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도 친일친미극우보수여야 한다는 꼴통들의 주장과 반박

유후200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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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남침 누락” 주장에 “분명히 기재” 반박

금성출판사의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친북·좌파적이라는 권철현 한나라당 의원의 주장과 일부 보수언론의 보도에 대해 해당 교과서 집필자들이 “교과서의 전체 맥락을 무시한 채 자의적으로 일부만을 발췌하거나 멋대로 해석한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해당 교과서 대표 집필자인 김한종 교수(교원대학교)는 5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을 찾아 교과서를 집필한 필진 공동 명의로 권 의원이 ‘친북·반미·반재벌 교과서’라고 주장하며 지적한 34개 항목에 대한 반박 의견서를 권 의원 쪽에 전달하고 이에 대한 공식 답변을 요구했다. 의견서는 특히 <조선일보>가 권 의원의 주장을 받아 표까지 만들어가며 크게 다뤘던 남북 분단 원인과 과거 정권에 대한 서술 등에 많은 양을 써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김 교수 등 집필진은 이 의견서를 통해 “여러차례 검토와 검정 과정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출판되는 교과서를 상대로 색깔논쟁을 제기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마치 교과서가 특정 이념을 선정하는 양 선동하여 교사·학생·국민들을 혼동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집필진은 권 의원의 주장이 역사적 사실관계나 사건의 발생 차례 등 기본적인 것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이뤄졌으며, 권 의원 말대로 교과서 내용을 바꿨을 경우 오히려 ‘친북적 서술’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이 문제삼은 주요 부분과 이에 대한 집필진의 반박은 다음과 같다.

 

◇ 해방정국 미군의 구실=권철현 의원은 ‘미군정은 한국인들이 만든 모든 행정기구와 활동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은 개인 자격으로 귀국해야 했으며 …’(255쪽)란 부분을 들어 교과서가 “미군정을 자주 민족국가 수립의 최대 방해세력으로 묘사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집필진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지적”이라고 반박했다. 미군정이 한국인의 모든 행정조직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이 때문에 김구 등 임시정부 요인들도 개인 자격으로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도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이다.

 

권 의원이 “일본이 미국으로 바뀌었을 뿐 식민지배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고 주장한 ‘일장기가 내려진 자리에 성조기가 올라가다’(256쪽)는 내용에 대해서도 집필진은 “공식적인 행정기관이 일본의 조선총독부에서 미군정으로 넘어갔다는 역사적 사실을 서술하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 6·25와 김일성 책임론=권 의원은 교과서가 6·25에 대해 ‘남침이라는 표현 대신 군사적 충돌로 정의하고, 이승만의 기자회견보다 김일성의 신년사를 앞쪽에 배치하는 등 친북적인 서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집필진은 “군사적 충돌은 6·25 이전에 38선에서 일어난 남북간의 크고작은 교전을 가리키는 것이고, 6·25가 남침이라는 설명은 그 다음 장 첫문장에 분명히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도에도 ‘남침’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필요한 부분만 끌어내고 자의적으로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신년사 배치와 관련해서도 집필진은 “김일성의 신년사에 대한 대응 내용이 이승만의 기자회견에 나와서 자연스런 흐름을 위해 배치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한종 교수는 “권 의원 주장대로 이승만의 기자회견을 앞에 쓰는 것은 전쟁을 먼저 주장하는 꼴이 된다”며 “제대로 사실 확인이라도 해본 뒤에 문제 제기를 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전쟁에 대한 강대국의 대응에 관해서도 권 의원은 교과서가 “중국과 소련은 전쟁 전부터 적극적으로 지원한 반면, 미국의 경우 남한 방위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애치슨 선언을 강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집필진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김 교수는 “중국과 소련이 적극적으로 북한을 지원했다는 서술은 북한이 미리부터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고, 중국과 소련의 책임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말하는데, 권 의원의 주장대로 이 부분을 서술하지 않으면 이들 국가의 책임을 감추는 ‘친북적 서술’이 된다며 이에 대해 권 의원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 남북 체제 비교=남한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북한 체제나 실상을 긍정적으로 묘사했다는 권 의원 주장도 여지 없이 논박당했다.

 

권 의원은 북한의 천리마 운동에 대해 ‘1960년대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커다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301쪽)는 서술 내용을 들어 북한을 미화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집필진은 “천리마 운동이 주민들의 노동력을 동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됐다는 내용을 분명히했으며, 역사적 사실인 천리마 운동이 북한 경제 건설에 이바지했다는 부분을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권 의원이 교과서에서 북한의 김정일과 세습체제를 미화한 부분으로 꼽은 ‘주체사상을 올바로 해석하고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이 후계자가 되어야 … 김정일이 주체사상에 대한 해석을 독점’(304쪽)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집필진은 “교과서 원문에는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고 선전되었다’이지만 ‘선전되었다’는 표현만을 의도적으로 삭제해 마치 교과서가 후계체제를 옹호하는 듯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오해하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박정희 정권을 설명하며 ‘경제개발과 반공을 명분으로 …’(286쪽)라고 서술한 부분에 대해 “박 대통령 당시의 경제 발전조차 부정하고 오로지 독재체제 연장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규정”했다는 권 의원 주장에 대해서도 집필자들은 “‘경제 개발’과 ‘반공’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정치적 구호였으며, 당시 정책의 성격을 정부가 내세웠던 구호를 따서 표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순혁 김남일 기자 h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