 마군을 대파하고...그 수장인 마황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어. 그 사실만도 반신반의했는데 이젠 그 장수가 한 번도 군대를 끌어본 적이 없는 풋내기였다고? 제공 자네가 보았던 홍백면장이 정말 제 4황자가 맞는건가? "
" 자네가 받았던 보고 사항도 그게 끝이었나?"
" 뭐? "
제공은 관지를 긴장의 끝까지 몰아놓고 잠시 침묵했다.마음이 다급해진 관지가 되물었다.
" 마황이 큰 부상을 입은 것이 마군단 퇴각의 결정적인 이유라고 보고 받았어. 홍백면장이 던진 칼이 정확히 마황의 가슴을 뚫었고 그걸 눈으로 확인한 장수가 직접 보고를 올렸어."
분명히 그건 천계에 알려진 공식적인 사실이었다.
화락천에서 벌어진 마지막 전투에서 3황비를 잃은 마황의 분노는 여느 때보다 마군단을 채찍질하여 마계의 전투력은 더욱 상승했다. 천계에서 더 많은 지원군을 받은 초율의 부대였지만 이번에는 열세로 몰릴 지경이었으니 마황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 할 수 있었다.
어느 쪽이 승리의 깃발을 꽂을지 짐작할 수도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고 후방에서 전세를 지켜보던 초율은 갑자기 자기 휘하의 다섯 장수에게 명령을 내렸다. 천계 진영으로부터 초율과 그를 둘러 싼 다섯 장수의 말들이 달려나갔다.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엉겨 싸우는 비명 가득한 전장을 가르며 초율과 장수들은 달렸다. 마침내 초율이 마군의 중심부에 다다랐을 때는 겨우 둘의 장수만이 초율 곁에 남아 피에 젖은 채 용맹하게 칼을 휘두르며 떼지어 달려드는 포악한 마군들을 쓸어내고 있었다.
세 장수가 쓰러져 사라지는 상황에서도 단 한 번 검을 빼어들지 않은 채 무심하게 말을 달리던 초율이 문득 말고삐를 잡아 당기자 초율의 백마는 포효하며 앞발을 공중에 내지르며 멈추어섰다. 뛰어오르는 말 과 동시에 말 등을 밟으며 안정적이고도 재빠르게 일어선 초율은 검집에서 검을 빼어드는가싶더니 허공을 향해 내 던졌다. 초율의 손에서 빠져나간 검은 놀라운 속도로 공기를 가르며 치솟았다. 초율의 검은 죽고 죽이는 싸움터 위로 단 하나의 표적을 향해 한치의 오차 없이 유유히 날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황금의 갑옷을 두르고 당당하게 군사를 지휘하던 마황은 갑옷의 겉과 안까지 꿰뚫은 초율의 검에 피를 쏟으며 말에서 떨어졌고 한바탕 지휘부에서 소란이 일더니 마군은 퇴각하기 시작했다.
마군이 물 밀듯 쓸려나간 전장에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시체들을 지나 피의 강이 흐르고 있었고 그 피가 베어든 땅에서는 다시는 식물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였다. 그것이 관지가 알고 있는 대전의 종식이었다.
" 마계가 물러난 건 어쩌면.....마황의 부상따위가 원인이 아닐지도 몰라, 관지"
드디어 제공은 관지가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 실마리를 줄 모양이었다. 더 무서운 내막이 그 전쟁 속에 있는 것 같았다.
" 마황태자 '마애'가 그 전쟁에서 죽었다면?"
" 뭐...."
관지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벌린 채 제공을 쳐다보았다. 제공은 관지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하면서 목소리를 낮추었다.
" 2차 마계 대전이 끝나고 어느 정도 혼란이 정비된 후, 마황태자가 재책봉되지 않았나? 나는 거기서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을 느꼈지. 그런데........."
관지는 제공의 말을 기다리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 이미 '마애'는 죽고 없었어. 그러니까 제 2황자 마령 (魔逞)이 마황태자로 책봉될 당시 이미 그 자리는 공석이었다는 거지"
" 그..그렇다면, 마애가 2차대전 당시에 사망했다...? "
관지는 자신감없이 자신의 추측을 입 밖으로 꺼냈다.
제공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 .........확실한 정보는 아니지만"
제공은 다시 한 번 뜸을 들이며 살짝 주변을 살폈고,
" 그 '마애'의 숨통을 끊어버린 것도......제 4황자가 아닌가 해"
관지는 넋이 나간 듯 눈도 깜빡이질 않았다.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제공은 다시 한량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들어오고 있는 창가로 갔다. 창을 등지고 서서 제공은 씩 웃었다.
" 추측일 뿐이야. 정확한 정보통은 아니었거든. 하하...이거 간만에 진지한 대화를 했더니 피곤해지는군."
하지만 관지는 그런 제공의 말도 들리지 않는지 얼어붙어 있었다.
" 관지, 나는 술을 마시러 갈 걸세. 같이 갈텐가?"
그제서야 관지는 긴장으로 굳어버린 근육을 겨우 깨워 힘없이 일어섰다.
" ......나는 궁으로 돌아가겠네"
창가에 서서 떠나는 관지의 마차 지붕을 바라보던 제공의 미소가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그는 평소 그에게서 보기 힘든 딱딱한 얼굴로 의미없이 관지의 떠나는 모습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 마황이 부상을 당하여 이미 전의를 잃은 마황군단인데 왜 4황자는 무리하게 다시 군대를 움직여 마황태자 마애의 목을 친 걸까? 그건 누가봐도 위험부담이 컸고, 합리적인 선택은 아니었을텐데....제 4황자가 단지 피에 굶주린 전쟁의 신이었기 때문에? 아니지...그건 분명히 아닐게다'
초율(礎律) 14화
관지는 식은 땀이 흘렀다.
"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야..."
제공은 곁눈으로 슬쩍 관지의 표정을 살폈다. 관지의 얼굴은 창백하기까지 했다.
" 홍백면장은 절대무적이라고 불리던 마군을 대파하고...그 수장인 마황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어. 그 사실만도 반신반의했는데 이젠 그 장수가 한 번도 군대를 끌어본 적이 없는 풋내기였다고? 제공 자네가 보았던 홍백면장이 정말 제 4황자가 맞는건가? "
" 자네가 받았던 보고 사항도 그게 끝이었나?"
" 뭐? "
제공은 관지를 긴장의 끝까지 몰아놓고 잠시 침묵했다.마음이 다급해진 관지가 되물었다.
" 마황이 큰 부상을 입은 것이 마군단 퇴각의 결정적인 이유라고 보고 받았어. 홍백면장이 던진 칼이 정확히 마황의 가슴을 뚫었고 그걸 눈으로 확인한 장수가 직접 보고를 올렸어."
분명히 그건 천계에 알려진 공식적인 사실이었다.
화락천에서 벌어진 마지막 전투에서 3황비를 잃은 마황의 분노는 여느 때보다 마군단을 채찍질하여 마계의 전투력은 더욱 상승했다. 천계에서 더 많은 지원군을 받은 초율의 부대였지만 이번에는 열세로 몰릴 지경이었으니 마황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 할 수 있었다.
어느 쪽이 승리의 깃발을 꽂을지 짐작할 수도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고 후방에서 전세를 지켜보던 초율은 갑자기 자기 휘하의 다섯 장수에게 명령을 내렸다. 천계 진영으로부터 초율과 그를 둘러 싼 다섯 장수의 말들이 달려나갔다.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엉겨 싸우는 비명 가득한 전장을 가르며 초율과 장수들은 달렸다. 마침내 초율이 마군의 중심부에 다다랐을 때는 겨우 둘의 장수만이 초율 곁에 남아 피에 젖은 채 용맹하게 칼을 휘두르며 떼지어 달려드는 포악한 마군들을 쓸어내고 있었다.
세 장수가 쓰러져 사라지는 상황에서도 단 한 번 검을 빼어들지 않은 채 무심하게 말을 달리던 초율이 문득 말고삐를 잡아 당기자 초율의 백마는 포효하며 앞발을 공중에 내지르며 멈추어섰다. 뛰어오르는 말 과 동시에 말 등을 밟으며 안정적이고도 재빠르게 일어선 초율은 검집에서 검을 빼어드는가싶더니 허공을 향해 내 던졌다. 초율의 손에서 빠져나간 검은 놀라운 속도로 공기를 가르며 치솟았다. 초율의 검은 죽고 죽이는 싸움터 위로 단 하나의 표적을 향해 한치의 오차 없이 유유히 날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황금의 갑옷을 두르고 당당하게 군사를 지휘하던 마황은 갑옷의 겉과 안까지 꿰뚫은 초율의 검에 피를 쏟으며 말에서 떨어졌고 한바탕 지휘부에서 소란이 일더니 마군은 퇴각하기 시작했다.
마군이 물 밀듯 쓸려나간 전장에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시체들을 지나 피의 강이 흐르고 있었고 그 피가 베어든 땅에서는 다시는 식물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였다. 그것이 관지가 알고 있는 대전의 종식이었다.
" 마계가 물러난 건 어쩌면.....마황의 부상따위가 원인이 아닐지도 몰라, 관지"
드디어 제공은 관지가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 실마리를 줄 모양이었다. 더 무서운 내막이 그 전쟁 속에 있는 것 같았다.
" 마황태자 '마애'가 그 전쟁에서 죽었다면?"
" 뭐...."
관지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벌린 채 제공을 쳐다보았다. 제공은 관지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하면서 목소리를 낮추었다.
" 2차 마계 대전이 끝나고 어느 정도 혼란이 정비된 후, 마황태자가 재책봉되지 않았나? 나는 거기서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을 느꼈지. 그런데........."
관지는 제공의 말을 기다리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 이미 '마애'는 죽고 없었어. 그러니까 제 2황자 마령 (魔逞)이 마황태자로 책봉될 당시 이미 그 자리는 공석이었다는 거지"
" 그..그렇다면, 마애가 2차대전 당시에 사망했다...? "
관지는 자신감없이 자신의 추측을 입 밖으로 꺼냈다.
제공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 .........확실한 정보는 아니지만"
제공은 다시 한 번 뜸을 들이며 살짝 주변을 살폈고,
" 그 '마애'의 숨통을 끊어버린 것도......제 4황자가 아닌가 해"
관지는 넋이 나간 듯 눈도 깜빡이질 않았다.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제공은 다시 한량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들어오고 있는 창가로 갔다. 창을 등지고 서서 제공은 씩 웃었다.
" 추측일 뿐이야. 정확한 정보통은 아니었거든. 하하...이거 간만에 진지한 대화를 했더니 피곤해지는군."
하지만 관지는 그런 제공의 말도 들리지 않는지 얼어붙어 있었다.
" 관지, 나는 술을 마시러 갈 걸세. 같이 갈텐가?"
그제서야 관지는 긴장으로 굳어버린 근육을 겨우 깨워 힘없이 일어섰다.
" ......나는 궁으로 돌아가겠네"
창가에 서서 떠나는 관지의 마차 지붕을 바라보던 제공의 미소가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그는 평소 그에게서 보기 힘든 딱딱한 얼굴로 의미없이 관지의 떠나는 모습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 마황이 부상을 당하여 이미 전의를 잃은 마황군단인데 왜 4황자는 무리하게 다시 군대를 움직여 마황태자 마애의 목을 친 걸까? 그건 누가봐도 위험부담이 컸고, 합리적인 선택은 아니었을텐데....제 4황자가 단지 피에 굶주린 전쟁의 신이었기 때문에? 아니지...그건 분명히 아닐게다'
지는 태양은 피처럼 붉게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