醜面游龍 (87)

솔아2004.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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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착하라. 검로를 주시하여 검로의 변화를 예측해보라’ 효연이 해줄 수 있는 말은 그뿐이었다. 나머지는 육룡이 스스로 중검과 경검의 차이를 좁히는 것뿐...... 그래도 효연의 충고를 접한 육룡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해진 것이 눈에 띄었다. 금의위사의 의복은 마치 풍선에 바람을 넣은 것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고 육룡의 검극은 지면을 향한 채 미동도하지 않고 상대의 검극이 이동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육룡의 변화를 읽어낸 금의위사는 접근하여 속전속결하는 것이 중병기의 이점을 살리고 자신이 이길 수 있는 길이라 판단하여 접근전을 시도하였다. 보법이 쾌속해지며 육룡에 근접하여 검을 쓸어낸다. 육룡은 마치 지면에서 미끄러지는 듯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금의위의 검로를 봉쇄해 나갔다. 몇 차례의 접근전 시도가 무위로 끝나자 금의위가 돌연 공중으로 떠올라 공중에서 내려찍듯이 검초를 펼쳐내었다. 바로 이것이 육룡이나 효연이 바라던 바였다.

허공중에서의 중병기는 경검과 별다른 차이를 보일 수 없었기 때문에 상대가 공중에서 공격해 오길 유도하였는데 금의위가 제대로 걸려든 것이었다. 육룡이 자신의 모든 공력을 검신에 쏟아 소림 삼검을 연이어 펼쳐내었다. “카카캉...캉~” 검과 검이 부딪는 소리가 날카롭다. 금의위사의 몸이 일장여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자세가 약간 흐트러진다. 여세를 몰아 육룡이 지면에서 따라 붙으며 계속하여 검초를 펼치자 금의위사는 결국 공중에 곤두선 자세로 응수 할 수밖에 없었고 육룡이 선제의 효를 살려 그 공격의 강도를 높여갔다. 금의위사의 무예는 상상을 초월하여 땅에 내려서지 못한 채 방어를 하면서도 검의 반탄력과 경공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육룡은 점차 초조해지기 시작하여 양패구상하는 한이 있더라도 건곤일척을 노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바로 전신의 진력을 짜내어 일직선으로 금의위를 향해 비상하였다.

“안돼!” 효연이 대경실색하여 외쳤으나 이미 육룡의 검이 금의위의 복부를 파고들었고 금의위사의 검세는 육룡의 왼쪽 어깨 쪽을 노리고 그어졌다. “으윽!”

금의위사의 복부에는 육룡의 검이 자루만 남기고 관통하였으나 육룡의 왼쪽어깨도 금의위가 휘두른 검세에 잘려 나가 땅바닥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효연이 급히 전장에 날아내려 육룡의 혈도를 제압하여 지혈을 하였다. “주공 최소한 지지는 않았습니다.”

“누가 육룡이 꼭 이겨야 한다고 하였소? 이 무슨 어이없는 행동이요?”

“그래도 주공 앞에서 패할 수는 없었습니다.” 팔이 어깨부터 잘려나간 고통에 이를 악물면서도 지지 않았다고 말을 하니 효연은 또 한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잘라진 팔을 수습하고 육룡을 이끌어 신의에게 보내고 나니 더 이상 수하들을 내보내 다치게 할 수 없고 이제는 자신이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영충의 동작이 빨랐다. “난 청룡단의 단장인 영충이라 합니다. 어느 분이 나와 대적하시겠소?” 하며 허리에 둘렀던 교룡편을 풀어내었다. 그런대 삼룡이 또 나서며 “단장님이 나서야 할 차례가 아닙니다. 소제가 먼저 나설 것이니 단장님께서는 좀 참으시지요.”

“제가 청룡단의 삼룡입니다. 어느 분이 나서시렵니까?” 이젠 어쩔 수 없이 맡겨두어야 할 밖에 내가 나서겠다는 말도 못할 상황이 되어 버렸다. 양패구상의 상황이라 보니 사승일무일패? 삼룡은 다행히 어려서부터 금종조를 연마하여 전문 외가기공을 연성한 후에 내가기경을 돌파하여 안심할 수 있는 정도의 무공을 지니고 있었기에 그리 걱정하지는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나서겠소.” 금의위가가 아닌듯한 복장의 사람이 나선다. 효연이 바라보다 눈에서 기광이 번쩍하였다. 그의 가슴에 수놓인 붉은 전갈..... 어려서 할아버지에게 귀에 박히도록 들어온 그 붉은 전갈....... 소매가 아니라 가슴에 박혀있어도 역시 붉은 전갈이기는 마찬가지.......

“귀하는 어떤 신분이신지요?” 효연이 나서며 물었다.

“내가 그 질문에 꼭 대답해야 하나?”

“대답을 하고 안하고는 귀하의 마음에 달려있으나 동창의 무사가 아닌 것 같아 확인하려는 것이오.”

“그럼 그냥 약속대로 싸우면 되는 것이지 다른 말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

“이 자리에 나서는 것으로 보아 무명소졸은 아닐진대 뭐가 그리 어려운지 모르겠네....” 삼룡이 비아냥거리자 그는 “말로 싸우려는 것이냐? 아니면 실력으로 싸우자는 것이냐?”

“당연히 실력으로 싸우려는 것이지요.” 삼룡이 자꾸 상대를 긁었다.

“그럼 어서 덤비기나 하라.”

“나는 무명소졸과는 싸우기 싫소.”

“뭐야! 그러니까 지금 내가 무명소졸이라는 것이냐?”

“후후후.... 신분도 밝히지 못하니 그럴밖에.....”

“이 노-옴! 건방지기 그지없구나.” 얼굴이 푸르락 붉으락 하며 고함을 지른다.

“허, 이놈이라니. 누구도 내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었는데... 오늘 일진이 사나우려니 이름도 없는 사람에게 별 소리를 다 듣게 되었네.....” 삼룡은 계속하여 부아를 돋우는 격장지계를 쓰고 이에 말려든 괴노인은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는지 등에 메고 있던 검을 빼어들었다. ‘거운도’ 효연은 직감적으로 ‘그놈들이다.’ 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하여 손끝에 땀이 실렸다.

‘그를 완전히 죽이지 말고 처리해 주길 바랍니다.’ 효연이 삼룡에게 전음을 보내었다. 전음을 듣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떡인 삼룡이 몇 걸음 앞으로 나서며 “그렇게도 성명 삼자를 밝히기 두려우면 그만 두셔도 됩니다. 뭐 굳이 협박하여 알아야 할 것도 아니니까...” 이미 노기가 뻗쳐있던 괴노인은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는지 거운도를 휘두르며 삼룡에게 달려들었다. 검풍이 멀리까지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그의 내력이 이미 노화순청지경에 이른 것처럼 막힘이 없이 부드러운 연결을 보이고 있었다. 격노하여 휘두르는 검세 속에도 극히 절제된 간결한 검초였다. 삼룡 역시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맞받아치는데 그 기세가 사뭇 당당하여 한 치의 밀림도 보이지 않았다. 효연이 멀리서 보아도 삼룡의 내력이나 검초가 괴인에게 밀리는 것 같지 않아서 적이 마음이 놓였다. 주변의 흙먼지를 뚫고 섬전과도 같은 검광이 난무하고 있었다. 붙었다 떨어지고 또 붙어 초식을 교환하는데 나중에는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검광과 검음만이 주변을 울릴 뿐 무서운 기세로 맞붙어 쉽게 우열을 가를 수도 없었다.

“콰콰쾅~” 검광이 딱 멎으며 커다란 폭발음이 전장을 울려 퍼지자 서서히 인영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거운도를 들고 있던 괴노의 소매가 길게 베어져 바람에 흔들리고 삼룡의 무복 허리어림에 베어져 나부끼는 옷자락이 눈에 띄었다. 삼룡은 나풀거리는 옷자락을 가볍게 잘라 버리며 “후후후.....”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지금까지가 귀하의 전부요?”

“이놈 뚫어진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는구나.”

“하하하하..... 그게 전부였다면 이제 당신의 끝은 이미 결정되었소.” 하며 검을 고쳐 쥐고 서서히 다가섰다.

“흠.... 건방진...놈...”

“귀하에게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소.” 끝까지 적을 격하게 만드는 삼룡이 여유롭게 느껴진다.

“야하-앗!” 괴노인의 거운도가 무서운 검풍을 쏟아내며 삼룡의 허리를 양단할 듯 쓸어오자 삼룡은 물러서기는커녕 오히려 바짝 다가서며 검풍에 밀리듯 미끌어지며 이어번신의 신법으로 괴노인의 배후로 돌아 뒤로 쓰러지듯 검을 쏘아내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한 사이에 괴노인의 배심에는 한자 가량의 자흔이 생겨나고 앞으로 튕겨나듯 밀렸으며 이미 피가 배어나오기 시작하였다. 완벽한 삼룡의 승리였다. 삼룡이 효연의 말에 의하여 죽이지 않았을 뿐 만약 한두 푼만 더 힘을 가했다면 즉사하였을 정도의 자상이었다. 그래도 이미 검강에의하여 척추가 갈라져 더 이상의 힘을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에 무릎을 꿇고 검으로 겨우 균형을 잡았을 뿐 이었다. “와~아~~” 천무장 쪽에서 환호성이 들려왔고 삼룡이 늠름한 모습으로 우뚝 서서 다음상대를 기다린다는 자세로 금의위쪽을 바라보고 섰다.

“당신은 낙혼애를 기억하시오?” 효연이 나서서 괴노인을 향하여 재차 물었다.

“낙혼애?......”

“기억이 나는 것이오?”

“무슨 기억을......”

“옥군자 주혁의 아내 자연선자!”

“헉! 그.....그.....” 그때 몇 명의 장정이 나와 그를 호위하며 관병 쪽으로 옮겨갔으므로 더 이상의 말을 듣지 못하게 되었다. 효연은 목이 갑자기 막혀와 말을 못하고 괴노인이 사라진 관병 쪽을 바라보며 그냥 서있었다.

“주공!”

“아!...... 내가 정신이 없었네.”

“옥군자의......”

“나중에 나중에 우리 이야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들을 멋지게 밀어 내보자고.”

“알겠습니다.” 삼룡이 대답을 하자 효연은 발걸음을 돌려 진중으로 돌아와 생각에 잠겼다.

“다음은 어느 분이 나설 것입니까?”

“나 유혼제일령 공손욱이다.!”

“호오! 이제야 유혼교에서 나서는군..... 왜? 강시부터 내보내야지 사람이 나서는 것이지?”

“흠.... 그래도 입은 살아서 말은 잘하고 있다만 어디 끝까지 말을 잘 할 수 있는지 어디 한번 볼까?”

“유론제일령이든 제이령이든 얼마든지 상대해주겠소. 당신이 나이가 많은 것 같으니 공대하는것이지 유혼교도라는 생각이 먼저였다면 이미 내입에서 사람 같지도 않은 놈이라는 말이 나갔을 것이요.” 빗대어 하는 말이지만 직접적인 욕보다 못하지 않았다.

“허! 그놈 입 한번 독날 하구나. 어디 계속 나불댈 수 있는지 한번 볼까?” 제법 심지가 굳은지 삼룡의 격장지계에도 화를 안내고 침착하게 응수하며 판관필 같은 막대를 꺼내어 들었다. 손잡이를 누르자 “쨍” 하는 소리와 함께 한자 가량의 숨어있던 칼이 튀어나와 한쪽은 칼이고 한쪽은 송곳처럼 된 기문 병기로 둔갑하였다.

“흠.... 여긴 서고가 아닌 전장인데 왠 붓대를 들고...하하하....”

“잔소리 말고 이거나 받아랐!” 하며 쏘아져 들어왔다. 말은 우습게 하면서도 유혼제일령이란 직함에 걸 맞는 무공이 있으리라 생각한 삼룡은 추호도 방심하지 않고 신중하게 대처하여 검광을 뿌리며 맞서나갔다.

“카캉~” 날카로운 금속성과 함께 멀어진 둘은 서로 자신의 병장기를 살펴보았다. 병장기에 서로 흠집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빠른 초식으로 기선을 제압하려는 공방을 해나가는데 내력에 있어서는 유혼제일령이 약간 앞선 것 같았으나 신법과 검초에서 삼룡이 약간 우위를 보이고 있어 그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삼룡은 약간의 호승심이 일어나는지 오른손으로 검강을 뿌리며 왼손으로는 벽공장력을 발출하여 균형을 깨뜨리려 하였으나 이미 예측하였다는 듯이 맞받아쳐왔다. “콰쾅~” “흐..읍!” 검초에 밀리던 유혼제일령이 장력에서 우위를 보여 삼룡이 세 걸음이나 뒤로 밀려나며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하지만 유혼제일령은 왠지 그 틈을 노리지 않고 신중하게 공격자세를 취할 뿐 공격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무언가 꺼리는 것이 있는 듯 기실 이 때를 안 놓치고 급공을 했더라면 아무리 삼룡이라도 곤란할 지경이었을 것인데 아까 삼룡이 펼친 그런 살수가 염려되어 섣부르게 공격하지 않고 신중을 기한다는 것이 삼룡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하하하하.... 그래도 제법 한가락 하는 사람이군요.”

“이놈!”

“아! 그리 역정 내지 말고.... 그래도 칭찬을 하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욕을 하네...” 약을 올리며 자세를 다시 잡은 삼룡은 속으로 뜨끔하였으나 태연한척 “역시 늙은 생강이 맵다더니 안 속는 것이 힘깨나 써야 할 것 같은데...” 비아냥거리는 삼룡의 태도에 격노하리라 생각했지만 유혼제일령은 자신의 꾀에 자신이 속아 넘어간 줄도 모르고 신중하게 접근을 시도하고 있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를 기원하면서 ..... ^.^*